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진정한 메서드 연기 '지옥' 김신록

“연기란 허구 세계서 실제와 만나는 것”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김신록은 인지도랄 것이 없는 배우였다. 연극계에서는 유명했다고 하지만, 대중매체에서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넷플릭스 <지옥>이 공개되기 전까진 그랬다.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강렬하고 입체적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 팬들도 김신록의 내공을 알아볼 정도다. 단숨에 인생이 뒤바뀌는 전환의 시점에 놓인 김신록을 만났다. 

배우는 글을 해석해서 이를 구현하는 작업을 하는 직업이다. 창작자가 써낸 인물의 나이와 직업, 주변인과의 관계, 그가 맞닥뜨리는 사건이나 언행을 발판 삼아, 인물이 가진 심리나 감정을 찾아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캐릭터 연구’ 과정이다. 

집약된 감정
캐릭터 연구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일수록 이 작업에 집요할 정도로 에너지를 쏟는다. 끊임없이 몰두해 인물의 언행에 숨은 당위성을 찾는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구현하는 방법을 설계하는 건 배우의 몫이다. 연출자가 잡은 방향성 내에서 시나리오에 담긴 인물의 정서는 담아내되, 수많은 감정을 함축시켜 표현해야 한다. 인물의 심리를 이해한 뒤, 목소리의 톤, 템포, 표정과 눈빛, 외형과 동선, 행동을 구체화한다.

시나리오의 세계와 부합하게 세팅된 촬영 현장에서는 무의식마저 인물처럼 행동하도록 집중한다.


좋은 연기자는 각 상황에 맞게 짧고 간결하며, 절제된 모습으로 집약된 감정을 드러낸다. 불안과 욕망, 분노, 슬픔처럼 덩어리가 큰 감정부터 자괴감, 죄책감, 그리움, 허무함과 같은 세밀한 감정도 표현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모순된 포인트나, 너무 특이한 인물도 갖고 있을 만한 보편적인 인간성을 짚어낸다.

반대로 연기력이 부족하거나, 캐릭터 연구가 부족한 연기자는 단편적인 얼굴을 그린다. 기시감이 강한 평면적인 인물을 그려내는 데 그친다. 좋은 연기를 한다는 건 어쩌면 인문학적 이해가 깊다는 뜻도 된다. 

웹툰과 같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기하는 건 더 어려운 미션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웹툰을 보며 머릿속에 그려놓은 인물에서 너무 엇나가도 불편함을 주고, 만화 속 인물 그대로 연기해도 뻔하다는 인상을 준다. 원작의 정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어딘가는 새로운 느낌을 줘야만 원작 팬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배우 김신록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보여준 연기는 배우에게 있어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표본이 된다. 웹툰에서 그저 나약하고 무능하고, 힘없어 보이는 박정자가 드라마에서는 용기 있고 날렵하면서 강한 인상도 준다.

비록 가난으로 인해 누추한 집에서 지내지만, 그의 삶마저 남루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넷플릭스 <지옥>서 박정자 역으로 열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놀라게 한 연기력

누구보다도 자식을 사랑하는 모성애와 함께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 바닥까지 무너지고 싶지는 않은 인간의 자존심, 혹시나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희망, 지옥 사자를 만나기 직전의 고통스러움 등 박정자에게 놓인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감정이 김신록을 통해 드러난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하다. 워낙 인상적이었던 터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마저 놀라고 있다. 

이러한 연기는 오랜 시간 연기를 연구하고 부딪히며 갈고 닦은 김신록만의 방법론이 있어 가능했다. 글에 쓰여 있되, 정확히 표현되지 않은 수많은 의미를 찾아내면서 메소드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것.

“연상호 감독님께서 박정자라는 인물에 대해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평범한 인물’이라고 하셨어요. 평범하다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평범함에 가려진 개인성이 드러났으면 했죠. 두 아이의 엄마지만 미혼모이고 아빠가 다르면서 옆가게 포장마차랑은 친분이 있어요. 언덕이 높은 다세대 주택에 살고. 애들이 엄마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준비하죠. 이런 식으로 환경과 관계를 짚어가면서 단순히 슬프고 절망스러운 것을 넘어 구체적인 입장과 감정을 찾으려 했어요.”

