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윤석열 '추' 리스크

가는 길목마다 발목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선에 출마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을 수 있는 게 본인이라 자처했다. 과거 대립 당시에는 윤 전 총장의 판정승으로 판가름 났지만 현재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에게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의혹에 대한 비판을 두고 빠지지 않는 인물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높은 수위의 비판으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낳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경우 둘의 치열한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시작
질긴 악연

'추-윤 갈등’의 시작은 작년으로 거슬러 간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사장 인사를 32명이나 단행하면서 검찰개혁에 속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이 이성윤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며 이른바 총장 패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본격적인 갈등 구도는 지난해 3월 MBC가 검언유착(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부터다.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해당 의혹을 검찰에 보도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장 접수 6일 만에 수사에 나섰다.

의혹 당사자였던 이동재 전 기자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수사팀의 신뢰를 이유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추 전 장관 라인이 즐비했던 서울중앙지검과 윤 전 총장 라인으로 분류됐던 대검찰청도 충돌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즉각 윤 전 총장 압박에 나섰다. 자문단 소집 중지와 수사 지휘권 행사를 통해 당시 윤 전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배제한 것.

당시 윤 전 총장은 요구를 받아들이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던 중 라임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현직 검사 술 접대 자필문이 공개됐다. 

자필문은 둘의 갈등이 심화된 원인 중 하나다. 추 전 장관은 해당 검사들의 감찰을 지시하며 윤 전 총장을 향해 재차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전 총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 전 장관에게 자신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며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실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결국 추 전 장관은 징계 청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적 공방까지 번진 해당 사안은 법원이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의혹만 터지면 나타나 ‘저격’
판정승 거둔 과거와 다른 양상

하지만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징계 의결을 강행해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의 재가를 수용함에 따라 징계가 결정됐다. 검찰총장 징계는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사실상 자진사퇴 압박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 징계안이 재가된 이후 추 전 장관도 사의를 표했다. 윤 전 총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진사의 표명으로 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퇴와 동시에 윤 전 총장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추 전 장관에게 책임론이 불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말이 나와서다. 

퇴임 후 한 달간 잠잠했던 추 전 장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다시 윤 전 총장 저격에 나섰다. 그는 “(윤 전 총장이)‘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는 말로 국민을 겁박한다”며 “대권주자로 부상하려는 정치 선동을 한다”고 견제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6월 추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여권 내 반응은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띄우는 효과를 낳는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른바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말까지 나왔다. 

추 전 장관의 등판으로 윤 전 총장의 몸집을 더욱 키우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으나 추 전 장관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도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해 비판적 입장만을 취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윤 전 총장 저격수를 자처한 추 전 장관의 역할론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혹독한 검증
부실한 대응

두 인물의 갈등은 현재도 지속 중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인해 윤 전 총장에게는 ‘추미애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비판 수위를 높였다. 주로 윤 전 총장의 주변 인물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X파일’ 문제가 터져 나왔다. X파일에 따르면 아내 김건희씨가 한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주점에 방문한 검사들과 친분을 맺었고, 그곳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당시 추 전 장관은 ‘쥴리’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봤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X파일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고, 문제가 심각하다며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정조준했다. X파일 논란에 이어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그동안 대세로 급부상했던 윤 전 총장에게 악재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은 고발장을 대리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의 유임을 윤 전 총장이 재직 시절 강력히 요구했다며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추미애 사단의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으나, 야권 대선후보 1위 자리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내주기도 했다.

윤 위기
추 반등

현재 야권 지지율은 홍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양강구도로 굳어진 상태다.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독자노선이 힘을 잃은 모양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위기는 추 전 장관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던 추 전 장관은 여권 대선후보로 단숨에 지지율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대구·경북에서 치른 순회경선에서는 14.8%의 표를 가져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의 지지율 상승 원인으로 고발 사주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의혹으로 인해 추 전 장관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도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연이은 실책이 누적되면서 추 전 장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윤 전 총장에게 추 전 장관이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추 전 장관이 직접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다면 대선 행보에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윤 전 총장 캠프는 무속 정치 논란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여권에선 본선 추 역할론 부각
위기 대처 부족 ‘엎친 데 덮쳐’

현재 추 전 장관이 민주당 최종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은 다소 낮다. 다만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면 윤 전 총장 저격수 역할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앞선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앞으로 추 전 장관이 연관된 의혹에 관한 카드를 연속적으로 꺼내든 다면 윤 전 총장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도 인정받았다. 또 5선 의원인 만큼 정치 판세를 잘 읽는 ‘정치인’으로서 윤 전 총장보다 몇 수 위다.

최근 불거진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이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한 점을 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라고 훈수를 뒀다. 이어 검찰총장이었으면 윤 전 총장이 몰랐을 리 없다며 타격했다.

추 전 장관의 비판은 과거 수사 책임 위치에 있던 총장이 뒤늦게 청와대에 의혹을 제기한 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윤 전 총장에게 추 전 장관의 타격이 데미지로 돌아온다고 인식하지 않는 모양새다. 연속된 공세에도 아직까지는 캠프 측이 추 전 장관을 향해 크게 날을 세우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꿩 잡는 매’를 자처한 만큼 앞으로 둘의 공방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꿩 잡는 매
넘어야 할 산

정치권에서는 여권과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 결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처 방안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윤 전 총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경우 더욱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발 사주’ 수사는?

‘고발 사주’ 의혹이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가 나눈 통화에 담긴 녹취록 내용이 조씨의 발언과 상당 부분 일치하면서 검찰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이 짙어지게 됐다.

정치권도 술렁인다. 여당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녹취록 유출 경위 시점이 경선 투표와 맞물린다며 공작설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녹취록을 토대로 고발 사주가 있었는지, 관련 인물들의 지시 및 보고 등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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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