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막힌 속 뚫어주는 오은영

‘마법처럼’ 우울한 현대인들의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자신의 삶에 100% 만족한 이가 얼마나 있으랴. 갈등이 있을 때는 당연하겠지만, 갈등이 없어도 불안이 존재한다. 그 불안감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체로 불안을 떠안은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있다. 바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흔히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라고도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산다. 결핍은 부모로부터도, 교우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결핍은 불안을 낳는다. 불안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불안은 곧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결핍과 불안
혼돈의 시대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는다’고 했듯, 자식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미운 일곱살’을 넘어 ‘죽이고 싶은 일곱살’이라는 섬뜩한 말이 생길 정도로 육아에 고통받는 부모가 적지 않다. 아무리 육아가 고통스러워도 자식은 자식이라, 쉽게 내칠 수 없다.

말썽 부리는 아이에겐 마음에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게 오래된 정설인 것처럼,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에서 파생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빠른 일이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연인 관계에서 늘 문제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매번 이상한 이성을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에게 끌리는 주체가 있다. “매번 똥차만 만난다면 내가 똥차 차고지일 수 있다”는 김이나 작사가의 이른바 ‘똥차론’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되는 말이다. 이 역시 결핍이 만든 참극일 수 있다. 


단순히 이상한 사람을 만나 문제점을 알고 헤어졌다면 그만이지만,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는데 배우자가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 극심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그땐 일생일대의 결정을 해야만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외에도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 못하는 사람, 아내와의 소통이 불편한 남편, 타인이 던진 악성 댓글에 외형을 바꾸는 연예인, 자식에게 늘 공격적인 아버지 등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불안한 자아를 드러내며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인 여유 없인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아는 대다수 현대인은 돈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신 마음을 위안하는 데는 비교적 서툰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다른 나라가 수백년간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를 30여년 만에 일군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성장한 외형만큼 내면을 돌보지 못했다. 

새 천년의 시대가 열린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마음의 불안에 대해서는 쉽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다. 혹여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해 보일까 두렵기도 하고, 실제로 힘들다고 말해도 ‘다 그러고 살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오 박사 휴머니즘
상담·교육 예능의 장르화…위로받는 시청자

그런 중에 오은영 건강의학과 의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아이와 부모 간의 관계에 놓인 갈등을 정확히 진단하고 명쾌한 해법을 내놓는가 하면, 수십년째 달고 살아온 본성의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불안이 극심해 범죄로 이어지는 사람에 대해서도 완벽히 파악할 뿐 아니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꿈을 좇는 아이들을 찾아 위안도 준다. 


최근 오은영 박사는 방송을 늘려나가고 있다. 종일 예약 전화가 물밀 듯이 쏟아져 수개월이 지나야 겨우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오 박사와 상담을 하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몸이 하나뿐이라 도저히 수많은 상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오 박사는 각자 내면의 문제를 찾고 보완하는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방송을 늘리고 있다.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단순한 패턴이지만,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며, 마음의 치유를 얻는 대목과 감동의 크기도 다르다. 회차마다 신선한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체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마치 요식업계의 권위자인 백종원이 그런 것처럼 심리 상담 분야에서 오은영은 장르화되어가고 있다. 

육아를 주로 다루는 tvN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를 1년6개월 넘게 출연한 그는 지난 9월 채널A <금쪽 상담소>를 통해 커다란 고민이 있는 셀럽을 상담해주고 있다.

<슈퍼스타K>를 연출한 한동철 PD가 오랜 공백을 깨고 제작하는 MBC <방과 후 설렘>의 프리퀄인 <방과후 설렘 프리퀄 -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이하 <망설임>)에서 연습생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TV조선 <미친.사랑.X>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범죄를 재구성한 재연을 본 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아동·청소년 발달 심리부터, 우울과 불안 등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상담 심리,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범죄 심리까지,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막힘이 없고 정확하며 명쾌하다. 

정신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오 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다.

누구나 사랑받을 훌륭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모도, 스트레스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준 누군가도,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도, 모두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대한다. 타인을 존중하는 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다. 

현대판
해결사

그런 대목은 SBS <집사부일체>에서 진행한 오나미와의 상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늘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부분과 남자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는 오나미에게 오 박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부모님에게 떼를 써보고 징징댄 적 있으세요?”와 “거절도 못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이유는 뭔 것 같아요?”였다.

