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막힌 속 뚫어주는 오은영

‘마법처럼’ 우울한 현대인들의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자신의 삶에 100% 만족한 이가 얼마나 있으랴. 갈등이 있을 때는 당연하겠지만, 갈등이 없어도 불안이 존재한다. 그 불안감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체로 불안을 떠안은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있다. 바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흔히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라고도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산다. 결핍은 부모로부터도, 교우 관계에서도, 연인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결핍은 불안을 낳는다. 불안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불안은 곧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결핍과 불안
혼돈의 시대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는다’고 했듯, 자식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미운 일곱살’을 넘어 ‘죽이고 싶은 일곱살’이라는 섬뜩한 말이 생길 정도로 육아에 고통받는 부모가 적지 않다. 아무리 육아가 고통스러워도 자식은 자식이라, 쉽게 내칠 수 없다.

말썽 부리는 아이에겐 마음에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게 오래된 정설인 것처럼,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에서 파생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빠른 일이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연인 관계에서 늘 문제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매번 이상한 이성을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에게 끌리는 주체가 있다. “매번 똥차만 만난다면 내가 똥차 차고지일 수 있다”는 김이나 작사가의 이른바 ‘똥차론’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되는 말이다. 이 역시 결핍이 만든 참극일 수 있다. 


단순히 이상한 사람을 만나 문제점을 알고 헤어졌다면 그만이지만,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는데 배우자가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 극심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그땐 일생일대의 결정을 해야만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외에도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 못하는 사람, 아내와의 소통이 불편한 남편, 타인이 던진 악성 댓글에 외형을 바꾸는 연예인, 자식에게 늘 공격적인 아버지 등 수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형태로 불안한 자아를 드러내며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인 여유 없인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아는 대다수 현대인은 돈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신 마음을 위안하는 데는 비교적 서툰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다른 나라가 수백년간 이룬 산업화와 민주화를 30여년 만에 일군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성장한 외형만큼 내면을 돌보지 못했다. 

새 천년의 시대가 열린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마음의 불안에 대해서는 쉽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다. 혹여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해 보일까 두렵기도 하고, 실제로 힘들다고 말해도 ‘다 그러고 살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오 박사 휴머니즘
상담·교육 예능의 장르화…위로받는 시청자

그런 중에 오은영 건강의학과 의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아이와 부모 간의 관계에 놓인 갈등을 정확히 진단하고 명쾌한 해법을 내놓는가 하면, 수십년째 달고 살아온 본성의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불안이 극심해 범죄로 이어지는 사람에 대해서도 완벽히 파악할 뿐 아니라 비교적 어린 나이에 꿈을 좇는 아이들을 찾아 위안도 준다. 


최근 오은영 박사는 방송을 늘려나가고 있다. 종일 예약 전화가 물밀 듯이 쏟아져 수개월이 지나야 겨우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오 박사와 상담을 하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몸이 하나뿐이라 도저히 수많은 상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오 박사는 각자 내면의 문제를 찾고 보완하는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방송을 늘리고 있다.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단순한 패턴이지만,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며, 마음의 치유를 얻는 대목과 감동의 크기도 다르다. 회차마다 신선한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체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마치 요식업계의 권위자인 백종원이 그런 것처럼 심리 상담 분야에서 오은영은 장르화되어가고 있다. 

육아를 주로 다루는 tvN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를 1년6개월 넘게 출연한 그는 지난 9월 채널A <금쪽 상담소>를 통해 커다란 고민이 있는 셀럽을 상담해주고 있다.

<슈퍼스타K>를 연출한 한동철 PD가 오랜 공백을 깨고 제작하는 MBC <방과 후 설렘>의 프리퀄인 <방과후 설렘 프리퀄 - 오은영의 등교전 망설임>(이하 <망설임>)에서 연습생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TV조선 <미친.사랑.X>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범죄를 재구성한 재연을 본 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아동·청소년 발달 심리부터, 우울과 불안 등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상담 심리,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범죄 심리까지, 다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막힘이 없고 정확하며 명쾌하다. 

정신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오 박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다.

누구나 사랑받을 훌륭한 사람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모도, 스트레스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준 누군가도,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도, 모두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대한다. 타인을 존중하는 진심은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다. 

현대판
해결사

그런 대목은 SBS <집사부일체>에서 진행한 오나미와의 상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늘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부분과 남자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는 오나미에게 오 박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부모님에게 떼를 써보고 징징댄 적 있으세요?”와 “거절도 못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이유는 뭔 것 같아요?”였다.

