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막힌 속 뚫어주는 오은영

‘마법처럼’ 우울한 현대인들의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자신의 삶에 100% 만족한 이가 얼마나 있으랴. 갈등이 있을 때는 당연하겠지만, 갈등이 없어도 불안이 존재한다. 그 불안감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체로 불안을 떠안은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있다. 바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흔히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라고도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산다. 결핍은 부모로부터도, 교우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결핍은 불안을 낳는다. 불안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불안은 곧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결핍과 불안
혼돈의 시대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는다’고 했듯, 자식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미운 일곱살’을 넘어 ‘죽이고 싶은 일곱살’이라는 섬뜩한 말이 생길 정도로 육아에 고통받는 부모가 적지 않다. 아무리 육아가 고통스러워도 자식은 자식이라, 쉽게 내칠 수 없다.

말썽 부리는 아이에겐 마음에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게 오래된 정설인 것처럼,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에서 파생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빠른 일이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연인 관계에서 늘 문제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매번 이상한 이성을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에게 끌리는 주체가 있다. “매번 똥차만 만난다면 내가 똥차 차고지일 수 있다”는 김이나 작사가의 이른바 ‘똥차론’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되는 말이다. 이 역시 결핍이 만든 참극일 수 있다. 


단순히 이상한 사람을 만나 문제점을 알고 헤어졌다면 그만이지만,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는데 배우자가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 극심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그땐 일생일대의 결정을 해야만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외에도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 못하는 사람, 아내와의 소통이 불편한 남편, 타인이 던진 악성 댓글에 외형을 바꾸는 연예인, 자식에게 늘 공격적인 아버지 등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불안한 자아를 드러내며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인 여유 없인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아는 대다수 현대인은 돈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신 마음을 위안하는 데는 비교적 서툰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다른 나라가 수백년간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를 30여년 만에 일군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성장한 외형만큼 내면을 돌보지 못했다. 

새 천년의 시대가 열린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마음의 불안에 대해서는 쉽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다. 혹여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해 보일까 두렵기도 하고, 실제로 힘들다고 말해도 ‘다 그러고 살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오 박사 휴머니즘
상담·교육 예능의 장르화…위로받는 시청자

그런 중에 오은영 건강의학과 의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아이와 부모 간의 관계에 놓인 갈등을 정확히 진단하고 명쾌한 해법을 내놓는가 하면, 수십년째 달고 살아온 본성의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불안이 극심해 범죄로 이어지는 사람에 대해서도 완벽히 파악할 뿐 아니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꿈을 좇는 아이들을 찾아 위안도 준다. 


최근 오은영 박사는 방송을 늘려나가고 있다. 종일 예약 전화가 물밀 듯이 쏟아져 수개월이 지나야 겨우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오 박사와 상담을 하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몸이 하나뿐이라 도저히 수많은 상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오 박사는 각자 내면의 문제를 찾고 보완하는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방송을 늘리고 있다.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단순한 패턴이지만,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며, 마음의 치유를 얻는 대목과 감동의 크기도 다르다. 회차마다 신선한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체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마치 요식업계의 권위자인 백종원이 그런 것처럼 심리 상담 분야에서 오은영은 장르화되어가고 있다. 

육아를 주로 다루는 tvN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를 1년6개월 넘게 출연한 그는 지난 9월 채널A <금쪽 상담소>를 통해 커다란 고민이 있는 셀럽을 상담해주고 있다.

<슈퍼스타K>를 연출한 한동철 PD가 오랜 공백을 깨고 제작하는 MBC <방과 후 설렘>의 프리퀄인 <방과후 설렘 프리퀄 -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이하 <망설임>)에서 연습생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TV조선 <미친.사랑.X>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범죄를 재구성한 재연을 본 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아동·청소년 발달 심리부터, 우울과 불안 등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상담 심리,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범죄 심리까지,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막힘이 없고 정확하며 명쾌하다. 

정신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오 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다.

누구나 사랑받을 훌륭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모도, 스트레스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준 누군가도,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도, 모두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대한다. 타인을 존중하는 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다. 

현대판
해결사

그런 대목은 SBS <집사부일체>에서 진행한 오나미와의 상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늘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부분과 남자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는 오나미에게 오 박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부모님에게 떼를 써보고 징징댄 적 있으세요?”와 “거절도 못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이유는 뭔 것 같아요?”였다.

