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잡아먹는 넷플릭스의 두 얼굴

고맙지만 나쁘다…쏟아지는 두 가지 시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례없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작품의 인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놀이나 ‘달고나’ 등의 식품도 각 나라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넷플릭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과 함께 넷플릭스가 국내 IP(지적 재산권) 시장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등 양면적인 반응이 나온다. 

넷플릭스 내에 있는 모든 콘텐츠의 순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릭스 패트롤’ 사이트를 보면 진기한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가입된 거의 모든 국가에서 TV 인기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유럽에서는 덴마크, 동남아시아 몇 개국에서만 2위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
동시 1위

동남아시아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친 작품은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다. 덴마크만이 <카스타제만덴>이라는 작품이 1위다. 덴마크를 제외하면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 중인 것.

아이돌 그룹 BTS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 정도로 관심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처럼 세계가 뜨겁게 열광하는 건 놀라울 따름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데, 우리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내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에 알려지려면, 배급사나 방송사가 각 나라의 유통망을 일일이 뚫어야 할 뿐 아니라 자막을 나라마다 제작해야 하고, 홍보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인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이런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넷플릭스가 하고 있다. 90개국의 망 시스템을 구축한 넷플릭스는 비교적 손쉽게 홍보할 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특정 제작사가 감당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를 넷플릭스가 대신해주는 셈이다. 

비교적 자본이 적은 제작사에서 이야기와 영상물로만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넷플릭스가 갖춘 시스템이 콘텐츠에서 강점을 발휘한 한국 제작자의 능력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

이를 파악한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 관련 투자 비용을 매년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에 1년에만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넷플릭스의 대규모 자본과 충분히 시간을 주는 제작 시스템은 국내 제작사들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국내 4대 배급사라 불리는 영화 배급사를 비롯해 각 드라마 제작사는 대체로 비용은 최소화하되 그 안에서 최대치의 효율을 내는 방식을 택해왔다.

수백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국뽕 차오른다’ 연이은 호재 반기는 여론
“세금·망 사용료도 안내?” 때리는 정치권


제작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장면을 삭제하거나, 비교적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억지스러운 CG를 넣기도 했다.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는 PPL을 넣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을 불가피하게 사용했다.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겐 불편한 요소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창작자에 있어서는 최고의 조건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지상파 드라마 한 회 제작비는 6억원에서 7억원인데, 넷플릭스의 회당 제작비는 20억원에서 30억원을 육박한다. 3배에서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 

<킹덤>에서의 물밀 듯이 밀려오는 좀비 떼나 <오징어 게임> 내에 화려한 세트 역시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구현이 가능했다. 국내에서 제작됐다면, 화려한 미장센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촬영을 비롯해 편집 등 후반 작업까지 충분한 시간을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창작자가 원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다. 늘 마감에 쫓기던 창작자들이 비교적 여유 있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중간광고가 삽입되지 않아 작품을 끊기지 않고 쭉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며, 갑작스럽게 제품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식의 컷을 넣지 않아도 된다. 여러 방면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사나 영화 배급사는 국내 시청자만 노리고 작품을 만들어야 해서, 신선한 소재보다는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를 원한다. 지역색이 강하거나 소수만 즐기는 장르는 피하는 현상이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전 세계 수천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꼭 K-콘텐츠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좋으면 제작에 돌입한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역시 너무 설정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기피한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클리셰도 짙을 뿐 아니라 이른바 ‘K-신파’가 강하다며 공개 초반에는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신선한 면이 강하긴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장면도 많다는 얘기다. 비록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세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비 1/5
가성비 갑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킹덤> 시리즈나 <인간수업> <스위트홈> <D.P.>도 국내에서는 제작하기 힘든 마니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대중성보다는 선명한 색감의 작품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

한국 시장의 또 다른 강점은 좋은 가성비에 있다. 할리우드는 드라마 한 회당 제작비가 100억원에 육박한다. 할리우드에서 9화 분량의 <오징어 게임>을 만든다면 평균 900억원이 든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오징어 게임>은 순제작비가 200억원이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대략 계산해도 약 700억원을 남긴다. 


무려 700억원을 남기는데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제작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을 비롯해 국내 창작자들과의 협업해 탄생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국가와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훌륭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한국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한국 콘텐츠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콘텐츠 제작 회사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은 미국 유명 토크쇼인 <지미 펠런 쇼>에 출연하는 등 해외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유능한 연출가나 작가, 배우들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용이해진 것.

특히 배우들의 경우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에이전트나 소속사와 계약을 맺는 등의 부가적인 작업이 필요한데, 작품의 성공만으로 비교적 쉽게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큰 자본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작품만 잘 만들면 해외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오징어 게임> 배우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기대감이 상승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울러 웹툰 업체나, 게임 업체 등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IP 회사들도 영상물 제작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영상물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협업해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웹툰사와 게임사 등 IP 회사도 영상물 제작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제조업에서도 영상물 제작을 하려고 한다”며 “능력 있는 제작자들은 이미 대기업과 손을 잡고 작품을 개발 중이다. 엔터 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넷플릭스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이에 따른 수익 배분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텐츠 제작사는 아무리 유명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일정 수익 이상을 거둘 수 없다”며 “일정 부분 외주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보장하는 등 상생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넷플릭스와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 같은 주장은 현업에 종사하는 제작자들에겐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이른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산업으로 도박성이 짙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친 요구라는 의견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리턴이 큰 예도 있지만, 대다수 작품이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다. 잘된 작품의 리턴으로 실패한 작품의 리스크를 메우는 격이다. 그런 가운데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수익을 더 내놓으라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주장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계약을 어긴 것도 아니고,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드라마가 흥행했다고 수익을 더 내놓으라는 건 너무 무식한 소리”라며 “넷플릭스가 리스크를 감내할 때는 왜 아무 말 않다가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력에 엔터 업계는 기대감 ↑
독점에 대한 견제 필요 “미리 대비해야”

정치권은 이외에도 넷플릭스에 세금 회피 의혹을 제기하고, 망 사용료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77%)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해 넷플릭스가 부담한 법인세는 21억여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을 의도적으로 낮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또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두고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소송 중이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SKB는 반소로 맞섰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신 3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법원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 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망 사용과 관련해서는 “트래픽 경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증명된 오픈커넥트(OCA)를 ISP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록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공동의 소비자들께 고품질의 콘텐츠를 원활히 제공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과 콘텐츠 산업에서 호의를, 정치권에서는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독점권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각 나라마다 OTT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90개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디즈니 플러스나 HBO 등은 미국 내에서 OTT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쿠팡플레이나 티빙, 왓챠,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처럼 세계적인 플랫폼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플랫폼 산업의 경우 한 업체가 경쟁사를 밀어낸 뒤 완전한 독점을 갖게 되면, 그 이후에는 대중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재 OTT업체 중 1위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완전한 독점
철저한 대비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전 세계에 망을 구축한 넷플릭스의 강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제작사들이 좋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있어 힘의 논리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완전한 독점 기업이 됐을 땐 국내 IP 산업 전체가 넷플릭스에 끌려다닐 수 있다”며 “넷플릭스로 인해 국내 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가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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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