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특검 불가론 막전막후

안 되는 줄 알면서…날리는 공수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유한기의 사망이 정계에 다시 특검 바람을 일으켰다. 정계는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특검 도입’이란 칼로 난도질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진행 상황은 그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검을 도입했어야 할 시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10일 집 근처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택에서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유 전 본부장은 수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날 새는데…
큰소리 땅땅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으로부터 2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몇 달간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돈을 받고 화천대유의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뇌물죄’를 그에게 적용하려 했다. 만일 검찰의 주장이 입증됐다면 유 전 본부장은 최소 10년 이상 형을 살아야 했다.

그가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시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구속 수감 중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더불어 성남시의 실세로 알려져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유한기와 유동규를 ‘유투’라 부르며 그들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 때문에 정계에선 이른바 ‘유투’의 혐의가 입증되면 이 후보도 대장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런 그가 영장실질심사 나흘을 앞두고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강압수사 때문에 자살한 것 아니냐” “돈을 받았으니 자살한 것이 아니냐”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아니냐” 등 관심 있게 사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사례를 많이 봐왔던 탓이다. 검찰은 그동안 언론의 주목을 끌만한 유력 정치인들의 사건을 많이 다뤄왔고, 그때마다 빈번하게 의혹 당사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들의 죽음은 늘 수사팀을 난항으로 빠져들게 했다.

가까이에서 찾으면 작년 ‘옵티머스 복합기 대납 사건’ 사례가 있다. 당시 검찰은 옵티머스의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인 이모씨를 유력 관련인으로 보고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이 전 대표의 종로 사무실 복합기 사용 요금 76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였다. 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얼마 후,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근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이어졌고, 이 전 대표는 해당 사건에서 사실상 빠지게 됐다.

유한기 사망 이후 다시 불거져 
양당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

그 외에도 상상인저축은행 관련 피고발인,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참고인, 청와대 감찰반원 출신 검찰수사관, 군납 비리 의혹을 받던 육군대장 등 지난해에만 수많은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사는 그때마다 난항에 빠져갔다.

이번 유 전 본부장의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검찰은 현재 대장동 과잉 수사 논란에 직면해 있고, 이 후보에게 이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수많은 설왕설래 속에서 이 후보는 직접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애도 소식을 전했다. 그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죽음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고, 이를 위해서는 특검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거 아니겠나”며 “권력 눈치를 보며 미적거린 검찰의 장기 수사와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의 미진한 수사 상황을 비판하며 특검 도입에 대한 우회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죽음으로, 정계에는 특검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양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에서 검찰의 미진하고 과격한 수사에 의심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특검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태도에 의아함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특검법 도입을 양당의 후보와 핵심 인사들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특검이 늦어진 것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양당 모두를 취재했다. 취재 결과 ‘책임 떠넘기기’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은 특검법이 발의됐기에 거부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표리부동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권혁기 공보부단장은 “국민의힘 쪽이 발의한 특검법을 보셨나 반문하고 싶다. 그 특검법에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가 빠져있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려면 시작점인 저축은행부터 종착지인 화천대유 로비사건까지 수사해야만 한다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국민의힘 측이 특검법 발의를 저축은행과 관련한 것을 빼고 했고, 최근에야 윤석열 후보가 모두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발의된 특검법 자체가 국민의힘 측에 유리하게 진행되게 짜 맞춰졌기 때문에 민주당은 동의할 수가 없었고, 그 때문에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라는 논리다.

대선후보만 
모르고 있나

그가 말하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화천대유 ‘봐주기’ 의혹이다. 화천대유는 당시 대장동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이를 대출받는 과정에서 불법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위법행위를 여러 개 저질렀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는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사건을 뭉갰다. 이 사건은 4년 뒤 수원지검 특수부가 재수사하며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문제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중수부의 주임검사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라는 점이다. 민주당 측은 이때 윤 후보가 수사를 제대로 진행했더라면 화천대유가 대장동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지 못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 대상에는 부산저축은행이 반드시 들어가 윤 후보도 수사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성토하는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경진 상임공보특보단장은 “민주당이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축은행 사건은 이미 2011년에 수사해서 2012년에 재판 결과가 난 사안”이라며 “이 후보가 겉으로는 적극적으로 특검을 도입하자고 시늉하고 있지만, 정작 특검 절차를 진행해야 할 원내대표가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원내대표 둘이서 역할 분담을 해서 결과적으로는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겠나 생각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체포된 날 통화한 게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이라고 밝혀지지 않았나. 당장 대장동 관련 특검을 하면 분명히 이 후보 관련 비리가 나올 것”이라 덧붙였다.

