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이 운영하는 LP숍 가보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3.14 16:53:44
  • 호수 1366호
  • 댓글 0개

‘지지직∼’ 모든 노래의 시작은 같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음악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가 되기도 한다.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음원 플랫폼이 나오고 있지만 명곡들은 LP를 수집해서 듣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회가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시대다. 이와 역행하는 게 턴테이블과 LP(Long Playing Record)판이다. 음악시장이 큰 미국에서는 LP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 가수도 LP를 내고 있고 한정판은 구하기 힘들 정도다. 

장당 2000원

지난달 22일 서울시 중구 신당동 한 주택가에 위치한 LP숍 ‘모자이크 서울’을 찾았다. LP를 파는 곳이라면 화려한 간판이 있을 법도 한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mosaic(모자이크)’라고 적힌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나서야 매장 위치를 파악했다.

매장 창문에는 집중해서 봐야 볼 수 있는 레코드숍이라는 글씨와 함께 운영 시간, 전화번호, 메일, 인스타그램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매장 문을 열고 입장했지만 점원의 격한 환영이나 인사는 없었다. 점원과 손님은 음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고 매장 안을 가득히 채운 LP가 기자를 반겨줄 뿐이었다. 

흰색과 청록색이 조합된 매장은 갈색 가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대여섯 명만 들어와도 비좁을 것 같은 내부는 LP로 벽면까지 가득 찼다. 과거 비디오 대여점이나 만화책 방에서 느낄만한 아늑한 느낌이 났다. 

이곳은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프랑스 외국인이 운영한다. 사장의 이름은 커티스 캄부. 한국에 온 지 10년된 그는 음악 관련 일을 하다가 지금은 음반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커티스 캄부는 “음악 관련 종사자이며 음반 판매를 한 지는 오래됐다. 나에 대한 얘기보다는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곳은 음반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매장이다. 다른 매장에 비해 수입하는 LP 양이 많은 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캄부의 말대로 매장 안을 둘러보니 1000장은 족히 넘어 보이는 LP판들이 이목을 끌었다. 매장 중앙도 모자라 벽면을 가득 채운 LP는 인테리어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LP를 보유하고 있냐는 물음에 커티스 캄부는 “현재 보이는 것만 3000장이고 따로 보관하고 있는 게 2000장이 있어 총 5000장 정도 갖고 있다. 1만장, 2만장이 넘을 때도 많다. 소장하고 있는 LP 개수는 시시각각 변한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회전율이 좋다. 다음 달이면 또 다른 음반으로 매장을 가득 채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곳은 록, 힙합, 재즈, 하우스,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로 구분해 LP를 비치했다. 고객의 음악 장르를 취향에 맞춰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작은 배려였다. 수많은 LP를 구하기 위해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터.

그에게 슬쩍 물었지만 “영업 기밀”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상태가 좋고 저렴한 LP를 찾는 방법은 인맥이라고 귀띔했다. 

LP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입문곡’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커티스 캄부는 “그런 건 따로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음악으로 단계를 나누거나 레벨을 나누는 건 맞지 않다. 자신이 직접 다 들어보고 취향을 찾는 행위를 해야 한다”며 “LP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음악을 듣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음악에 순위나 랭킹을 매기지 말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길 바란다. 모자이크 서울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다”고 말했다.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 구분
턴테이블 통해 청음할 수 있어

젊은 층이 LP 문화 입문에 꺼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가격 때문이다. 음원 플랫폼을 구독하면 매월 1만5000원정도 결제 후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반면 최근 출시되는 LP 가격은 4~5만원선이다. 재출시되는 앨범 같은 경우에는 15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모자이크에서는 중고 LP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돈 2000원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LP가 많다.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 연령층을 살펴보면 20~30대가 주를 이룬 것을 보면 저렴한 가격대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커티스 캄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매장에는 저렴한 LP는 2000원으로 책정돼있고 보통 7000원에서 1만원 정도 한다. 그 다음 비싼 게 2만원에서 2만5000원정도 수준”이라며 “LP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바뀐다. 비틀스, 마이클 잭슨 등 유명한 아티스트라고 해도 LP를 많이 찍으면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백미는 LP를 직접 청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세트테이프와 CD 세대였던 기자에게 턴테이블을 활용해 LP를 직접 들을 기회는 흔치 않았다.

수많은 LP 중에 1980년대 가요계를 주름 잡았던 민해경의 ‘제1회 미국 국제 가요제 그랑프리 및 최우수가창상 수상곡’이라고 표기된 앨범과 힙합가수 팀독의 앨범 총 2장의 LP를 집었다. 국내 가요 카테고리에는 민해경뿐 아니라 희자매, 방미 등 과거 국내 가요계를 휘어잡은 가수들의 앨범도 있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턴테이블 사용법과 함께 LP 잡는 법 등의 설명을 들었다. 꽤 큼지막한 LP를 잡을 때는 손바닥으로 밑면 중앙 라벨에 대고 엄지로 LP 가장자리를 잡아 내피에서 뺀 다음 양손으로 턴테이블을 걸어야 한다. LP트랙에 손자국이 남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귀에 헤드셋을 낀 뒤 LP를 턴테이블 가장자리 끝 부분에 바늘을 위치시켜야 1번 트랙부터 들을 수 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은 분명 음원 스트리밍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한 과정을 거친 덕분에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도 받았다. 

팀독의 ‘Tim dog i get wrecked’를 들을 때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다 보니 1곡이 끝나버렸다. 턴테이블 옆에 포스트잇으로 ‘구매 목적을 위한 손님을 위한 것’이라는 글귀를 보고 헤드셋을 내려놓고 LP를 정리했다. 

커티스 캄부는 “청음은 5장 정도 들을 수 있다고 적어놨다. LP를 구매할 의향도 없으면서 계속 듣는 무례한 손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옷 가게에서도 구입할 목적이 없지만 여러 벌의 옷을 입는 것과 같다. 턴테이블이 2개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손님을 위해 배려하는 자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LP 판매뿐 아니라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서너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공간이지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공간이다. 다락방 같은 느낌은 이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준다. 메뉴는 핸드드립 커피와 민트 티 등 두가지 뿐이지만 3500원의 가격으로 여유를 즐기기엔 충분하다.

5000장 보유

커티스 캄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와 취향을 이야기하는 등 소통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나 모임은 많다. LP는 잠깐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전부터 자리 잡은 문화”라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