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포스트 박정원' 미리 보기

사촌이냐 다시 형제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두산그룹의 승계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형제경영’에 이어 ‘사촌경영’이 뿌리내릴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된 상태. 최악의 경우 불협화음이 표출될지 모를 일이다.

두산그룹은 얼마 전까지 오너 3세 형제들이 번갈아 그룹 총수를 맡는 ‘형제경영’ 체제를 고수해왔다. 실제로 박용곤 회장에 이어 그룹 총수 자리는 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 등 형제 사이에서 주고받았다. 

다음은?

전임 세대의 형제경영 체제는 후대에 이르러 ‘사촌경영’으로 탈바꿈하는 듯 보였다. 현재 두산그룹은 오너 4세들의 자식들이 계열회사를 관장하고 있다. 총수 자리는 마지막 3세 경영이었던 박용만 전 회장으로부터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현 회장이 넘겨받았다.

지금껏 이어진 구도를 보면 박정원 회장에 이은 차기 총수는 박용성 중앙대학교 이사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이 넘겨받는 수순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가풍이 종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용곤 전 회장 일가에서 총수직을 이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시각은 박용곤 전 회장의 자식들이 지주사 지분을 확대한 이후 조금씩 부각됐다. 2019년 박정원 회장과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은 박용곤 전 회장의 ㈜두산 지분을 상속받았다.


2018년 말 박정원 회장의 두산 지분은 7.33%, 박지원 회장은 4.89%였지만, 해당 과정을 거치며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7.41, 4.94%로 소폭 올랐다.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박지원 회장이 박진원 부회장보다 비중이 큰 계열사를 맡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박지원 부회장은 두산중공업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07년 사장 타이틀을 다는 등 20년 넘게 두산중공업에 몸담았다. 박지원 회장은 형인 박정원 회장이 그룹 총수로 추대된 2016년 두산중공업 회장으로 부임했다.

가풍 그대로? vs 변화 시작?
예측불가 깜짝 경우의 수

최근 두산중공업이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낸다는 점은 박지원 부회장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부터 7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지속되면서 순손실 금액만 3조5000억원이 넘었다.

이후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혹독한 체질 개선에 돌입했고, 그 결과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23개월 만에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했다. 

반면 박진원 부회장이 맡고 있는 두산메카텍은 두산중공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진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부회장은 연세대와 뉴욕대 MBA를 마쳤고, 1994년 두산음료에 입사했다. 이후 두산 전략기획본부, 두산인프라코어 기획조정실 등을 거쳤고, 그룹의 벤처 투자계열사 네오플럭스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두산메카텍 부회장으로써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 박용만 전 회장 일가가 특수관계인 관계를 정리한 것도 박지원 회장의 차기 총수 추대 가능성을 주목하게 만든다. 지난달 24일 박용만 전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는 경영권이 있는 지분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이로써 박정원 회장과의 특별관계가 해소됐고, 오너 일가가 보유한 ㈜두산 지분은 7.84% 감소했다.

누구?

만약 경영권 다툼이 발발하면 섣부른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회장의 ㈜두산 지분율은 12.35%이고, 박용성 전 회장 일가의 ㈜두산 지분율은 10.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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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