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5탄] 겹사돈 리스트

귀족 상대 고르다 고르다 ‘하고 또 하고’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가의 혼맥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는 이른바 ‘빅 패밀리’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본의 아니게 ‘겹사돈’을, 심지어 ‘겹겹사돈’까지 맺는 경우도 있다. 대를 이어 결혼하거나 친척을 끼고 한 집안과 연결되는 사례다. ‘끼리끼리’ 통혼이 많아진 탓이다. 한편으론 ‘그들만의 혈맹관계’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결론이기도 하다.

재계에서 가장 많이 겹사돈을 맺은 재벌가는 LG그룹 가문이다. 재계 혼맥의 본산답게 LG가의 혼맥을 뜯어보면 한 집안과의 ‘양다리 혼인’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는 물론 정·관계 집안간 혼맥을 보면 범LG가를 한 번씩 거칠 만큼 LG가문의 혼맥은 복잡하다”며 “이는 LG 가문이 창업주 이래 자손이 많기 때문으로 한 집안과 두 번 이상 사돈관계를 맺은 사례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하면 사업파트너인 GS그룹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LG그룹과 GS그룹의 구씨-허씨 두 가문은 57년간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LG그룹이 창립한 1946년부터 2005년 계열 분리 전까지 3대에 걸쳐 화합 속에 끈끈한 동업관계를 유지한 것.

사소한 불협화음 한 번 없었다. 두 그룹 관계자들은 구씨-허씨 일가간 두터운 신임이 LG그룹이 기적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LG그룹과 GS그룹은 동업관계에 앞서 이미 사돈관계였다. 최초 동업도 ‘혈육의 끈’이 계기였다. 이도 모자라 구씨와 허씨 집안은 대대로 사돈의 연을 맺으면서 친인척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1907년 경남 진양군 지수면 승산마을(현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에서 태어났다. 승산마을엔 대대로 만석꾼 가문인 허씨 일가가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구 창업주는 이런 지역 연고를 배경으로 1921년 고 허만식 씨의 장녀 을수 씨와 혼례를 올렸고 1946년 장인의 6촌지간인 ‘경남 거부’고 허만정 씨의 도움을 받아 허씨 가문과 동업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도 두 집안은 남이 아니었다. 앞서 허만식 씨의 차남인 인구 씨가 구 창업주의 고모와 결혼한 바 있다.

이후 허만정 씨는 사업자금을 내놓으며 자신의 3남 준구(전 LG건설 명예회장) 씨의 경영수업을 부탁했고 구 창업주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또한 무심코 내린 결정이 아니다. 준구 씨는 구 창업주의 첫째 동생 철회(전 LIG손보 회장) 씨의 맏사위였다. 

철회 씨의 장녀 위숙 씨는 준구 씨에게 출가, GS그룹 핵심 오너인 5명(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의 아들을 뒀다. 이외에도 한 동네에서 수백년 동안 이어진 인연이 두 가문 간 혼사로 발전했다. 이 같은 혼사는 경영 4세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건에 이른다.

LG가는 두산가와도 겹사돈을 맺고 있다. 대를 이어 혼사를 치른 것.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동생 우병(전 두산산업개발 회장) 씨의 장남 용훈(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씨는 구철회 씨의 4녀 선희 씨와 결혼했다.

이어 2005년 6월 박 초대회장의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서원 씨와 범LG가인 구자철 한성그룹 회장의 외동딸 원희 씨가 웨딩마치를 울렸다. 경기중·고교 동창인 박 회장과 구 회장의 절친한 과거가 연결고리가 됐다. 구 회장은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LG그룹과 두산그룹은 LG그룹이 1990년 프로야구단 ‘MBC청룡(현 LG트윈스)’을 인수할 때 서울 연고지를 두고 갈등을 빚은 점에서 시선을 끈다. 두산그룹의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았고 당시 벌어진 틈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LG가는 대림가와 두 번째 인연을 맺기도 했다. 두 기업 역시 대를 이은 혼인관계를 만들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훤미 씨의 외동딸 김선혜 씨와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장남 해욱(대림산업 부사장) 씨는 부부사이다. 선혜 씨의 부친은 고 김화중 희성금속 회장. 현재 830억원 상당의 주식보유로 국내 여성 주식부자 순위에서 상위에 올라 있다.

