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대 경찰국장 김순호

현판 걸었지만…깜깜한 현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정부가 경찰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지 석 달 만이다. 군부정권 이후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생기게 됐다. 초대 경찰국장에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 안팎 반발이 거센 가운데, 경찰국 언행 하나하나에 매서운 눈초리가 따라다니는 탓이다. 

초대 경찰국장 자리는 비(非) 경찰대 출신이 꿰찼다. 올해 치안감으로 승진했던 김순호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이 낙점됐다. 김 국장은 1963년생으로, 광주광역시 출신이다.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해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사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9년 경장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란 속
신설 강행 

2011년 총경으로 승진해 ▲울산 지방경찰청 생활안전 과장 ▲경찰청 감찰담당관·교육정책담당관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장 ▲서울 방배경찰서장 ▲경찰청 보안과장을 역임했다.

2017년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에는 ▲광주 광산경찰서장 ▲전북지방경찰청 제1부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경기남부경찰청 경무부장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을 지냈다.

올해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을 맡던 중 부름을 받았다. 김 국장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도 겸하고 있었다.

김 국장의 경찰 내부 평판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품이 온화하고 업무처리가 섬세하다는 평이다. 행정안전부가 김국장의 성정에 기대 경찰국 제도 ‘연착륙’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국은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 등 개별 법률이 구체적으로 명시한 행안부 장관의 책임과 권한 수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 임용 제청 권한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지난 1일 “역대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치 통제 시스템을 통해 경찰 관련 국정운영을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과 16명이 정원이다. 현재 직원 16명 중 12명이 경찰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사지원과는 일선 직원까지 모두 경찰 출신 인력으로 채워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 인력은 추후 업무 수요를 반영해 더 추가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는 경찰 출신 직원이 전체 비율 80% 이상을 구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3과 과장 중 2명이 경찰 인사다. 인사지원과장에는 고시 출신 총경 방유진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이, 자치경찰지원과장에는 경찰대 출신 총경 우지완 경찰청 자치경찰담당관이 배치됐다. 총괄지원과장에는 행안부 사회조직과장 출신인 임철언 부이사관이 보임됐다.

아울러 경찰국은 경찰청과 가까운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다. 경찰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같은 날 행안부는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시행했다. 제정 규칙에 따르면 국무위원을 겸하는 장관은 소속 청에서 법령 제·개정이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사전 승인한다.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를 받는다.

소속 청과의 원활한 협업 아래 경찰·소방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국의 서울청사 입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경찰국의 첫 업무로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경무관·총경 승진 인사 검토 작업이 유력하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무관 이상의 고위직에 일반직 출신 비중을 20%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총경 승진은 대상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경무관 전보 인사를 마치면 바로 총경 승진 대상자들을 살피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반직 출신이 경무관 이상 직급의 20%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아래 직급인 총경·경정·경감부터 착실히 쌓여 나가야 하니, 첫 총경 승진 인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채’ 출신 전 국수본 안보수사국장
인력 대거 동원했지만…여전한 반발

일각에서는 김 국장과 경찰국이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국은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경찰국 신설을 향한 일선 경찰 구성원의 반발도 잠재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로 경찰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유례없이 큰 반발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총경 19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선 경찰들은 릴레이 삭발·단식 투쟁·삼보일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렇듯 경찰이 정부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역사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행안부의 깔끔하지 못한 뒷수습이 반발을 키우기도 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 다른 서장들이 감찰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이 장관이 ‘쿠데타 발언’으로 기름을 부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4일, 전날 회의를 두고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음에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 지역을 비우고 모였던 하나회 12·12 쿠데타에 준하는 것이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맹폭했다.

이 장관은 ‘해당 회의는 국가공무원법상의 단순한 징계 사유를 넘어 형사 범죄 사건’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남겨 빈축을 샀다. 한 차례 해명한 뒤에도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쿠데타 관련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 가운데 업무를 시작한 김 국장은 경찰국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경찰 동료들께서 염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잘 알아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경찰국이 어떤 일을 하는지 중간중간 진행되는 것들을 언론과 경찰 동료들에게 말씀드려서 오류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적극 엄호
결사반대

