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강만수 강판론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1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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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샌 메가뱅크…날 샌 킹만수호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MB노믹스'의 대표 아이콘이란 이유로 '킹만수'라 불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잇따른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IPO는 불발 위기에 처했고 HSBC은행 인수도 무산됐다. 최근에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불거졌다. 강 회장의 오랜 숙원이던 산업은행 민영화는 제자리걸음이다. 현 정부 임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MB노믹스' 입안자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하고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지주에 입성한지 1년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파이오니어적 성장을 위해 민영화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밝히며 임기 내 산은 민영화를 목표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강 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날아가버린
메가뱅크 꿈

기업공개(IPO)는 국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고 HSBC(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인수작업도 돌연 중단됐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강 회장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급부상한 것은 '메가뱅크론'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주창했던 메가뱅크의 꿈을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해 이루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산은금융지주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의 꿈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산은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야당과 금융노조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우리금융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금융지주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의 95% 이상 인수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쳐 50%만 확보해도 인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산은금융에 우리금융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반발이 제기돼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해제와 연내 IPO 상장으로 민영화 문제를 해결하려했다.

"민영화 반대, IPO 계속 추진" 말바꾼 산은 수장
MB임기 종료 앞두고 추진 프로젝트 차질 불가피

또한 부족한 수신기반 확보 및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HSBC 서울지점 11개 인수 추진과 다이렉트뱅킹 시스템 도입을 통한 공격경영을 벌여왔다.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순조로웠다. 지난 1월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처럼 지분은 정부가 보유하지만 인사권, 예산권 등은 모두 자율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부 지분이 있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감독은 물론, 감사원과 국회의 감사,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 및 시장 감시는 계속 받아야 하지만 산업은행의 민영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산은지주는 민영화 대상기관으로 민간 시중은행과의 경쟁 등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요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인력운용과 예산집행상 제약이 존재, 경쟁력 강화 및 투자매력도 제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은지주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연내 IPO 상장이 국회 반대에 좌절됐다. 사실 산은지주 IPO는 MB정부 초기에는 급물살을 탔다. 2008년 초 민영화 기반이 마련됐고 2009년 4월에는 여야가 2014년 5월까지 산은지주 주식을 시장에 한 주 이상 매각키로 하는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0월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됐다.

2011년 3월 강 회장이 취임하면서 IPO는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곧 대선정국이라는 큰 벽에 가로막혔다. 정권말기와 IPO 시점이 맞물리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렇게 되자 강 회장은 말을 바꿨다. IPO와 산은 민영화는 별개라는 주장을 제기한 것.

사실상 물 건너간
연내 IPO 상장

강 회장은 지난 7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은 민영화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IPO가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IPO와 민영화 사이에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며 "IPO가 곧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은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산은의 경우 IPO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맞지만 궁극적인 민영화는 다음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다만 IPO 추진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강 회장은 "여야가 합의하고 많은 학자들과 노조가 찬성해 법안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IPO가 진행되고 있는데 (IPO가 무산된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떠오르는
리베이트 사건

그러나 강 회장의 의지와는 달리 산은 IPO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제조건인 산업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도 보고서 등을 통해 산은 IPO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지난 7월24일 발간한 정책현안에서 "최근 유로존 위기로 증시가 침체돼 산은의 공모가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시장 여건을 고려해 매각시기와 규모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뿐만 아니라 IPO를 염두에 두고 소매금융 기반 확보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온 다이렉트 뱅킹은 '고금리'를 앞세워 저금리로 마땅히 예금할 곳을 찾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자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마진 우려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31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던 HSBC 서울지점의 개인금융사업부문 인수도 돌연 중단됐다. 직원 고용승계에 대한 이견차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산업은행과 HSBC는 거래의 기본 원칙에 합의,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직원 고용관련 조건 등에 대한 상호간의 입장차이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2년 터진 이른바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 금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은 지난 4일 전화를 걸어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투자 리베이트 사건은 산업은행 투자금융실에 근무하던 강성삼씨가 1999∼2000년 5개 벤처기업에 산은 자금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3억9973만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받고 이를 매각해 총 11억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내용이다. 강씨는 이중 3억1300만원의 주식을 받은 혐의를 제외하고 유죄로 판단돼 2003년 대법원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산은 민영화 난항 연내 IPO 좌절
우리금융·HSBC 인수 작업 중단
목줄 쥔 기업들 '돈 먹는 하마'로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1조409억원)보다 40% 감소한 6196억원에 머물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동안 평가손익에 반영했던 금호석유화학 전환사채 등이 지난해 말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올 상반기부터 파생상품 관련 수익이 줄어 외환 및 파생상품 관련 수익은 1억149억원으로 무려 79.5%나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0.71%)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5.8%)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2%, 8.22% 감소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4.59%로 전년 동기 대비 2.57% 떨어졌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STX그룹과 금호산업, 팬택은 '돈 먹는 하마'다. 최근 우리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이 변경된 쌍용건설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부천시 중동 리첸시아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분양수입금 배분을 놓고 최근까지 우리은행 등 PF대주단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2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팬택의 경우 애플과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단단히 굳히면서 M&A시점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유동성위기로 휘청거리면서 자금수혈을 받은 쌍용건설에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돈이 더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회장이 산은지주회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지난 만큼의 임기가 남았지만 MB정부는 4개월 남짓 남았기에 이마저도 보장할 수 없다. 기재부 장관이었던 강 회장이 산은지주 회장으로 온 애초 목적이 MB정부의 산은지주 민영화란 공약을 해결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이는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임기 내에 산은지주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며 큰 소리 치던 강 회장은 민영화 반대론자가 됐다. 그러다가 민영화도, IPO도, HSBC은행도 잃었다. 강만수호가 동력을 잃은 것으로 비쳐진다.

남은 임기 1년6개월
꽉 채울 수 있을까?

경산남도 합천 출생인 강 회장은 경남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재무부 보험국장·이재국장·국제금융국장을 거쳐 내무부 및 재정경제원 세제실장으로 일했다.

제14대 관세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역임한 강 회장은 2008∼2009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 수장을 맡았다. 2009년 1월 기획재정부 장관을 퇴임한 그는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1년 3월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 행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13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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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