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픈 '부동산 집도의'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

메스 들고 대장동부터 도려낼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대선 정국을 기점으로 연일 주가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4위를 기록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고, 이후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을 거쳐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그동안 여권 부동산 정책 비판에 앞장섰던 원 후보자. 그가 부동산 시장에 내릴 ‘약방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1964년 2월 제주도 서귀포시(당시 남제주군)에서 태어났다. 원 후보자 집안은 14대째 제주도에서 살고 있던 ‘토박이’였다. 원 후보자 역시 중문국민학교, 중문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제주 토박이로 자랐다.

운동권 투사
보수 소장파

유년 시절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다. 같은 동네에서만 10번 넘게 이사를 다녔고, 온 가족이 빚쟁이에게 시달리기도 했다. 원 후보자는 가난의 어려움을 몸소 실감하면서 공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그의 학창 시절은 수석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치러진 시험에서도 12번 모두 수석을 차지했다. 원 후보자는 1982년 제1회 대입학력고사에서도 수석을 꿰차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다”고 공부 비결을 밝혔다. 원 후보자의 인터뷰는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수재들의 유행어가 됐다. 원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수석으로 진학했다. 그는 “장차 대한민국을 위해 막스 베버와 같은 법사회학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 생활 초반에는 학업에 충실했던 일명 ‘도서관파’였다. 하지만 이후 신군부의 폭압적 정치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이내 운동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원 후보자는 서울대 교정 안에서 발생한 ‘전경 여학생 추행 사건’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이때 소지품 중 시위 관련 유인물이 발견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며칠 구금된 뒤 훈방 조치됐지만 학교에서는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운동권 활동에 오히려 더 몰입하게 됐다.

1984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오거리에서 데모 유인물을 배포하다가 구속 위기를 맞고, 당국에게 ‘요주의 인물’로 찍혀 수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야학과 노동운동에도 열심이었다. 원 후보자는 구로공단의 교회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열고 인천 금속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현장을 몸소 느꼈다.

생활비는 과외와 번역으로 근근이 벌었다.

20대의 대부분을 사회운동에 바친 그였지만, 결국 전향하며 운동권에 작별을 고한다.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을 목격한 것이 사상 전환의 주된 계기가 됐다.

제적과 휴학을 반복했던 원 후보자는 입학한 지 8년 만인 1989년 2월이 돼서야 가까스로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군 복무 면제로 ‘군백기’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 셈이다.

군 면제 사유는 후천적 발가락 기형이다. 원 후보자 설명에 따르면 그는 5살 무렵 리어카에 올라 타다가 리어카 바퀴에 발가락이 끼어 들어가면서 오른발 2번째 발가락이 골절·일부 절단됐다. 사고 직후 봉합 치료를 받았지만, 발가락을 수직으로 붙인 탓에 끝내 환부가 후천적 기형으로 남고 말았다.


훗날 정치에 입문한 후, 군 면제 이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때 원 후보자는 자신의 발가락을 직접 공개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 전국 수석
운동권서 개혁보수 정치인으로

1990년 말부터는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2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제34회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사법연수원(24기)은 5등으로 수료했다.

학생운동,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었음에도 1995년 검사 임관에 성공했다. 초임지는 서울지방검찰청이었다. 그는 검사 재직 시절 재개발조합 사기사건, 딱지어음사건, 다단계 피라미드 범죄 등 주로 경제사범 소탕에 열중했다. 부산지방검찰청 강력부에 있을 때는 지역 내 조직폭력 및 마약사범과 사투를 벌였다.

1998년 8월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 고문변호사, 전국 PC방 연합회 고문변호사, KBS 방송자문 변호사 등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지식재산권·IT 분야 전문 변호사로 족적을 남겼다.

이듬해인 1999년에는 정치에 입문한다. 당시 ‘젊은 피’ 수혈 경쟁을 벌이던 한나라당과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 양쪽에서 모두 영입 제의를 받았다.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 측은 원 후보자에게 고향인 제주도 지역구 공천을 약속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 지역구 공천을 약속했다.

이때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김부겸 총리가 원 후보자를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힘들겠지만 맡아서 5년 내지 10년을 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원 후보자에게 한나라당 입장을 적극 권유했다.

결국 원 후보자는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그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이루겠다”고 입당 소감을 밝혔다. 운동권 출신이 개혁 보수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2000년 4월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 지역구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입당을 권유했던 김 총리와 함께 국회에 입성했다. 다만 김 총리가 임기 중 열린우리당으로 이적한 이후로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논란 일면
정면돌파

당선 이후로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일명 ‘남원정’으로 불리며 당내 개혁을 주도하는 소장파로 자리매김했다. 때로는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개혁 의견을 내비쳤다.


이러한 행보 덕택인지, 탄핵 역풍에 휩쓸렸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생존했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 속에서도 소신을 지키고, 지역구인 양천구 목동 곳곳을 돌며 민심을 살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총선 직후 치러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때 당 최연소 최고위원 기록을 새로 썼다. 

원 후보자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경선에 나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록 대통령 경선에서는 탈락했지만 40대 대권주자로 나서 완주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는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과반 득표로 여유롭게 3선 고지에 올랐다. 2009년에는 당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돼 당내 쇄신을 주도했다.

2010년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오세훈 후보(현 서울시장)의 대항마를 정하기 위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석패했다.

이후 2010년 7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한나라당 사무총장, 공천심사위원장, 최고위원 등을 두루 역임해 당내 입지를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당권에 도전했다. 당시 원 후보자는 ‘한국 정당정치의 비정상적 공천시스템 개혁’과 ‘선진 정치를 위한 선거구 개편’을 핵심 의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차기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쳤음에도 최종 4위로 낙선하고 말았다.

