<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⑦피에로씨의 허망한 연애사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08 08:54:36
  • 호수 1400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아마 피에로씨처럼 연애를 많이 해본 남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이기보다 몽상적이고, 육체적이기보다 정신적인 홀로 사랑이었기에 허망하겠지만…. 

그는 옛 동자동 하숙집에서 맘속으로 사랑했던 연인들을 싹 잊어버리고 새로운 애인을 물색했다. 이번에 찝적거린 건 한 여인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이었다. 

낙엽 인간 

예전처럼 오직 한 사람만 별바라기 했다간 서글픈 실연으로 생명마저 꺼진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성공학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뇌까렸다.

영원한 번영을 지향하는 성공철학…


아무튼 그는 세 명, 아니 네 명의 여성을 애인으로 몽상 속에 품었다.

무지개 하숙집의 여주인, 그녀의 외동딸 그리고 청춘을 그리워하는 노녀였다.

나머지 한 여인은 아직 신원불명이므로 나중에 확실히 밝혀지면 소개하련다. 참 꿈도 크다고나 할까, 한국판 카사노바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허깨비라고나 할까. 

뻔뻔스럽기 짝이 없지만 어찌 보면 좀 가엾은 모습이었다.

누군 멋진 얼굴과 신체 조건에 정력과 연애술까지 겸비해 현실에서 수십 수백 수천명의 여성을 실제로 ‘따먹는’ 판국인데…

물론 금전만 풍부하다면 늙은 개 꼬라지라도 수만명 여인을 농락할 수 있겠지만…

가난뱅이 절뚝발이 중년으로선 몽상밖에 더 할게 있으랴 싶었다.


그래도 그런 짓거리보단 눈높이를 낮춰 알맞은 여자를 찾아내 성심성의껏 사랑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아마 그런 여인이 나타났다면 그랬으리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불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한때 서울역 근처를 돌며 노숙녀나 창녀를 접촉해 보기도 했으나 왠지 상대방 쪽에서 웃으며 사절했다고 한다.

만약 돈만 많았다면 절름발이 왕자로서 추앙받았으련만…

아무튼 피에로씨는 남이 싫다 하든 좋다 하든 뭐라든 자신이 세상에서 체득한 방식의 길을 걸어갔다. 꺼벙한 돈키호테처럼….

당연히 공상 속에선 왕자였는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누추한 만년 노총각에 불과했다.

그나마 여자를 향해 더듬이를 잠시 내세워 보았다가 반응이 없으면 즉시 움츠리곤 몽상애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에 큰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로 낙인 찍혔을 뿐…. 

여주인은 그를 아예 남성 자체로 보지 않았었다. 허풍선 아저씨라고 별명을 지어 부르며 그녀는 그를 불쌍스러운 어떤 존재로 보아 넘겼다.

제 길을 잡아 걸어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낙엽 같은 인간이랄까. 하숙비를 제때 못 내도 음식으로 사람 차별을 하진 않았다. 

딸은 중년 사내의 야릇한 눈빛을 과연 어떻게 느꼈을까?

그녀는 그를 신사 아저씨라고 불렀다. 진짜로 신사 같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인 듯싶었다.

살짝 이상스러운 피에로씨도 어쨌든 그녀 앞에선 신사인 양 언행했으므로, 선도하는 척 갖고 놀며 짐짓 희롱했는지도 모른다.


반아마추어 화가인 그녀는 혹 자신의 마음속 캔버스에 동시대의 한국판 피에로를 슬쩍 그려 보고 있지 않았을까. 

좀 괴팍스러운 ‘청춘 노녀’는 자신을 누님이라 부르며 따라붙는 피에로 사내를 향해 깔깔 웃어주곤 했다.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도 못하고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웃음이었다. 살살 가지고 논다고나 할까.

피에로씨도 눈꼽만 한 자존심은 남았는지라 콧방귀를 뀌곤 곧 몽상 속의 여인들에게로 절뚝절뚝 달려가 좋은 한숨이든 슬픈 한숨이든 푹푹 내쉬곤 했다. 

‘각각 다 개성미가 있을 텐데… 어떤 놈은 근전 덕에 아방궁 여인들을 다 섭렵하련만, 자신은 온 마음 다해 애모하는데 단 한 여인과도 정을 나누지 못하다니… 짚신마저 짝이 있다는데 하느님도 참 너무하시지. 아, 어쩌면 지저분한 현실보다 몽상 속의 여인들이 더 리얼한지도 몰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세속에 찌든 여자들보다 훨씬 더 아리땁고 품속은 천당인 양 포근해. 아 쫌 허무하긴 하지만…’.