해욱 씨는 대림그룹의 ‘황태자’로 그룹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친지의 소개로 만나 수년간 연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맥 네트워크 촘촘 ‘빅 패밀리’현상 갈수록 심화
대 이은 사돈 등 ‘한 집안과 두 번 결혼’눈에 띄네

LG가와 대림가의 혼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 자혜 씨는 고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에게 시집갔다. 이 회장의 연세대 상학과 동문인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이 이들의 오작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자혜씨의 오빠다.

눈에 띄는 점은 이 회장이 결혼 뒤 대림그룹이 아닌 LG그룹에 몸담았다는 사실이다. 이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휘봉을 잡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LG맨’으로 활약했다.

구 창업주가 이 창업주에게 “사위를 빌려가겠다”며 이 회장을 LG그룹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그는 1960년대 초 럭키화학 상무로 입사해 희성산업 사장, 금성통신 사장, 금성사 사장 등을 거쳐 LG카드 부회장을 지냈다. 

재벌가에서 상대적으로 단출한 혼맥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도 겹사돈을 맺었다. 물론 LG가를 통해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6남 정몽준(현대중공업 최대주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막내딸 영명 씨와 결혼했다. 김 전 장관의 3녀 영자 씨의 남편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다. 허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삼성그룹을 공동 창업한 고 허정구 전 삼양인터내셔널 명예회장의 3남이다.

두 기업은 다시 혼맥으로 연결된다. 정 창업주의 4남 몽우(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씨의 장남 일선(BNG스틸 사장) 씨와 구자엽 LS산전 부회장의 장녀 은희 씨가 결혼한 것. 결국 현대그룹 일가와 LG-GS그룹 일가는 한 다리 건너 겹사돈인 셈이다.

삼양그룹 일가와 경방그룹 일가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겹사돈이다. 1999∼2003년 전경련 회장을 지냈던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은 ‘수원 갑부’로 알려진 차준담씨의 막내딸 현영 씨다.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은 현영 씨의 언니 부영 씨다. 김각중, 김상홍 명예회장이 동서지간인 꼴이다.

공교롭게도 두 명예회장은 이미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김각중 명예회장의 부친 고 김용완 경방그룹 창업주는 고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여동생 점효 씨의 남편이다. 김용완 창업주가 김연수 창업주의 3남 김상홍 명예회장 고모부가 되는 것이다.

김용완 창업주는 이런 인연으로 한때 삼수사(현 삼양그룹)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이 1919년 창업한 경방그룹(옛 경성방직)은 동생 김연수 창업주가 경영하다가 1945년 광복 후 매제인 김용완 창업주가 맡았다.

효성가과 신동방가의 사정도 같다. 효성그룹 일가와 신동방그룹 일가는 전직 거물들을 끼고 순환 고리를 이루는 겹사돈이다.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송인상 한국능률협회 명예회장의 3녀 광자 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조 회장은 처가를 통해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동서지간이 된다. 신 전 회장은 송 명예회장의 차녀 길자 씨의 남편이다.

조 회장의 동생 욱래(동성개발 회장) 씨의 처가는 다름 아닌 신동방그룹 가문이다. 욱래 씨는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의 딸 은주 씨와 결혼했는데 김 전 장관은 신 전 회장의 부친인 고 신덕균 전 신동방그룹 명예회장의 처남이다.

CJ그룹과 겹사돈인 기업도 있다. 노스페이스, 나이키, 팀버랜드 등 아웃도어 의류 수출업체로 유명한 영원무역이다. 손경식(대한상공회의소 회장) CJ그룹 회장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사돈지간이다.

손 회장의 장남 주홍 씨와 성 회장의 3녀 가은 씨는 2006년 1월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은 중매로 만나 수개월의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두 집안은 주홍-가은 씨의 조부모 세대에서도 사돈 관계로 ‘대를 잇는 사돈’으로 연을 맺고 있다.

