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 부른 정부 헛발질

‘삽질’했으니…묻히는 쌍 백신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끝없는 코로나19 굴레. 엔데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또 다른 복병이 등장했다. 올겨울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독감·코로나 ‘쌍 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지만, 국민들 반응은 냉담하다. 앞서 정부가 백신 수급·접종 과정에서 선보였던 헛발질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자초한 ‘백신 불신’ 때문에 트윈데믹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는 대유행 시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한때 60만명을 넘어섰던 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3일 기준 2만6957명까지 내려앉았다. 한 달 전(9만3981명)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감소한 수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최근 3주 연속으로 코로나 위험도를 ‘낮음’으로 평가했다. 

겨울철 
재유행?

하지만 의료계는 일찌감치 겨울철 재유행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호흡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코로나는 겨울철에 유행할 개연성이 높다. 건조한 겨울 날씨는 바이러스 전파를 가속한다. 환기가 줄고 실내활동 비중이 커지는 생활 양식 역시 확산세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지난 대유행 지배종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가 국내에서도 잇달아 확인되는 점을 재유행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지난 5일 국정감사장에서 “새로운 변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질병청은 특히 ‘BA.2.75’ 하위 변이인 ‘BA.2.75.2’를 관찰·감시 강화가 필요한 변이로 꼽았다.

BA.2.75.2변이는 지난달 말부터 검출률이 오름세인 BA.2.75변이보다 면역 회피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BF.7’변이도 국내 유입이 확인되며 주요 감시 대상으로 떠올랐다. BF.7변이는 지난달 국내 지배종을 차지한 ‘BA.5’변이의 하위 변이로, 감소하던 유럽 등지의 확산 상황을 다시 증가세로 돌려놓은 주범이다. 


방역당국이 겨울철 재유행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올겨울 재유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질병청은 향후 재유행 전망에 대해 “감소 추세인 현 유행 상황 반영 시 당분간 감소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12~3월 재유행 발생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숨 고르기’할 틈새는 보인다. 국내 연구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가을철 확산세는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관에선 일일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질병청이 7개 연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코로나 향후 전망치를 보면 7개 기관 중 4곳이 2주 후 평균 확진자 수를 최소 2000명에서 최대 2만1000명으로 예측했다. 나머지 3곳은 4주 뒤 확진자 수를 최소 1만2000명에서 최대 1만3000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잠잠한 사이, 이번엔 독감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질병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40주 차(9월25일~10월1일) 의료 기관을 찾은 외래 환자 중 독감 의심 환자가 1000명당 7.1명에 달했다. 직전 주(4.9명)와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45%가량 급증했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의료기관 중 200곳을 표본조사해 독감 의심 환자(38도 이상 발열·기침·인후통) 비율을 살피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정한 올해 독감 유행 기준은 1000명당 4.9명으로 이미 기준선을 넘어섰다. 

올해는 가을철부터 독감 환자가 늘며 지난달 16일 이미 유행 주의보가 내려졌다. 통상 유행 주의보가 내려지는 시기보다 2~4개월 빠른 추세다. 코로나 유행 이후 겨울철 독감 유행 주의보가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작년과 작년 겨울철에는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독감 환자가 비교적 적었다.

현 추세가 통상 수준보다 빠르긴 하지만. 독감 유행 정점은 대체로 12~1월이다. 정점에 이르면 환자 수가 1000명당 70~80명에 달한다. 본격적으로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되는 시기와 독감 유행 정점이 맞물리는, 이른바 ‘트윈데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엔데믹’ 향하는 길목서 또 다른 복병 등장
저조한 접종률 왜?…돌아보니 낮은 신뢰 탓

트윈데믹 우려는 코로나 유행 이후 매년 겨울철마다 제기돼 왔다. 다만 그동안은 강도 높은 방역수칙 등 선제 조치 덕에 우려가 현실로 이어진 사태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방역수칙 대부분이 완화·중단됐고, 그 결과 이미 독감 유행 상황은 임계점을 넘었다.

