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는 착한 발걸음 ②곡성 침실습지

‘플로깅’과 ‘물멍’을 즐기며 자연에 다가가다

전남 곡성을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은 어머니의 젖줄과 같다. 맑은 물길을 따라 멜론과 토란 등 친환경 농산물이 자라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감성을 적시는 풍경이 펼쳐진다. 섬진강이 품은 보물이 어디 이뿐일까. 강물이 흥얼거리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된 침실습지에 닿는다.

침실습지는 섬진강과 곡성 시내에서 흘러든 곡성천, 고달천, 오곡천 등이 만나는 길목에 형성된 자연형 하천 습지다. 침실습지라는 이름은 지명에서 따온 것으로, 옛적에 이 지역을 ‘침실’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침실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장소다. 그래서인지 습지를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섬진강의 무릉도원

침실습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어 ‘섬진강의 무릉도원’으로 불린다. 약 200만㎡ 규모로 형성된 습지에는 수달과 삵, 남생이, 흰꼬리수리 같은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을 비롯해 650종이 넘는 생물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인근 주민도 수달을 종종 목격하는데, 수달 서식지는 습지의 생태 피라미드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곳이다. 침실습지는 이런 환경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환경부에서 습지보호지역 22호로 지정했다.

습지 전역에는 버드나무 군락이 있다. 버드나무는 청정 지역에서 자라는 수목으로, 맑고 깨끗한 이곳의 환경을 한눈에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홍수로 수많은 나무가 쓸려 내려가 숲처럼 무성하던 모습이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형태로 회복하는 중이다. 습지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에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는 능력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최근 친환경 여행의 대명사로 꼽히는 플로깅(plogging, 쓰담달리기)은 오염된 자연이 더 빨리 회복하게 도와준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플로깅은 원래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환경보호 차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침실습지에서도 쓰레기봉투와 집게, 장갑만 있으면 언제든 플로깅이 가능하다. 이곳은 정해진 탐방로가 없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된다. 여울지는 강물과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소박한 들꽃 등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특히 일출과 이른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놓치기 아쉽다. 하루쯤 일찍 길을 나서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연 생태가 고스란히 보존
감성 적시는 풍경이 펼쳐져

습지 인근만 둘러보려면 침실목교와 퐁퐁다리를 왕복한 뒤 생태 관찰 덱을 거쳐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침실목교에선 구름다리를 건너듯 가슴이 탁 트인다. 이 길을 따라 플로깅에 나서도 30~40분이면 충분하다. 섬진강자전거길과 연계하면 강 따라 운치 있는 시간을 선물 받는 듯하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는 동안 누구나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침실습지는 ‘물멍’을 즐기는 최고의 장소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고 싶을 때 이곳에 방문해보자. 물멍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퐁퐁다리다. 철제 다리에 작은 구멍이 뚫려 물에 잠겨도 떠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넘칠 때쯤 구멍 사이로 물이 솟아나는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다리 한복판에 있으면 끊임없이 흐르는 물소리만 들린다. 쉴 새 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복잡하던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지고, 자연과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곡성의 주민 여행사 ‘그리곡성’을 이용하면 침실습지 탐방을 더 알차게 준비할 수 있다. ‘섬진강 물멍 트레일 워킹’은 1박2일 동안 침실습지와 섬진강을 따라 걷는 자유 여행으로, 로컬 푸드 도시락과 곡성스테이(https://곡성스테이.kr) 숙소를 제공한다. 플로깅 참여를 신청하면 필요한 장비도 챙겨준다.

곡성섬진강기차마을은 침실습지와 가까워 하루 코스로 엮기 좋다. 4만㎡ 부지에 꾸민 장미공원, 바나나와 카카오나무 등이 자라는 유리온실, 초콜릿을 만들어보는 로즈카카오체험관 등이 들어섰으며,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 미니기차 등 독특한 체험거리도 있다. 이국적인 분수대와 연못, 정자가 어우러진 장미공원은 산책하기 적당하다. 가을에는 코키아(댑싸리) 단지가 조성돼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뿌우~’ 하는 소리와 함께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짧은 기차 여행도 해보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다. 열차에서 쫀드기와 별사탕처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주전부리도 판다. 가정역에 내리면 섬진강을 따라 옛 전라선 철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를 체험할 수 있다.

