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소상공인 두 번 울리는 ‘해썹’ 불신론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14 16:04:28
  • 호수 1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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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주고 차는 ‘안전 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식품은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공급’ ‘안전성’ ‘기호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특히 식품의 안전성이 무너지면 사람 건강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안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식품 안전성을 위해 정부는 1997년 해썹(HACCP) 근거 규정을 신설했지만 신뢰성·효율성 문제가 계속되고 있어, 소규모 식품업체들은 해썹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한다.  

해썹(HACCP)은 위해 요소 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 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다. 여기서 말하는 ‘위해 요소 분석’이란 원료와 공정에서 발생 가능한 병원성 미생물 등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 요소를 분석하는 것이다.

너무 힘든
인증 과정

‘중요 관리점’은 식품의 위해 요소를 예방·제어 또는 허용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공정이나 단계를 중점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보존·유통·조리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 요소를 규명하는 것이다. 

해썹 의무적용 품목은 ▲어육 가공품(어묵) ▲냉동수산물(어류, 연체류, 조미 가공품) ▲냉동식품(피자류, 만두류, 면류) ▲과자류(빙과류) ▲비가열 음료 ▲레토르트식품 ▲김치류(배추김치)다.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단계에서 ▲해썹 팀 구성 ▲제품설명서 작성 ▲사용 용도 확인 ▲제조공정흐름도 작성 ▲공정흐름도 현장 확인을 거친다.


본 단계에서는 ▲위해 요소 분석 ▲중요 관리점 결정 ▲한계 기준 설정 ▲모니터링 체계 확립 ▲개선 조치 방법 수립 ▲검증 절차 및 방법 수립 ▲문서화 및 기록유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하면 해썹 인증  마크를 받는다. 하지만 사후관리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해썹 인증이 취소된다. 이 같은 전 과정은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관리한다.

현재까지 해썹 인증 마크를 받은 업체는 ▲식품 인증업소 9251곳 ▲축산물 인증업소 1만4887곳 ▲안전관리통합 인증업체 62곳으로 총 2만4200곳이다.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가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로 보면 식품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과정을 다 밟기가 너무 힘들고 시설 투자에도 많은 돈이 들어가며, 시설 유지가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점에 더해 사후관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15년 2월2일에는 떡 전문 판매 기업인 송학식품의 떡볶이용 떡에서 대장균이 발견돼 해썹 인증이 취소됐다.

시험 비용에 수백∼수천만원 필요
“의무 적용 아닌 청결로 판단해야”

2018년 9월5일에는 풀무원푸드머스가 공급하고 더블유원에프엔비가 제조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 제품이 문제가 됐다. 해당 제품을 먹은 학생 2207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는데, 더블유원에프엔비는 해썹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해썹 인증을 받은 던킨도너츠 공장의 위생이 논란이 됐고, 올해에는 해썹 인증을 받은 1호 김치명인의 한성식품도 큰 논란이 됐다. 

한성식품은 곰팡이가 핀 배추로 김치를 만들었고, 공장 내부 곳곳과 설비된 기계에도 곰팡이가 껴 있었다. 천장은 누렇게 변해 있으며 물방울도 맺혀 있었고, 비가 오면 공장 전체에 물이 샜다.

하지만 식약처가 현장점검을 나올 때는 이미 깨끗하게 청소를 했기 때문에, 식약처는 공장 내 용기와 시설에서만 문제점을 발견했다. 

당시 공익신고자가 8개월 동안 모은 내부 영상과 보고서에는 불량한 현장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식약처가 현장 조사를 갔을 때 실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식품위생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하지만, 한성식품은 과태료 50만원을 문 게 전부였다.

한편 한성식품은 2005년에 식약처의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 리스트’에 포함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성식품의 해썹 인증은 취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식약처 관계자는 해썹 부적합으로 나와도 해썹 인증이 아니고, 식품위생법상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안전성 보장?
신뢰도 제로

스스로를 임산부라고 밝힌 소비자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댓글로 “명인김치는 ‘명인’이라고 광고하면서 가격을 더 비싸게 팔았을 텐데,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니 황당하다. 먹는 거로 장난치면 천벌 받는데 이참에 크게 벌받고 사업을 접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번거롭고 힘들어도 김치를 사서 먹는 것보다는 해 먹는 게 안전하겠다”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해썹 인증은 식품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해썹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식약처는 2020년 12월1일부터 연 매출 1억원 미만 또는 종업원 5인 이하 업체도 해썹 적용 대상으로 확대됐는데, 국내 식품업체의 80%가 연 매출 1억원 미만 또는 종업원 5인 이하에 해당한다.