언론사와 겹사돈 재벌은?‘한 번으론 모자라?’
삼성, 중앙-동아GS, 중앙-조선

재벌가 혼맥의 또 다른 허브인 언론사와 두 번씩이나 인연을 맺은 재벌 일가는 어디일까. 바로 삼성가와 GS가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누나다. 이어 삼성그룹 일가는 사돈기업인 중앙일보의 강력한 라이벌 관계였던 동아일보 사주 가문과 사돈을 맺었다. 이 전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2000년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이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동생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와 결혼했다. 

GS그룹 일가도 삼성그룹 일가와 비슷한 혼맥을 갖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 씨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장녀 정현 씨는 2007년 5월 결혼했다. 허 회장은 앞서 2000년 5월 장녀 유정 씨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장남 준오 씨와 결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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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내란 특검의 조사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 집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과 ‘어차피 실익이 없으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드러누운 법꾸라지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판 청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 ▲양평고속도로·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들 의혹의 직접적인 연관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키맨’이라 불리는 여러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당초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거론하며 지난달 재구속된 이후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도 줄곧 불응해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같은 이유로 3주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예상대로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소환 요구 시한인 오전 10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지병인 당뇨가 악화하고 간 수치가 상승하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실명 위험 소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상관없이 김건희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모두 불응 속옷 차림에 부상 주장까지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아직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들은 바 없다”며 “내란 특검에서 소환했을 때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의 엄포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향후 조치에 관하여는 오후 브리핑 때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12분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반드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게 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영장 집행을 위해 구치소로 오면 구치소 직원들을 지휘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면 따라야 한다. 이는 강제조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이 집행을 거부할 우려도 있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세 차례 구치소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구치소 측이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돼 있어 내란 특검은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강제구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저항 때문에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와 수사관과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았을 당시 그는 팬티와 메리야스(민소매 속옷 상의)만 입고 수용소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체포 집행 점입가경 특검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말을 끊으면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의 대치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문 특검보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건 교도관을 지휘해 어떻게든 조사실로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속옷 차림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에 대해 “옷을 다 갖춰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인을 위해선 옷을 입도록 해야 하는데 강제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오 특검보는 “피의자(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를 집행할 것임을 고지했다”며 “피의자는 평소 법과 원칙 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다. 전직 검사·검찰총장·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 1시간 만에 변호인단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변호인단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 복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논평하는 건 인신 모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장혈관 및 경동맥 협착의 문제,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까지 우려돼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 시일인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서울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요원을 포함한 교도관 10여 명이 윤 전 대통령을 붙잡고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2차 체포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은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에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이른 오전 7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했고,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도 오전 8시를 약간 넘은 시각 구치소에 도착했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오전 8시쯤 사랑방(휴게공간)에서 마주쳤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 동행을 요구했으나 특검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버티는 이유가⋯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오전 8시20분쯤 특검 측과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불러준다면 가겠다’며 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의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위해 별도 건물에 있는 출정과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검 측이 주차돼 있던 차에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발로 양측은 출정과장실에서 마주앉았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윤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데려가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의 팔과 다리를 잡은 채 의자를 밀어서 데리고 가려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문홍주 특검보 사이 통화가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문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오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불법에는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자가 확 빠지며 윤 전 대통령이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강제 집행 이후에도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관계자 고발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적으로 강요죄이며 그 자체로 가혹행위”라며 “변호인들은 수차례 걸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해서 인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수감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행한 상황”이라며 “적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늘 변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변호인 들어와 있어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7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바밨고, 법조계에서는 조사가 성립되더라도 혐의를 부인할테니 다른 키맨 수사에 몰두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한 만료까지 강제 구인 못해 “어차피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검은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속옷 저항으로 버티던 윤석열의 완강한 거부에 이어 부상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에 총칼을 겨눴던 자에게 부상 우려가 웬 말인가”라며 “윤석열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그리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당장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고 특검에 출두하라”며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자에게 한 치의 관용도 베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워서 버티고, 특검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격 수준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7일까지지만, 이미 집행에는 착수한 것이고 그 이후 중지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또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도 쉽지 않았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받아서 결국에 강제 구인에 성공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강제구인에 성공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사무실까지 끌고 올 수 있어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와 같이 조서에 날인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거라 꼭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변인 조사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형사전문 변호사도 “재판도 안 나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간다고 입을 열진 않을 것”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사받기 싫다는 사람을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이 진행되는 날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