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안희정 10년 큰그림

돌아왔다, 팔다리 묶인 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과거 더불어민주당에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차기 대권주자들이 넘쳐났다. 현재 민주당 내 대권주자는 이재명 의원 단 한 명만 언급된다. 상당수 주자들이 여론조작, 성폭행으로 사실상 정계에서 퇴출된 탓이다. 조만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돌아오는 가운데 다시 정치권에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형을 마치고 오는 4일 만기 출소한다. 이날부로 안 전 지사는 여주교도소에서 3년6개월의 형기를 마쳤다. 측근 인사들은 안 전 지사가 출소할 때 여주교도소를 방문해 그를 맞이할 예정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안 전 지사는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잘나가던
과거 시절

그는 성폭행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형의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생활을 해왔다. 당분간 경기도 양평에 머물면서 침묵을 유지할 예정이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다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했을 만큼 안 전 지사는 열정이 가득했다. 

대학 시절에는 반미쳥년회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출소한 이력도 있으며 이후 1989년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첫발을 들였다.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 3당이 통합해 민주자유당을 창당했을 때 거부하며 안 전 지사를 비롯한 18인이 잔류를 택한 바 있다.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합류하면서부터 그는 줄곧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금강팀의 정무팀장으로 조직을 다지고 살림꾼 역할을 도맡아했다. 당시 안 전 지사의 별명이 좌희정이 됐을 정도였다.

당시 금강팀은 국회의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대권에 도절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핵심 조직으로 베이스캠프와 다름없었다. 안 전 지사 역시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였다. 이 밖에도 이재명 (당시)성남시장을 비롯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되면서 대권주자들이 넘쳐났다. 

노 전 대통령은 안 전 지사를 매우 아꼈다. 그가 정치권에서 다칠까봐 “정치 대신 농사를 짓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하기도 했고, 퇴임 전 인터뷰에서는 미안하다며 유독 애착을 드러냈다. 

그의 정치 인생은 노 전 대통령을 등에 업은 것과는 다르게 순탄치 않았다. 금강팀이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이른바 나라종금 사건이 터지면서 염동연 전 의원과 안 전 지사가 뇌물 수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4일 만기 출소…10년간 피선거권 박탈
한때 문 차기 부상…몇 없는 안희정계


불법 대선자금 47억7000만원을 받고 자신의 아파트 중도금으로 1억6000만원을 쓴 사실이 드러나서다. 결국 2003년 말 구속됐고, 1년간 옥살이를 경험한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안 전 지사를 청와대 부속실장에 임명하려 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옥살이는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감옥을 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친노(친 노무현)에서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만기 출소 뒤 안 전 지사는 정치적 자립을 시도한다. 사실 당시 안 전 지사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중앙 정치무대서의 커리어도 없었고, 친노 진영도 몰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추모 여론이 형성됐고, 이명박정부의 헛발질과 지지율 하락 속에서 참여정부가 재평가받으며 보수색이 짙었던 충남에 출마해 도정에 깃발을 꽂았다. 

연임까지 성공하며 안정적인 도정 활동을 인정받았고, 차기 대권주자로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이후 잠잠했던 금강팀도 기지개를 켰다. 내친 김에 안 전 지사는 대연정 불씨까지 지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세웠던 충청대망론도 안 전 지사가 원조격이다. 시원한 말투와 연설 실력은 안 전 지사의 최대 강점이자 매력으로 꼽혔다. 여기에 정의감은 덤이었다. 

그는 자신을 직업 정치인으로 소개하며 국민에게 호평을 받았다. 자신만의 노선과 확실한 캐릭터를 가졌던 셈이다.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며 문 전 대통령을 한때 바짝 추격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민주당서도 안 전 지사를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충남에서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대선 경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이어 2위를 기록해 아쉽게 패배했으나, 여전히 앞날이 창창한 편이었다. 보수 세력 역시 안 전 지사를 강력히 견제해야 하는 인물로 여겼다.

한 방에
급몰락

이 전 대통령도 “왜 우리 당에는 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민주당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뒤 안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의 볼에 입을 맞췄다. 다음 주자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한 순간이었는데 자연스레 안 전 지사의 역할론도 함께 부각됐다.

