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윤석열 '추' 리스크

가는 길목마다 발목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선에 출마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을 수 있는 게 본인이라 자처했다. 과거 대립 당시에는 윤 전 총장의 판정승으로 판가름 났지만 현재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에게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의혹에 대한 비판을 두고 빠지지 않는 인물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높은 수위의 비판으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낳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경우 둘의 치열한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시작
질긴 악연

'추-윤 갈등’의 시작은 작년으로 거슬러 간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사장 인사를 32명이나 단행하면서 검찰개혁에 속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이 이성윤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며 이른바 총장 패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본격적인 갈등 구도는 지난해 3월 MBC가 검언유착(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부터다. 보도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해당 의혹을 검찰에 보도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장 접수 6일 만에 수사에 나섰다.

의혹 당사자였던 이동재 전 기자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수사팀의 신뢰를 이유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추 전 장관 라인이 즐비했던 서울중앙지검과 윤 전 총장 라인으로 분류됐던 대검찰청도 충돌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즉각 윤 전 총장 압박에 나섰다. 자문단 소집 중지와 수사 지휘권 행사를 통해 당시 윤 전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배제한 것.

당시 윤 전 총장은 요구를 받아들이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던 중 라임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현직 검사 술 접대 자필문이 공개됐다. 

자필문은 둘의 갈등이 심화된 원인 중 하나다. 추 전 장관은 해당 검사들의 감찰을 지시하며 윤 전 총장을 향해 재차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전 총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 전 장관에게 자신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며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실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결국 추 전 장관은 징계 청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적 공방까지 번진 해당 사안은 법원이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의혹만 터지면 나타나 ‘저격’
판정승 거둔 과거와 다른 양상

하지만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징계 의결을 강행해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의 재가를 수용함에 따라 징계가 결정됐다. 검찰총장 징계는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사실상 자진사퇴 압박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 징계안이 재가된 이후 추 전 장관도 사의를 표했다. 윤 전 총장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진사의 표명으로 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퇴와 동시에 윤 전 총장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추 전 장관에게 책임론이 불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말이 나와서다. 

퇴임 후 한 달간 잠잠했던 추 전 장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다시 윤 전 총장 저격에 나섰다. 그는 “(윤 전 총장이)‘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는 말로 국민을 겁박한다”며 “대권주자로 부상하려는 정치 선동을 한다”고 견제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 6월 추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여권 내 반응은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띄우는 효과를 낳는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른바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말까지 나왔다. 

추 전 장관의 등판으로 윤 전 총장의 몸집을 더욱 키우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으나 추 전 장관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도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해 비판적 입장만을 취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윤 전 총장 저격수를 자처한 추 전 장관의 역할론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혹독한 검증
부실한 대응

두 인물의 갈등은 현재도 지속 중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인해 윤 전 총장에게는 ‘추미애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비판 수위를 높였다. 주로 윤 전 총장의 주변 인물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X파일’ 문제가 터져 나왔다. X파일에 따르면 아내 김건희씨가 한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주점에 방문한 검사들과 친분을 맺었고, 그곳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당시 추 전 장관은 ‘쥴리’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봤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X파일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고, 문제가 심각하다며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정조준했다. X파일 논란에 이어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그동안 대세로 급부상했던 윤 전 총장에게 악재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은 고발장을 대리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의 유임을 윤 전 총장이 재직 시절 강력히 요구했다며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추미애 사단의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으나, 야권 대선후보 1위 자리를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게 내주기도 했다.

윤 위기
추 반등

현재 야권 지지율은 홍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양강구도로 굳어진 상태다.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독자노선이 힘을 잃은 모양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위기는 추 전 장관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던 추 전 장관은 여권 대선후보로 단숨에 지지율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대구·경북에서 치른 순회경선에서는 14.8%의 표를 가져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의 지지율 상승 원인으로 고발 사주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의혹으로 인해 추 전 장관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도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연이은 실책이 누적되면서 추 전 장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윤 전 총장에게 추 전 장관이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추 전 장관이 직접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다면 대선 행보에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윤 전 총장 캠프는 무속 정치 논란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여권에선 본선 추 역할론 부각
위기 대처 부족 ‘엎친 데 덮쳐’

현재 추 전 장관이 민주당 최종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은 다소 낮다. 다만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면 윤 전 총장 저격수 역할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앞선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앞으로 추 전 장관이 연관된 의혹에 관한 카드를 연속적으로 꺼내든 다면 윤 전 총장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도 인정받았다. 또 5선 의원인 만큼 정치 판세를 잘 읽는 ‘정치인’으로서 윤 전 총장보다 몇 수 위다.

최근 불거진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이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한 점을 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라고 훈수를 뒀다. 이어 검찰총장이었으면 윤 전 총장이 몰랐을 리 없다며 타격했다.

추 전 장관의 비판은 과거 수사 책임 위치에 있던 총장이 뒤늦게 청와대에 의혹을 제기한 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윤 전 총장에게 추 전 장관의 타격이 데미지로 돌아온다고 인식하지 않는 모양새다. 연속된 공세에도 아직까지는 캠프 측이 추 전 장관을 향해 크게 날을 세우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꿩 잡는 매’를 자처한 만큼 앞으로 둘의 공방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꿩 잡는 매
넘어야 할 산

정치권에서는 여권과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 결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처 방안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윤 전 총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경우 더욱 혹독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발 사주’ 수사는?

‘고발 사주’ 의혹이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가 나눈 통화에 담긴 녹취록 내용이 조씨의 발언과 상당 부분 일치하면서 검찰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이 짙어지게 됐다.

정치권도 술렁인다. 여당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녹취록 유출 경위 시점이 경선 투표와 맞물린다며 공작설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녹취록을 토대로 고발 사주가 있었는지, 관련 인물들의 지시 및 보고 등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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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