1화 초반부 새 진리회 정진수(유아인 분) 의장으로부터 시연 장면 중계에 대해 제안을 받은 박정자는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대면한다. 정진수가 3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것을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받기 위함으로 만난 자리였다.

감정이 오고 가기보다는 이성적인 정보가 많은 장면이다. 드라마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장면에, 김신록은 저항감을 드러낸다. 시청자의 무의식만을 자극하는 수준의 매우 희미하고 빠른 형태라는 게 포인트다. 

평범성
개인성

“비슷한 나이 또래인 민혜진 변호사가 들어오는데 정자는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상태잖아요. 사회적 지위, 경제력, 현재 처지 등이 너무도 차이가 나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아요.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처지지만 최소한의 품위는 잃고 싶지 않은 복합적인 감정이 생각났던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말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민혜진이 정의로운 변호사이긴 하지만 소시민인 박정자라는 당사자의 심정과 입장을 정말 이해하느냐고요. 그런 점에서 약간의 반감과 저항감의 결을 넣으려 했어요.”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지옥> 코멘터리에서 김신록에게 고맙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에는 아이들을 안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김신록이 해결해줬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나리오에는 박정자가 두 아이를 안고 독백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독백의 시간이 너무 길어 아이들과 함께 연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그 판단이 든 건 촬영 현장에서다. 

대본을 바꾸기 위해 연출진과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던 찰나 김신록의 머릿속에 애드리브가 떠올랐다.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크게 혼낸 뒤 다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약속한 30억원을 꼭 아이들에게 전달해달라는 바람을 전하는 명장면의 탄생 배경이다.

이는 <지옥> 내에서 6부 엔딩과 함께, 가장 슬픈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완벽한 연기를 넘어 연출에 가까운 능력을 드러낸 장면이기도 하다.

“그때 다들 고민을 하고 있었죠. 저 역시 그랬고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오고 갔어요. 상황을 잘 이해해보려고 했어요. 정자는 집도 누추하고 중요한 손님들이 왔는데 내놓을 것도 없고 커피잔마저 짝이 안 맞아요. 그런 상태에서 한창 굴욕적인 이야기를 듣던 중에 애들이 뛰쳐나와서 겁도 없이 대들잖아요. 박정자라는 인물이 그런 심정일 것 같았어요. 사람들에게 아빠가 없다고 애들을 버릇없이 키우지 않았다는 변명도 하고 싶고 애들에게 엄마의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요. 그게 그만 애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는 방식으로 표출된 거죠. 사람이라는 게 참 미성숙하잖아요.” 


박정자가 고지를 받고 지옥사자들에게서 목숨을 빼앗기기까지의 기간은 단 5일이다. 작품에는 그사이 새 진리회와 민혜진을 만나 죽음의 장면을 공개하기로 하는 과정과 아이들을 해외로 넘기는 장면만 담겨있다. 작품에는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김신록이 쓴 전사는 꽤 매력적이다.

“박정자가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지만 아마 그 5일동안 인생에서 가장 액티브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포장마차를 인계하고 빚도 정리하고 애들 은행계좌도 만들고 어린이집이나 학교도 정리하고 이래저래 엄청 바빴을 거예요. 그동안 아끼느라 제대로 못 먹였다는 생각에 시장에서 고기며 생선이며 과일이며 장도 몽땅 봐서 한상 차렸는데 은율이는 잘 먹지 않고 하율이는 신나게 먹다 체하고, 너무 속상했을 것 같아요. 작은 순간조차 뜻대로 안되잖아요. 애들에게 편지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출국하는 바람에 쓰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죽음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지옥>을 관통하는 가장 큰 장면이 박정자가 시연을 당하는 장면이다. 그의 죽음을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의 취재진이 몰리고, 마치 큰 구경거리라도 난 듯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맨 앞자리에서 그의 죽음을 시청한다. 

