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⑤사이비 정치가와 연예인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0.24 15:48:43
  • 호수 1398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그런 느긋한 시간이면 하숙집의 괴짜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이 세상에 그 누군들 독특하지 않으랴만, 괴짜는 독특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과 같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기사 요즘엔 평범인과 괴짜의 경계선이 모호해져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하니까. 마음속에 숨겨둔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시대이므로… 그런 만큼 누굴 특별히 골라 소개하지 않고 그저 흐름에 맡기려 한다. 

가황의 꿈

2층으로부터 모창가수 지망생이 트로트 리듬에 맞춰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며 한 곡조 뽑기 시작했다.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오늘도 술래~
어두워져 가는 골목에 서면
어린 시절 술래잡기 생각이 날 거야
모두가 숨어 버려 서성거리다
무서운 생각에 나는 그만 울어 버렸지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원본(original) 조용필과 달리 꽤 잘생기고 허우대도 훤칠한데 목소리만큼은 영 조잡스럽다.


아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목청 자체는 남 못잖건만 억지로 조용필을 모방하려다 보니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었다.

하숙집의 청중들이 비웃든 눈살을 찌푸리든 말든 본인은 점점 더 희희낙락 기고만장해져 펄떡거렸다.

30대 초반보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데 싱긋벙긋 웃을 때 드러나는 이가 모두 금니라 퍽 의아스러웠다.

남들의 시선을 은근히 무시하며 그는 보란 듯 미소를 지어댔다.

혹시 전등 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나는 그 꼴을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신의 분신(또는 상징)으로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대개 자기 현시욕이 강해 잘났든 못났든 일단 제 개성미를 추구하다가 마지못해 현실 앞에 항복하곤 자신(아집 아견)을 찢어 버리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이 되기보단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픈 욕망…. 그런데 조필필씨는 이미 3년 전부터 가황 조용필의 이미테이션이 되기로 작심했단다.


조용필의 ‘명작 가요’에 매료돼 노래를 시작한 이상 일로매진하기로 작정했다는 얘기였다.

뭔지 가상스럽다고 해야 할까, 혹은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헌데 그의 가창을 듣다 보면 어딘지 조용필과 비슷하기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모창 가수 조영필 같은 느낌이 더 났다.

이를테면 조용필 모방에 성공한 조영필을 모방하는 꼴이랄까. 

‘일로매진’이란 말은 낡은 듯 습관적으로 많이 쓰지만, 특히 사이비 정치가와 연예인들이 쉽게 내뱉는 소리다.

뜻을 무시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개 목청들의 소리… 그들의 입을 거치고 나면 현실은 허황찬란한 지상천국으로 변화된다.

자기네 이익은 다 챙기면서 황당무계한 개소릴 지껄이고도 나라 꼴이 어찌 되든 면책 특권을 받는 자들. 

하지만 그들은 욕할 필욘 없다.

신이 인간과 짐승 벌레 등 만유를 창조했다지만, 개 같은 그 인간들을 만든 건 바로 우리, 평범한 일반 국민들이다.

법적으론 당당히 문책할 권리를 지녔으면서 스스로 포기해 버린 사람들이 아닌가?

즉, 모창가수와 엉터리 국회의원은 대중 속에 숨어 히득거리는 우리들 자신의 초상이 아닌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모창가수는 누가 비웃어도 전혀 수치스러워하지 않았다.


외려 더 크고 능글맞게스리 팝송 마이웨이를 불러댔다.

나의 길인지 조영필의 길인지…

그런데도 모방자 조영필을 결코 좋아하진 않았다.

자신은 평범한 모방꾼이 아니라 재창조하는 예술가라며…

이미테이션 가수 조필필씨의 일상
미국·일본 모방하는 한국의 현실

가황님을 직접 뵙고 그분 앞에서 누가 더 진짜인지 참된 모창 예술가인지 판정받고 싶단 얘길 주절거렸다.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자기가 모방하는 모방 전문가에 대해 불평 불만과 시기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 능력 부족을 돌아보고 노력하기보다는 안고수비증에 걸린 망나니처럼 굴었다.

