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진정한 메서드 연기 '지옥' 김신록

“연기란 허구 세계서 실제와 만나는 것”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김신록은 인지도랄 것이 없는 배우였다. 연극계에서는 유명했다고 하지만, 대중매체에서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넷플릭스 <지옥>이 공개되기 전까진 그랬다.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강렬하고 입체적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 팬들도 김신록의 내공을 알아볼 정도다. 단숨에 인생이 뒤바뀌는 전환의 시점에 놓인 김신록을 만났다. 

배우는 글을 해석해서 이를 구현하는 작업을 하는 직업이다. 창작자가 써낸 인물의 나이와 직업, 주변인과의 관계, 그가 맞닥뜨리는 사건이나 언행을 발판 삼아, 인물이 가진 심리나 감정을 찾아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캐릭터 연구’ 과정이다. 

집약된 감정
캐릭터 연구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일수록 이 작업에 집요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는다. 끊임없이 몰두해 인물의 언행에 숨은 당위성을 찾는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구현하는 방법을 설계하는 건 배우의 몫이다. 연출자가 잡은 방향성 내에서 시나리오에 담긴 인물의 정서는 담아내되, 수많은 감정을 함축시켜 표현해야 한다. 인물의 심리를 이해한 뒤, 목소리의 톤, 템포, 표정과 눈빛, 외형과 동선, 행동을 구체화한다.

시나리오의 세계와 부합하게 세팅된 촬영 현장에서는 무의식마저 인물처럼 행동하도록 집중한다.


좋은 연기자는 각 상황에 맞게 짧고 간결하며, 절제된 모습으로 집약된 감정을 드러낸다. 불안과 욕망, 분노, 슬픔처럼 덩어리가 큰 감정부터 자괴감, 죄책감, 그리움, 허무함과 같은 세밀한 감정도 표현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모순된 포인트나, 너무 특이한 인물도 갖고 있을 만한 보편적인 인간성을 짚어낸다.

반대로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캐릭터 연구가 부족한 연기자는 단편적인 얼굴을 그린다. 기시감이 강한 평면적인 인물을 그려내는 데 그친다. 좋은 연기를 한다는 건 어쩌면 인문학적 이해가 깊다는 뜻도 된다. 

웹툰과 같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기하는 건 더 어려운 미션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웹툰을 보며 머릿속에 그려놓은 인물에서 너무 엇나가도 불편함을 주고, 만화 속 인물 그대로 연기해도 뻔하다는 인상을 준다. 원작의 정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어딘가는 새로운 느낌을 줘야만 원작 팬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배우 김신록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보여준 연기는 배우에게 있어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표본이 된다. 웹툰에서 그저 나약하고 무능하고, 힘없어 보이는 박정자가 드라마에서는 용기 있고 날렵하면서 강한 인상도 준다.

비록 가난으로 인해 누추한 집에서 지내지만, 그의 삶마저 남루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넷플릭스 <지옥>서 박정자 역으로 열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놀라게 한 연기력

누구보다도 자식을 사랑하는 모성애와 함께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 바닥까지 무너지고 싶지는 않은 인간의 자존심, 혹시나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희망, 지옥 사자를 만나기 직전의 고통스러움 등 박정자에게 놓인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감정이 김신록을 통해 드러난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하다. 워낙 인상적이었던 터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마저 놀라고 있다. 

이러한 연기는 오랜 시간 연기를 연구하고 부딪히며 갈고 닦은 김신록만의 방법론이 있어 가능했다. 글에 쓰여 있되, 정확히 표현되지 않은 수많은 의미를 찾아내면서 메소드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것.

“연상호 감독님께서 박정자라는 인물에 대해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평범한 인물’이라고 하셨어요. 평범하다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평범함에 가려진 개인성이 드러났으면 했죠. 두 아이의 엄마지만 미혼모이고 아빠가 다르면서 옆가게 포장마차랑은 친분이 있어요. 언덕이 높은 다세대 주택에 살고. 애들이 엄마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준비하죠. 이런 식으로 환경과 관계를 짚어가면서 단순히 슬프고 절망스러운 것을 넘어 구체적인 입장과 감정을 찾으려 했어요.”

1화 초반부 새 진리회 정진수(유아인 분) 의장으로부터 시연 장면 중계에 대해 제안을 받은 박정자는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대면한다. 정진수가 3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것을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받기 위함으로 만난 자리였다.

