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5탄] 겹사돈 리스트

귀족 상대 고르다 고르다 ‘하고 또 하고’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가의 혼맥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는 이른바 ‘빅 패밀리’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본의 아니게 ‘겹사돈’을, 심지어 ‘겹겹사돈’까지 맺는 경우도 있다. 대를 이어 결혼하거나 친척을 끼고 한 집안과 연결되는 사례다. ‘끼리끼리’ 통혼이 많아진 탓이다. 한편으론 ‘그들만의 혈맹관계’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결론이기도 하다.

재계에서 가장 많이 겹사돈을 맺은 재벌가는 LG그룹 가문이다. 재계 혼맥의 본산답게 LG가의 혼맥을 뜯어보면 한 집안과의 ‘양다리 혼인’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는 물론 정·관계 집안간 혼맥을 보면 범LG가를 한 번씩 거칠 만큼 LG가문의 혼맥은 복잡하다”며 “이는 LG 가문이 창업주 이래 자손이 많기 때문으로 한 집안과 두 번 이상 사돈관계를 맺은 사례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하면 사업파트너인 GS그룹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LG그룹과 GS그룹의 구씨-허씨 두 가문은 57년간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LG그룹이 창립한 1946년부터 2005년 계열 분리 전까지 3대에 걸쳐 화합 속에 끈끈한 동업관계를 유지한 것.

사소한 불협화음 한 번 없었다. 두 그룹 관계자들은 구씨-허씨 일가간 두터운 신임이 LG그룹이 기적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LG그룹과 GS그룹은 동업관계에 앞서 이미 사돈관계였다. 최초 동업도 ‘혈육의 끈’이 계기였다. 이도 모자라 구씨와 허씨 집안은 대대로 사돈의 연을 맺으면서 친인척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1907년 경남 진양군 지수면 승산마을(현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에서 태어났다. 승산마을엔 대대로 만석꾼 가문인 허씨 일가가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구 창업주는 이런 지역 연고를 배경으로 1921년 고 허만식 씨의 장녀 을수 씨와 혼례를 올렸고 1946년 장인의 6촌지간인 ‘경남 거부’고 허만정 씨의 도움을 받아 허씨 가문과 동업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도 두 집안은 남이 아니었다. 앞서 허만식 씨의 차남인 인구 씨가 구 창업주의 고모와 결혼한 바 있다.

이후 허만정 씨는 사업자금을 내놓으며 자신의 3남 준구(전 LG건설 명예회장) 씨의 경영수업을 부탁했고 구 창업주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또한 무심코 내린 결정이 아니다. 준구 씨는 구 창업주의 첫째 동생 철회(전 LIG손보 회장) 씨의 맏사위였다. 

철회 씨의 장녀 위숙 씨는 준구 씨에게 출가, GS그룹 핵심 오너인 5명(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의 아들을 뒀다. 이외에도 한 동네에서 수백년 동안 이어진 인연이 두 가문 간 혼사로 발전했다. 이 같은 혼사는 경영 4세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건에 이른다.

LG가는 두산가와도 겹사돈을 맺고 있다. 대를 이어 혼사를 치른 것.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동생 우병(전 두산산업개발 회장) 씨의 장남 용훈(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씨는 구철회 씨의 4녀 선희 씨와 결혼했다.

이어 2005년 6월 박 초대회장의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서원 씨와 범LG가인 구자철 한성그룹 회장의 외동딸 원희 씨가 웨딩마치를 울렸다. 경기중·고교 동창인 박 회장과 구 회장의 절친한 과거가 연결고리가 됐다. 구 회장은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LG그룹과 두산그룹은 LG그룹이 1990년 프로야구단 ‘MBC청룡(현 LG트윈스)’을 인수할 때 서울 연고지를 두고 갈등을 빚은 점에서 시선을 끈다. 두산그룹의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았고 당시 벌어진 틈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LG가는 대림가와 두 번째 인연을 맺기도 했다. 두 기업 역시 대를 이은 혼인관계를 만들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훤미 씨의 외동딸 김선혜 씨와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장남 해욱(대림산업 부사장) 씨는 부부사이다. 선혜 씨의 부친은 고 김화중 희성금속 회장. 현재 830억원 상당의 주식보유로 국내 여성 주식부자 순위에서 상위에 올라 있다.

