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52주 신저가’ 위기의 게임업계 실상

떵떵거리다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게임주들의 주가 흐름이 심상찮다.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에 따른 증시 하락 여파로 게임주들의 주가가 수직낙하 했다. 주요 게임사들은 무더기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 게임업계 전반이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임은 통상적으로 경제위기나 불황 때 더 잘나가는 업종으로 통한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실외 활동이 줄고 실내에서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에도 그랬다. 2020년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대표적인 비대면 수혜 업종인 게임업계는 상승세를 탔다. 비대면 특수를 등에 업고 실적과 주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고공비행 후…
싸늘한 분위기

하지만 대유행이 수그러들고 점차 ’앤데믹‘ 분위기가 조성되자 최근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심상치 않은 게임업계 분위기는 최근 주요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 흐름이 잘 말해준다. 증시에 상장된 메이저 게임사들이 무더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 단행 여파로 이틀 연속 폭락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넷마블 등 업계 대표 상장 게임사들이 모조리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지난달 23일 오전 기준)

가뜩이나 올들어 게임주의 부진한 행보가 이어지고 상황인 와중에 극도의 증시 부진이 겹치면서 게임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P의 거짓‘이란 신작이 독일 게임쇼(게임스컴)에서 주요 상을 휩쓰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킨 덕에 주가가 초강세인 네오위즈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게임주들이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업계 대표 종목인 엔씨소프트는 장중 한때 33만500원까지 급락하며 전일(장중 저가 34만6500원)에 이어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엔씨의 시가총액은 7조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코스닥시장 게임 대장주인 카카오게임즈도 상황이 비슷하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날보다 2.05% 하락한 4만3100원에 거래했다(같은 날 12시50분 당시). 역시 하루 만에 전날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에도 추락을 거듭해온 크래프톤 역시 전일 대비 3.93% 급락한 20만8000원을 형성하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모바일 슈팅 배틀로얄 ‘뉴스테이트 모바일’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도 효과가 거의 없는 부진의 연속이다.

엔씨·카카오게임즈 이용자 반발에 ‘홍역’
상장 주요게임사 총체적 주가 부진 ‘울상’

넷마블도 예외는 아니다. 넷마블은 이날 오전 전일 대비 -2.49%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넷마블 주가는 올들어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자고 나면 신저가가 바뀌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때 20조원을 바라보던 시총은 어느새 4조7000억대까지 밀리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발 게임주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극도의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게임업계가 기존 스테디셀러 이외의 차기작의 흥행, 즉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서 게임주 등 신 성장주와 기술주가 ‘신 거품론’에 휩싸이며 상대적으로 더 고전하고 있는 여파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도 주요 빅테크 종목과 함께 게임주들의 주가 하락폭이 다른 종목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0일, 애플이 5일부터 인앱결제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 국내 게임 콘텐츠 업체들이 난감한 입장이 된 것도 게임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애플 정책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결국 이용자로부터 화살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임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마당에 주요 게임사들의 운영을 둘러싼 사용자들과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간판 게임인 ‘우마무스메’가 일본 유저와 차별대우 논란이 불거지며 유저들의 집단 반발로 큰 홍역을 앓고 있다. 급기야 강성 유저 7000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사태가 악화돼 카카오 측이 거듭 사과하는 등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모멘텀 부재
돈벌이 급급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 프랜차이즈 게임 이용자들이 엔씨의 유튜버 프로모션(광고료 지급)에 반발, 트럭 시위를 벌이는등 단체행동에 나서 진통을 겪고 있다. 유저끼리 경쟁하는 구도인 MMORPG에서 게임사가 특정 유튜버에 광고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게임계의 이 같은 총체적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가 과도하게 빠진 게 사실이며, 이제 어느 정도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주요 게임업체들의 실적은 다른 업종을 압도하고 남을만한 수준인데다가, 경기 부진의 반대급부로 실적이 급반등할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탓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국내 게임회사들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 증시에 상장돼있는 넥슨은 201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 9년 만인 2020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도 6089억원에서 1조7587억원으로 매출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전체 게임산업 매출 역시 2016년 10조8945억원에서 2020년 18조8855억원으로 73% 성장했다. 음악(14%)이나 방송(27%)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월등하게 빠른 성장 속도다.

하지만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K게임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넷째로 큰 모바일게임 시장이지만, 한국산 게임은 전 세계 매출액 상위 9개 게임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왕자영요’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고, 중국 미호요(현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이 3위를 차지했다. 

