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바람’ 죽지 않는 짝퉁의 세계

알아도 못 잡는 이미테이션 암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리셀. 한정판이나 명품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를 뜻한다. 리셀이 한 철 유행을 넘어 일종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리셀 시장에서도 짝퉁(가품)이 기승이다. 일부 이용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공연히 가품 구매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마땅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리셀 시장을 이끄는 것은 MZ세대다. 이들을 필두로 제품을 ‘소유’한다기보다 ‘경험’한다는 데 가치를 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명품, 한정판 신발‧의류 등을 소유하는 것보다 구입하고 경험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재테크

한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게 명품이나 한정판 신발 등을 구입하면서 얻는 차별화된 경험은 자기표현의 수단”이라며 “구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구입한 제품에 웃돈을 얹어 되팔며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말대로 희소성 높은 한정판 신발을 온라인 응모 방식으로 구매해 되파는 ‘운동화 리셀’이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리셀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리셀 테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리셀 테크는 주식과 코인·부동산에 비해 소액으로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MZ세대가 구입하고 경험한 제품을 되파는 리셀 시장과 입점 업체들이 급성장 중이다. 네이버의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은 월간 순 이용자 100만명 달성이 목전이다.

지난 13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크림의 월간 순 이용자 는 94만명으로, 100만명 돌파가 눈앞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장 규모도 덩달아 팽창했다. 네이버 크림의 올 상반기 거래액은 7200억원. 올해 연간 거래액은 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 2분기 기준 크림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한 3500억원이다.

하지만 눈부신 성장만큼이나 그 그림자도 짙다. 급격히 성장한 리셀 시장과 리셀 테크를 겨냥한 짝퉁 제품이 판을 치고 있지만, 그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MZ세대 필두로 모조품 시장 주목
공공연히 중국산 밀수 정보 공유

짝퉁인 것을 모르고 사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짝퉁임을 알고도 사는 소비자도 있다. 한정 판매 제품을 구하지 못했거나, 리셀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짝퉁 제품 정보와 구매 경로 등을 공유하며 짝퉁 제품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한 곳에선 최근까지 관련 게시글이 성행했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용자가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판을 직접 개설할 수 있다. 처음에는 레플리카(모작, 짝퉁) 신발에 관련된 게시판으로 시작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신발뿐 아니라 운동복, 시계 등 다양한 제품의 짝퉁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커뮤니티 사이트 안에서 공유된 링크에선 원래 수백만원에 달하는 제품이 수십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폭탄 세일’이 아닌 정교한 짝퉁을 파는 곳이다.

심지어 한 게시판 이용자는 본인의 아버지가 관세청에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청 공무원 노조의 공로패를 인증 수단으로 내걸었다. 뒤늦게 글을 삭제했지만, 이미 관세청은 관련 내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하게도, 짝퉁을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상표나 디자인을 도용하면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짝퉁을 단순히 구매하고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법조계에 따르면 짝퉁의 경우 구매자 처벌 근거는 현행법에서 찾기 어렵다.

짝퉁을 찾는 일부 소비자들은 이 점을 악용하고 있다. 한때 해당 게시판에는 “짝퉁을 구매해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려주는 글이 공지로 등록돼있기도 했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해당 게시판이 짝퉁 정보 교류의 온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약관에 따르면 불법 정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접근을 차단하는 조처를 할 수 있지만, 이는 공론화 이후 뒤늦게 이뤄졌다. 일각의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이것이 사이트 운영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탓이다. 

현재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살펴보면 공론화 이후 운영진이 짝퉁 구매 경로 등 특정 주제에 관한 게시를 자제하라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공론화 직후 이를 ‘짝퉁 전문 판매자들의 집단 공격’으로 규정하고 성토하던 반응도 대부분 잦아들었다.

하지만 짝퉁 제품 구매 후기는 여전히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짝퉁 구매를 반성하거나 그만두려는 분위기는 찾을 수 없다.

가품 공방도 끊이질 않아 
마땅한 규제는 없는 실정

전문적으로 리셀 제품의 진품 여부를 판정하는 업체에서도 잊을 만하면 또 다시 가품 논란이 불거진다. 업체들은 “가품률은 전체 거래에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중고 거래 대비 투명한 관리와 책임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솔드아웃(무신사)과 크림(네이버)에서도 짝퉁으로 의심되는 제품이 발견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솔드아웃이 판매한 나이키 운동화가 지난달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약 200만원. 미국 래퍼 트레비스 스캇과 나이키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신발이다. 솔드아웃은 해당 운동화의 진·가품 여부를 재검증 중이다. 

크림 역시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크림이 지난 5월 판매한 ‘아디다스 이지 부스트 350 V2 벨루가 리플렉티브’ 제품이 솔드아웃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이 제품의 발매 가격은 약 30만원이지만, 리셀 플랫폼에서 웃돈을 얹어 40만원대로 거래됐다. 크림 안에서만 누적 1만6000여족이 팔린 인기 제품이다.

크림 자체 조사 결과 크림이 보유‧판매한 제품 중 0.06%가 짝퉁이었다. 크림은 짝퉁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구매가의 3배를 보상했다.

리셀 시장의 짝퉁 논란이 반복되자, 리셀 행위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나이키코리아가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소비자 이용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별도로 추가했다. 약관에는 리셀러로 판단되는 경우 반품, 환불을 거절한다는 항목도 포함됐다.

본격적인 ‘리셀러(재판매자)’ 제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나이키 운동화는 리셀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그만큼 짝퉁 피해도 비교적 큰 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리셀 규제뿐만 아니라 함께 문제시된 짝퉁 제품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그림자

한 사회학과 교수는 “짝퉁을 사는 건 제품을 얻고 싶지만, 돈이 없어 저지르는 비사회적인 소비 행태”라며 “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문제의식 없이 행하는 것도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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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