문정부 출범 이후 여권에서는 안 전 지사가 민주당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앙 정치 경험이 없던 안 전 지사가 문 전 대통령의 다음이라는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주변에서는 그가 당 대표에 출마해 민주당의 얼굴이 되길 원했다고 한다. 그만큼 몸값, 이름값이 고공행진 중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논란이 터졌다. 발단은 2018년 3월 정무비서였던 김모씨가 JTBC를 통해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정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성폭행 폭로 날짜는 공교롭게도 안 전 지사가 미투를 지지한 날이었다.

민주당은 긴급회의를 열고 안 전 지사를 출당, 제명 처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7년 7월∼2018년 2월 사이의 강제추행 4차례 등 검사 공소사실 10건 중 9건을 유죄라고 봤다. 본인도 성폭행을 인정하며 충남도지사직 사퇴와 정치활동을 중단하며 정치권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출됐다.

강력한 대권주자가 한순간에 몰락한 순간이었다. 해당 사건은 친노 세력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안 전 지사와 30년 지기인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마저 등을 돌렸다. 우 위원장은 안 전지사와 정치적 동지였다. 안 전 지사 결혼 당시 함진아비를 맡았을 만큼 가까웠으며 함께 학생운동을 하다가 수감됐던 전력도 있었다. 

이런 탓에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대권구도도 꿈틀거렸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의원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당시 성남시장을 하다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으며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이 의원 역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문 전 대통령 다음 대권주자로 나서게 됐다.

친노 뭉치면
다시 산다고?


대선 패배 이후 침묵을 지키던 이 의원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현재는 당 대표 출마 선언까지 하면서 자신의 세를 연일 다지는 중이다. 현재 이 의원은 당원 지지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대세다.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불안하다. 

당권을 두고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우고 있는 탓이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비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을 연일 타격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는 안희정계 의원들이 몇 명 있다. 김종민·박완주·강훈식 의원이 대표적이다. 다만 안희정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입지는 견고하지 않다. 박 의원의 경우 안 전 지사처럼 성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다.

3선 중진 의원인 박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비판받아온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출마에 나선 강 의원의 경우 지지세가 크지 않다. 이 의원에게 타격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강 의원은 당권 도전 선언 당시 안 전 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기존 주류 세력이던 친노, 친문 표심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내 입지가 크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안 전 지사의 영향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역시 친노의 길을 걸어왔지만, 강원도지사 선거서 패배하며 친노의 세가 약해졌음을 보여줬다. 

그나마 최근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며 조금이나마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무총장은 안 전 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며 노 전 대통령의 곁을 함께 지켰던 인물이다. 

당분간 지방서 잠행할 듯
이재명도 친노 연일 의식

이렇다고 해도 안 전 지사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앙 정치에 자신의 세력이 없고, 측근 역시 그가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인사들 역시 안 전 지사를 향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 의원 역시 안 전 지사 옹호 입장을 내봤자, 여론이 악화되는 것은 뻔하다.

정치 행보 역시 당장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형 집행 종료 후 10년간 피선거권에 제한을 받는 데다, 끌어안으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정치권 복귀 핵심은 친노 세력의 부활 여부다. 현재 친노 세력은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된다. 그러나 친노 카드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잘 먹혀드는 전략이다.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여럿 갖고 있는 덕분이다. 대선 기간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율 하락을 타파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삼기도 했다. 

친노를 강조한 이유는 김해 일대에 포진한 PK 내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할 수 있고, 중도층 역시 공략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애초부터 친노 계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노무현 정신 계승 행보는 최근에 발견됐다. 지난달 17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로 향했다. 추도식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찾았다. 

그는 “노무현의 길을 따라왔다”며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을, 이기는 민주당을 제가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민주당 적통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당내 지적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였다. 

현실적으로
재기 불능?

장설청 공론센터 소장은 “안 전 지사의 정치적 재기는 당분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복귀하기 상당히 어려운 범죄다. 출소해서 바로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을 한다는 게 국민을 이해시키기 어렵다”며 “당 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이 승리한다면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싹이 보이면 사전에 짓밟아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잠룡 김경수 전 지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2017년 주목받던 민주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과 공모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가 불거지며 지난해 7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김 전 지사는 창원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8·15 특별사면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민주당에서는 김 전 지사의 사면 문제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사면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훈식 의원 역시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김 전 지사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출소한다고 해도 5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김 전 지사 사면을 촉구하는 이유는 친문 세력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본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