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떠나는 '43년 한은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28 12:08:59
  • 호수 13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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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경제 뒤로한 채 가기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43년 한은맨이 떠난다. 문재인정부 내내 한국은행의 수장 자리를 지켰던 이주열 총재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최장수 근무’ ‘중도 추진맨’ 등의 타이틀을 소유한 이 총재의 경력은 화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8년간 한국은행을 이끌며 산전수전을 겪은 이 총재는 퇴임을 앞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기준금리 결정과 국제협력, 내부경영 등을 두고 이 총재의 여러 선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998년부터
최장 근무자

이 총재는 2014년 4월부터 시작된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1일 한은을 떠난다. 그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 연임한 첫 한은 총재다. 한은 부총재 퇴직 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한 2년을 제외하고 43년을 한은에 몸담아 ‘최장수 한은 근무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송별간담회를 통해 “한국은행에서 43년간 국가경제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건 영광이었다. 떠나는 자리에 덕담을 나누기에는 우리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많다”며 “이를 뒤로한 채 떠나게 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후임 총재와 임직원이 어려운 경제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 그러면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또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정해 나갈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경제상황을 잘 고려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와 세계 중앙은행·국제기구와의 더 많은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보수와 진보정권을 모두 거친 그는 대체로 선제적이고 과감한 기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경제상황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처하고, 적극적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환시장 안정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소 차분하고 말을 아끼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진 이 총재는 청와대 또는 정부의 기준금리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순간 통화정책이 신뢰를 잃고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월호 참사·메르스 사태 등 
주재한 회의 무려 76회 달해

이 총재는 취임 기간 동안 다사다난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이 있었으며 코로나19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졌다. 그 기간 동안 이 총재가 주재한 금통위 회의만 무려 76회에 달했다.


그 동안 이 총재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에 걸쳐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 시기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과소평가하고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던 때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출신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게재한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은이 지난해 8월 이후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말만 할 때 한은은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신중한 의사소통으로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절제된 표현과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정교하게 관리한다는 것이다.

한 전임 금통위원은 “(이 총재는)절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팩트를 말하는 것이 몸에 뱄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기 중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은 물론 중국인민은행과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거나 연장해 우리나라 외환 안전망을 탄탄히 갖춘 점도 성과로 거론된다. 

신속하게
금리 조정

이 총재의 신망은 여야를 막론하고 두터웠다. 과거 한국은행 총재는 4년 임기를 채우면 물러났다. 대통령이 새로 선출돼도 전임 대통령 때 임명된 한국은행 총재는 당연히 임기를 완수하는 것이 임무였다.

이 총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새로운 4년 임기의 재신임을 했다. 한은 총재의 철저한 임기 완수 전통이 자리 잡은 덕택에 이 총재는 48년 만의 연임 총재라는 영광을 누렸다. 

2018년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관한 풍부한 식견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에서 통화신용정책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며 “그의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2018년 3월 한국은행 총재 인사청문회를 마친 직후 이 총재의 인사청문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신뢰를 보여줬다.

이 총재가 2014년 4월1일 취임할 당시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기준금리는 2.5% 수준이었다. 

이 총재는 4개월 만인 2014년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내려 연 2.25%로 조정했다. 일본의 엔화 약세정책에 세월호 참사 등 악재가 겹친 데다 정부에서 시장에 돈을 대거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초이노믹스’(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와 정책공조 필요성이 제기된 점을 감안했다.


금통위는 2014년 10월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내려 연 2.0%로 조정했다. 2015년 3월과 5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리면서 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졌다.

2016년 들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2016년 4월에 새로 추천된 금통위 4명 가운데 상당수가 비둘기파로 분류된 점도 금리인하 전망의 근거가 됐다.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명분으로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라고 한은을 압박했을 때 당시 이 총재는 “(총재)직을 걸고 막겠다”면서 직원들의 동요를 차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재가 끝내 출자를 거부했고 대출 프로그램인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한 뒤 실행요건을 까다롭게 했고, 결국 실적 없이 2017년 말 종료됐다. 

코로나 악재
‘빅컷’ 단행

금통위는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려 기준금리는 연 1.25%가 됐다. 시장의 금리 동결 전망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기가 하강할 위험이 있어 선제적 완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반대로 2017년 들어 국내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올린 뒤 이듬해 11월 1.75%까지 추가 인상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는 같은 해 7월과 10월 인하 결정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3월16일 임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한꺼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고, 5월28일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떨어뜨렸다.

당시 이 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은행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던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경제적 타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이 심해지자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잇단 인상으로 1.25%까지 끌어올렸다.

박이 임명 문이 4년 재신임
절제된 표현·일관적 메시지

지난달 이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이 총재가 이끄는 금통위는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이 총재 임기 중 기준금리는 최고 2.50%, 최저 0.50%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 총재는 내부 경영면에서도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3~10일 직원 7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노조의 65.7%가 이 총재의 내부 경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33.3%가 매우 미흡, 32.4%는 미흡이라고 응답했다. 25.9%는 보통, 7.0%는 우수, 1.5%는 매우 우수라고 답했다.

또 후임 총재에 대해서도 57.9%가 ‘외부 출신을 원한다’고 답했고 26.4%는 ‘한은 출신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은 보수와 복지를 비롯한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해 한은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이 내놓은 한은이 받은 해당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 기준 38점 수준이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 직무 외에도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 이사에 올랐다. 2018년 11월11일 스위스 바젤 국제결제은행 본부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 정례 이사회에서 이사로 선출됐다. 임기는 2019년 1월부터 3년이었다.

BIS는 1930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주요 60개국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국제금융 안정을 위해 협력한다.

BIS 이사회는 국제결제은행의 전략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집행부 업무를 감독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창설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 6명이 당연직 이사인데 미국 뉴욕 연방준비제도 총재가 지명직 이사로 일하며 선출직 이사 11명이 함께 이사회를 구성한다.

한국은행 총재가 BIS 이사에 오른 것은 한국은행이 1997년 국제결제은행에 정식 가입한 뒤 처음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 점과 함께 이 총재가 2014년부터 BIS 주요 현안 논의에 기여한 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재은행
이사직 겸직

한편 이 총재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만 8회 만나는 등 역대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중 가장 가까웠던 관계로 꼽힌다. 특별한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히진 않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김 전 부총리는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을 지냈다. 또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맡으며 업무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김 전 부총리가 이 총재에게 케이크를 선물하며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은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경제금융 전문가”라며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고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선 과정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답하기 곤란하지만, 한국은행 총재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가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료의 길을 걸어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2014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IMF 고위직인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올라 국제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시장에서는 그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통화정책 수장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의 인선이 신구 정권이 교체되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만큼, 정치적 변수에 따라 그가 새 총재 자리에 앉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청와대는 이 후보 인선에 윤 당선인 측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곧바로 “협의한 적이 없다”며 반박해 협치 인사가 아님을 강하게 시사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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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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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