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 펄펄 끓는 전기요금 딜레마

이래서 올릴 수도…
저래서 내릴 수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여름이 성큼 다가오면서 전력 사용량도 점차 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력 사용량과 연료비가 동시에 정점을 찍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한국전력공사를 살리려면 요금을 올려야 하고, 서민을 생각한다면 내려야 한다. 둘 중 하나가 무조건 죽는 잔혹한 치킨게임 속, 둘 다 살릴 묘책은 정녕 없는 걸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최근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은 연료비 탓이다. 국제적인 고유가 현상으로 전력 생산원가가 급등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는 지난해 4월 ㎾h당 76.35원에서 지난 1분기 200원 내외로 급등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생산원가가 약 150% 이상 올라간 셈이다.

반값 판매
역대급 적자

반면 ‘정가’인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고물가 때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정부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정부의 결정 앞에서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무색해졌다.

그 결과 한전은 1분기 내내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 기간 동안 ㎾h당 110.4원 남짓으로 전력을 판매했다. 사실상 제값에 들여와서 반값에 파는 모양새다.

‘반값 판매’의 여파는 고스란히 역대급 적자로 이어졌다.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78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전력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액이 1조3729억원 늘었지만,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 등으로 영업비용이 9조7254억원 증가한 결과다.


불과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적자 총액(5조8601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한전의 적자 총액이 20조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30조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여차하면 자본잠식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한전은 비상경영 체제를 확대하면서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전은 결국 정부에 구조요청을 보냈다. 지난 18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전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전기요금 결정 방식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판매 가격 조정에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잘 반영할 수 있게 할 목적이다.

구체적인 요구 조건으로는 연료비 연동제 조정폭 확대·전기요금 약관 일부 개정 및 삭제 등이 포함됐다. 연료비 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도 한전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합리적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동결했다 역대급 ‘빚잔치’
올리자니 서민·중소기업 직격탄

업계에서는 한전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h당 최소 33원 이상의 연료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에는 정부가 요금 인상을 결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보조 대책을 내놔도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요금 인상’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고 짚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요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요금까지 올리면 중소기업과 서민 고통이 더욱 심화된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했던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전기요금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큰 부담”이라며 “코로나(유행) 기간에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경제·산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앞선 발언이 요금 인상을 막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유행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려운 지금, 요금을 올리면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정치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활동 당시 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원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서민 이중고
정치적 부담

원활한 제도 정착을 위한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도 약속했다. 전기위윈회는 전기요금 조정 및 체제 개편 업무를 전담한다. 정부로서도 곤혹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국제적 추세에 따라 불어난 부담을 지울 이를 찾아야 하는데, 양쪽 모두 여건이 여의치 않다.

남은 시간이 많진 않지만, 일단 당장은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을 눈치다. 현재 정부는 한전에 전기를 공급하는 민간 발전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전력시장에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전력 도매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등하면 시장에 임시적인 상한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한전은 민간 발전사에 지금보다 20~30% 싼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길이 열린다. 이를 통해 적자 폭을 일시적으로나마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전의 손실이 줄어드는 만큼, 민간 발전사는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민간 발전사는 “반(反)시장적 ‘날벼락’”이라며 산업부 발표 이후 줄곧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이미 정부가 본 조치 나흘 전, 한 차례 시장에 개입했던 것도 반발을 키웠다.


정부는 지난 20일 전력거래소 규칙을 개정해 용량요금을 줄였다. 용량요금은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올 때 내는 일종의 고정비다. 물론 민간 발전사가 한전처럼 손실을 보는 일은 없다. 산업부는 발전사들의 원가가 상한가보다 높으면 차액을 전액 보상한다. 하지만 줄어든 이익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없다.

장기 대책
원전 확대

민간 발전사들은 “상한제는 한전 손실을 민간기업에 떠넘기는 편법”이라며 “유명무실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부활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시계는 이 사태와 맞물려 점차 빨리 돌아가고 있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지난 1분기 원전 가동률이 다시 80%대에 들어섰다.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60~70% 수준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이 임기 말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팔부능선에 오른 것.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자 비용이 저렴한 원전 발전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 발전 비용은 LNG 복합 발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가동률은 앞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한전이 원가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다,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원전을 전력 해결을 위한 장기 대책으로 낙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원전 비중 상향을 주장해왔다.


그는 2050년 원전 발전 비중 35%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제적인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더 나아가 새 정부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해당 정책에는 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수출 등의 세부 과제가 포함됐다. 

단기 대책 부재…인상 불가피
취약층 어쩌나…열사병 우려 

국제적 협력도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21일 공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원전 수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보스포럼에 대통령 특사로 참가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알 하마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공사를 만나 양국의 원자력 발전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면담에서는 한국형 원전 4기를 UAE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바라카 원전’ 사업을 포함해 원전 시장 공동진출과 연구·개발 등 양국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제행사로 대구 세계 가스 총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우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가 에너지 정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를 합리적으로 ‘믹스’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저렴한 원전 비중을 계속 늘려나간다면, 한전의 체질 개선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큰 버팀목이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원전은 장기 대책으로는 제격이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시설 확충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한 탓이다.

이 가운데 다음 달 20일, 오는 3분기 전기요금이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정부가 요금 인상을 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묘수 없나?
대응 안간힘

저소득 독거노인 등의 사회취약계층에게는 유독 무더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냉방비를 부담할 능력도, 무더위를 견뎌낼 여력도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해 여름철 온열질환을 앓은 환자는 총 1376명. 그중 20명이 목숨을 잃으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모두 열사병이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기·수도 민영화 진실은? 

느닷없이 선거판에 들이닥친 민영화 논란. 정부와 민주당이 공공서비스 민영화 추진을 두고 연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진원지는 지난 17일 국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0%를 민간에 팔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민주당은 이 발언을 기점으로 민영화 논란 대공세를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기·수도·공항·철도 등 민영화 반대’라는 글을 게시했다. 같은 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민영화 반대 국민 저항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유가와 석탄 가격 인상 탓에 한국전력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들어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놨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자산 매각을 통해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다. 자산 매각이 결국 민영화를 뜻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에 밀접한 시설에 대한 민영화를 방지하는 ‘민영화 방지법’을 만들어서 권력 사유화나 MB정부 실패를 거울삼아 윤석열정부가 민영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 같은 지적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영화를 새 정부 들어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 지시를 내린 적도 없으며, 앞으로 당분간 검토할 생각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법적 대응을 통해 엄호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원회 공명선거본부는 지난 22일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후보를 비롯해 비슷한 주장을 펼친 네티즌 3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낙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선대위 소속 신인규 변호사는 지난 24일 “추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장을 밝히라는 것은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민주당의 지적은)의심을 넘어서 지금은 소설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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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