그런데 별 큰 문제거린 생겨나지 않았다. 설령 어떤 위험 상황일지언정 가황 조용필의 노래가 들려오면 그는 곧장 무릎 꿇고 엎드려 경배하거나 벌떡 일어나 두 손을 쳐든 채 열광 환호하느라 제정신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마치 신흥 사이비 종교에 빠져 교주께 종순하는 꼴이었달까(정작 ‘가황 교주’ 조용필은 인간 보편의 실존과 자유를 노래하건만…).

여기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상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연예계는 바로 이 시대의 정치 경제 종교 철학 사상 언론 스포츠 교육 문화뿐 아니라 우리 사회 최고의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분들의 전당과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모방이다.

아니, 모방의 모방이다.

일본과 미국에 대한 모방, 그들의 모든 것에 대한 모방이다.

보따리 장사치들.

장점 단점도 가리지 않은 채 정녕 일로매진이다.

물론 그렇잖은 사람도 있고, 묵묵히 기술 입국을 지향하는 분들, 사리사욕을 씻어 버리곤 공공을 위해 실천하는 현대적 지사(선비)도 많지만 중과부적이다.

입가에 핏방울을 흘리며 마구 달려드는 극우파 좀비들을 욕하진 말자.

그들 또한 이 나라와 자기가 좋아하는 사회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중이니까.

다만 이기적인 욕망을 감춘 위선과 허위의식, 현재를 직시하지도 미래를 지향하지도 않은 채 한국 사회를 과거의 허상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무지몽매, 히틀러 같은 독재 모리배들에게 세뇌당해 미친 좀비 로봇처럼 광란광분하는 꼴은 역겹다.

수구 꼴통과 급진 종북 세력들은 서로 반면교사 삼아 진실한 보수와 진보로 재탄생해야지 않겠는가?

무슨 짓을 해도 좋다!

제발 사리사욕을 버리고 조금씩만 겸허해진다면 아마 당장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 혹은 러시아와 중국을 등에 엎은 채 개 같은 조상 놈들처럼 당파싸움 벌이지 말고 부디 한반도의 운명을 생각하라.

그거야말로 진정 ‘이기심’과 ‘사리사욕’을 배불리 채우고도 당신의 자녀와 손자들까지 영화롭게 살리는 길이리라. 

다시 모창가수에게로 돌아가 보자.

가황 조용필의 노래가 꺼져 버리면 사내는 약 기운 떨어진 마약 중독자처럼 멍해 있다가 불현듯 신세타령을 늘어놓기도 했다. 

“흥, 그래! 내가 가짜 짜가인 건 사실이야. 일류급은 창조하고 이류급은 보편화시키고 삼류급은 타락시켜 버린다는 얘기도 있지만… 흥, 이 세상에 모방 아닌 게 어디 있냔 말야. 일류라고 자칭하는 분님들도 사실을 캐 보면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특일류급을 좃빠지게 배껴 먹으면서… 누굴 욕하고 지랄이야! 흐음, 내가 가황님의 명곡을 모창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게 완전무결하진 않거든. 신께도 흠결은 있다잖아? 가황님의 노래를 모방만 하는 게 아니라 결점을 바로잡아 승화시키는 것도 예술이 아닐까 고뇌하고 있건만… 원숭이 흉내라고 비웃을 뿐 알아 주는 사람은 적어. 재미있다고 꺄르륵 캭캭 웃어대면서도… 실상 그들 또한 모방을 제대로 못해 안달하는 주제에… .” 

가짜는 가짜

“노래방이나 가라오케에 가면, 자동기계가 뱉어내는 사이버 곡조에 자기 목소릴 맞추려 안달복달하는 꼴이라니… 하하핫! 그러면서도 아마추어의 순수성을 잃곤, 개중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자만심 가득 찬 음계로 짓밟아 올라 인기 가수와 어깨동무한 양 공상에 빠져 우쭐거리며, 나 같은 순수 순진한 모창 프로를 무시하고 침 뱉는 거야.”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