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게이트?’ 사우스카이 내분 내막

“땅값 1900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주목받은 경기 김포시 ‘통합사우스카이타운’이 조합과 업무대행사의 갈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토지 소유권과 추가 분담금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사우스카이타운 지역주택조합(이하 사우스카이 지주택) 사업은 김포시 사우동 300번지 일대 사우도시개발사업지 5A 구역 19만4000㎡(약 6만평)을 도시개발 방식으로 개발하고 그중 10만4014㎡(약 3만1460평)에 지하 2층~지상 35층 18개동 총 2908가구의 대규모 공동주택을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짓는 사업이다. 

지주택 사업
순항 불투명

2015년부터 진행된 사우스카이 지주택 사업은 사업비만 1조원이 넘는데다 조합원이 2500여명에 달해 ‘역대급 규모 지주택’ 사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사우스카이 지주택이 김포시에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면서 사업은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임시총회에서 조합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조합 명의로 확보돼야 할 토지가 업무대행사인 청일건설 명의로 돼있고, 청일건설은 조합에 사업에 필요한 토지 전체를 매입하라며 4000억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등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이 7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청일건설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6월 조합 임시총회에서 발생했다. 조합원들이 수년간 납입한 분담금 1900억원으로 매입한 사업부지가 지주택 조합이 아닌 업무대행사인 청일건설 명의로 돼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지주택 조합원들은 2015년부터 사업부지 내 공공주택부지 매입을 위해 1인당 평균 1억원씩, 약 1900억원에 달하는 토지 매입비를 부담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임시총회에서 정작 조합원 소유의 토지는 1평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업비만 1조원…전국 최대 규모 사업 파국
토지비 행방 오리무중 “4000억 더 내라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통상 조합이 업무대행사에게 토지 매입을 위탁하는 경우, 대행사는 실질적인 토지 소유주인 조합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조합 소유권 보존을 위해 매입한 토지를 신탁사 등에 위탁해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사우스카이 지주택 사업은 이 같은 절차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청일건설이 조합의 자금을 활용해 청일건설 명의로 토지를 매입해버린 셈이다. 청일건설이 조합원 자금으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일건설과 사우스카이 지주택 전 조합장과의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최초에 김포 사우도시개발사업지 5A 시행사로 참여한 청일건설이 도시개발사업지 내 사우스카이 지주택 업무대행사로도 손을 뻗었고, 이 과정에서 전 조합장을 포섭해 지주택 사업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했다는 주장이다.

조합원들은 “청일건설이 당시 그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전 조합장과 공모해 조합원들이 모르는 사이에 불법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청일건설의 명의로 토지를 매입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소유권이 청일건설로 넘어가면서 조합은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못한 채 손발이 묶인 상태다. 조합은 “청일건설은 토지 매입 당시 지주택 사업승인 신청 시 조합명의로 토지를 이전하기로 약정했지만, 이제는 명의이전을 거부하면서 토지를 매입하려면 추가로 4100억원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아

청일건설의 이 같은 요구에 조합원들은 “평당 359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애당초 청일건설이 사우스카이 지주택 조합 업무대행사로서 조합원에게 확정 분양가를 약속했던 사실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난 4월 청일건설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지난 8일 사우스카이 지주택 조합원 300여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토지 반환 집회를 열고 전 조합장과 업무대행사인 청일건설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인천지검 부천지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우스카이타운 지역주택개발사업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축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합원이 납부한 지역주택조합 자금으로 개발조합의 사업부지를 매입하고, 그 명의는 전 업무대행사로 돼있는 기가 막힌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우리 사업부지를 처분하겠다는 공문이 조합 측으로 접수됐다. 이는 우리 돈으로 산 땅을 우리 허락 없이 함부로 처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부당” 일축
논란은 계속

이와 함께 “조합은 이 같은 부조리와 부당함을 타개하고자 김포시청과 김포경찰서, 정부부처에까지 조치를 요구헀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다”며 “우리 조합과 조합원은 김포시 내의 거대한 카르텔 앞에서 우리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우리의 바람은 오로지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와 이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액이 1900억원, 관렵 업체만 17개인데도 불구, 현재 김포서의 담당 수사관은 1명으로 실체적 사실관계를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부디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의 수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 진실을 가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집회 도중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문을 지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청일건설 측은 조합의 요구가 부당하고 주장한다. 조합이 추가 비용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왜 1900억원이나 납입했는데 그 땅을 다시 6000억원에 사라고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는 것.

조합이 종후자산평가를 토대로 한 토지대금을 납부하기로 사전에 합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토지대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 역시 조합 측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부적절한 거래? 분담금 어디로?
자료 공개 요구…대행사 “못해”

청일건설 관계자는 “환지 방식으로 조성되는 사업 특성상 최종적으로 감정평가된 자산금액 기준으로 토지비 대금을 받기로 돼있다”며 “2020년 기준 등기부등본상 토지비만 약 3800억원이었으며, 최종 금액인 종후자산 감정평가금액은 작년 4월 기준으로 6000억원으로 산정됐다”고 말했다. 

원가로 산정되는 토지비에 토지조성비용, 도시개발사업지 설계 비용, 명도 및 철거 비용, 영업비용 등을 더하면 약 60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청일건설은 조합이 분담금으로 낸 1900억원은 전체 토지비의 일부에 불과하며, 추가분담금을 내야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합원들이 청일건설 측에 토지비 매입 내역 자료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데도 청일건설 측은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주택 사업의 경우 조합 가입계약 전에 조합원 모집 신고 여부 등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토지 확보 실패와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이 원활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고,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추가 부담금 발생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철저한 수사”
검찰에 촉구


이 관계자는 “일반 분양주택과는 사업방식이나 사업 절차 등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조합원의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접근하기를 당부한다”고 부연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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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