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삼진제약의 숙제

끈끈한 창업주…후계자들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진제약 후계자들이 일제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지분을 늘린 데 이어, 승진자 명단에도 사이좋게 이름을 올린 상태. 다만 아버지 세대가 보여준 끈끈한 유대관계가 후대까지 이어질 거라 속단하긴 이르다.

1968년에 설립된 삼진제약은 일반의약품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중견 제약사다. 최승주 회장, 조의환 회장 등이 힘을 합쳐 회사의 기틀을 닦았고, 최근까지 두 사람을 축으로 경영이 이뤄졌다. 1941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공동 회장을 맡아 삼진제약을 이끈 기간만 50년을 훌쩍 넘긴다.

세대교체

창업주 세대의 공동 경영을 통해 기틀을 다진 삼진제약은 어느덧 2세 경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얼마 전 2세 경영인들이 일제히 승진한 것도 세대교체의 밑그림으로 해석되는 사안이다.

지난해 12월19일 삼진제약은 최지현 전무와 조규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최지현 부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장녀, 조규석 부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2015년 이사 승진을 시작으로 2017년 상무, 2019년 전무로 나란히 승진했다.

둘째 자식들도 나란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의 차녀인 최지선 상무와 조의환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창업주들의 후계자인 네 사람은 이미 핵심 부서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규석 부사장은 경영관리, 조규형 전무는 기획 및 영업관리, 최지현 부사장은 마케팅, 최지선 전무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소식이 알려지자, 삼진제약이 본격적인 후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승주·조의환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해석이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최승주, 조의환, 장홍순, 최용주 등 4인이 맡았던 대표이사를 장홍순, 최용주 2인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는 최승주·조의환 회장이 경영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남을 뜻했다.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으로만 구성된 건 삼진제약 창립 이래 최초였다. 

오너 2세들이 연이어 지분을 늘리는 것도 지배력 확대 및 승계 수순으로 비춰진다. 그간 삼진제약 창업주들은 주식 보유량이 엇비슷했고, 이는 삼진제약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돈독했던 아버지 세대…50년 넘게 공동 경영
존재감 키우는 자녀들…혹시 모를 분쟁 가능성?

2019년 말 기준 조의환 회장(부인 김혜자 주식 포함)은 삼진제약 주식 178만6702주(12.85%)를 가진 최대주주, 최승주 회장은 122만7033주(8.83%)를 지닌 2대주주였다. 여기에 자사주(11.49%), 우리사주조합(4.33%) 등 우호세력을 감안하면 창업주들의 직간접 지배력은 40%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해당 지분구조는 2020년경부터 조금씩 변했다. 창업주들이 비슷한 시기에 증여를 통해 2세들에게 지분을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조의환 회장은 2020년 4월2일 장남과 차남에게 7만5000주씩 증여했다. 2020년 5월25일에도 조규석 부사장과 조규형 전무에 주식을 10만주씩 증여했고, 지난해 4월 장남·차남에게 25만주씩 증여를 결정했다.

최승주 회장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최승주 회장은 2020년 5월15일 44만주를 이준원, 최지윤, 송동욱, 송해성, 송해강, 최지선, 박윤서 등에게 증여한 데 이어, 엿새 후 최지현, 이남규 등에게 36만주를 증여했다. 최승주 회장의 장녀와 차녀에게 증여된 주식은 각각 30만, 12만주였다.

증여를 거친 창업주들의 2세들은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진제약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 내역은 ▲조의환 회장 6.04% ▲조규석 부사장 3.06% ▲조규형 전무 3.06% ▲최승주 회장 3.07% ▲최지현 부사장 2.44% ▲최지선 전무 0.86% 등이다.

조의환 회장 측이 12.85%, 최승주 회장 측이 9.87%를 갖는 구조다.

오너 2세들의 승진 추이와 지분 분포 등을 감안하면, 삼진제약은 창업주들의 지분이 2세들에게 완전히 넘어간 이후에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완벽한 동업자 관계였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오너 2세들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하나제약 측이 보유한 삼진제약 지분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변수는?

하나제약 및 하나제약 오너 일가는 지난해 1월 삼진제약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 등재됐고,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제약 측이 보유한 삼진제약 지분은 6.52%(69만7552주)다. ▲하나제약(30만5800주) ▲조예림(25만8189주) ▲조혜림(5만7877주) ▲조경일 회장(21만8149주) ▲조동훈(4만1000주) ▲강성화(2만5000주)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지만, 향후 경영 참여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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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