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윤석열 꼭두각시 그림자

이리 치이고 저리 까이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를 둘러싼 갈등이 극적으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존재감이 줄었다는 평가가 내려진 탓이다. 이준석 당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는 여파 때문이라는 시선이 강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공식 대선 출마 선언 전부터 존재감이 컸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연일 부각되며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문재인정부에 대립각을 세워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여겨졌다. 윤 후보의 존재감이 커진 데는 정부와 맞서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시기
후유증?

여당에서 윤 후보를 타격하면 할수록 윤 후보의 존재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윤 후보가 대권후보로 떠오르자 국민의힘에서는 그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냈다. 

일각에선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일 뿐 존재감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했다. 윤 후보가 정치 신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우려와는 달리 윤 후보는 연일 존재감을 입증해왔다.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고발 사주 의혹과 처가 리스크 등이 지속적으로 불거졌으나 여전히 윤풍(윤석열 돌풍)은 거셌다. 


결국 지난달 치러진 최종 경선 결과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하지만 윤 후보의 대선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선대위 구성과정에서 크고 작은 내홍을 겪은 탓이다. 이 대표와 김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갈등도 연일 떠올랐다. 

이 대표와의 갈등은 극적으로 봉합됐고, 김 총괄위원장 역시 결국 선대위에 합류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동시에 자신의 측근들을 선대위에 영입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킹메이커에 밀리는 정치 신인
선대위 내 역할 두고 연일 뒷말

또 출범과 동시에 엇박자가 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여전히 윤 후보와 김 총괄위원장, 이 대표 간 정책적 이견과 각자의 존재감을 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윤 후보가 손실 보상과 연관된 추경에 대해 5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김 총괄위원장은 대선후보가 이야기할 게 아니라며 반박에 나섰다. 윤 후보는 또다시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후보가 중요하다며 윤 후보의 존재감 띄우기에 나섰다.  

갈등을 봉합했다고 말한 이 대표 역시 김 총괄위원장이 옳다며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논란이 격화되자 김 총괄위원장이 직접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메시지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선 김 총괄위원장의 발언이 자신의 존재감을 내부에서 과시하기 위해 정책본부를 거치지 않음을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 선대위는 정권교체 중심에는 윤 후보가 위치해 있고, 청년층 공략은 이 대표, 외연 확장은 김 총괄위원장이 맡는 이른바 삼각편대 구조를 이룬다.

또한 선대위 중심에는 중진들을 비롯해 김 총괄위원장의 측근들이 대거 포진돼있다. 더욱이 선대위는 김 총괄위원장을 보좌하는 기구가 가장 두드러진 형태의 이중구조다. 

삼각편대
이중구조

이 같은 구조는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로 보이는데 김 총괄위원장과 이 대표가 나서 윤 후보의 실책을 막아줄 수 있는 방파제인 셈이다. 

앞서 윤 후보의 실책이 이어지자 맹공이 가해지는 것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라고 풀이된다. 다만 김 총괄위원장의 존재감이 연일 커지면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김 총괄위원장이 전권을 가지게 되자 선대위에 대한 불안감이 표출된 여파라는 평가를 내렸다. 또 김 총괄위원장의 존재감만 부각되면 윤 후보의 리더십이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대위 구조와는 대비된다. 이 후보의 경우 본인이 선대위를 진두지휘 중이다. 앞선 선대위 구성에는 민주당 의원이 전원 참석했으나 이를 쇄신하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는 자신의 측근을 전면에 배치해 이 후보 본인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사실상 통합형 수직구조인 셈이다. 반면 톱이 많은 국민의힘 선대위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다. 

더욱이 앞선 갈등 상황에서 울산 회동을 기점으로 이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상승했다. 윤 후보도 이 대표를 연일 챙기면서 함께하는 중이다. 이 같은 챙기기가 윤 후보의 입지를 좁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과거엔 때리면서 쑥쑥
지금은 맞으면서 뚝뚝

갈등이 해결되기 전에는 이 대표와 김 총괄위원장의 선대위 배제까지 나돌면서 일부에서는 윤 후보가 고집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잠행하자 윤 후보가 직접 수습하며 한 발 물러났다. 


이후 이 대표와 윤 후보는 함께 부산을 찾았다. 해당 자리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는 빨간색 후드티까지 맞춰 입으며 ‘원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윤 후보 역시 이 대표의 계획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치면서 갈등을 종식시켰다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쉽게 봉합될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다수였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 대표와 윤 후보는 현장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는 곳마다 연일 투샷을 받는다. 두 인물은 이른바 ‘깐부’로서 현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마포를 비롯해 대학로, 강릉 등지를 함께 나섰다. 두 인물이 연일 동행을 택한 이유는 전통 보수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껴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후보보다
더욱 부각

최근 이 대표의 존재감이 윤 후보보다 커진 모양새다. 윤 후보의 존재감이 작아진 배경에는 지난 8일, 윤 후보가 이 대표와 함께 청년문화예술인 간담회에 참석하면서부터다.