실제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기 직전 그와 통화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은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수사에 충실이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반대도 없고
도입도 없고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조언과는 달리, 그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등 기행동을 펼쳤다. 국민의힘 측은 이것이 정 전 실장을 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반대했던 양당이 최근에는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사실상 지금 시점에서 대선 전 특검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당장 지금이라도 여야가 기적적으로 합의해 특검팀을 빠르게 꾸린다고 쳐도 수사는 대선일인 내년 3월9일을 훌쩍 넘기고 나서 종료된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특검팀의 수사 결과를 듣는 데까지 적어도 100일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팀이 꾸려지고 수사 개시까지만 하는 데도 평균 약 40일이 걸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은 43일이 걸렸고, 국정 농단 때는 34일이 걸렸다. 드루킹 특검은 꼬박 37일이 소요된 바 있다.

수사가 개시된 후에도 특검팀은 약 3주간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다. 상설특검법 10조 1항엔 ‘특검은 임명된 날부터 20일 동안 수사에 필요한 시설의 확보, 특별검사보의 임명 요청 등 직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준비기간 중에는 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특검팀은 개시 후 20일 동안 수사 준비만 해야 하는데, 이때 담당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준비 기간이 끝난 후 특검팀에게 주어진 수사 기간은 총 30~70일이다. 이 기간은 대통령 승인 여부에 따라 10~30일 연장도 가능하다. 이때는 수사팀의 역량에 따라 수사 결과를 내놓는 시점이 더 짧아질 수도, 더 길어 질수도 있는데, 그간의 사례들은 적어도 40일 이상 걸릴 것이라 말해주고 있다.

내곡동 사저 특검은 약 40일, 국정 농단 특검은 수사하는 데만 약 70일 이상, 드루킹 특검은 약 50일이 걸렸다. 수사 종료 후 발표까지 유권자들은 적어도 한 달 반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만 한다.

특검 수사 종료까지 100일
대선까진 90일도 안 남아

평균치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특검팀 꾸리는 데 40일, 수사 준비 20일, 수사기간 40일을 더하면 약 100일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빠르게 합의해 12월 셋째 주 월요일(20일)에 특검팀 준비를 시작한다 해도 최종 수사 결과는 백일 후인 내년 3월29일에나 나온다.

대통령선거가 3월9일에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 늦은 날짜다. 유권자들이 공정한 정보를 갖고 대통령 투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선후보들은 서로 경쟁하듯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조건을 붙이지 않고 아무 때나 합의해서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윤 후보를 겨냥해 “본인이 잘못한 게 없으면 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말장난 그만하고 바로 특검에 들어가자”며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등을 다 포함해서 하자고 말한 것이 언제냐. 정말 자신 없으면 못하겠다고 말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후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검을 주장한 시점은 대선 전 특검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시작한 지난달 둘째 주부터다. 그전까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한 이유 등으로 특검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양당 후보가 대선 전 수사 종료라는 데드라인이 지나자 갑자기 적극적인 태도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두 후보가 특검 데드라인이 지난 것을 알았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검 시행이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양당의 공보팀은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놨다. 국민의힘 김 단장은 “그런 골치 아픈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특검이 ‘불가능한 상황’ 비슷하게 됐다. 적어도 두 달 전에는 출범을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흘렀다. 한 달 반 후에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들어가는데, 특검을 현실적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국면을(민주당과 이 후보가) 만들어놨다”고 이미 늦은 특검을 인정했다.

반면, 민주당의 권 부단장은 수사 종료 시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범인인지가 꼭 대선 전에 밝혀져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잘못된 발상”이라며 “양 후보 모두 범인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대선 전에 끝나야 하는 것도 강박성에 사로잡힌 생각이다. 철저히 수사해서 누가 범인인지를 공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 수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미 늦은 특검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수사 데드라인에 큰 의미를 두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특검을 반대하지 않는데, 누구도 특검을 도입을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끝난 얘기

지금 시작해도 대선 전에 수사 결과 발표가 불가능한 특검을 양당의 후보들은 정치적인 메시지로 연일 떠들어대고 있다. 그들의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 갈지는 미지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들이 날리는 ‘특검 주장’은 이미 공수표가 됐다는 점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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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