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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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1.29 10:26:17
  • 호수 13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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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 알에이치코리아 / 1만6800원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임세원 교수는 갑자기 ‘마치 누가 허리를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통증은 점점 심해지더니 마침내 그의 일상 전반을 완전히 잠식해 버린다. 수술부터 약물 치료, 평소라면 절대 택하지 않았을 한방 치료, 카이로프랙틱까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병세는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점차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서 임 교수는 자신이 우울증에 빠지게 된 경로와 자살 사고(자살 생각)에 이르게 된 과정,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충격적일 만큼 생생하게 털어놓고 있다. 우울증의 증상과 이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감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사례를 전혀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준 것이다. 예를 들어, 이유 없이 평소보다 한두 시간 정도 일찍 깨어나 버리는 우울증의 ‘조기 각성 증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이 증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은 너무나 고요해, 작은 감각에도 예민해진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꽂히고 창밖의 작은 불빛에도 잽싸게 눈길이 쏠린다. (…) 이대로 해가 뜨지 않았으면, 하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해 본다. 하지만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고, 곧 동이 튼다. 새로운 하루를 이미 극도로 지쳐 버린 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끝없는 고통의 연장일 뿐이다.”
그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거치며 얻게 된 깨달음도 아낌없이 풀어 놓는다. 그중 첫 번째 깨달음은 “세상 모든 일은 그 원인을 찾아야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불행”이라는 것이다. “아프지만,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그는 대체 왜 이런 불운이 찾아왔느냐며 ‘왜’에 집착하다 보면 점점 더 우울해질 뿐이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과정을 ‘화살’에 비유해 설명한다. 갑작스러운 불운인 ‘첫 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이 활시위를 벗어났지만, 그로 인한 절망감이나 좌절 등 ‘두 번째 화살’에 명중당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일차적으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쓰였지만, 인생의 고비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만한 보석 같은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임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희망’이다. 물론 막연하게 다 잘될 것이라는 식의 희망은 오히려 우리를 절망에 빠뜨릴 뿐이다. 그는 무엇보다 ‘근거 있는 희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희망의 근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임 교수는 의사로서 불리할 수도 있었을 자기 이야기까지 책에 풀어내며 이 책이 많은 환자들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환자들을 위하는 귀한 뜻을 담아,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그가 개발에 참여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요약해 실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 느끼는 모든 이에게, 임 교수는 지금도 내민 이 따뜻한 손을 꼭 잡아 보라고, 함께 살아 보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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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