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이 운영하는 LP숍 가보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14 16:53:44
  • 호수 1366호
  • 댓글 0개

‘지지직∼’ 모든 노래의 시작은 같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음악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가 되기도 한다.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음원 플랫폼이 나오고 있지만 명곡들은 LP를 수집해서 듣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회가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시대다. 이와 역행하는 게 턴테이블과 LP(Long Playing Record)판이다. 음악시장이 큰 미국에서는 LP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 가수도 LP를 내고 있고 한정판은 구하기 힘들 정도다. 

장당 2000원

지난달 22일 서울시 중구 신당동 한 주택가에 위치한 LP숍 ‘모자이크 서울’을 찾았다. LP를 파는 곳이라면 화려한 간판이 있을 법도 한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mosaic(모자이크)’라고 적힌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나서야 매장 위치를 파악했다.

매장 창문에는 집중해서 봐야 볼 수 있는 레코드숍이라는 글씨와 함께 운영 시간, 전화번호, 메일, 인스타그램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매장 문을 열고 입장했지만 점원의 격한 환영이나 인사는 없었다. 점원과 손님은 음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고 매장 안을 가득히 채운 LP가 기자를 반겨줄 뿐이었다. 


흰색과 청록색이 조합된 매장은 갈색 가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대여섯 명만 들어와도 비좁을 것 같은 내부는 LP로 벽면까지 가득 찼다. 과거 비디오 대여점이나 만화책 방에서 느낄만한 아늑한 느낌이 났다. 

이곳은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프랑스 외국인이 운영한다. 사장의 이름은 커티스 캄부. 한국에 온 지 10년된 그는 음악 관련 일을 하다가 지금은 음반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커티스 캄부는 “음악 관련 종사자이며 음반 판매를 한 지는 오래됐다. 나에 대한 얘기보다는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곳은 음반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매장이다. 다른 매장에 비해 수입하는 LP 양이 많은 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캄부의 말대로 매장 안을 둘러보니 1000장은 족히 넘어 보이는 LP판들이 이목을 끌었다. 매장 중앙도 모자라 벽면을 가득 채운 LP는 인테리어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LP를 보유하고 있냐는 물음에 커티스 캄부는 “현재 보이는 것만 3000장이고 따로 보관하고 있는 게 2000장이 있어 총 5000장 정도 갖고 있다. 1만장, 2만장이 넘을 때도 많다. 소장하고 있는 LP 개수는 시시각각 변한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회전율이 좋다. 다음 달이면 또 다른 음반으로 매장을 가득 채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곳은 록, 힙합, 재즈, 하우스,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로 구분해 LP를 비치했다. 고객의 음악 장르를 취향에 맞춰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작은 배려였다. 수많은 LP를 구하기 위해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터.

그에게 슬쩍 물었지만 “영업 기밀”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상태가 좋고 저렴한 LP를 찾는 방법은 인맥이라고 귀띔했다. 


LP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입문곡’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커티스 캄부는 “그런 건 따로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음악으로 단계를 나누거나 레벨을 나누는 건 맞지 않다. 자신이 직접 다 들어보고 취향을 찾는 행위를 해야 한다”며 “LP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음악을 듣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음악에 순위나 랭킹을 매기지 말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길 바란다. 모자이크 서울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다”고 말했다.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 구분
턴테이블 통해 청음할 수 있어

젊은 층이 LP 문화 입문에 꺼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가격 때문이다. 음원 플랫폼을 구독하면 매월 1만5000원정도 결제 후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반면 최근 출시되는 LP 가격은 4~5만원선이다. 재출시되는 앨범 같은 경우에는 15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모자이크에서는 중고 LP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돈 2000원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LP가 많다.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 연령층을 살펴보면 20~30대가 주를 이룬 것을 보면 저렴한 가격대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커티스 캄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매장에는 저렴한 LP는 2000원으로 책정돼있고 보통 7000원에서 1만원 정도 한다. 그 다음 비싼 게 2만원에서 2만5000원정도 수준”이라며 “LP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바뀐다. 비틀스, 마이클 잭슨 등 유명한 아티스트라고 해도 LP를 많이 찍으면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백미는 LP를 직접 청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세트테이프와 CD 세대였던 기자에게 턴테이블을 활용해 LP를 직접 들을 기회는 흔치 않았다.

수많은 LP 중에 1980년대 가요계를 주름 잡았던 민해경의 ‘제1회 미국 국제 가요제 그랑프리 및 최우수가창상 수상곡’이라고 표기된 앨범과 힙합가수 팀독의 앨범 총 2장의 LP를 집었다. 국내 가요 카테고리에는 민해경뿐 아니라 희자매, 방미 등 과거 국내 가요계를 휘어잡은 가수들의 앨범도 있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턴테이블 사용법과 함께 LP 잡는 법 등의 설명을 들었다. 꽤 큼지막한 LP를 잡을 때는 손바닥으로 밑면 중앙 라벨에 대고 엄지로 LP 가장자리를 잡아 내피에서 뺀 다음 양손으로 턴테이블을 걸어야 한다. LP트랙에 손자국이 남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귀에 헤드셋을 낀 뒤 LP를 턴테이블 가장자리 끝 부분에 바늘을 위치시켜야 1번 트랙부터 들을 수 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은 분명 음원 스트리밍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한 과정을 거친 덕분에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도 받았다. 

팀독의 ‘Tim dog i get wrecked’를 들을 때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다 보니 1곡이 끝나버렸다. 턴테이블 옆에 포스트잇으로 ‘구매 목적을 위한 손님을 위한 것’이라는 글귀를 보고 헤드셋을 내려놓고 LP를 정리했다. 

커티스 캄부는 “청음은 5장 정도 들을 수 있다고 적어놨다. LP를 구매할 의향도 없으면서 계속 듣는 무례한 손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옷 가게에서도 구입할 목적이 없지만 여러 벌의 옷을 입는 것과 같다. 턴테이블이 2개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손님을 위해 배려하는 자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LP 판매뿐 아니라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서너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공간이지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공간이다. 다락방 같은 느낌은 이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메뉴는 핸드드립 커피와 민트 티 등 두가지 뿐이지만 3500원의 가격으로 여유를 즐기기엔 충분하다.

5000장 보유

커티스 캄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와 취향을 이야기하는 등 소통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나 모임은 많다. LP는 잠깐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전부터 자리 잡은 문화”라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