이에 오나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키워져서 징징댄 적이 없다”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바보 같아서”라고 했다. 타인의 목적이 보이는 못된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이 답답한 마음에 전한 ‘바보 같아’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나미의 답변에 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오 박사는 오나미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대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친구가 ‘돈 좀 꿔줘’라고 그랬을 때 거절한다고 치면, ‘왜 돈 있으면서 안 꿔줘’라는 말을 듣기가 괴로운 것이고 그러면 내가 유능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나미씨는 있는 그대로 원래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언제나 나이스하고 방귀도 안 트고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만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고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것이고 마음 밑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바꿔 말하면 어떤 상황에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하지만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건 자존감과도 연결된 것으로 돈을 꿔주든 아니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결하고 편안한 화법으로 오나미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용기를 준다. 이 장면에서 패널들도 감탄하며 공감했다. 

명쾌한 화법
시원한 해법


이외에도 <금쪽상담소>에서도 그는 수많은 셀럽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역시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존중받을 사람이라는 태도를 유지한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오 박사의 진단에 모두가 마음 끄트머리에 숨어 있는 비밀을 용기있게 털어놓는다. 

착한 아이로만 살아와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한 이윤지와 조우종,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에일리, 아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진, 부모의 희생이 부담으로 작용해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서툰 신수지,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의 교리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선에 대한 강박을 느끼는 홍석천 등 오은영은 내담자들의 속마음을 꿰뚫고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고백하게 하고 내면의 문제점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지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누구에게도 거절하지 못하는 조우종에겐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준 뒤 거절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타인 민감성이 높은 에일리에겐 주위의 친한 사람이나 정신과 의사에게 내면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길 권한다. 

생명을 살린 경험으로 인해 20년 넘게 상담을 지속해온 홍석천에겐 상담이란 상대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인생을 다 떠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조금씩 선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아내 김지영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밝힌 남성진에겐 아내의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 천천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라고 조언한다. 아내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이 선한 의도였다는 걸 차분히 밝히라는 얘기다. 

오은영과 대화를 나눈 셀럽들은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 기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인다. 이른바 ‘은영 매직’이라 불릴만한 장면이다. <금쪽상담소>에 패널로 출연 중인 이윤지는 “오은영 박사와 대화한 이후 삶 자체가 바뀌었다”며 “오 박사를 만나기 위해 내가 배우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더 많은 사람이 내면의 힘 길렀으면”
쉼 없이 행동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오 박사의 상담을 보고 자신의 문제를 찾기도 하며, 누군가를 진정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며 치켜세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안한 현대인에게 구세주가 돼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다. 

오은영은 자기만의 시간이 거의 없이 바삐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적지 않은 방송을 할 뿐 아니라 밀려 있는 상담을 종일 처리하고, 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강단에 서 강연도 한다. 세미나와 시상식에 참여하기도 하며, 오랜 기간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시간을 잘게 쪼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길을 걸어가던 중에 자신을 알아보고 육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질문하는 엄마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타인이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있는 힘껏 마음을 쓴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있던 셈이다. 

그런 오 박사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냐>에 출연한 오 박사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자칫 시한부 인생을 살다 생을 자칫 마감할 뻔했다고 고백했다. 건강을 자신했지만 검사 결과 대장암이 발견됐다는 후배 의사의 말과 함께 ‘3개월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오 박사는 “그때를 기억해보면, 귀에서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심장이 툭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힘든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면하고 주변 관계와 상황을 정리하며 수술을 앞두고 있는 과정에서도 오 박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입원 2시간 전까지 상담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 했다. 

오 박사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주변의 관계와 상황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식만큼은 정리가 안 되더라”며 “그래서 이 시대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애통하고 미안해할까, 이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대장암 투병이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고통을 딛고 일어서다 보니 모든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몸에 익힌 듯 보인다. 이후 자신의 행복만큼 타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 ‘혐오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 싸운다. 이념과 자본, 권력, 명예를 두고 타인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걸 쉽게 목격한다. 많은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는 건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일 수 있다.

혐오 사회
터닝 포인트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오은영 박사의 타인을 존중하는 세계관을 몸소 실현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면 어떨까. 오 박사의 올바른 마음이 다수에게 전달되고, 더 많은 사람이 휴머니즘을 추구한다면 ‘혐오 사회’는 스치는 바람같은 해프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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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