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막힌 속 뚫어주는 오은영

‘마법처럼’ 우울한 현대인들의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자신의 삶에 100% 만족한 이가 얼마나 있으랴. 갈등이 있을 때는 당연하겠지만, 갈등이 없어도 불안이 존재한다. 그 불안감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체로 불안을 떠안은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있다. 바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흔히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라고도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산다. 결핍은 부모로부터도, 교우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결핍은 불안을 낳는다. 불안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불안은 곧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결핍과 불안
혼돈의 시대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는다’고 했듯, 자식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미운 일곱살’을 넘어 ‘죽이고 싶은 일곱살’이라는 섬뜩한 말이 생길 정도로 육아에 고통받는 부모가 적지 않다. 아무리 육아가 고통스러워도 자식은 자식이라, 쉽게 내칠 수 없다.

말썽 부리는 아이에겐 마음에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게 오래된 정설인 것처럼,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에서 파생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빠른 일이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연인 관계에서 늘 문제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매번 이상한 이성을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에게 끌리는 주체가 있다. “매번 똥차만 만난다면 내가 똥차 차고지일 수 있다”는 김이나 작사가의 이른바 ‘똥차론’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되는 말이다. 이 역시 결핍이 만든 참극일 수 있다. 

단순히 이상한 사람을 만나 문제점을 알고 헤어졌다면 그만이지만,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는데 배우자가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 극심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그땐 일생일대의 결정을 해야만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외에도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 못하는 사람, 아내와의 소통이 불편한 남편, 타인이 던진 악성 댓글에 외형을 바꾸는 연예인, 자식에게 늘 공격적인 아버지 등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불안한 자아를 드러내며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인 여유 없인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아는 대다수 현대인은 돈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신 마음을 위안하는 데는 비교적 서툰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다른 나라가 수백년간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를 30여년 만에 일군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성장한 외형만큼 내면을 돌보지 못했다. 

새 천년의 시대가 열린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마음의 불안에 대해서는 쉽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다. 혹여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해 보일까 두렵기도 하고, 실제로 힘들다고 말해도 ‘다 그러고 살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오 박사 휴머니즘
상담·교육 예능의 장르화…위로받는 시청자

그런 중에 오은영 건강의학과 의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아이와 부모 간의 관계에 놓인 갈등을 정확히 진단하고 명쾌한 해법을 내놓는가 하면, 수십년째 달고 살아온 본성의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불안이 극심해 범죄로 이어지는 사람에 대해서도 완벽히 파악할 뿐 아니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꿈을 좇는 아이들을 찾아 위안도 준다. 

최근 오은영 박사는 방송을 늘려나가고 있다. 종일 예약 전화가 물밀 듯이 쏟아져 수개월이 지나야 겨우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오 박사와 상담을 하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몸이 하나뿐이라 도저히 수많은 상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오 박사는 각자 내면의 문제를 찾고 보완하는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방송을 늘리고 있다.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단순한 패턴이지만,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며, 마음의 치유를 얻는 대목과 감동의 크기도 다르다. 회차마다 신선한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체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마치 요식업계의 권위자인 백종원이 그런 것처럼 심리 상담 분야에서 오은영은 장르화되어가고 있다. 

육아를 주로 다루는 tvN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를 1년6개월 넘게 출연한 그는 지난 9월 채널A <금쪽 상담소>를 통해 커다란 고민이 있는 셀럽을 상담해주고 있다.

<슈퍼스타K>를 연출한 한동철 PD가 오랜 공백을 깨고 제작하는 MBC <방과 후 설렘>의 프리퀄인 <방과후 설렘 프리퀄 -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이하 <망설임>)에서 연습생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TV조선 <미친.사랑.X>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범죄를 재구성한 재연을 본 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아동·청소년 발달 심리부터, 우울과 불안 등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상담 심리,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범죄 심리까지,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막힘이 없고 정확하며 명쾌하다. 

정신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오 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다.

누구나 사랑받을 훌륭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모도, 스트레스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준 누군가도,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도, 모두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대한다. 타인을 존중하는 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다. 

현대판
해결사

그런 대목은 SBS <집사부일체>에서 진행한 오나미와의 상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늘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부분과 남자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는 오나미에게 오 박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부모님에게 떼를 써보고 징징댄 적 있으세요?”와 “거절도 못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이유는 뭔 것 같아요?”였다.

