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특검 불가론 막전막후

안 되는 줄 알면서…날리는 공수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유한기의 사망이 정계에 다시 특검 바람을 일으켰다. 정계는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특검 도입’이란 칼로 난도질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진행 상황은 그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검을 도입했어야 할 시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10일 집 근처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택에서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유 전 본부장은 수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날 새는데…
큰소리 땅땅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으로부터 2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몇 달간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돈을 받고 화천대유의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뇌물죄’를 그에게 적용하려 했다. 만일 검찰의 주장이 입증됐다면 유 전 본부장은 최소 10년 이상 형을 살아야 했다.

그가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시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구속 수감 중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더불어 성남시의 실세로 알려져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유한기와 유동규를 ‘유투’라 부르며 그들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 때문에 정계에선 이른바 ‘유투’의 혐의가 입증되면 이 후보도 대장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런 그가 영장실질심사 나흘을 앞두고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강압수사 때문에 자살한 것 아니냐” “돈을 받았으니 자살한 것이 아니냐”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아니냐” 등 관심 있게 사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사례를 많이 봐왔던 탓이다. 검찰은 그동안 언론의 주목을 끌만한 유력 정치인들의 사건을 많이 다뤄왔고, 그때마다 빈번하게 의혹 당사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들의 죽음은 늘 수사팀을 난항으로 빠져들게 했다.

가까이에서 찾으면 작년 ‘옵티머스 복합기 대납 사건’ 사례가 있다. 당시 검찰은 옵티머스의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인 이모씨를 유력 관련인으로 보고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이 전 대표의 종로 사무실 복합기 사용 요금 76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였다. 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얼마 후,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근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이어졌고, 이 전 대표는 해당 사건에서 사실상 빠지게 됐다.

유한기 사망 이후 다시 불거져 
양당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

그 외에도 상상인저축은행 관련 피고발인,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참고인, 청와대 감찰반원 출신 검찰수사관, 군납 비리 의혹을 받던 육군대장 등 지난해에만 수많은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사는 그때마다 난항에 빠져갔다.


이번 유 전 본부장의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검찰은 현재 대장동 과잉 수사 논란에 직면해 있고, 이 후보에게 이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수많은 설왕설래 속에서 이 후보는 직접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애도 소식을 전했다. 그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죽음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고, 이를 위해서는 특검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거 아니겠나”며 “권력 눈치를 보며 미적거린 검찰의 장기 수사와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의 미진한 수사 상황을 비판하며 특검 도입에 대한 우회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죽음으로, 정계에는 특검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양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에서 검찰의 미진하고 과격한 수사에 의심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특검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태도에 의아함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특검법 도입을 양당의 후보와 핵심 인사들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특검이 늦어진 것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양당 모두를 취재했다. 취재 결과 ‘책임 떠넘기기’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은 특검법이 발의됐기에 거부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표리부동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권혁기 공보부단장은 “국민의힘 쪽이 발의한 특검법을 보셨나 반문하고 싶다. 그 특검법에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가 빠져있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려면 시작점인 저축은행부터 종착지인 화천대유 로비사건까지 수사해야만 한다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국민의힘 측이 특검법 발의를 저축은행과 관련한 것을 빼고 했고, 최근에야 윤석열 후보가 모두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발의된 특검법 자체가 국민의힘 측에 유리하게 진행되게 짜 맞춰졌기 때문에 민주당은 동의할 수가 없었고, 그 때문에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라는 논리다.

대선후보만 
모르고 있나

그가 말하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화천대유 ‘봐주기’ 의혹이다. 화천대유는 당시 대장동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이를 대출받는 과정에서 불법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위법행위를 여러 개 저질렀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는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사건을 뭉갰다. 이 사건은 4년 뒤 수원지검 특수부가 재수사하며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문제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중수부의 주임검사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라는 점이다. 민주당 측은 이때 윤 후보가 수사를 제대로 진행했더라면 화천대유가 대장동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지 못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 대상에는 부산저축은행이 반드시 들어가 윤 후보도 수사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성토하는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경진 상임공보특보단장은 “민주당이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축은행 사건은 이미 2011년에 수사해서 2012년에 재판 결과가 난 사안”이라며 “이 후보가 겉으로는 적극적으로 특검을 도입하자고 시늉하고 있지만, 정작 특검 절차를 진행해야 할 원내대표가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원내대표 둘이서 역할 분담을 해서 결과적으로는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겠나 생각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체포된 날 통화한 게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이라고 밝혀지지 않았나. 당장 대장동 관련 특검을 하면 분명히 이 후보 관련 비리가 나올 것”이라 덧붙였다.