이 여파로 2012년부터 1년여간 잠시 정치권을 떠나기도 했다.

당초 행안부·법무부 장관 하마평
대장동 1타·주택찬스 공약 영향?

원 후보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독일 아데나워 재단‧중국 베이징대 등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수학하고 2013년 말 귀국했다.

2014년 2월, 금융 3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자 ‘개인정보유출 국민변호인단’을 꾸리며 이목을 끌었다. 당시 원 후보자는 국내 피해자 5만여명을 대리해 무료 공익소송을 주도했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로 복귀전을 치를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원 후보자가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당내 중진 차출론’이라는 명목으로 제주지사 출마를 압박받으며 무산됐다.

결국 제6회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출마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60%의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됐다. 취임 이후에는 제주도 내 부동산 투기 규제 강화 정책과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 투자 유치 견제에 집중했다.

이외에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위로 최하위권이던 제주 지역 청렴도를 임기 중 4위까지 끌어올리고, 4000억원가량의 지방부채를 모두 상환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썼다.

임기 중 두 차례나 탈당을 감행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2017년 1월 초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 일원으로 합류했다. 이어 같은 달 말에는 “지역사회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아 도정에 전념하겠다”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8년 4월에는 바른미래당 합당에 반발해 탈당했다. 이후 2년여간 무소속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정치적 공감대를 구축해왔던 남 전 지사(자유한국당 복당)나 정 전 의원(바른미래당 합류)과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였다.

원 후보자는 무소속으로 제주도지사 재선에 도전했다. 정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현직 지사라는 프리미엄을 살린 ‘인물론’ 전략으로 낙승을 거뒀다. 

재선 후 임기 초반 협치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 제주도의회 의석을 ‘싹쓸이’한 민주당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 후보자는 지사가 추천하는 제주·서귀포시 행정시장 내정자로 각각 고희범 전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과 양윤경 제주 4·3희생자유족회장을 선택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내정자들은 청문회에서 무난하게 ‘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선 3달 뒤인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원 후보자는 사전선거운동 위반·허위사실공표 등 총 5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 검찰에 기소됐고, 2019년 2월 1심에서 벌금형 80만원을 선고받아 지사직은 지켜냈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되지만, 기존에 발표된 공약을 발표하거나 다른 후보자를 비방한 게 아니고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원 후보자 양측 모두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2020년 2월,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미래통합당 창당에 합류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대권 도전을 시사했고, 지난해 8월 들어 제주도지사를 퇴임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똑바로
똑똑하게

경선 초반에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2차 컷오프 직전 ‘대장동 1타 강사’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덕에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었다.

유튜브의 한 채널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을 요약·설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자타공인 ‘이재명 저격수’가 된 셈이다. 원 후보자는 최종 경선에서도 이러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며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를 상대할 적임자라고 자부했다. 

경선에서는 최종 4위에 그쳤지만, ‘대장동 1타 강사’ 직함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이 기회로 작용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에 임명됐다. 차기 정권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은 만큼, 윤석열정부가 탄생하면 중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1월 초 선대위가 해체되면서 잠시 거취가 불투명해지기도 했지만, 선거대책본부의 정책본부장으로 재신임받으며 가능성을 이어나갔다. 

이후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하마평에 오르는 등 향후 행보에 대한 예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원 후보자의 행선지는 대선 승리 이후에나 결정됐다. 윤 당선인이 그에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됐다. 

“의외의 인선”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인수위 합류 이후 원 후보자의 입각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지만 직함이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원 후보자는 당초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해당 장관직에 정치인 기용을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원 후보자가 경선 중 ‘대장동 1타 강사’ ‘주택 찬스 공약’ 등으로 이목을 끈 점이 이 같은 인선으로 이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원 후보자는)3선 국회의원, 제주지사 재선을 지내며 혁신적 도시 행정을 펼친 분”이라며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어야 할 민생 핵심 분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고 발탁 배경을 전했다. 이어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 발전 핵심 지역인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체계를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자는 발탁 직후 “정부 역량을 집중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 세대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전문 경력이 없다’는 지적에는 “국민들의 눈높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접목시켜 정무적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제 관건은 여소야대 청문회 문턱을 넘는 일이다. 민주당은 발표 직후부터 강력하게 반발하며 험난한 청문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공개 저격했다.

이재명 저격
청문회 어쩌나

그는 “원 후보자의 제주도지사 시절 제주 신공항 등 제주 도정에 대한 성과를 보면 전문성, 추진력, 협상력 등을 겸비해야 할 국토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후보자의 발탁 배경을 두고선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와 과장된 정치공세에 앞장섰던 것에 대한 논공행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일방적인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5전 5승’ 민주당 숙적 원희룡, 왜?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적어도 선거에서만큼은 더불어민주당의 ‘숙적’으로 불릴만하다. 1999년 정치에 입문한 뒤 민주당을 상대로 무패행진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를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 지방선거에서 2번 만나 모두 과반의 득표로 승리했다.

2004년 탄핵 역풍이 거셀 때도, 2018년 보수 궤멸 선거 때도 ‘개인기’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두며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2018년 7회 지방선거 당시, 원 후보자는 대구‧경북 외의 지역에서 당선된 유일한 보수 진영 광역단체장이었다.

원 후보자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 나섰을 때 이 같은 이력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 1차 TV토론회에서 ‘나는 귤재앙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민주당과 선거에서 다섯 번 싸워 다섯 번 이겼다. 민주당이 볼 때는 내가 재앙”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민주당 후보로 예상되는 (민주당)이재명 후보에게 귤재앙의 신맛을 실컷 맛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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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