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52주 신저가’ 위기의 게임업계 실상

떵떵거리다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게임주들의 주가 흐름이 심상찮다.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에 따른 증시 하락 여파로 게임주들의 주가가 수직낙하 했다. 주요 게임사들은 무더기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 게임업계 전반이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임은 통상적으로 경제위기나 불황 때 더 잘나가는 업종으로 통한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실외 활동이 줄고 실내에서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에도 그랬다. 2020년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대표적인 비대면 수혜 업종인 게임업계는 상승세를 탔다. 비대면 특수를 등에 업고 실적과 주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고공비행 후…
싸늘한 분위기

하지만 대유행이 수그러들고 점차 ’앤데믹‘ 분위기가 조성되자 최근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심상치 않은 게임업계 분위기는 최근 주요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 흐름이 잘 말해준다. 증시에 상장된 메이저 게임사들이 무더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 단행 여파로 이틀 연속 폭락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넷마블 등 업계 대표 상장 게임사들이 모조리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지난달 23일 오전 기준)

가뜩이나 올들어 게임주의 부진한 행보가 이어지고 상황인 와중에 극도의 증시 부진이 겹치면서 게임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P의 거짓‘이란 신작이 독일 게임쇼(게임스컴)에서 주요 상을 휩쓰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킨 덕에 주가가 초강세인 네오위즈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게임주들이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업계 대표 종목인 엔씨소프트는 장중 한때 33만500원까지 급락하며 전일(장중 저가 34만6500원)에 이어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엔씨의 시가총액은 7조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코스닥시장 게임 대장주인 카카오게임즈도 상황이 비슷하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날보다 2.05% 하락한 4만3100원에 거래했다(같은 날 12시50분 당시). 역시 하루 만에 전날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에도 추락을 거듭해온 크래프톤 역시 전일 대비 3.93% 급락한 20만8000원을 형성하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모바일 슈팅 배틀로얄 ‘뉴스테이트 모바일’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도 효과가 거의 없는 부진의 연속이다.

엔씨·카카오게임즈 이용자 반발에 ‘홍역’
상장 주요게임사 총체적 주가 부진 ‘울상’

넷마블도 예외는 아니다. 넷마블은 이날 오전 전일 대비 -2.49%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넷마블 주가는 올들어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자고 나면 신저가가 바뀌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때 20조원을 바라보던 시총은 어느새 4조7000억대까지 밀리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발 게임주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극도의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게임업계가 기존 스테디셀러 이외의 차기작의 흥행, 즉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서 게임주 등 신 성장주와 기술주가 ‘신 거품론’에 휩싸이며 상대적으로 더 고전하고 있는 여파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도 주요 빅테크 종목과 함께 게임주들의 주가 하락폭이 다른 종목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0일, 애플이 5일부터 인앱결제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 국내 게임 콘텐츠 업체들이 난감한 입장이 된 것도 게임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애플 정책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결국 이용자로부터 화살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임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마당에 주요 게임사들의 운영을 둘러싼 사용자들과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간판 게임인 ‘우마무스메’가 일본 유저와 차별대우 논란이 불거지며 유저들의 집단 반발로 큰 홍역을 앓고 있다. 급기야 강성 유저 7000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사태가 악화돼 카카오 측이 거듭 사과하는 등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모멘텀 부재
돈벌이 급급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 프랜차이즈 게임 이용자들이 엔씨의 유튜버 프로모션(광고료 지급)에 반발, 트럭 시위를 벌이는등 단체행동에 나서 진통을 겪고 있다. 유저끼리 경쟁하는 구도인 MMORPG에서 게임사가 특정 유튜버에 광고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게임계의 이 같은 총체적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가 과도하게 빠진 게 사실이며, 이제 어느 정도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주요 게임업체들의 실적은 다른 업종을 압도하고 남을만한 수준인데다가, 경기 부진의 반대급부로 실적이 급반등할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탓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국내 게임회사들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 증시에 상장돼있는 넥슨은 201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 9년 만인 2020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도 6089억원에서 1조7587억원으로 매출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전체 게임산업 매출 역시 2016년 10조8945억원에서 2020년 18조8855억원으로 73% 성장했다. 음악(14%)이나 방송(27%)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월등하게 빠른 성장 속도다.

하지만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K게임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넷째로 큰 모바일게임 시장이지만, 한국산 게임은 전 세계 매출액 상위 9개 게임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왕자영요’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고, 중국 미호요(현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이 3위를 차지했다. 

