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우아한 감시' 황지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은 대중성과 실험성, 예술성의 균형과 조화를 표방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청년작가와 기성작가의 갈림길에 서 있는 작가의 예술적 잠재력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고 지원을 이어가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한원미술관이 황지윤 작가의 초대전 ‘우아한 감시(Refined Observation)’를 준비했다. 황지윤은 작가와 관람객 그리고 작품 간의 시선과 관계를 바탕으로 회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며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작품을 보고

회화의 사전적 의미는 2차원적 평면 또는 특정한 장소에 구체적인 형상이나 이미지를 표현하는 조형예술이다.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작가들은 동시대, 자신이 속한 시대를 저마다의 시각과 조형언어로 고민하고 탐구했다. 

황지윤은 그동안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나 중국 북송시대 산수화에 등장하는 고전양식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회화를 아우르며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절묘하게 유지해왔다.

그는 이른바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정형화되고 익숙한 풍경 이미지를 차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면을 재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조형적 형식을 미학적으로 접근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교차하는 긴장관계를 모색했다. 


황지윤은 자연과 함께 영위하는 우리의 일상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삶의 관계에 주목했다. 상상에 의해 재구성된,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들을 주변의 경관과 여행지에서 우연히 포착했다. 독특하고 섬세한 표현들은 평면회화에서 유연한 변화를 보이며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회화로 전개됐다. 

시선과 관계에 주목
현실과 이상의 긴장

실제 같은 환영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드는 몽환적인 자연풍경은 친숙하면서도 생소하고, 영롱하지만 공포스러운 양면적 분위기를 내뿜으며 기묘한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그들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 작품이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을 체험하게끔 유도하려는 일종의 서프라이즈인 셈이다. 

전시 제목인 ‘우아한 감시’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한다.

라캉은 자신의 11번째 세미나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개념’에서 눈(eye)과 응시(gaze)를 구분해 그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시각적 영역에서 “응시는 외부에 존재함으로써 나를 결정하며, 그때 주체는 보여지는 그림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황지윤의 작업은 관람객과 작품 사이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감시에 집중한다. 작품 속 형상들의 시선과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 그리고 다시 그것을 의식하는 작가의 시선은 각 주체 간의 내밀한 응시와 시선교환으로 이뤄진다. 


육아+코로나 영역의 확장
스쿠버다이빙 경험 작품에

그는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며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백색 시선’ 시리즈는 육아와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전 작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영역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아이와의 소통방식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경험과 집안 유리창 프레임에 갇힌 자연풍경들로부터 느껴지는 시선은 ‘무언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때 유리창 프레임은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작가가 체득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소재로도 활용된다.

그 결과, 바깥쪽 표면부터 안쪽에 이르기까지 화면 속에 스며든 서정적인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신작 ‘깊고 깊은 그곳’ 시리즈는 휴양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열대어, 산호초 등 수중생물들은 황지윤에게 예술적 상상력을 안겨줬다. 그는 밝고 경쾌한 태도를 유지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해학적이면서도 현상을 파고드는 이질적 묘미를 선보였다. 

전승용 한원미술관 큐레이터는 “황지윤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낯섦을 발견하고 그 접점을 가리키며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의 회화는 작품과 관람객 간의 거리를 좁히고 시선과 감성을 서로 밀접하게 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보고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누구나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작품이 나를 감시하는 것인지 또는 내가 작품을 감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그 모습은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렇게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달 2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황지윤은?]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2011)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졸업(2008)

▲개인전
‘우아한 감시’ 한원미술관(2021)
‘풍경의 눈’ 전시공간(2020)
‘수집된 풍경’ 오스갤러리·공간시은(2019)
‘바람 불면’ 금호미술관(2014)
‘풍경과 기억’ GS타워 더스트릿갤러리(2013)
‘소리에 민감한 풍경’ 카페 드 유중·카페U(2013)
‘풍경의 변주’ OCI미술관(2012)
‘둔갑술 풍경’ 갤러리175(2011)


▲수상
KSD 미술상 최우수상 수상(2019)
ART MORA OPENCALL 수상(2019)
제10회 한성백제미술대상전 입상(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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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