감정이 오고 가기보다는 이성적인 정보가 많은 장면이다. 드라마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장면에, 김신록은 저항감을 드러낸다. 시청자의 무의식만을 자극하는 수준의 매우 희미하고 빠른 형태라는 게 포인트다. 

평범성
개인성

“비슷한 나이 또래인 민혜진 변호사가 들어오는데 정자는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상태잖아요. 사회적 지위, 경제력, 현재 처지 등이 너무도 차이가 나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아요.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처지지만 최소한의 품위는 잃고 싶지 않은 복합적인 감정이 생각났던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말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민혜진이 정의로운 변호사이긴 하지만 소시민인 박정자라는 당사자의 심정과 입장을 정말 이해하느냐고요. 그런 점에서 약간의 반감과 저항감의 결을 넣으려 했어요.”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지옥> 코멘터리에서 김신록에게 고맙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에는 아이들을 안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김신록이 해결해줬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나리오에는 박정자가 두 아이를 안고 독백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독백의 시간이 너무 길어 아이들과 함께 연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그 판단이 든 건 촬영 현장에서다. 

대본을 바꾸기 위해 연출진과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던 찰나 김신록의 머릿속에 애드리브가 떠올랐다.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크게 혼낸 뒤 다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약속한 30억원을 꼭 아이들에게 전달해달라는 바람을 전하는 명장면의 탄생 배경이다.

이는 <지옥> 내에서 6부 엔딩과 함께, 가장 슬픈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완벽한 연기를 넘어 연출에 가까운 능력을 드러낸 장면이기도 하다.

“그때 다들 고민을 하고 있었죠. 저 역시 그랬고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오고 갔어요. 상황을 잘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정자는 집도 누추하고 중요한 손님들이 왔는데 내놓을 것도 없고 커피잔마저 짝이 안 맞아요. 그런 상태에서 한창 굴욕적인 이야기를 듣던 중에 애들이 뛰쳐나와서 겁도 없이 대들잖아요. 박정자라는 인물이 그런 심정일 것 같았어요. 사람들에게 아빠가 없다고 애들을 버릇없이 키우지 않았다는 변명도 하고 싶고 애들에게 엄마의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요. 그게 그만 애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방식으로 표출된 거죠. 사람이라는 게 참 미성숙하잖아요.” 


박정자가 고지를 받고 지옥사자들에게서 목숨을 빼앗기기까지의 기간은 단 5일이다. 작품에는 그사이 새 진리회와 민혜진을 만나 죽음의 장면을 공개하기로 하는 과정과 아이들을 해외로 넘기는 장면만 담겨있다. 작품에는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김신록이 쓴 전사는 꽤 매력적이다.

“박정자가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지만 아마 그 5일동안 인생에서 가장 액티브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포장마차를 인계하고 빚도 정리하고 애들 은행계좌도 만들고 어린이집이나 학교도 정리하고 이래저래 엄청 바빴을 거예요. 그동안 아끼느라 제대로 못 먹였다는 생각에 시장에서 고기며 생선이며 과일이며 장도 몽땅 봐서 한상 차렸는데 은율이는 잘 먹지 않고 하율이는 신나게 먹다 체하고, 너무 속상했을 것 같아요. 작은 순간조차 뜻대로 안되잖아요. 애들에게 편지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출국하는 바람에 쓰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죽음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지옥>을 관통하는 가장 큰 장면이 박정자가 시연을 당하는 장면이다. 그의 죽음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의 취재진이 몰리고, 마치 큰 구경거리라도 난 듯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맨 앞자리에서 그의 죽음을 시청한다. 

마치 무대에 선 배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박정자의 얼굴에는 오만가지 감정이 엿보인다. 불안과 초조, 두려움과 공포, 염세적이기도 하면서, 피폐해 보이기도 한다. 2021년 최고의 명장면을 만든 장본인은 그 순간 몸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감정보다는 몸에 집중하려 했어요. 5일 가까이 아무것도 못 먹었을 테니 당도 다 떨어지고 탈진 직전의 몸 상태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손발이 저리고 몸이 의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말초신경이 극히 예민해져서 사람이 지나가면 흠칫 놀라 쳐다보게 되고요. 그런 몸들이 감정을 대변해준 게 아닌가 싶어요.”