이런 방침으로 소규모 식품업체는 큰 타격을 받았다. 소규모 식품업체가 해썹 인증을 받으려면 너무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먼저 해썹 인증을 위해서는 고가의 금속검출기를 구매해야 한다. 이 제품은 700만원에서 1500만원 이상의 돈이 들고 운영을 위해서 직원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금속검출기 모니터링 일지도 허위로 작성한다는 현장의 의견이 많다. 

울부짖는
소규모 업체

시험 비용에 필요한 돈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이상 소요된다. 이 시험은 원료·작업 과정 중의 위해 파악을 생물학적 위해·화학적 위해 및 위생관리 상태로 나눠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음식 가짓수가 다양한 급식업소는 매년 억대의 시험 비용 등이 들어간다. 모니터링 장비들인 온도계, 저울, 타이머 등 검‧교정 비용도 들고 문서 작성을 위한 별도의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업체들은 공장을 운영하며 해썹 인증을 병행하기 어렵다. 보통은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니 추가 금액이 더 발생한다.

결국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대부분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해썹 인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식품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해썹에 의한 소규모 식품제조업의 목소리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식품 제조가공업을 운영 중이며, 직원은 2명이다. A씨는 10만원에 제품을 납품하면 재룟값, 배달비, 월세, 인건비, 세금 빼면 2만원이 안 남는다고 밝혔다.

또 공장은 방 3칸으로 운영 중인데, 해썹 규칙은 최소한 8개를 만들어야 한다. 사용하지도 않는 방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작은 기업은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한 추가 서류 업무를 잠을 쪼개 처리했다. 

A씨는 “수많은 업체 중 몇 천만원을 들여 쉽게 공사할 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되냐. 이 모든 것을 말해도 공무원들은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 해썹 의무 적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깨끗한 식품 브랜드로 만들어서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전했다.

수원에서 식품제조업을 하는 B씨도 “5인 이하 식품제조업에게 해썹 의무 인증 기간을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B씨의 설명에 따르면 약 10만개의 업체가 해썹으로 불법영업을 하게 됐다.

그는 홀로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며 식품제조업을 꾸려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백화점 즉석식품 판매행사는 모두 공산품 행사로 바뀌었고, B씨의 빵 공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간 확보 어렵다” 시장 상인들 울상
90% 이상 불법시설 전락해 생계 걱정

납품금액은 4분의 1로 줄었다. 새로운 거래처와 계약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고, 덕분에 납품금액은 늘었다. B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해썹이었다. 해썹 시설비를 마련할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B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방앗간이나 떡집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으니, 담당 공무원은 “5인 이하 사업자들에 대한 방침은 내려온 게 없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들은 업종 변경을 하라고 유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B씨는 “수만명의 자영업자가 해썹 때문에 생계를 잃고 불법영업을 하게 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책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축산물 시장도 비상이다. 축산물 시장이 해썹 인증을 받으려면 66㎡ 이상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원재료가 가게로 들어오는 별도의 입구와 보관실, 작업실 등 분리된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00여개의 업소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마장축산물시장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마장축산물시장에는 500여곳이 해썹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중에서 10% 정도만 해썹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시장 상인들은 갑작스레 불법시설로 전락해 생계를 걱정해야 될 상황을 맞았다. 

축산물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해썹 인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썹 인증을 받은 사람은 계속 유지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말 그대로 ‘배 째라’식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썹 인증을 받았어도 이후에 계속 관리하면서 드는 돈이 커 큰 부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식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선 한국은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해 컨설팅을 받고 공장 시설 투자에 초점을 둔다. 결국 해썹 인증을 위해선 해썹을 위한 필수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은 해썹이나 국제식품안전협회(GFSI)인증을 모두 민간인증 기관에서 주도한다. 시설면에서는 한국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기록 관리나 개별검사 등 감시체계가 훨씬 까다롭다. 미국 식품 공장에서는 기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회사 자체적으로 엄한 처벌을 내린다.

발각 시 정부기관으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하거나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는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식품 컨설팅 관계자는 “한국은 법 위반 시 부과되는 형 집행이 너무 가벼워서 해썹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 현실적인 해썹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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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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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