곡성섬진강기차마을과 가까운 곳에 숨은 명소가 있다. 국도17호선이 지나는 신기교차로에서 곡성 읍내로 들어서는 2차선 도로를 따라 메타세쿼이아가 하늘로 쭉쭉 뻗었다. 800m 남짓 늘어선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논 풍경도 볼거리다. 영화 〈곡성〉을 본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종구(곽도원)가 딸 효진(김환희)과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환하게 웃던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도로변에 주차 공간이나 갓길이 없지만, 차량 통행이 적은 편이라 느긋하게 드라이브하기 좋다.


도림사

숲속에 스며든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도림사로 발걸음을 옮기자. 동악산 자락에 들어앉은 사찰로, 신라 시대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도인이 숲처럼 모여들어 도림사(道林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보물로 지정된 괘불탱과 아미타여래설법도 등 문화재를 품고 있다. 고요하고 한적한 경내에 맞은편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퍼지고,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가 하나둘 잎을 떨어뜨린다. 계곡 암반에 앉아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어느새 자연과 하나 된 자신을 발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침실습지→곡성섬진강기차마을→메타세쿼이아길→도림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침실습지→섬진강둘레길(마천목장군길 1코스)→도림사
둘째 날: 메타세쿼이아길→곡성섬진강기차마을→곡성아트빌리지시그나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곡성문화관광 www.gokseong.go.kr/tour
- 그리곡성 https://blog.naver.com/and_gs
- 코레일관광개발 곡성지사(곡성섬진강기차마을) www.railtrip.co.kr/homepage/gokseong

문의 전화
- 곡성군청 관광과 061)360-8413
- 그리곡성 061)363-5650
- 곡성섬진강기차마을 061)362-7461(정문)/061)362-8635(북문)/061)363-6174(증기기관차)
- 도림사 061)362-2727

대중교통
[버스] 서울-곡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회(15: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곡성터미널 정류장에서 곡성-봉조 농어촌버스 이용, 오곡보건지소 정류장 하차, 침실습지까지 도보 약 12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기차] 서울역-곡성역, KTX 하루 2회(09:48, 16:38)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곡성역에서 기차마을 정류장까지 도보 약 5분, 곡성-압록 농어촌버스 이용, 오곡보건소지소 정류장 하차, 침실습지까지 도보 12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서남원 IC→곡성·서남원 방면 오른쪽 출구→서남원톨게이트 1.4㎞→송동교차로 곡성 방면 좌회전, 9.6㎞→신기교차로 곡성 방면 오른쪽 출구, 1.7㎞→경찰서사거리에서 회전교차로 11시 방면, 315m→기차마을사거리에서 회전교차로 직진, 1.5㎞ 이동 후 좌회전→침실습지 주차장

숙박 정보
- 채원당한옥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오곡면 기차마을로, 010-6800-6600, www.chaewondang.com
- 화이트빌리지(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죽곡면 대황강로, 061)363-7531, www.white-village.co.kr
- 품안의밤: 곡성읍 묘천2길, 010-9437-0569, www.instagram.com/hug_night_/?hl=ko
- 겨리네민박: 곡성읍 읍내10길, 010-3185-1099, https://곡성스테이.kr/GS6

식당 정보
- 별천지가든(참게탕): 오곡면 섬진강로, 061)362-8746
- 청솔가든(은어구이): 오곡면 대황강로, 061)362-6931
- 황금코다리 곡성점(코다리조림):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3-0023, www.goldkodari.com
- 제일식당(점심백반·생삼겹살):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3-2955

주변 볼거리
국립곡성치유의숲, 섬진강도깨비마을, 대황강출렁다리, 태안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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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