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스타PD 김영희 “이재명은 유재석 윤석열은 강호동”

김영희가 본 예능판과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급 회의에 그동안 여의도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이 참석했다. 어딘가 친숙하면서 어딘가 어색해 보이기도 한 그는 ‘쌀집 아저씨’로 널리 알려진 김영희 PD였다.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줄 알았던 그가 무슨 일로 민주당 간부회의에 참석해있을까. 그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일요시사>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소통본부가 꾸려진 용산빌딩에 낯이 익은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기자님이신가요? 반갑습니다.” 그의 악수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언론사에서 정치권으로 넘어온 지 고작 1개월. 정치인과 정치부 기자가 즐비한 여의도에서 ‘민주당 김영희’는 아직 적응 중이었다. 

키워드는 
소통이다

인사 후 건네받은 그의 명함에는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본부장 김영희’라고 적혀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MBC 콘텐츠총괄 부사장이었던 그가 어떤 연유로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위원회의 홍보소통본부장직을 맡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정치권이 김 본부장을 영입하려는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가 처음 정치권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25년 전이다. 지금은 정치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1996년도만 해도 정치와 예능은 철저히 분리돼있었다.

정치권에서 예능을 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인들에게 예능은 그저 ‘웃음거리’였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싶어 했다. 정치와 예능은 모두 국민을 즐겁게 해주는 게 목표인데, 왜 굳이 격을 나눠야 하냐는 생각이었다. ‘정치인은 예능에 출연하면 안 된다’는 편견을 한 방에 깨기 위해서는 거물 정치인의 출연이 필요했다.

거물 정치인 여럿을 캐스팅 물망에 올려놓고 있었던 김 본부장이 고심 끝에 선택한 사람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방송 출연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과거 정부들로부터 꾸준히 미움을 받아온 존재기도 했고, 북한 내통설 루머가 퍼져 이른바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장애물들은 김 전 대통령을 섭외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들어놨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오히려 그런 점에 그가 더 끌렸다고 했다. 편견을 깨려면 베일에 감춰진 김 전 대통령만한 인물이 출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김 본부장은 결국 실행에 옮겼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국민들은 김 본부장의 시도 덕분에 김 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 유머 있는 모습 등 동네 아저씨 같은 면모를 볼 수 있었고, 그동안 그에게 쌓여있던 오해를 한 방에 풀 수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시청률 40%가 넘으며 대중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방송이 나가고 김 전 대통령이 저를 따로 불렀어요. 같이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 자리에서 저에게 ‘김 PD 너무 고맙소’ 하더군요. 30년간 정치하면서 근엄한 표정, 정치하는 표정, 어디 잡혀 가는 모습만 뉴스에 보도됐지 당신의 웃는 얼굴이 TV로 송출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해요.”

김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 번의 예능 출연으로 확 바뀐 것을 보고, 정계는 분주해졌다. ‘김영희 영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DJ의 예능 출연 이후 홍보의 중요성은 더 부각됐고,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한 이미지 쇄신은 선거운동의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김 본부장이 전문가’라는 소문도 함께 퍼졌다. 선거철마다 그의 전화기는 정치권의 영입 제안으로 울려대기 바빴다.

국힘 먼저 제안
민주가 더 원해

그러나, 그는 그간 단 한 번도 영입 제안을 수락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정치권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DJ정부 때부터 정치권에서 제안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에요. 노무현정부, 박근혜정부 등 꾸준히 러브콜을 받았지만 다 거절했어요.(정치에)전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그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지난달 몇몇 언론이 “국민의힘, 김영희 PD 영입 위해 노력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를 접한 그의 주변인들은 ‘또 시작이군’이라고 반응했다고 전해진다. 정치권의 이 같은 시도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김 본부장이 거절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일 김 본부장은 그들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에 합류했다. 정치권에 관심이 없다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서 러브콜을 거절하지 못한 걸까. 그는 이번 대선이 특별한 선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삶을 바꿀 중요한 선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은 21세기형 정부가 들어서는 해라고 생각해요”라며 “그동안은 20세기형 정부와 20세기형 정치가 주를 이뤄왔다면, 지금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서 새로운 정치가 열리는 시대에요. 거기에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죠.”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진심이 통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제안이 왔던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저는 민주당 쪽에서 저를 더 절실하게 원한다고 느꼈어요. 민주당 쪽 인사들이 저를 영입하기 위해 계속 찾아왔고, 어느 날은 송영길 대표께서 직접 찾아와 제 집 앞에서 몇 시간째 기다렸어요.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마음이 안 움직일 수 있겠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돈도 권력도 아닌 진심이에요.”

둘은 이날 근처 호프집으로 가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번 대선에 함께 일할 것을 논의했다. 후에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도 술자리를 가지며 셋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후보와 시간을 보낸 후, 김 본부장은 민주당에 합류할 마음을 더욱 굳혔다.

이 후보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대중에 전달하는 게 내 일이겠다’고 생각했다. 

쌀집아저씨! 왜 거기 있어요? 
DJ정부 때부터 정치권 러브콜
거절하다 이 후보 진심에 결심


“실제로 만나보니 그간의 이미지와 딴판이었어요. 미디어에 비춰지는 모습은 강하고 센 이미지였는데, 실제 만난 이 후보님은 굉장히 소탈하고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그동안 왜 이런 모습이 대중에게 보여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죠.”

