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 3사 헛발질’ 아모레 공주님 속 타는 이유

본전만 해도 다행인 혹독한 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모레퍼시픽그룹 후계자의 실탄 창구인 ‘서민정 3사’가 좀처럼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아버지 지분을 넘겨받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활약은 필요충분조건이지만, 뒷받침은커녕 뒷걸음질만 안 하면 다행일 지경이다. 특히 대장격인 이니스프리가 안착하지 못한 게 뼈아프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는 사실상 그룹의 후계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민정씨는 지난해 2월 지주사 전략실로 자리를 옮긴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에 소속돼있다.

부진 거듭

민정씨는 올해 1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241만2710주(2.93%)를 지닌 2대 주주로, 종류주 14만1000주(1.04%)도 보유 중이다. 민정씨가 쥐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가치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 약 960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그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자회사인 ▲이니스프리(18.18%) ▲에뛰드(19.52%) ▲에스쁘아(19.52%) 등에서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당 법인들은 ‘서민정 3사’로 일컬어진다.

반면 서 회장의 차녀인 호정(1995년생)씨는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이 0.12%에 불과하다. 또한 언니와 달리 자회사 주식 보유량이 없다.


그룹이 민정씨를 중심으로 3세 경영체제에 돌입하려면,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4434만4298주(53.78%)를 민정씨가 어느 시점에 넘겨받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0일 기준 1조7183억원에 달하는 아버지의 주식을 민정씨가 모두 상속받을 시 90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증여세가 뒤따른다.

실탄이 필요한 민정씨에게 서민정 3사는 확실한 우군이다. 민정씨는 지금껏 서민정 3사 지분을 활용해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왔다. 이니스프리가 2019년 주주들에게 1000억원대 배당금을 지급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민정씨는 18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수령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서민정 3사가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건 불안요소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동반 하락세가 완연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게 다가온다.

본궤도 안착은커녕…
급할 때 바닥난 곳간

에뛰드는 영업손실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을 뿐 ▲2019년 186억원 ▲2020년 180억원 ▲지난해 96억원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했다.

2015회계연도부터 재무제표가 공개된 에스쁘아는 단 한 차례(2019년)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2019년 영업이익 5100만원을 기록하면서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듯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듬해 역대 최대치인 33억원 손실과 함께 주저앉았다.

서민정 3사 가운데 대장격인 이니스프리는 2019년 5519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지난해 3000억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심지어 2019년 62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9억6100만원 손실로 돌아섰다. 이니스프리가 적자를 기록한 건 재무제표가 공개된 이래 최초였다.


서민정 3사의 실적 부진은 현금배당을 집행할만한 여력이 없어질 수 있음을 의미했다. 실제로 2019년 1000억원대 현금배당을 했던 이니스프리는 2020년 17억원, 지난해 13억원 등 최근 현금배당 규모를 급격히 축소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 3993억원을 쌓아둔 상태라서 추가 배당 여력은 충분하지만, 실적을 반등시키지 못한 가운데 대규모 현금배당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나마 올해 들어 에뛰드와 에스쁘아가 회복세를 나타냈다는 건 고무적이다. 에뛰드는 올해 1분기에 로드샵 매장 폐점 및 면세 매출 축소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매출 260억원을 기록했지만, 채널 믹스 개선 및 고정비 감소에 힘입어 3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에스쁘아는 멀티브랜드숍 플랫폼 및 온라인 채널 성장으로 1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수치다. 일본 역직구 매출이 고성장하며 해외사업이 확장됐고, 신제품 출시를 통해 핵심 카테고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게 주효했다.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매출 성장 및 채널 믹스 개선에 힘입어 흑자 전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실질적 실탄 마련 창구인 이니스프리는 여전히 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니스프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다. 면세 채널 매출이 감소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2% 하락한 34억원에 그쳤다.  

짐덩어리 우군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내달 1일자 조직개편과 인사를 발표한 상태다. 최근 임원 승진한 그룹전략실 출신 최민정 상무가 신임 이니스프리 대표로 선임됐다. 이는 이니스프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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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