실제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기 직전 그와 통화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은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수사에 충실이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반대도 없고
도입도 없고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조언과는 달리, 그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등 기행동을 펼쳤다. 국민의힘 측은 이것이 정 전 실장을 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반대했던 양당이 최근에는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사실상 지금 시점에서 대선 전 특검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당장 지금이라도 여야가 기적적으로 합의해 특검팀을 빠르게 꾸린다고 쳐도 수사는 대선일인 내년 3월9일을 훌쩍 넘기고 나서 종료된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특검팀의 수사 결과를 듣는 데까지 적어도 100일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팀이 꾸려지고 수사 개시까지만 하는 데도 평균 약 40일이 걸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은 43일이 걸렸고, 국정 농단 때는 34일이 걸렸다. 드루킹 특검은 꼬박 37일이 소요된 바 있다.

수사가 개시된 후에도 특검팀은 약 3주간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다. 상설특검법 10조 1항엔 ‘특검은 임명된 날부터 20일 동안 수사에 필요한 시설의 확보, 특별검사보의 임명 요청 등 직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준비기간 중에는 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특검팀은 개시 후 20일 동안 수사 준비만 해야 하는데, 이때 담당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준비 기간이 끝난 후 특검팀에게 주어진 수사 기간은 총 30~70일이다. 이 기간은 대통령 승인 여부에 따라 10~30일 연장도 가능하다. 이때는 수사팀의 역량에 따라 수사 결과를 내놓는 시점이 더 짧아질 수도, 더 길어 질수도 있는데, 그간의 사례들은 적어도 40일 이상 걸릴 것이라 말해주고 있다.

내곡동 사저 특검은 약 40일, 국정 농단 특검은 수사하는 데만 약 70일 이상, 드루킹 특검은 약 50일이 걸렸다. 수사 종료 후 발표까지 유권자들은 적어도 한 달 반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만 한다.

특검 수사 종료까지 100일
대선까진 90일도 안 남아

평균치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특검팀 꾸리는 데 40일, 수사 준비 20일, 수사기간 40일을 더하면 약 100일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빠르게 합의해 12월 셋째 주 월요일(20일)에 특검팀 준비를 시작한다 해도 최종 수사 결과는 백일 후인 내년 3월29일에나 나온다.

대통령선거가 3월9일에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 늦은 날짜다. 유권자들이 공정한 정보를 갖고 대통령 투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선후보들은 서로 경쟁하듯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조건을 붙이지 않고 아무 때나 합의해서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윤 후보를 겨냥해 “본인이 잘못한 게 없으면 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말장난 그만하고 바로 특검에 들어가자”며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등을 다 포함해서 하자고 말한 것이 언제냐. 정말 자신 없으면 못하겠다고 말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후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검을 주장한 시점은 대선 전 특검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시작한 지난달 둘째 주부터다. 그전까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한 이유 등으로 특검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양당 후보가 대선 전 수사 종료라는 데드라인이 지나자 갑자기 적극적인 태도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두 후보가 특검 데드라인이 지난 것을 알았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검 시행이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양당의 공보팀은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놨다. 국민의힘 김 단장은 “그런 골치 아픈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특검이 ‘불가능한 상황’ 비슷하게 됐다. 적어도 두 달 전에는 출범을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흘렀다. 한 달 반 후에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들어가는데, 특검을 현실적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국면을(민주당과 이 후보가) 만들어놨다”고 이미 늦은 특검을 인정했다.

반면, 민주당의 권 부단장은 수사 종료 시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범인인지가 꼭 대선 전에 밝혀져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잘못된 발상”이라며 “양 후보 모두 범인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대선 전에 끝나야 하는 것도 강박성에 사로잡힌 생각이다. 철저히 수사해서 누가 범인인지를 공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 수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미 늦은 특검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수사 데드라인에 큰 의미를 두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특검을 반대하지 않는데, 누구도 특검을 도입을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끝난 얘기

지금 시작해도 대선 전에 수사 결과 발표가 불가능한 특검을 양당의 후보들은 정치적인 메시지로 연일 떠들어대고 있다. 그들의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 갈지는 미지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들이 날리는 ‘특검 주장’은 이미 공수표가 됐다는 점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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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