해욱 씨는 대림그룹의 ‘황태자’로 그룹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친지의 소개로 만나 수년간 연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맥 네트워크 촘촘 ‘빅 패밀리’현상 갈수록 심화
대 이은 사돈 등 ‘한 집안과 두 번 결혼’눈에 띄네

LG가와 대림가의 혼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 자혜 씨는 고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에게 시집갔다. 이 회장의 연세대 상학과 동문인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이 이들의 오작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자혜씨의 오빠다.

눈에 띄는 점은 이 회장이 결혼 뒤 대림그룹이 아닌 LG그룹에 몸담았다는 사실이다. 이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휘봉을 잡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LG맨’으로 활약했다.

구 창업주가 이 창업주에게 “사위를 빌려가겠다”며 이 회장을 LG그룹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그는 1960년대 초 럭키화학 상무로 입사해 희성산업 사장, 금성통신 사장, 금성사 사장 등을 거쳐 LG카드 부회장을 지냈다. 

재벌가에서 상대적으로 단출한 혼맥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도 겹사돈을 맺었다. 물론 LG가를 통해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6남 정몽준(현대중공업 최대주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막내딸 영명 씨와 결혼했다. 김 전 장관의 3녀 영자 씨의 남편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다. 허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삼성그룹을 공동 창업한 고 허정구 전 삼양인터내셔널 명예회장의 3남이다.

두 기업은 다시 혼맥으로 연결된다. 정 창업주의 4남 몽우(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씨의 장남 일선(BNG스틸 사장) 씨와 구자엽 LS산전 부회장의 장녀 은희 씨가 결혼한 것. 결국 현대그룹 일가와 LG-GS그룹 일가는 한 다리 건너 겹사돈인 셈이다.

삼양그룹 일가와 경방그룹 일가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겹사돈이다. 1999∼2003년 전경련 회장을 지냈던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은 ‘수원 갑부’로 알려진 차준담씨의 막내딸 현영 씨다.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은 현영 씨의 언니 부영 씨다. 김각중, 김상홍 명예회장이 동서지간인 꼴이다.

공교롭게도 두 명예회장은 이미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김각중 명예회장의 부친 고 김용완 경방그룹 창업주는 고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여동생 점효 씨의 남편이다. 김용완 창업주가 김연수 창업주의 3남 김상홍 명예회장 고모부가 되는 것이다.

김용완 창업주는 이런 인연으로 한때 삼수사(현 삼양그룹)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이 1919년 창업한 경방그룹(옛 경성방직)은 동생 김연수 창업주가 경영하다가 1945년 광복 후 매제인 김용완 창업주가 맡았다.

효성가과 신동방가의 사정도 같다. 효성그룹 일가와 신동방그룹 일가는 전직 거물들을 끼고 순환 고리를 이루는 겹사돈이다.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송인상 한국능률협회 명예회장의 3녀 광자 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조 회장은 처가를 통해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동서지간이 된다. 신 전 회장은 송 명예회장의 차녀 길자 씨의 남편이다.

조 회장의 동생 욱래(동성개발 회장) 씨의 처가는 다름 아닌 신동방그룹 가문이다. 욱래 씨는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의 딸 은주 씨와 결혼했는데 김 전 장관은 신 전 회장의 부친인 고 신덕균 전 신동방그룹 명예회장의 처남이다.

CJ그룹과 겹사돈인 기업도 있다. 노스페이스, 나이키, 팀버랜드 등 아웃도어 의류 수출업체로 유명한 영원무역이다. 손경식(대한상공회의소 회장) CJ그룹 회장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사돈지간이다.

손 회장의 장남 주홍 씨와 성 회장의 3녀 가은 씨는 2006년 1월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은 중매로 만나 수개월의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두 집안은 주홍-가은 씨의 조부모 세대에서도 사돈 관계로 ‘대를 잇는 사돈’으로 연을 맺고 있다.

언론사와 겹사돈 재벌은?‘한 번으론 모자라?’
삼성, 중앙-동아GS, 중앙-조선

재벌가 혼맥의 또 다른 허브인 언론사와 두 번씩이나 인연을 맺은 재벌 일가는 어디일까. 바로 삼성가와 GS가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누나다. 이어 삼성그룹 일가는 사돈기업인 중앙일보의 강력한 라이벌 관계였던 동아일보 사주 가문과 사돈을 맺었다. 이 전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2000년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이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동생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와 결혼했다. 

GS그룹 일가도 삼성그룹 일가와 비슷한 혼맥을 갖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 씨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장녀 정현 씨는 2007년 5월 결혼했다. 허 회장은 앞서 2000년 5월 장녀 유정 씨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장남 준오 씨와 결혼시킨 바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