더군다나 이번 독감 유행은 그 위험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만에 독감이 유행하면서 자연 면역력이 없는 환자가 예년보다 많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독감 유행을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영유아 사이에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40주 차 영유아 독감 환자는 전주 대비 53% 증가했다. 영유아는 독감 감염 시 합병증 발병 소지가 커 ‘독감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해결책으로 삼았다. 코로나·독감 백신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피해 최소화에 전력을 쏟는 모양새다.

이번 5차 접종에 사용되는 코로나 백신은 모더나가 개발한 2가 백신(공식 명칭은 코로나19 오미크론 함유 2가 백신 스파이크박스2주)이다. 이 백신은 코로나 초기 바이러스부터 오미크론 하위 변이까지 폭 넓게 효과를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방역당국 설명에 따르면 이 백신은 기존 접종 백신에 비해 중화능이 초기 바이러스에서는 1.22배 높다. 현재 지배종인 BA.5에는 중화능이 1.69배 높다. 

방역당국은 2가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을 경우 유전자 재조합 방식인 ‘노바백스’나 ‘스카이코비원’ 백신 대체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모더나에 이어 화이자가 만든 2가 백신은 국내 도입 즉시 투입해 2가 접종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독감 무료 접종도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12일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 접종을 시작했다. 이를 필두로 만 65세까지 순차적으로 접종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질병청 관계자는 “65세 이상 독감 예방접종은 12월 말까지 전체 접종 대상자의 99% 이상이 맞는다”며 “적기에 신속한 접종을 위해 접종기간을 연말까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슬슬 느는
독감 환자

코로나 2가 백신은 독감 백신과 동시에 접종받을 수 있다. 다만 접종 부위를 달리해야 한다. 이를테면 코로나 백신은 왼팔에, 독감 백신은 오른팔에 맞는 식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률은 저조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접종 누적 인원은 6만여명으로 접종 대상 대비 0.5%에 그쳤다(지난 12일 0시 기준). 접종 첫날 신청이 쇄도했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황경원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막 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에 접종률이나 접종 추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 좀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참고로 지난 4월 시작했던 4차 접종의 1일 차 접종 건수는 3만2000명 정도였기 때문에 이번 동절기 추가 접종이 이보다는 좀 더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접종률이 저하됐다고 못 박기는 시기상조라는 게 방역당국 입장이지만, 사전 예약률이 한 자릿수에 지나지 않는 게 그 방증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접종 첫날 사전 예약자는 37만1429명으로 집계됐다. 1순위 접종대상자가 1138만5737명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중 단 3.3%만 접종 예약에 나선 셈이다. 방역당국은 아직 사전 예약 대상이 아닌 2~3순위 대상자도 잔여 백신을 통해 당일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접종률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이유로 정부의 과거 행적을 지목한다. 정부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적극 장려, 혹은 사실상 강제하면서도 이어진 부작용 논란과 피해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는 대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결국 이로 인해 국민 사이에서 백신의 신뢰성과 접종 필요성이 큰 타격을 입었고, 낮은 접종률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민 사이에선 개량 백신의 안전성이 아직 완벽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만연하다. 이 분야 권위자인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 또한 지난달 4차 백신 접종을 독려하면서 개량 백신에 대해 “안전성·효과성이 불확실하다”고 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백경란 질병청장은 “2가 백신은 기존의 백신과 동일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백신”이라며 “mRNA 백신 접종은 전 세계에서 수십억 명의 접종을 통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개량 안전성
완벽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임상 실험 결과를 종합하면 2가 백신은 기존 백신과 이상 반응 증상은 유사하지만 발생 빈도가 더 낮다.