PC게임 분야에서도 한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가 2007년 출시한 FPS(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 하나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올해의 게임상’ 명단에서도 한국 게임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치열하기 
어려운 구조

대신 거대 자본력과 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산 게임의 공세가 거세다. 2014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게임 수출액은 엇비슷했지만, 2020년에는 중국이 한국을 두 배가량 앞질렀다.

2000년대 초반 탄생한 한국 게임업체들은 당시 크지 않은 규모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작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이때 탄생한 게임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리니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이다.

해당 게임들에 대해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꿈을 가진 개발자들이 초롱초롱한 아이디어를 갖고 만들어낸 보물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이후 게임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자 한국 게임회사들은 기존 PC를 기반으로 제작했던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전환한 뒤 경쟁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게임의 특정 캐릭터나 무기 등을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뽑기’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게임업체가 설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낸 금액의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는 구조여서 게임의 재미를 키워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사업모델이 성공하면서 게임사들은 국내에서 엄청난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뤄냈지만, 결과적으로 혁신에 게을러지는 부작용도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직 대형 게임업체 간부는 “비슷한 스토리와 확률형 아이템 게임에 기반한 돈벌이에 익숙해진 나머지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멀어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국내 게임업체의 주요 신작 가운데 11개가 기존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대형 업체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출시하는 4개의 게임 가운데 3개도 마찬가지다. 재탕·삼탕한 게임이 계속 쏟아지는 배경에는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대박을 친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커지고, 비용은 아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르’
추락하는 K게임

‘리니지’의 경우 1998년 최초 개발된 이후 리니지 시리즈로 나온 게임이 15개가 넘는다. 리니지는 지금까지도 엔씨소프트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된 ‘라그라로크’ IP(지적재산권)로 만든 게임이 35개가 넘고, 넥슨이 제작한 ‘바람의 나라’ ‘던전앤파이터’ 등도 수십 개의 비슷한 게임이 꾸준히 제작돼왔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게임의 스토리와 구조도 비슷하다. 가령 ‘악당을 무찌르기 위해 뛰어든다→많은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들여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킨다→악당을 무찌른다→또 다른 악당이 등장해 다시 게임이 진행된다’는 식이다.

일부 대형 게임업체의 경우 비대해진 조직도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직원 수가 2013년 1110여명이었는데, 올해 6월 현재 4700여명으로 4배 넘게 늘었다. 크래프톤은 2020년 1171명에서 올해 6월에는 1700여명으로 600여명 늘어났다.

과거 같으면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서둘러 아이디어를 채택 여부를 결정해 빠르게 게임을 내놨다. 그런데 조직이 커지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우수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한 대형 게임업체에서 개발자로 근무했던 A씨는 “신작 게임 아이디어가 통과되려면 팀장·실장·본부장·CEO 4개의 결재선을 거쳐야 하는데, 팀장·실장까지 허가가 났지만 본부장이 허가하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며 “내가 구상했던 것과 똑같은 게임을 나중에 다른 업체가 출시해서 큰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이 커졌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예전 같으면 무난히 출시돼 빛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대기업이 되면서 설립 초기의 열정과 창의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게임업체 간부 B씨는 “김택진·김정주 회장 같은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은 야전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게임을 개발해낼 정도로 치열했는데, 지금 그들은 모두 관료화된 대기업의 오너나 최고위직이 됐다”며 “이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후배 개발자들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이미 게임업계는 조직이 너무 커졌고, 돈을 편하게 벌 수 있도록 짜여 있어서 치열하게 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내달 17일이 분위기 반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이 대입 수능시험일과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게임쇼 ‘부산지스타’가 개막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지스타 시즌을 전후에 다양한 신작게임을 공개하거나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통상 1년 중 게임시장의 최대 성수기는 11월 중순 이후부터라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수능시험과 국제 게임쇼인 지스타 기간을 기점으로 게임 이용률이 급반등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후 각급 학교의 겨울방학과 맞물리며 이듬해 2월 말까지 이용자 수, 이용시간, 이용률, 객당가 등 모든 게임지표가 일제히 상승한다. 

게임시즌은 
아직 겨울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용 가능한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대세로 굳어졌지만, 여전히 게임 시즌은 겨울철이다. 오랜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게임업계가 위기를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지스타 시즌 이후 게임업계와 게임주의 분위기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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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