이에 오나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키워져서 징징댄 적이 없다”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바보 같아서”라고 했다. 타인의 목적이 보이는 못된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이 답답한 마음에 전한 ‘바보 같아’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나미의 답변에 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오 박사는 오나미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대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친구가 ‘돈 좀 꿔줘’라고 그랬을 때 거절한다고 치면, ‘왜 돈 있으면서 안 꿔줘’라는 말을 듣기가 괴로운 것이고 그러면 내가 유능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나미씨는 있는 그대로 원래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언제나 나이스하고 방귀도 안 트고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만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고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것이고 마음 밑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바꿔 말하면 어떤 상황에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하지만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건 자존감과도 연결된 것으로 돈을 꿔주든 아니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결하고 편안한 화법으로 오나미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용기를 준다. 이 장면에서 패널들도 감탄하며 공감했다. 

명쾌한 화법
시원한 해법


이외에도 <금쪽상담소>에서도 그는 수많은 셀럽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역시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존중받을 사람이라는 태도를 유지한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오 박사의 진단에 모두가 마음 끄트머리에 숨어 있는 비밀을 용기있게 털어놓는다. 

착한 아이로만 살아와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한 이윤지와 조우종,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에일리, 아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진, 부모의 희생이 부담으로 작용해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서툰 신수지,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의 교리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선에 대한 강박을 느끼는 홍석천 등 오은영은 내담자들의 속마음을 꿰뚫고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고백하게 하고 내면의 문제점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지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누구에게도 거절하지 못하는 조우종에겐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준 뒤 거절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타인 민감성이 높은 에일리에겐 주위의 친한 사람이나 정신과 의사에게 내면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길 권한다. 

생명을 살린 경험으로 인해 20년 넘게 상담을 지속해온 홍석천에겐 상담이란 상대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인생을 다 떠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조금씩 선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아내 김지영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밝힌 남성진에겐 아내의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 천천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라고 조언한다. 아내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이 선한 의도였다는 걸 차분히 밝히라는 얘기다. 

오은영과 대화를 나눈 셀럽들은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 기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인다. 이른바 ‘은영 매직’이라 불릴만한 장면이다. <금쪽상담소>에 패널로 출연 중인 이윤지는 “오은영 박사와 대화한 이후 삶 자체가 바뀌었다”며 “오 박사를 만나기 위해 내가 배우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더 많은 사람이 내면의 힘 길렀으면”
쉼 없이 행동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오 박사의 상담을 보고 자신의 문제를 찾기도 하며, 누군가를 진정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며 치켜세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안한 현대인에게 구세주가 돼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다. 

오은영은 자기만의 시간이 거의 없이 바삐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적지 않은 방송을 할 뿐 아니라 밀려 있는 상담을 종일 처리하고, 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강단에 서 강연도 한다. 세미나와 시상식에 참여하기도 하며, 오랜 기간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시간을 잘게 쪼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길을 걸어가던 중에 자신을 알아보고 육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질문하는 엄마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타인이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있는 힘껏 마음을 쓴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있던 셈이다. 

그런 오 박사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냐>에 출연한 오 박사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자칫 시한부 인생을 살다 생을 자칫 마감할 뻔했다고 고백했다. 건강을 자신했지만 검사 결과 대장암이 발견됐다는 후배 의사의 말과 함께 ‘3개월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오 박사는 “그때를 기억해보면, 귀에서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심장이 툭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힘든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면하고 주변 관계와 상황을 정리하며 수술을 앞두고 있는 과정에서도 오 박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입원 2시간 전까지 상담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 했다. 

오 박사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주변의 관계와 상황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식만큼은 정리가 안 되더라”며 “그래서 이 시대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애통하고 미안해할까, 이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대장암 투병이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고통을 딛고 일어서다 보니 모든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몸에 익힌 듯 보인다. 이후 자신의 행복만큼 타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 ‘혐오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 싸운다. 이념과 자본, 권력, 명예를 두고 타인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걸 쉽게 목격한다. 많은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는 건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일 수 있다.

혐오 사회
터닝 포인트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오은영 박사의 타인을 존중하는 세계관을 몸소 실현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면 어떨까. 오 박사의 올바른 마음이 다수에게 전달되고, 더 많은 사람이 휴머니즘을 추구한다면 ‘혐오 사회’는 스치는 바람같은 해프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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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