마치 무대에 선 배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박정자의 얼굴에는 오만가지 감정이 엿보인다. 불안과 초조, 두려움과 공포, 염세적이기도 하면서, 피폐해 보이기도 한다. 2021년 최고의 명장면을 만든 장본인은 그 순간 몸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감정보다는 몸에 집중하려 했어요. 5일 가까이 아무것도 못 먹었을 테니 당도 다 떨어지고 탈진 직전의 몸 상태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손발이 저리고 몸이 의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말초신경이 극히 예민해져서 사람이 지나가면 흠칫 놀라 쳐다보게 되고요. 그런 몸들이 감정을 대변해준 게 아닌가 싶어요.”


예사롭지 않은 연기력에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이 놀라고 있다. 박정자만의 고유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물론, 누구든 보일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이 뚜렷하게 녹아있다. 발성이나 발음, 표정과 같은 기본기는 탁월하다.

어떤 고민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입체적이고 색다른 인물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가 작품에 접근할 때 주목하는 건 인물에게 주어진 환경과 관계다.

“인물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인물과 환경의 관계를 보여주려 해요. 박정자와 민혜진 변호사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변호사와 소시민간의 계급 차이와 당사자와 조력자 간의 입장 차이 같은 관계성이 드러났으면 했어요. 인물이라고 하는 게 그 사람을 둘러싼 세계의 총합이잖아요. <방법>은 산중의 폐가에 살고 매일 소주를 마시고 안주는 김치, 아픈 딸이 있고 초자연적인 신을 모신다는 환경이 있었죠. 인물을 둘러싼 환경을 상상하고 인물이 어떤 것과 연결됐는지를 보고 연결된 것들을 다층적으로 가져가려 해요.”

17년 차 무명 배우에 찾아온 전환의 시점
“구조적으로 기능하는 역할이 흥미로워요”

김신록만의 연기관이다. 본인도 여기를 배우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던진 말이다.

“연기는 허구를 다루는 예술인 것 같지만 동시에 현실에 있는 물리성이 만나는 것이기도 해요. 시연 직전 장면을 예로 들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제 옆을 지나갔어요. 누가 댓글에 ‘정신없는 연기 잘했다’고 하셨는데 사실 정신없는 걸 표현하려 하지 않았고 그냥 지나가길래 쳐다본 거예요. 당시에 주변이 산만했으니 그 실제 환경에 집중했고 그러다 보니 정신없는 게 표현됐나봐요.”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인 김신록은 사회대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기업 인턴십 생활을 잘 마쳐 좋은 대우의 정규직 전환도 제안받았지만, 연기에 열망 때문인지 썩 내키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길은 연극이었다. 

“매우 좋은 조건으로 정규직을 제안받기도 했는데, 제 마음이 뜨뜻미지근하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나 봐요. 대학생 인턴십은 꽤 많이 했어요. 연극을 좋아했어요.”

막상 연극을 접하니 연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김신록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오랜 기간 강의도 한다. 연극과 강의를 병행하며 경력과 내공을 탄탄히 쌓아왔다. 10여년 넘게 강의와 무대를 오고 간 김신록은 39세가 돼서 학교를 그만둔다. 

“제가 학교 시스템이 정해놓은 시간 안에서 6살부터 39살까지 살았더라고요. 학교가 생계를 해결해주기도 했지만 시간의 제약을 주기도 했어요. 문득 다른 시계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의를 그만둘 즈음에 드라마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인지도였던 김신록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일생일대 최대의 전환기에 놓여있다. 내면의 동요는 크지 않더라도, 제안받는 작품의 양이나 캐릭터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과연 그는 어떤 방향을 갖고 있을까. 또 그가 흥미를 느끼는 작품은 무엇일까. 답은 명쾌했다.

무명의 인지도
전 세계 주목

“어려운 질문이에요. 연극에서는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동의하는지를 봐요. 또 인물의 언어를 나의 말로써 발화할 힘이 있는가도 생각하고요. 연기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도 생각하죠. 이런 여러 가지 질문에 큰 거슬림이 없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영상 분야는 아직 경력이 짧다 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방향성이 확고하지 않아요. 시간을 들여 작품을 하다 보면 선택할 때 좀 더 나다운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구조적으로 기능만 할 수 있다면 특색있는 작은 역에서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큰 역할까지 두루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극적인 작품부터 섬세하고 소소한 작품도 넘나들고 싶습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