예사롭지 않은 연기력에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이 놀라고 있다. 박정자만의 고유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물론, 누구든 보일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이 뚜렷하게 녹아있다. 발성이나 발음, 표정과 같은 기본기는 탁월하다.

어떤 고민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입체적이고 색다른 인물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가 작품에 접근할 때 주목하는 건 인물에게 주어진 환경과 관계다.

“인물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인물과 환경의 관계를 보여주려 해요. 박정자와 민혜진 변호사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변호사와 소시민간의 계급 차이와 당사자와 조력자 간의 입장 차이 같은 관계성이 드러났으면 했어요. 인물이라고 하는 게 그 사람을 둘러싼 세계의 총합이잖아요. <방법>은 산중의 폐가에 살고 매일 소주를 마시고 안주는 김치, 아픈 딸이 있고 초자연적인 신을 모신다는 환경이 있었죠. 인물을 둘러싼 환경을 상상하고 인물이 어떤 것과 연결됐는지를 보고 연결된 것들을 다층적으로 가져가려 해요.”

17년 차 무명 배우에 찾아온 전환의 시점
“구조적으로 기능하는 역할이 흥미로워요”

김신록만의 연기관이다. 본인도 여기를 배우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던진 말이다.

“연기는 허구를 다루는 예술인 것 같지만 동시에 현실에 있는 물리성이 만나는 것이기도 해요. 시연 직전 장면을 예로 들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제 옆을 지나갔어요. 누가 댓글에 ‘정신없는 연기 잘했다’고 하셨는데 사실 정신없는 걸 표현하려 하지 않았고 그냥 지나가길래 쳐다본 거예요. 당시에 주변이 산만했으니 그 실제 환경에 집중했고 그러다 보니 정신없는 게 표현됐나봐요.”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인 김신록은 사회대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기업 인턴십 생활을 잘 마쳐 좋은 대우의 정규직 전환도 제안받았지만, 연기에 열망 때문인지 썩 내키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길은 연극이었다. 

“매우 좋은 조건으로 정규직을 제안받기도 했는데, 제 마음이 뜨뜻미지근하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나 봐요. 대학생 인턴십은 꽤 많이 했어요. 연극을 좋아했어요.”

막상 연극을 접하니 연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김신록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오랜 기간 강의도 한다. 연극과 강의를 병행하며 경력과 내공을 탄탄히 쌓아왔다. 10여년 넘게 강의와 무대를 오고 간 김신록은 39세가 돼서 학교를 그만둔다. 

“제가 학교 시스템이 정해놓은 시간 안에서 6살부터 39살까지 살았더라고요. 학교가 생계를 해결해주기도 했지만 시간의 제약을 주기도 했어요. 문득 다른 시계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의를 그만둘 즈음에 드라마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인지도였던 김신록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일생일대 최대의 전환기에 놓여있다. 내면의 동요는 크지 않더라도, 제안받는 작품의 양이나 캐릭터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과연 그는 어떤 방향을 갖고 있을까. 또 그가 흥미를 느끼는 작품은 무엇일까. 답은 명쾌했다.

