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②당진 솔뫼성지

마음을 다독이는 새해 산책

2021년 새해 소망을 빌 때만 해도 몰랐다. 2022년에도 “올해는 코로나19가 꼭 종식되길…” 하며 되뇌리라고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또 한 해가 시작되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호젓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열고 싶은 이라면 충남 당진 솔뫼성지로 가자.

솔뫼성지는 충남 당진 우강면 송산리에 자리한다. 솔뫼는 ‘소나무가 우거진 산’을 뜻하며, 한자로 송산(松山)이라 쓴다. 송산리의 자연부락인 솔뫼마을은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김 신부뿐만 아니라 증조할아버지 김진후, 작은할아버지 김종한, 아버지 김제준 등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던 곳이기도 하다.

4대에 걸친 순교자

1900년대 초에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가 고증됐고, 순교 100주년을 맞은 1946  년 순교복자비를 세우며 성지 조성이 시작됐다. 2004년 생가 안채를 복원했고, 2014년에는 생가 일대가 사적(당진 솔뫼마을 김대건 신부 유적)으로 등록됐다.

단아한 생가 한옥 마루에는 26세 꽃다운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 초상이 걸려 있고, 맞은편 마당에 프란치스코 교황 조각상이 있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에서 기도하던 모습을 본뜬 조형물이다. 긴 세월의 간극을 두고 마주한 두 성인의 모습에 경건해진다.

생가 뒤쪽은 노송이 빼곡한 숲이다. 이곳에 1977년 건립한 김대건 신부 동상이 있다.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영대를 두른 김 신부의 모습을 표현했다. 동상 뒤로 성모를 의미하는 흰색 기념탑이 우뚝하다. 소나무와 기념탑, 동상이 신비롭게 어우러진다. 종교를 떠나 잠시 눈 감고 새해 소원을 빌고 싶어진다.

소나무 숲은 솔뫼성지를 평온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심신의 휴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숲을 걷노라면 누구라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소나무 숲을 따라 ‘십자가의 길’이 이어져 순례자가 차분히 기도하기 좋다.

솔뫼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의 활동과 업적을 보여주는 기념관이 있다. 한국 교회사 관련 자료도 전시한다. 솔뫼가 속한 내포 권역의 천주교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넘어, 우리 역사의 한 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기념관 건축 형태도 눈여겨보자. 김대건 신부와 밀사들이 조선에 입국하려고 탄 라파엘호를 재해석했다. 순교의 의미를 담아 붉은빛으로 외관을 꾸미고, 김 신부의 세계를 향한 기개를 표현하기 위해 가운데 넓은 통로를 만들었다. 통로를 지나면 솔뫼성지 방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화동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이 있다. 기념관 둘레에 인공 연못과 산책로가 조성돼 한 바퀴 돌아보기 적당하다. 다음 달까지 기념관 내부 개·보수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니, 방문 시 참고하자.

‘소나무가 우거진 산’이란 뜻
한국 최초 사제가 태어난 곳

솔뫼성지 일대에 최근에 들어선 공간도 놓치기 아깝다. 교황 방문 3주년을 맞아 2017년 성지에 건립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집’ 경당은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다. 김대건 신부가 쓴 갓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지붕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천주교 복합 예술 공간 ‘기억과 희망’이 문을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난 자리다. 건축물은 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사목 표어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에서 영감을 얻어 꽃을 형상화했다. 꽃잎 여러 장이 어우러진 지붕 모양이 특징적이다. 대성전과 미술관, 기획 전시실을 갖췄고 야외에는 ‘십자가의 길’, 성모칠고동산 등을 조성했다. 카페와 로컬 푸드 판매장도 있다.

차분한 새해맞이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솔뫼성지에서 버그내순례길을 따라 걸어보자. 솔뫼성지에서 합덕제(충남기념물), 합덕수리민속박물관, 합덕성당 등을 거쳐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약 13㎞ 코스로,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린다. 순교자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천주교 유입과 박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껴보는 사색의 길이다. 스탬프 투어를 운영해 걷는 재미를 더한다.

합덕성당과 신리성지는 사진 촬영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당진 합덕성당(충남기념물)의 현재 건물은 1929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붉은 벽돌과 첨탑 2기가 눈길을 끈다. 신리성지는 다블뤼 주교가 거처하던 곳으로, 당진 신리 다블뤼주교 유적지(충남기념물)로 지정·보호된다. 신리성지 내 순교미술관에서 신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성직자와 순교자의 행적을 담은 기록화를 볼 수 있다.

폐교를 개조한 아미미술관은 정겨운 시골 초등학교의 정취와 감각적인 예술 작품이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한다. 눈으로,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 곳곳에 있다. 미술관 주변을 감싼 자연환경도 한몫한다. 계절에 따라 미술관 풍경이 달라진다. 실내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 복합 문화 공간 ‘메종 드 아미’, 카페 ‘지베르니’, 한옥, 산책로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삽교호놀이동산

삽교호관광지에 있는 삽교호놀이동산에서 여행을 마무리하자. 복고 분위기가 매력적인 이곳은 회전목마, 바이킹, 야구연습장 등을 갖췄다. 그중 백미인 대관람차를 타면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 풍경만큼 야경이 일품이다. 대관람차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솔뫼성지→버그내순례길→아미미술관→삽교호놀이동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솔뫼성지→버그내순례길→아미미술관→삽교호놀이동산
둘째 날: 함상공원→도비도→왜목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솔뫼성지 www.solmoe.or.kr
- 버그내순례길 www.dangjin.go.kr/beogeunae
- 신리성지 sinri.or.kr
- 아미미술관 amiart.co.kr
- 삽교호놀이동산 www.sghland.com
- 당진시 문화관광 www.dangjin.go.kr/tour.do  

문의 전화
- 솔뫼성지 041)362-5021~2
- 버그내순례길(당진시청 문화관광과) 041)350-3580~5
- 신리성지 041)363-1359
- 아미미술관 041)353-1555
- 삽교호놀이동산 041)363-4589

대중교통
[버스] 서울-합덕,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8회(06:38~20:1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합덕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551번·720번·721번 등 일반버스 이용, 솔뫼성지 정류장 하차, 도보 약 2분. 합덕버스터미널에서 솔뫼성지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합덕버스터미널 041)363-0262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송악 IC→삽교호·삽교호관광지 방면 오른쪽→북부산업로→운정 IC→서산·당진 방면 오른쪽→신당교차로에서 우강·신당리 방면 좌회전→신흥교차로에서 합덕·우강 방면 좌회전→동촌삼거리에서 예산·합덕 방면 우회전→창리교차로에서 당진·예산 방면 우회전→솔뫼교차로에서 솔뫼성지·합덕 방면 오른쪽→우회전→솔뫼성지

숙박 정보
- 호텔로씨오: 송악읍 한진포구길, 041)355-3100
- 당진시티호텔: 당진시 시청2로, 041)352-5350
- 뉴캐슬호텔: 송악읍 부곡공단로, 041)357-2750

식당 정보
- 순성브루어리(수제 맥주·왕매실토마토파스타): 순성면 매실로, 041)354-1204
- 모구바(모구바바게트): 신평면 삽교천3길, 041) 362-3390
- 우렁이박사(우렁쌈장): 신평면 샛터로, 041)362-9554

주변 볼거리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난지섬해수욕장, 한진포구, 심훈기념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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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