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대기업 주총 대해부

표 대결 시한폭탄 터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눈앞에 다가왔다. 올해 주총 현장에서는 경영 참여를 노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입김이 드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배당금 증액 등 주주친화 정책이 현안으로 부각된 양상이다.

상장사는 상법에 따라 1년에 한 번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안건들을 결정해야 한다. 통상 정기주총은 매년 3월 말 집중적으로 열리는데, 올해는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목격된 상태다.

갈등의 내막
이사 재선임

오는 25일 주주총회를 앞둔 금호석유화학은 박철완 전 상무 측과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공석이 되는 사외이사 2명 자리에 누가 선임되느냐가 이번 주총의 핵심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 박영우 환경재단 기획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박 전 상무 측은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명예교수, 이성용 전 신한금융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그간 박 전 상무는 경영 참여 보장을 주장하며 금호석유화학을 지배하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일단 재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유리한 국면을 점했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 우호세력의 지분은 총 14.91%. 박 회장 6.69%,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부사장 7.17%, 그의 차녀 박주형 전무 0.98% 등이다.


박 전 상무 측 우호지분은 10.22%다. 박 전 상무가 8.53%, 박 전 상무의 누나 3명(박은형·박은경·박은혜)이 0.5%씩 보유 중이고, 박 전 상무의 모친 김형일(0.08%)씨와, 박 전 상무의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5%) 등도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사실상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ISS는 지난해 박 회장이 등기이사직 및 대표이사 사임, ESG위원회 및 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실행해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글라스루이스 역시 현 이사회가 충분한 성과를 냈다는 입장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지난해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조오양은 사모펀드의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24일 열리는 사조오양의 정기주주총회에 현 경영진과 표 대결을 예고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조오양 정기주총을 앞두고 배당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자발적 상장폐지 등을 제시했다.

앞서 사조오양은 보통주 1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8억8000만원 규모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조오양의 배당이 여전히 미미하다며 현금배당 500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은 주총에서 관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사조오양 경영진 우호세력의 지분율이 압도적인 탓이다. 현재 사조대림은 사조오양 지분 60.53%를 소유한 최대주주고, 캐슬렉스서울, 사조산업 등 사조그룹 계열사도 사조오양 지분을 갖고 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사 펀드를 통해 사조오양 지분 1.67%를 보유 중이다.

회사 경영권 둘러싼 갈등 부각
턱밑까지 차오른 사모펀드 위협

한진칼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주주제안을 하면서 주총에서 표 대결이 예고됐다. KCGI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과 전자투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강화 등의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세웠다.

KCGI는 2020년 주총 당시 김신배 전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의 사내이사 선임과 서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제안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KCGI 우호세력의 지분율은 34.44%로,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 32.06%를 다소 앞선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조 회장 측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확보한 10.58%의 지분이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하는 만큼 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계산이다. 

개미들은
누구 편?

한샘은 2대 주주인 사모펀드 테톤캐피탈파트너스가 정기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 전자투표제 도입 등의 주주제안을 내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양상이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는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건 상태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는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이 교수는 13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회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전문위원을 거쳐 2015년부터 경북대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IMM PE로의 매각 결정 이후 열린 임시주총에서도 이 교수를 후보로 올릴 것을 한샘 측에 제안했지만, 해당 안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는 한샘 지분 9.23%를 보유한 2대 주주로, 13년간 장기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조창걸 전 명예회장 등 한샘 창업주 일가가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는 27.7%의 지분을 사모펀드인 IMM 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자, 주주가치가 침해됐다고 반발했다.


현재 테톤캐피탈파트너스 측은 한샘이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4만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지배주주 일가의 주식 매매계약 체결 후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변수는 한샘 소액주주연대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다. 소액주주연대는 IMM 프라이빗에쿼티 측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 비중은 21.22%다.

오는 31일 열리는 헬릭스미스 주총에서는 현 경영진과 소액주주연대 사이에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경영진은 사내이사 자리에 박영주 임상개발부문장·미국법인장을 후보로 추천했고, 소액주주연대는 박재석 HR자산운용 고문을 사내이사로 내세웠다.

또 소액주주연대는 사외이사로 최경준 양헌 변호사와 김호철 현진 대표 변호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심상찮은
갈등 국면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주총을 앞두고 주주이익 제고를 내세우며 주주제안을 예고한 모습이 예년에 비해 빈번한 상황”이라며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주총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면화될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관전 포인트”라고 언급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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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