PC게임 분야에서도 한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가 2007년 출시한 FPS(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 하나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올해의 게임상’ 명단에서도 한국 게임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치열하기 
어려운 구조

대신 거대 자본력과 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산 게임의 공세가 거세다. 2014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게임 수출액은 엇비슷했지만, 2020년에는 중국이 한국을 두 배가량 앞질렀다.

2000년대 초반 탄생한 한국 게임업체들은 당시 크지 않은 규모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작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이때 탄생한 게임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리니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이다.

해당 게임들에 대해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꿈을 가진 개발자들이 초롱초롱한 아이디어를 갖고 만들어낸 보물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이후 게임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자 한국 게임회사들은 기존 PC를 기반으로 제작했던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전환한 뒤 경쟁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게임의 특정 캐릭터나 무기 등을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뽑기’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게임업체가 설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낸 금액의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는 구조여서 게임의 재미를 키워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사업모델이 성공하면서 게임사들은 국내에서 엄청난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뤄냈지만, 결과적으로 혁신에 게을러지는 부작용도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직 대형 게임업체 간부는 “비슷한 스토리와 확률형 아이템 게임에 기반한 돈벌이에 익숙해진 나머지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멀어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국내 게임업체의 주요 신작 가운데 11개가 기존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대형 업체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출시하는 4개의 게임 가운데 3개도 마찬가지다. 재탕·삼탕한 게임이 계속 쏟아지는 배경에는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 

대박을 친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커지고, 비용은 아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르’
추락하는 K게임

‘리니지’의 경우 1998년 최초 개발된 이후 리니지 시리즈로 나온 게임이 15개가 넘는다. 리니지는 지금까지도 엔씨소프트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2000년대 초반에 개발된 ‘라그라로크’ IP(지적재산권)로 만든 게임이 35개가 넘고, 넥슨이 제작한 ‘바람의 나라’ ‘던전앤파이터’ 등도 수십 개의 비슷한 게임이 꾸준히 제작돼왔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게임의 스토리와 구조도 비슷하다. 가령 ‘악당을 무찌르기 위해 뛰어든다→많은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들여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킨다→악당을 무찌른다→또 다른 악당이 등장해 다시 게임이 진행된다’는 식이다.

일부 대형 게임업체의 경우 비대해진 조직도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직원 수가 2013년 1110여명이었는데, 올해 6월 현재 4700여명으로 4배 넘게 늘었다. 크래프톤은 2020년 1171명에서 올해 6월에는 1700여명으로 600여명 늘어났다.

과거 같으면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서둘러 아이디어를 채택 여부를 결정해 빠르게 게임을 내놨다. 그런데 조직이 커지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우수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한 대형 게임업체에서 개발자로 근무했던 A씨는 “신작 게임 아이디어가 통과되려면 팀장·실장·본부장·CEO 4개의 결재선을 거쳐야 하는데, 팀장·실장까지 허가가 났지만 본부장이 허가하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며 “내가 구상했던 것과 똑같은 게임을 나중에 다른 업체가 출시해서 큰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이 커졌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예전 같으면 무난히 출시돼 빛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대기업이 되면서 설립 초기의 열정과 창의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게임업체 간부 B씨는 “김택진·김정주 회장 같은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은 야전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게임을 개발해낼 정도로 치열했는데, 지금 그들은 모두 관료화된 대기업의 오너나 최고위직이 됐다”며 “이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후배 개발자들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이미 게임업계는 조직이 너무 커졌고, 돈을 편하게 벌 수 있도록 짜여 있어서 치열하게 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내달 17일이 분위기 반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이 대입 수능시험일과 국내를 대표하는 국제게임쇼 ‘부산지스타’가 개막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지스타 시즌을 전후에 다양한 신작게임을 공개하거나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통상 1년 중 게임시장의 최대 성수기는 11월 중순 이후부터라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수능시험과 국제 게임쇼인 지스타 기간을 기점으로 게임 이용률이 급반등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후 각급 학교의 겨울방학과 맞물리며 이듬해 2월 말까지 이용자 수, 이용시간, 이용률, 객당가 등 모든 게임지표가 일제히 상승한다. 

게임시즌은 
아직 겨울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용 가능한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대세로 굳어졌지만, 여전히 게임 시즌은 겨울철이다. 오랜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게임업계가 위기를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지스타 시즌 이후 게임업계와 게임주의 분위기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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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