무명의 인지도
전 세계 주목

“어려운 질문이에요. 연극에서는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동의하는지를 봐요. 또 인물의 언어를 나의 말로써 발화할 힘이 있는가도 생각하고요. 연기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도 생각하죠. 이런 여러 가지 질문에 큰 거슬림이 없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영상 분야는 아직 경력이 짧다 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방향성이 확고하지 않아요. 시간을 들여 작품을 하다 보면 선택할 때 좀 더 나다운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구조적으로 기능만 할 수 있다면 특색있는 작은 역에서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큰 역할까지 두루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극적인 작품부터 섬세하고 소소한 작품도 넘나들고 싶습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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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 차준영 회장과 다툼 중인 1조원대 공사비 정산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2월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보도에서 소송전의 내막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차 회장은 “허위 보도”라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항소심 재판을 최초로 언급한 <이데일리> 보도와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통일동산 공사비 소송의 규모와 구조 자체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차준영 시티원 회장은 통일동산 사업의 손실 구조를 발생시키고 떠난 뒤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으로 변신했다. 넥스플랜은 한 채에 200억~40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사다. 18년째 흉물 방치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2월5일 선고한 항소심에서 DL이앤씨가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시티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인용액 약 5184억원을 유지하면서 추가 청구액 약 45억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금 기준 약 5229억원 규모의 채권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판결문에는 기성 공사 대금, 연대보증에 대한 구상금, 대여금 채권이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돼있다. 일부 채권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7%의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지연손해금까지 합산할 경우, 시티원과 차 회장의 최종 부담액이 총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채권의 이자 기산일이 2009~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지연손해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지급 총액은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L이앤씨는 시티원과 공사비 4125억원, 공사 기간 28개월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파주 통일동산 관광숙박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관광숙박시설(1265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06년 12월 시티원과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1월 착공에 나섰다.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률이 9%(118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들은 잇따라 해약에 나섰고 시티원은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결국 공정률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 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 등 총 573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와 공사비 소송 패소 최종 부담액 1조500억원 추산 차 회장은 도급계약상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 내 공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가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의 5%)과 미래 분양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 등 총 532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반소했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 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해 공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이에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 회장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DL이앤씨에게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책임 준공 의무가 있다”고 맞선 것이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와 연대보증에 따른 대위 변제금, 대여금 등을 합산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티원 및 차 회장 측은 책임 준공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단해 반소를 기각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차 회장 통장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한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 회장은 통장 등이 압류되자, 친형인 차대영 명의 계좌를 빌려 에테르노 압구정의 분양 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금이 넥스플랜으로 이체된 사실도 거래 내역서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차 회장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드맵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차 회장)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5184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좌 압류나 자금 유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에는 거액의 채권 인용 사실이 명시돼있고, 차 회장이 사건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한 구조가 확인된다. 상상 초월 손배 액수 <일요시사>는 앞선 보도에서 통일동산 사업 1심 판결 규모와 함께, 차 회장의 또 다른 사업지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제기된 자금 흐름의 수상한 점을 다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시티원과 차 회장의 현재 회사인 넥스플랜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티원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6289억원으로 자산(약 1359억원)을 약 4930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4930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무한 채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비용만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업과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L이앤씨 측이 채권 보전을 위해 압류 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어떤 자산이 대상이 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차 회장이 현재 운영 중인 넥스플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넥스플랜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5432억원으로 자산(약 5244억원)을 약 188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188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당기순손실은 약 214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분양·용역 합산 약 669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전년(약 131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약 399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약 261억원에 이르러 영업손실 약 111억원을 포함한 세전 손실 약 214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넥스플랜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이 분양받은 강남 초고가 하이엔드 주거 단지 ‘에테르노 청담’을 완판한 데 이어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9세대 규모의 ‘에테르노 압구정(총분양 예정가액 6860억원)’을 개발 중인 시행사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시티원과 관련 계열사의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테르노 분양 자금이 신탁 구조 안에서 적정하게 관리됐는지도 쟁점이다. 부실한 재무 판관비만 ↑ 통일동산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임진각, 출판단지와 인접한 관광 요지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성된 통일동산 지구의 핵심 숙박시설로 기대를 모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관광특구의 경쟁력 약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 지정,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 추진 등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티원 측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DL이앤씨와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인해 흉물로 남겨졌다. 현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특혜 논란 우려도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한 상태로, 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시티원의 재무 여력이 취약해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흉물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유로를 따라 오두산통일전망대, 임진각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앙상한 공사 현장이 도드라지는 등 통일동산 미관을 해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채무 정리 이후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관광숙박시설 원안 복원, 주거·복합개발 전환, 공공 주도 방식이나 자력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지만 결국 사업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파주시 의원은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후 장기간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치되니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시커멓게 변해 점점 더 흉물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차가원-MC몽 불륜설 제보 배우 데리고 카지노 동행 탄현면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중단된 콘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며 “공사 중단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저해, 덩달은 주변 지역 쇠퇴화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과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지만 시티원 측은 항소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티원(회장 차준영)은 2월24일 DL이앤씨가 낸 파주 통일동산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차 회장은 영화배우 김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 회장이 워커힐 카지노 VVIP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냐는 것이다. 차 회장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 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 회장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또 자신의 친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눠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재차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 회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차 회장이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압구정 모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접대했다”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이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 톡 대화에서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VVIP라 가능? 간 큰 회장님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