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

글자에 담긴 희로애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대화랑이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 현대화랑은 조선시대 문자도 11점과 문자도를 새롭게 재해석한 현대미술가 박방영, 손동현, 신제현 3인의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현대화랑은 2018년 ‘민화, 현대를 만나다’ 전시에서 ‘화조’를 재조명해, 민화계와 일반 애호가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현대화랑은 그 후속으로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 전시를 소개한다. 

효제충신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었던 문자도는 그들의 염원과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번 전시는 한자를 활용한 동아시아 문자도 중에서도, 유교의 덕목인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8자를 그린 독특한 문자도에 주목했다. 

효제충신예의염치의 유교 윤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문자도는 18세기 성행하며 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유교 덕목을 알리기 위한 교화적인 목적으로 제작됐지만, 각 지방의 문화와 결합돼 지방의 예술로 확산됐다.

19세기 후반에는 장식화의 경향을 보이며 점차 조선시대 생활미술을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대부분 작자미상으로 알려진 민화 중에서도 ‘갑오춘서’(1984년)라는 제작 시기와 ‘조선 의주에 사는 장인선’이라는 제작자가 정확하게 명시돼있어 주목받는 ‘백수백복도’로 시작한다. 복(福)자와 수(壽)자를 번갈아 100번을 반복해 구성한 이 작품은 ‘오래 사시고 복을 누리시라’는 수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10폭으로 이뤄진 이 병풍은 기존의 다른 백수백복도보다 모던한 파스텔톤을 써 폭마다 다르게 구성했다. 작가와 제작연대, 그리고 제작지를 명확하게 밝힌, 민화사에 중요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조선시대 작품 11점
3인의 재해석 13점

각 글자는 수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나 기물을 기하학적으로 도안해 그려 장식성뿐만 아니라 수복의 상서로운 의미를 나타낸다. 색판화의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지만 실제 그린 것으로도 보인다. 글자를 이용해 뜻을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회화로서도 완성도가 높다. 

이어지는 작품은 조선시대 민화임에도 현대적인 화조화 패턴의 타이포그래피를 연상시키는 문자도로,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자 풍부한 회화성과 세련된 미감이 돋보이는 명작으로 평가된다. 

김기창, 김종학 등 전통 미감을 현대적으로 살린 대표 작가들이 소장했을 정도로 탁월한 회화 미감을 보여준다. 자획을 상형으로 꾸미던 전형적인 양식을 탈피해 소재의 상징 내용보다 꽃의 장식성을 한 폭의 추상화처럼 단순화시켰다. 

문자 내부에는 모란, 연꽃, 국화, 매화, 해당화 등 전통 꽃그림의 대표 상징들이 빠짐없이 표현돼있어, 효제충신예의염치라는 유교 윤리를 아름답게 구성했다.


각 글자는 전형적인 문자도와 달리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매끄러운 유엽전과 날렵한 건축물 같은 상방대전의 전서를 조합해 전통시대의 조화로운 상상력을 시대를 관통하는 미감으로 구현했다. 

2층 공간에는 기본적인 효제문자도를 바탕으로 제주도의 자연과 토속적인 문화가 적극 반영된 ‘제주문자도’가 걸려 있다. 제주문자도는 바다와 섬, 하늘을 연상시키는 3단 구성을 취하고 있다.

상단과 하단에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담긴 건물과 기물이, 중앙에는 새나 물고기의 형상을 띤 문자가 배치됐다. 제주도식으로 변용된 제주문자도는 조선시대 유교문자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각 지역의 토속적인 문화와 결합해 지방예술로 자리매김한 양상을 보여준다. 

꽃과 2층 사당, 식물과 새, 일월과 대나무, 모란과 색, 황색과 적색모란으로 상단을 꾸미고,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 안을 화조·초충·물고기 등으로 꾸며 형식의 화려함을 재단한 제주문자도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민화, 현대를 만나다’ 후속
백수백복도·제주문자도 공개

물고기와 대화하는 듯한 충 자의 새는 글자를 장식한 화훼초충도와 획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제주가 지닌 섬의 자유 미감을 표출하고 있다. 하단에는 제주도의 바다를 상징하는 물고기들이 따로 혹은 함께 어우러져 화폭 안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양 끝단에는 각각 나비와 모란을 새와 함께 배치해 화폭 중간의 주가상, 초충도 등과 어우러지게 했다. 

오방색을 크레용으로 끄적거려 놓은 듯한 제주도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구조적 안정감 속에서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이다. 해서체의 자유로운 변용을 통해 육지문자도에 비해 형식의 독특함을 추구하고 있으며, 오방색을 다채로운 변용을 통해 사물과 문자를 대등한 듯 다르게 배치한 선적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각 전시공간에는 문자도의 창의적인 해석을 모색한 3인3색의 작업이 조선시대 문자도와 함께 펼쳐진다. 손동현은 문자도라는 전통적인 소재와 그래피티와 같은 현대적인 주제를 결합시켜 동양화의 관습적인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박방영은 인간 삶의 이야기를 일필휘지의 필법과 상형그림으로 그려냈다. 또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화조문자도를 오마주하고 천하게 여겨지던 민화의 가치를 새로운 인식 속에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신제현의 작업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예의염치

미술평론가 안현정 박사는 “이번 전시는 문자도를 개념적으로 이해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눈의 직관에 따라 근대 미술의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는 창의적 스타일을 강조했다”며 “형태와 재미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비하고 독특한 개성미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현대화랑 관계자는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사에서 소외됐던 민화의 시대성과 예술성에 주목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모태로서의 민화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이달 말까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