이어 “우리 경찰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게 소명을 다해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청문회준비단장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기에(윤 후보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경찰조직을 끌어가려 하는지 알고 있다”며 “(윤 후보자가)행안부 장관님이 어떻게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지원할지도 잘 알기 때문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의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엄호사격’도 계속 이어졌다. 이 장관은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던 여러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저와 경찰국은 폭넓은 소통을 통해 공감을 확대할 것”이라며 “경찰관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고 오직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경찰국을 방문해 “경찰국 출범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방해라고까지 할지도 모르겠을 수많은 난관을 겪고 출범했다”며 “경찰국에는 입직 경로는 없고 하나의 경찰, 국민을 위한 경찰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직원들에게 “여러분이 경찰국 초대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다 같이 노력하길 바란다”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논란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 내부의 반발도 여전한데다, 야당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2일 경찰청을 찾아 “경찰국 출범과 관련해 법령·입법 체계상 문제점을 제기해왔는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예산편성권을 갖고 스스로 치안정책을 수립하는 독립 국가기관이다. 경찰업무와 경찰행정 제반 문제의 처리기준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김호철 국가경찰위원장은 이날 “치안행정의 적법성 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경찰국 설치 등 제도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헌법에 근거하는 경찰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를 촘촘하게 살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적법성을 회복할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는 논의 중”이라며 “검토 결과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부연했다.

2차전 예고
‘옥신각신’

더불어민주당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정애 ‘윤석열정권 경찰장악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첫 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기보다 국민의힘 당무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적 반대가 많은 경찰국 신설을 꺼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장악대책위원회는 앞서 민주당이 원내 설치했던 태스크포스 ‘경찰장악처치대책단’을 격상한 조직이다.

이어 한 위원장은 이 장관이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2018년 11월30일 행안부 장관이 국가경찰위원회를 합의제 기관으로 명시했고 법제처는 이를 귀속력 있는 의결기관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경찰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한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고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조직법을 위반한 행안부 장관에게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절차적·법률적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단 4일로 줄였다”며 “정부조직법 제34조의 행안부 장관의 사무엔 치안이 빠져 있다. 이는 역사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 발언을 종합하면 행정부 장관은 해당 법률에 따라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정부혁신 ▲지방자치제도 ▲선거·국민투표의 지원 이외에도 수많은 업무를 관장한다. 하지만 ‘치안’ 관련 업무는 명시돼있지 않다는 게 발언의 핵심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종철 열사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 열사는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물고문에 의해 질식사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내부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뺀 것은 박종철 열사의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1987년 6월항쟁 당시 국민적인 합의였다”며 경찰국 신설을 에둘러 비판했다.

야, 정치 공세 확대 “국회서 총력 저지” 
대통령실 “치안본부 부활? 프레임 공세”

반면 대통령실은 경찰국 신설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 치안본부’ 회귀라는 비판에 ‘프레임 공격’이라고 응수했다.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야당이)‘전두환식이다’ ‘치안본부다’ 이런 프레임을 걸어서 새 정부의 경찰 행정사무 개혁안과 국민소통을 차단시켜 버린다”며 “그걸 우리는 프레임 공격이라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강 수석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 권한은 굉장히 비대해졌다”며 “어떤 조직이든지 그 조직의 권한이나 권력이 커졌을 때는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경찰국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없앴고, 또 비대해진 경찰행정의 사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현행법에 따라 행안부 등에서 그런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가 결코 경찰의 독립성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 일부 오해가 있거나, 또는 부족한 이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민주당은 이달부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경찰공무원법 등을 개정하고 권한쟁의심판 청구·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단계적으로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 실효성은 확실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정부부처의 한 고문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대화에서 “권한쟁의심판 등은 빨라도 1년, 길게는 3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재판부가 현 정부 방침에 제동 거는 문제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짙은 탓에 단기간에 논란을 정리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실제 법을 봐도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은 포함돼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경찰국 신설이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OX 문제라기보단 세모 정도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에는 여론 향방도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여론 지지를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왔다. 앞서 경찰직장협의회는 단식과 삭발,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했다. 또 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저지를 위한 시민 입법청원을 오는 7일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달 릴레이 삭발식을 이끈 김연식 전 경남청 직장협의회 회장은 “경찰국이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미 신설된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거리 투쟁 등을 지속할 계획은 없다”며 “대신 행안부의 경찰 통제가 절차적으로 타당한지 차분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시험대에

그러면서 “특히 행안부는 경찰 제도발전위원회를 또 신설해 추가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라며 “이 또한 경찰국처럼 졸속으로 꾸려져 운영될 수 있다는 비판이 큰 만큼 하나하나 지켜보며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찰국 반대 입법청원을 진행 중이다. 당초 목표 인원이었던 10만명을 서명 첫날 돌파했다. 현재 서명한 총인원은 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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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