이에 오나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키워져서 징징댄 적이 없다”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바보 같아서”라고 했다. 타인의 목적이 보이는 못된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이 답답한 마음에 전한 ‘바보 같아’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나미의 답변에 꽤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오 박사는 오나미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대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친구가 ‘돈 좀 꿔줘’라고 그랬을 때 거절한다고 치면, ‘왜 돈 있으면서 안 꿔줘’라는 말을 듣기가 괴로운 것이고 그러면 내가 유능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나미씨는 있는 그대로 원래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언제나 나이스하고 방귀도 안 트고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만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고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것이고 마음 밑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바꿔 말하면 어떤 상황에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하지만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건 자존감과도 연결된 것으로 돈을 꿔주든 아니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결하고 편안한 화법으로 오나미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용기를 준다. 이 장면에서 패널들도 감탄하며 공감했다. 

명쾌한 화법
시원한 해법


이외에도 <금쪽상담소>에서도 그는 수많은 셀럽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역시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존중받을 사람이라는 태도를 유지한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오 박사의 진단에 모두가 마음 끄트머리에 숨어 있는 비밀을 용기있게 털어놓는다. 

착한 아이로만 살아와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한 이윤지와 조우종,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에일리, 아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진, 부모의 희생이 부담으로 작용해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서툰 신수지,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의 교리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선에 대한 강박을 느끼는 홍석천 등 오은영은 내담자들의 속마음을 꿰뚫고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고백하게 하고 내면의 문제점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지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누구에게도 거절하지 못하는 조우종에겐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준 뒤 거절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타인 민감성이 높은 에일리에겐 주위의 친한 사람이나 정신과 의사에게 내면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길 권한다. 

생명을 살린 경험으로 인해 20년 넘게 상담을 지속해온 홍석천에겐 상담이란 상대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인생을 다 떠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조금씩 선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아내 김지영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고 밝힌 남성진에겐 아내의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 천천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라고 조언한다. 아내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이 선한 의도였다는 걸 차분히 밝히라는 얘기다. 

오은영과 대화를 나눈 셀럽들은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 기쁜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인다. 이른바 ‘은영 매직’이라 불릴만한 장면이다. <금쪽상담소>에 패널로 출연 중인 이윤지는 “오은영 박사와 대화한 이후 삶 자체가 바뀌었다”며 “오 박사를 만나기 위해 내가 배우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더 많은 사람이 내면의 힘 길렀으면”
쉼 없이 행동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오 박사의 상담을 보고 자신의 문제를 찾기도 하며, 누군가를 진정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며 치켜세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불안한 현대인에게 구세주가 돼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다. 

오은영은 자기만의 시간이 거의 없이 바삐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적지 않은 방송을 할 뿐 아니라 밀려 있는 상담을 종일 처리하고, 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강단에 서 강연도 한다. 세미나와 시상식에 참여하기도 하며, 오랜 기간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시간을 잘게 쪼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길을 걸어가던 중에 자신을 알아보고 육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질문하는 엄마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타인이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있는 힘껏 마음을 쓴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고 있던 셈이다. 

그런 오 박사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냐>에 출연한 오 박사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자칫 시한부 인생을 살다 생을 자칫 마감할 뻔했다고 고백했다. 건강을 자신했지만 검사 결과 대장암이 발견됐다는 후배 의사의 말과 함께 ‘3개월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오 박사는 “그때를 기억해보면, 귀에서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심장이 툭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힘든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면하고 주변 관계와 상황을 정리하며 수술을 앞두고 있는 과정에서도 오 박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입원 2시간 전까지 상담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 했다. 

오 박사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주변의 관계와 상황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식만큼은 정리가 안 되더라”며 “그래서 이 시대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애통하고 미안해할까, 이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대장암 투병이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고통을 딛고 일어서다 보니 모든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몸에 익힌 듯 보인다. 이후 자신의 행복만큼 타인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 ‘혐오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타인과 싸운다. 이념과 자본, 권력, 명예를 두고 타인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걸 쉽게 목격한다. 많은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는 건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일 수 있다.

혐오 사회
터닝 포인트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오은영 박사의 타인을 존중하는 세계관을 몸소 실현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면 어떨까. 오 박사의 올바른 마음이 다수에게 전달되고, 더 많은 사람이 휴머니즘을 추구한다면 ‘혐오 사회’는 스치는 바람같은 해프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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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