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국가대표 큰 형님 윤홍근 동계올림픽 선수단장

대륙 텃세 뚫고 동분서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지난 20일 폐막했다. 갖은 악재를 뚫고 최선을 다했던 대표 선수들에게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숨은 공신도 재조명됐다. 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았던 윤홍근 제너시스비비큐 회장이 주인공이다. 

윤홍근 제너시스비비큐 회장은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자행된 ‘개최국 텃세 판정’에 대응하는 방침을 밝히는 자리였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전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계속 이어졌다. 

도둑맞은 청춘
되찾으러 앞장

중계 화면상 별 탈 없이 중국 선수들을 추월해낸 것으로 보였던 황대헌‧이준서 선수가 연이어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이들이 실격되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중국 선수 3명이 결승에 진출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결국 결승전에서도 전례 없는 ‘텃세 판정’이 이어지면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중국 런쯔웨이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유승민 선수위원을 통해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 즉석 면담을 요청했다”며 “이런 부당한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후 얀 디크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과 한 화상회의에도 참여해 항의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선수단 철수 의견에 “선수단 철수 요청을 많이 받았지만 남아있는 경기가 더 많다”며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면서 선수들이 남은 경기를 더 열심히 뛸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재로선 최고의 방법”이라고 에둘러 선을 그었다.

윤 회장 판단은 옳았다. 절치부심한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 선전했고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손에 넣으며 쇼트트랙 종목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국내에서는 쇼트트랙 종목 선전 비화가 널리 퍼졌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의 조력 일화도 함께 드러났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된 이야기는 ‘치킨 연금’이었다. 윤 회장은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 선수에게 ‘평생 치킨 지원’을 약속했다.

윤 회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가 평소 BBQ치킨을 워낙 좋아했다”며 “금메달 따기 전에도 어떤 지원을 해주면 사기가 오를 것 같냐고 물었더니 ‘BBQ치킨을 평생 지원해주면 힘이 날 것 같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농담으로 금메달을 따면 평생 지원 약속하겠다고 했더니 정말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발로 뛰는 단장님’ 직접 현안 챙겨
선수·지도자에 ‘통 큰 지원’ 약속 


황대헌 선수에 이어 최민정 선수(쇼트트랙)도 치킨 연금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이어 화제가 됐다. 최민정 선수가 여자 쇼트트랙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윤 회장에게 “나도 (평생)치킨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윤 회장은 “응원하는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갖도록,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고려해보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민정 선수는 여자 3000m 계주 은메달, 여자 1500m 금메달 등 메달 2개를 더 수확하면서 치킨 연금을 받을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이외에도 윤 회장이 대회 도중 ‘1인다(多)역’을 수행하며 동분서주한 사실도 연일 보도됐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회장은 대회 중 선수단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윤 회장은 지난달 31일 출국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동안 훈련해온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그는 대회 내내 선수단 안팎의 여러 현안을 직접 챙겼다.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강행군을 소화해냈다.

윤 회장은 대외적으로 주요 행사 참석, 경기 참관 및 선수 격려, 국내 주요 인사 응대, 판정 논란 대응 등을 도맡았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한식 식사 공급, 설 합동 차례, 선수 생일 선물 전달 등을 직접 챙기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판정 논란 직후에는 선수들의 심리치료 과정에도 참여했다. 세간에 잘 알려진 ‘치킨 연금’ 약속도 여기서 처음 나왔다.

MZ세대가 주축인 선수단 사기 진작·올림픽 열기 고조를 위해 SNS 활동도 이어갔다. 윤 회장은 직접 관리하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고 소통과 대회 홍보에 열을 올렸다. 출국 이후부터 폐막 직전까지 올라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50개에 달한다.

또한 윤 회장은 ‘통 큰 지원’을 공언하며 선수단 사기를 드높였다. 윤 회장이 내건 이번 올림픽 포상금은 금메달 1억원·은메달 5000만원·동메달 3000만원이다. 지난 평창 대회 때 보다 2배가량 늘어난 액수다. 아울러 메달에 따라 지도자에게도 포상금을 지급하고,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격려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치킨 전도사
선수단 맏형

대중에게 윤 회장은 흔히 ‘치킨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그가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의 설립자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1955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조선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원그룹(현 대상그룹)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마니커 영업부장으로 이직한 그는 닭고기 분야를 맡아 10년간 일했다.


윤 회장은 1995년 9월, 자본금 5억원을 가지고 BBQ를 세웠다. 이후 BBQ는 치킨 프랜차이즈 유행을 주도하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매출·가맹점 수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지금은 매출 순위가 3위까지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가맹점 수는 1위다.

2020년 매출 3341억원·영업이익 531억원을 기록하면서 자체 최고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윤 회장이 ‘스포츠광’이라는 사실은 예전부터 유명했다. 장교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부터 각종 스포츠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서울시 스쿼시연맹 회장에 당선된 2005년에는 국내기업 최초로 스쿼시 실업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2년 동안은 e스포츠 산업을 지원했다. 한 LoL(League of Legends,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단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도 체결했다.

윤 회장과 동계 스포츠의 인연은 2020년 11월부터다. 그때 윤 회장은 제33대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임기는 4년으로 2025년 1월까지다.

