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연상호의 야심작 ‘지옥’

거부하고 싶은 진실, 믿고 싶은 거짓부렁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상호 감독은 국내 최고의 ‘스토리 마스터’로 불린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사화 영화, 웹툰, 드라마 집필까지, 이야기와 관련된 플랫폼에는 곡 그의 작품이 있다. 이번에는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연출했다.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혼란에 빠진 세상과 진실을 고하려는 자, 진실을 감추려는 집단과의 대치를 그린다. 그 어떤 재난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그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을 능가할만한 걸작이라는 평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시작은 웹툰이다.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맥주 한 잔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두 사람은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가 같이 작업을 하면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협업을 시작한다. 최규석 작가는 웹툰 ‘송곳’으로 웹툰 팬들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작가다.

맥주 한 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웹툰 <지옥>의 세계관은 연 감독의 데뷔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헬>과 <지옥:두 개의 삶>을 기초로 한다. 갑자기 정체불명의 한 존재가 인간 앞에 나타나 죽을 날을 고지하고, 당일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나타나 인간을 죽인다는 게 골자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인간은 도망치거나,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을 못 이겨 상식 밖에 행동으로 삶을 파멸로 이끈다.

<지옥:헬>은 개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옥:두 개의 삶>은 혼란에 빠진 인간을 조명한다. 웹툰 <지옥>은 두 가지를 결합한 작품으로 현재 2부까지 나왔다. 웹툰 1부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2부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온 나라에 알려지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에 초점을 둔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도 웹툰과 궤를 같이 한다. 1~3부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이것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과정에 이어 초자연적인 현상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정진수(유아인 분) 새 진리회 의장이 거짓말을 남기면서 마무리된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고, 선행을 베풀고 정의롭게 살아야만 한다고 강조한 그는 고지를 받은 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신이 무자비하게 던진 공포만이 인간들을 더 선하게 만들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신념이다.

4~6부는 시간이 지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정 의장의 거짓말로 힘을 얻은 새 진리회는 막강한 경제적인 후원을 받고, 언론과 방송을 좌지우지한다. 

공포에 빠진 인간들은 죽음의 고지를 받은 자들과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죄를 고하라’면서,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한다.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연좌제를 부과해 가족까지 지속해서 괴롭힌다. 그들이 죄를 고해야만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강조하면서 악을 행하는 모습이 모순적으로 다가온다.

새 진리회와 화살촉 집단은 신에게 대항한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의 늙은 어머니를 찾아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고지를 받은 아버지를 둔 딸에게 대신 “아버지는 야한 동영상을 봤고, 회삿돈을 횡령했습니다”라고 직접 말하게 한다. 

연상호 신작 <지옥> 전대미문의 걸작
초자연적인 재난과 인간이 만든 혼돈


그런 가운데 죽음의 고지는 일종의 재난에 불과하며, 죽음을 개인의 뜻대로 평온하게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오랫동안 새 진리회를 추적해온 민혜진 변호사 세력이다.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며 새 진리회의 문제점을 파헤친 인물이다.

새 진리회의 세력이 커지면서 민혜진은 숨어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새 진리회는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으면 살인조차 쉽게 저지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 배영재(박정민 분) 방송국 PD와 송소현(원진아 분) 사이에서 태어난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가 죽음의 고지를 받는다.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의 죄는 무엇일까. <지옥>은 혼란에 빠진 세상 속 진실과 거짓 사이에 놓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최초로 좀비물을 흥행으로 이끈 연 감독은 줄곧 초자연적인 재난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부산행>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위기로 몰아넣는 인간을 그려냈고, <서울역>에서는 좀비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여성을 진짜로 무섭게 한 건 사창가 포주였다. <반도>에서도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는 서열이 낮은 인간을 오락용으로 활용하는 군인들이었다. 

<지옥>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고지를 받은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인간들이 넘쳐난다. 그 이유가 마치 신의 뜻을 대신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들이 소속한 세력의 성장 외에는 공익적 목적은 없다. 현실 속 각종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종교 집단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

자신이 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이라며 신을 팔아 위력을 사용한다.

나약한 인간들은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고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에게 유익함을 주고 편의를 제공하는 거짓말을 믿고 싶어한다. 증거 없는 누군가의 거짓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실 속 대중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번 작품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도통 뜻을 알 수 없는 신의 섭리와 신의 뜻 앞에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 삶과 죽음 사이에서 최선을 고민하는 인간의 선택, 진실과 거짓 앞에서 혼돈에 빠진 사람들, 예수님과 비슷한 형태의 희생,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를 통한 노력 등 단순하고 쉽게 정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철학적이다 못해 아직도 인간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종교적인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의 강렬함을 준다. 종교와 거리감이 있는 관객은 호평을 남길 테고, 종교가 삶의 중요한 일부인 사람에겐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수준급 배우들은 누구 하나 튀는 존재 없이 작품에 녹아든 연기를 한다. 좋은 연출자와 배우 간의 시너지가 돋보인다.

삶과 죽음


연 감독은 “<지옥>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다기보다는,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의 다양한 해석을 기대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많은 분이 재밌게 보시고 작품을 계속 곱씹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옥>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으며, 대중 사이에서는 이 작품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거대 담론을 함축적으로 써내고, 어떤 해석이든 가능하게 열려 있어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