그렇게 입속으로 중얼거리곤 하던 피에로씨는 일단 국내파 여성은 포기한 뒤 국외파 쪽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조선족 또는 탈북 여성이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건너온 여자도 슬쩍슬쩍 집적거려 보았다. 하지만 하숙비마저 제대로 못 내는 일종의 푼수에게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여성은 거의 전혀 없었다. 

피에로씨가 가장 싫어하는 건 경찰이었다. 아니, 경찰 전체가 아니라 하숙생 중 한 명인 유 순경이었다. 아니, 유 아무개 순경 자체라기보다 그 인간 내부에 들어 있는 어떤 요소였다. 

가난뱅이 중년의 몽상 속 사랑
죽은 사람이 하숙 떠나도 악담


유는 엽색가였다. 범인은 놔두고 여색에 미쳐 뛰어다녔다. 모창 가수나 피에로처럼 공상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여자들을 꾀어 따먹는 모양이었다.

처녀든 유부녀든 가리지 않았고, 소녀나 노파들에게도 슬쩍 촉수를 뻗어 보았다.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말고…

성공률이 별로 높은 편은 아니었다. 어쨌든 경찰의 힘을 은근히 사용하면서도 무척 조심했으니까.

그럴 바에야 딴 직업을 택하지 왜 굳이 경찰에 입문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여재수생을 구스르거나 협박해 욕망을 채우기도 하고, 도리어 창녀에게 걸려 성병의 고통에 신음하기도 했다. 양동 혹은 갈월동 쪽 춘희(椿姬)들도 이따금 지나는 길에 올라와 따스한 식당 밥을 먹었던 것이다. 

“흥, 쌤통이로군 그래. 쥐꼬리만한 권력을 과장해서 인간을 핍박하곤 했지. 흠, 선인선과 악인악과…. 갈수록 낯짝이 노르스름해지는 게 곧 복상사할 꼴이군.” 

피에로는 콧방귀를 뀌며 뇌까렸다.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반성했는지는 의심스럽다. 

헌데 언젠가부터 유 순경의 엽색행각이 잠잠해졌다. 아니,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던 물줄기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고나 할까.

그 대상은 바로 ‘청춘 노녀’였다.

젊은 사내는 소리 없이 조용조용 계단을 걸어올라 3층 맨구석에 박힌 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장미꽃 한 송이를 든 채…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았다. 마치 은밀스러운 식충화(食蟲花) 속에 들어가 꿀 빨아먹느라 혼몽해진 곤충처럼, 꿀물 속에 푹 빠져 버린 개미나 벌처럼…

간간이 흐느끼는 듯한 신음만 바람소리에 섞여 들렸다고 옆방 사람은 속닥속닥 얘기했다. 적어도 30세 이상 차이나는 두 남녀가 어둑한 방 안에서 과연 뭘 했을까?

합궁(섹스)은 기정사실화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노녀와 청년 경찰이 어울려 들었는지 의문이었다.

급기야 어느 무협지 애독자가 슬쩍 흘린 말이 진실인 양 하숙에 떠돌았다. 고독한 노녀가 남몰래 ‘음마흡양쾌락술법’을 연성해 홀리지 않았겠냐는 추측이었다.

사실인지 어쩐지 모르되, 얼마 후 겉으로 강건해 뵈던 유 순경은 안색이 푸르죽죽하고 비쩍 바른 몰골로 나타나 휘청휘청 계단을 내려오다가 곤두박질쳐 죽고 말았다. 허무한 삶 또는 색골의 초상화였달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모르는데 여주인은 별 말이 없었다. 오히려 피에로씨가 나서서, 잘 떠났노라고 조사인지 축사인지 모를 소릴 지껄였다.

유 순경은 말단 경관에 불과했지만 은근히 경찰청을 내세워 무지몽매한 하숙생들을 협박하며 자의반 타의반 검열 기능을 수행케 했기에 그의 종말을 섭섭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개과천선만 잘 했다면 독특한 존재(카사노바 경찰)로서 부러움마저 좀 샀으련만…. 

강제 용서

죽은 사람이 하숙을 떠난 뒤에도 피에로씨는 간혹 악담을 퍼붓곤 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살아 생전 악인이었을지언정 일단 죽고 나면 선인으로 돌변시켜 버린다.

나빴던 점은 축소시켜 싹 잊어버리고 좋았던 면만 과장해 장송곡에 띄워 보낸다.

제 아무리 원한 맺힌 사람(피해자)이라도 죽은 사람의 악행을 만일 영정 앞에서 까발린다면, 설령 그 피해 당사자가 아무리 선인일지라도 곧 무정스러운 악인으로 비판받고 만다.

즉, 한국에선 용서가 자발적이지 않고 반강제적인 셈이다. 그런 반쪼가리 용서는 나중에 대대손손 화를 더 키워 줄 텐데도….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