실험 결과를 대동한 해명에도 의심과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백신 부작용을 지나치게 폭 좁게 인정하고, 보상을 질질 끌었던 탓이다. 피해자 호소가 수년간 이어지고 정권이 바뀌어도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와 질병청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자 가족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로 신속하게 백신 부작용을 인정·보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최미리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을 잃었다.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던 남편이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최씨는 “남편의 나이는 고작 36살이었고, 남겨진 아이는 여덟 살과 네 살이었다”며 “지난 1년간 아이들과 저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에 하루하루를 살았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작년 9월 바로 피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유독 인과성 (여부에 대한 확인)결과가 늦어졌고, 지난 3월 (사망과 백신접종 사이에)인과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하지만 같은 날 피해보상 신청을 (다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알아보니 다시 피해 보상 신청 (순위가) 한참이나 미뤄져 버렸다”며 “콜센터 직원으로부터 무작정 기다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인과성을 인정받았지만 그저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현실”이라며 “피해 보상 신청 후 120일 안에 결과를 통지해야 함에도 질병청은 묵묵부답이다.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뒤이어 발언한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협의회 회장은 “윤석열정부가 백신 피해를 인정해준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지만 피해 보상이 아닌 지원금을 인정해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지난달 코로나 백신 피해보상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뒤 상소하기로 한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백신 접종 뒤 뇌 질환 진단을 받은 남성이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질병청은 항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백신 강요하곤 나 몰라라
피해자 등지고 추가 접종?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백 청장은 “관련 부처와 잘 협의해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개량 백신 접종 시행 초기 이상 반응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접종자가 문자 수신에 동의하면 접종 후 1주일간 능동 감시를 통해 건강상태와 일상생활 문제 여부 등을 확인한다. 접종자 전원은 접종 후 3일 차에 주의사항과 조치사항을 다시 안내받는다.

독감 백신에 관한 ‘헛발질’도 있었다. 2020년 벌어진 백신 ‘부실 배송’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독감 백신 유통업체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두 달에 걸쳐 4차례 유찰됐고, 5차에서 가까스로 낙찰됐다. 업체 입장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료 접종 백신을 기존 3가 백신보다 더 비싼 4가 백신으로 바꾸면서도 입찰단가는 크게 올리지 않았다. 이때 정부가 제시했던 조달 입찰가는 8740원. 시중 가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같은 시점 서울의료원과 서울시 산하의료기관은 4가 백신을 1만800원에 입찰했다.

접종 시작을 불과 한 달 앞둔 그해 8월이 돼서야 유통업체 ‘신성약품’ 참여가 결정됐다. 그런데 정부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하루 앞둔 2020년 9월21일, 신성약품이 적정 냉장온도(영상 2~8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않았다는 신고를 접했다. 조사 결과 신성약품의 위탁업체가 백신 상자를 옮기면서 한동안 상온에 노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신성약품의 공급 물량은 국내 총공급물량 2964만 도즈(1회 접종분) 가운데 국가 확보 물량 전량인 1259만 도즈였다. 21일 하루 동안에만 약 500만 도즈가 전국 각지로 옮겨졌다. 유통업체의 운송 과정상 실수로 정리됐지만, 정부 역시 “부실 배송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홍역을 치렀다.

당시 정부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독감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크게 늘렸다. 공급량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백신 공급단가를 올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빡빡한 예산 안에서 종전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뒤늦게 업체가 결정되면서 촉박한 일정 속 위탁업체 관리·감독 부실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처럼 백신에 얽힌 정부의 촌극은 아직도 국민 뇌리에 날카롭게 박혀 있다. 1순위 접종 대상자임에도 접종이 꺼려진다는 A씨는 <일요시사>에 “믿음이 가질 않는다. 코로나도 다 끝나가는 와중에 (백신 접종으로)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국민 개인의 건강과 국가적 확산세 안정을 위해 백신 접종은 필수불가결하다. 전문가는 결국 사태 해결의 열쇠는 ‘신뢰 회복’이라고 조언한다. 

그래 봐야
안 믿는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뉴데일리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코로나 접종 과정에서 접종률 제고가 제1원칙이었다면 이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피해 보상 체계 개선 등 수월한 접종이 가능하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접종과 후속대책이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단 코로나 백신뿐만 아니라 백신에 대한 전반적 인식과 신뢰가 떨어졌음을 인지하고 보다 전향적 자세로 백신 관련 정책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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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