이 후보는 실제로 대중들에게 ‘타협 없는’ ‘강한’ ‘불도저형’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 사람들 뇌리에 그가 계곡 불법 시설물 철거를 강행하던 모습, 토론회에서 자극적인 말을 뱉던 모습, 각종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던 모습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이때마다 쌓여온 오해들을 자신이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때처럼 말이다. “자신 있어요. 후보에 대한 강한 믿음도 있고, 이것을 어떻게 전달하겠다라는 전략도 제 머릿속에 있어요.”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예능 MC에 비유해 달라는 요청에 김 본부장은 단번에 ‘유재석’과 ‘강호동’을 떠올렸다. “이 후보님은 유재석씨에 가까워요. 이 후보님이 스마트하고 용모 준수하시잖아요?(웃음) 그리고, 말도 굉장히 잘하셔요. 자신의 생각을 언변으로 잘 표현한다는 점이 유재석씨와 많이 닮아 있어요. 성격도 알려진 것과 달리 굉장히 유하시다”라며 “또 유머감각이 생각보다 뛰어나시더라고요. 제가 예능 PD인데 저를 웃기더라니까요?”

PD의 눈으로도 이 후보를 평가했다.

“제가 연출한 프로그램 중 하나에 이 후보님을 출연시킬 기회가 생긴다면 <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이 적당할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시각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각막을 이식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이 후보님이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굉장히 많으셔요. 실제로 약자를 위한 변호사를 하셨고. 해당 프로그램에는 주로 소외된 계층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왔어요. 아마 거기에 출연하셨다면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고 공감하며 프로그램을 이끄셨을 거에요.”


“자신 있다”
강한 믿음

윤 후보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윤 후보님은 강호동씨와 흡사하셔요. 의리 있고 저돌적인 모습, 그리고 보스 기질 있는 모습 등이 강호동씨를 많이 떠올리게 해요. 풍채도 좋으시고”라며 “유재석 닮은 이재명과 강호동 닮은 윤석열의 대결이랄까요?(웃음) 대선이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할 거에요.”

그는 PD로서 두 MC와 일하는 것을 모두 좋아하듯이 유권자로서도 두 후보 모두를 좋아한다고 했다. 

“윤 후보님도 장점이 있고, 도와드릴 마음이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후보님이 대통령으로서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어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힘써주실 분들이에요. 두 분의 성향이 완전히 다른 건 사실이에요. 유재석씨와 강호동씨도 사실 성향이 다르거든요? 그럼에도 둘이 친한 사이가 됐듯이 두 분도 마음을 열고 서로를 대하면 친구가 될 수 있을만한 분들이죠.”

김 본부장은 PD로 일할 당시 유독 최초로 시도한 일이 많았다. 최초로 예능프로그램에 자막을 도입했고, 최초로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연출하기도 했다. <눈을 떠요> 같은 장기 이식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것도 그였다.

최초의 시도들은 늘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새로운 시도 이면에는 항상 반대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의 경우를 겪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치열한 홍보전 이번엔 내가 있다”
“이재명 소탈한 모습 그대로 전달”

“<나는 가수다>나 <느낌표>를 기획해 (상부의)결재를 받았던 때가 생각나요. 반대와 다른 의견들을 수렴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힘을 내보려고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린 그는 “제가 일하던 방식과 여기(정치권)의 방식이 많이 달라요. 여기는 수십 군데의 채널을 소통하고 설득시킨 다음에 일을 진행해야 해요. 아무래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니까 같은 건에 대해서도 결재를 여러 번 받아 진행하더라고요. 마치 촘촘한 그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기분이랄까. 지금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실제로 딴죽도 많이 걸리고(웃음), 너무 복잡해요.”

그는 최근 기획한 제작물이 연기된 일을 한 예로 들었다. 

“<오징어 게임> 패러디물을 제작하려 했어요. 이 후보와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후보팀’과 일반인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팀’이 대결하는 구도로 행하려 했는데, 코로나19 시기라고 조금 미루자고 하더라고요. 미뤄진 게 저는 너무 아쉬워요. 대선까지의 시간이 80일도 안 남았잖아요. 더 미뤄지다가 결국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요.”

해당 프로그램은 양 팀이 국회 운동장에 모여 줄다리기, 구슬치기를 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미뤄진 일정에 맞춰 해당 영상은 이달 말쯤에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거리두기 격상 방침에 따라 올해 안에 공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충 이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오던 사람이 정치권의 일을 하는 것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었다. 이른바 ‘미움 받을 용기’다. 그래서 “정치권에 들어오고 비난이 많지 않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말도 마세요. 이런 거센 비난은 처음 들어본다니까요. 제가 PD로 있을 때는 국민의 90%가 저를 좋아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민주당)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니까 전 국민의 50%가 저를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악플은 말도 못하고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각종 비난을 들었어요. 뭐 예상했던 거였지만 막상 겪으니까 힘들더라고요.”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잘라 말했다.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저는 딱 3개월만 욕먹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려고요.(웃음) 정치색이 강해지기 전에 이 후보님 당선에 일조하고 방송국으로 돌아가려 해요. 앞으로도 정계에 돌아올 생각은 없어요.”

정치 계속?
“딱 3개월만”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이를 두고 정계 전문가들은 홍보전에서의 승리가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이번엔 우리가 홍보전에서 압승할 거예요. 그땐 제가 없었고, 이번엔 제가 있잖아요. 저는 황금 시간대의 시청률 경쟁에서 항상 승리해온 사람이에요. 이번엔 다를 겁니다”라고 말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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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