해당 자리에 함께 참석하면서 이른바 ‘마이크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에게 윤 후보가 마이크를 넘기는 모습들이 담긴 게시물이 퍼졌다. 해당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으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편에서는 해당 논란 자체가 발생하는 게 문제라는 걱정스런 시선이 존재한다. 이 대표는 함께 일정을 동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최근 윤 후보보다 이 대표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선대위의 홍보미디어본부장직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윤 후보의 단점 부각과 더불어 존재감을 앗아간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기 정치만을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선 주인공의 자리를 가져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메시지 구체성 떨어져
자신만의 색깔 찾아야

또 이 대표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윤 후보 측근의 입지는 다소 줄어든 상태다. 더욱이 이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부터 윤 후보의 측근들이 쉽게 반대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에게 필요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자신의 약점인 청년 층의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함께 챙기는 이 대표가 윤 후보를 돕는 역할을 맡아야 대선후보의 존재감이 상승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여권에서도 윤 후보의 존재감을 두고 적극적인 공세를 가하는 중이다. 이는 선대위 출범 직후 발생한 김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 간의 이견에 대한 틈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윤 후보와 김 총괄위원장 사이의 존재감 대결구도를 부추기면서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 후보 대 김 총괄위원장의 대결로 보인다”며 “윤 후보는 노룩(no look)”이라고 비꼬았다.  

최근 등판한 이해찬 전 대표 역시 “전부 왕 노릇을 하고 있는 탓에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모르겠다”며 “오합지왕(오합지졸+왕)”이라며 선대위 지도부를 저격했다. 윤 후보의 존재감이 선대위 지도부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윤핵관’ 위축
전부 왕 노릇?

이에 후보의 존재감 문제가 윤 후보 본인에게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서의 목소리나 자신의 메시지 구체성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존재감을 키울만한 콘텐츠 개발이나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윤 후보는 그동안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말실수 탓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내고 있지 못하다”며 “후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격 등판 홍 역할은?

국민의힘 최종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한 홍준표 의원이 지역 고문역으로 선대위에 합류했다.

홍 의원은 자신이 만든 플랫폼인 ‘청년의꿈’에서 대구 선대위에 고문역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직접 돕는 게 아니라 형식적 합류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동안 홍 의원의 선대위 참여 여부를 두고 당내에서는 엇갈린 시선이 존재해왔다. 

홍 의원이 최근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두고 당내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고문역으로 참여하는 것을 선택한 모양새다.

앞선 상황에서 홍 의원은 경선이 흥행했으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며 선대위 참여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윤 후보에게 비판을 가하며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왔다. 

홍 의원은 선대위 참여와 관련해서 “고문으로 참여하는 것 마저 거부하면 방관자라고 또 시비를 걸테니 불가피한 조치였다. 양해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차>

<기사 속 기사> ‘권성동 의혹’ 윤석열 딜레마
중요한 길목서 발목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현 시점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권 의원과 윤 후보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고 전해진다.

윤 후보가 외가인 강릉에 방문할 때마다 권 의원을 만났을 정도로 둘 사이는 각별하다. 

국민의힘 경선 초반에도 권 의원은 윤 후보 캠프에서 총괄지원 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선대위에서 사무총장과 종합총괄지원 본부장을 역임하며 실세 중 실세로 불린다.

후보만큼 막강한 존재감을 가진 셈이다.

윤 후보의 실책 등에 대해서도 권 의원이 적극적으로 방어해올 만큼 둘 사이는 언제나 굳건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권 의원 본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윤 후보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앞선 상황에서 권 의원에게 과거 강원 랜드 채용비리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여전히 해당 의혹이 권 의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또 지난 9일 막말 논란으로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비니좌’ 노재승씨에 대해 “살다보면 그럴수 있다”며 실수를 옹호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최근에는 성희롱 의혹까지 발생했다. 지난 11일 강릉경찰서에는 신고전화가 걸려왔으며 신고 횟수는 총 2차례다.

신고자는 권 의원이 아내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자에 따르면 권 의원이 신고자의 아내에게 신체 접촉을 하며 “이쁘다”고 말했고, 신고자에게 “안다리를 걸어도 아주 잘 걸었네”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

현장에 출동한 인원은 12명이다. 

강릉경찰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악의적 공작” 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지속적인 측근의 실수가 이어질수록 윤 후보에게도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이 대표와 갈등 중 권 의원 사무총장 임명 등을 강행해왔던 터라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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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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