이에 오나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키워져서 징징댄 적이 없다”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바보 같아서”라고 했다. 타인의 목적이 보이는 못된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이 답답한 마음에 전한 ‘바보 같아’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나미의 답변에 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오 박사는 오나미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대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친구가 ‘돈 좀 꿔줘’라고 그랬을 때 거절한다고 치면, ‘왜 돈 있으면서 안 꿔줘’라는 말을 듣기가 괴로운 것이고 그러면 내가 유능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나미씨는 있는 그대로 원래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언제나 나이스하고 방귀도 안 트고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만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고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것이고 마음 밑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바꿔 말하면 어떤 상황에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하지만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건 자존감과도 연결된 것으로 돈을 꿔주든 아니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결하고 편안한 화법으로 오나미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용기를 준다. 이 장면에서 패널들도 감탄하며 공감했다. 

명쾌한 화법
시원한 해법

이외에도 <금쪽상담소>에서도 그는 수많은 셀럽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역시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존중받을 사람이라는 태도를 유지한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오 박사의 진단에 모두가 마음 끄트머리에 숨어 있는 비밀을 용기있게 털어놓는다. 

착한 아이로만 살아와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한 이윤지와 조우종,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에일리, 아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진, 부모의 희생이 부담으로 작용해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서툰 신수지,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의 교리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선에 대한 강박을 느끼는 홍석천 등 오은영은 내담자들의 속마음을 꿰뚫고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고백하게 하고 내면의 문제점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지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누구에게도 거절하지 못하는 조우종에겐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준 뒤 거절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타인 민감성이 높은 에일리에겐 주위의 친한 사람이나 정신과 의사에게 내면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길 권한다. 

생명을 살린 경험으로 인해 20년 넘게 상담을 지속해온 홍석천에겐 상담이란 상대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인생을 다 떠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조금씩 선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아내 김지영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밝힌 남성진에겐 아내의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 천천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라고 조언한다. 아내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이 선한 의도였다는 걸 차분히 밝히라는 얘기다. 

오은영과 대화를 나눈 셀럽들은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 기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인다. 이른바 ‘은영 매직’이라 불릴만한 장면이다. <금쪽상담소>에 패널로 출연 중인 이윤지는 “오은영 박사와 대화한 이후 삶 자체가 바뀌었다”며 “오 박사를 만나기 위해 내가 배우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더 많은 사람이 내면의 힘 길렀으면”
쉼 없이 행동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오 박사의 상담을 보고 자신의 문제를 찾기도 하며, 누군가를 진정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며 치켜세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안한 현대인에게 구세주가 돼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다. 

오은영은 자기만의 시간이 거의 없이 바삐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적지 않은 방송을 할 뿐 아니라 밀려 있는 상담을 종일 처리하고, 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강단에 서 강연도 한다. 세미나와 시상식에 참여하기도 하며, 오랜 기간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시간을 잘게 쪼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길을 걸어가던 중에 자신을 알아보고 육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질문하는 엄마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타인이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있는 힘껏 마음을 쓴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있던 셈이다. 

그런 오 박사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냐>에 출연한 오 박사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자칫 시한부 인생을 살다 생을 자칫 마감할 뻔했다고 고백했다. 건강을 자신했지만 검사 결과 대장암이 발견됐다는 후배 의사의 말과 함께 ‘3개월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오 박사는 “그때를 기억해보면, 귀에서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심장이 툭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힘든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면하고 주변 관계와 상황을 정리하며 수술을 앞두고 있는 과정에서도 오 박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입원 2시간 전까지 상담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 했다. 

오 박사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주변의 관계와 상황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식만큼은 정리가 안 되더라”며 “그래서 이 시대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애통하고 미안해할까, 이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대장암 투병이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고통을 딛고 일어서다 보니 모든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몸에 익힌 듯 보인다. 이후 자신의 행복만큼 타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 ‘혐오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 싸운다. 이념과 자본, 권력, 명예를 두고 타인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걸 쉽게 목격한다. 많은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는 건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일 수 있다.

혐오 사회
터닝 포인트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오은영 박사의 타인을 존중하는 세계관을 몸소 실현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면 어떨까. 오 박사의 올바른 마음이 다수에게 전달되고, 더 많은 사람이 휴머니즘을 추구한다면 ‘혐오 사회’는 스치는 바람같은 해프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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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