당선 직후 윤 회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빙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제 경쟁력과 경기력도 회복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시 빙상연맹은 ‘선장’을 구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었다. 1997년부터 줄곧 후원해주던 삼성그룹이 2018 평창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지원을 끊었다. 빙상연맹은 파벌 싸움·폭행 사건 등을 비롯한 여러 추태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문제아’였다. 선뜻 손을 내미는 차기 후원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후 빙상연맹은 대한체육회 관리단체 신분으로 전락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간신히 명맥만 유지했다. 빙상연맹은 여러 곳에 구조신호를 보냈다. 윤 회장도 그중 하나였다.

깜짝 이벤트
대박 터졌다

윤 회장은 처음 1년 동안 회장직을 고사했다. BBQ 해외 확장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던 단체라는 사실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윤 회장은 결국 마음을 돌렸다. 윤 회장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취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빙상이 이렇게 어려워지고 힘들다고 하니까 이 책임을 기업인으로서 너무 벗어던지는 것도, 미루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걸 정상화시키는 데 지원을 해 보겠다’ 해서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연맹 정상화에 힘써왔다. 취임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진천선수촌을 직접 방문해 선수들을 챙겼다. 대회를 앞둔 선수들에게는 보양식을 제공하고, 선수 훈련 여건을 직접 살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윤 회장의 노력으로 빙상연맹 운영은 다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2월 2022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장으로 선임됐다. 빙상연맹 정상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삼성‧SK‧현대 등 굵직한 대기업 경영자들이 맡아오던 선수단장 자리를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가 맡은 것은 윤 회장이 최초다.

단장직 수락 후에는 가장 먼저 전임 올림픽 선수단장들을 만나러 다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2012 런던 하계올림픽)·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2014 소치 동계올림픽) 등에게 조언을 구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은 선수들에게 중국 현지 상황을 직접 설명해줄 정도로 여전한 의욕을 보였다.

대회 도중에는 선수들의 선전에 기뻐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종종 포착됐다. 지금까지 보여준 애착이 진심이었음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표류하는 빙상연맹 ‘선장’ 자처
매주 선수촌 찾아 정상화에 총력

윤 회장의 선수단장 행보가 BBQ에는 반사이익으로 돌아왔다. 윤 회장이 언론 보도 전면에 노출되고, BBQ가 선수 인터뷰에 자주 언급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것. 일각에서는 이로써 윤 회장이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역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대헌 선수는 지난 9일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치킨을 먹고 싶다. BBQ 치킨을 엄청 좋아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야유하자 “진짜 거짓말 아니다”라며 “베이징 오기 전에 BBQ 먹고 왔다. 황금올리브 닭다리를 진짜 좋아한다”고 진심임을 강조했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차준환 선수(피겨스케이팅)가 BBQ를 간접 언급했다. 이날 차준환 선수는 “치킨은 내 소울푸드”라며 “다 알겠지만 ‘그 치킨’이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최민정 선수도 가세했다. 최민정 선수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먹고 싶은 게 많은데 치킨도 좋아한다”며 “BBQ 황금올리브를 좋아한다”고 발언했다.

선수들의 발언이 실제 주문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BBQ 측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자사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 치킨’ 주문량이 평소보다 3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황대헌 선수가 언급한 ‘황금올리브 닭다리’는 가맹점 원료 주문량이 평소 대비 50% 급증해 수급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빚어졌을 정도였다.

윤 회장의 통 큰 이벤트도 주문량 증가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BBQ는 윤 회장 지시를 받아 황금올리브 치킨 1만5000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BBQ는 한국 선수 출전일마다 자사 앱 주문 고객 1000명을 추첨해 쿠폰을 지급했다.

윤 회장은 지난 21일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다. 금의환향했지만 곧바로 또 다른 과제에 직면했다. 바로 심석희(쇼트트랙)의 귀환이다. 심석희의 자격정지 징계가 이날부로 끝났다. 심석희는 동료선수 비하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심석희는 우선 지난 25일부터 열린 동계체전에는 불참했다. 자격정지 징계 기간 동안에는 국내대회 참가 신청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끝나지 않았다
남은 과제는?

하지만 다음 달 18일부터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출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심석희가 출전한다면 과거의 사건들로 다른 선수들과 소원해진 관계를 어떻게 봉합할지, 다시 진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선수들의 ‘맏형’으로 거듭난 윤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의환향 윤홍근, 다음 대회 준비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이 대회를 마치고 지난 21일 오후 귀국했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은메달 5개·동메달 2개로 종합 14위를 기록하는 등 목표를 달성하며 선전했다.

덩달아 다음 대회 선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대회 선수단장을 맡았던 윤홍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하 윤 회장)이 향후 대회 준비 전략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윤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귀국 환영 행사에서 “이번 대회 장점과 보완점을 파악하고 선진 시스템과 과학적인 훈련방식 등을 도입하겠다”며 “세대교체와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규 종목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에는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해 “사실은 빙상 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메달이 나와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했다”며 “설상 종목에서도 메달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우선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빙상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피겨의 제2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충분한 지원으로 차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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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