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②태안 민병갈식물도서관

천리포수목원의 보물 창고

초록을 내뿜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싱그러운 수목원 산책도 하는 전문 도서관에 가보면 어떨까? 충남 태안에 식물의 역사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민병갈식물도서관이 있다. 해외 식물 관련 자료가 풍부하고, 우리말로 처음 출판된 식물도감 같은 진귀한 자료와 나무를 사랑한 민병갈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 등이 있어 특별한 책 여행이 가능하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은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 1층에 자리한 식물 전문 도서관으로, 설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21일에 문 열었다. 사립 수목원 최초 도서관으로 151.7㎡ 공간에 식물 전문 도서 1만400여권, 열람 도서 3200여권, 설립자의 식물 관리 일지를 포함한 귀중 도서 3400여권 등 1만7000여권이 있다.

특별한 책 여행

도서관은 열람 서고와 보존 서고로 나뉜다. 열람 서고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보존 서고는 사전 허가를 받고 직원과 동반 출입해야 이용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없다(주말·공휴일 휴관). 다른 도서관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식물 관련 학술지와 해외 저널 등 다양한 자료를 소장해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로 안내한다.

보유 서적은 대부분 민병갈 설립자가 수집한 것으로, 서고에 보관하던 도서를 중심으로 서가를 구성했다. 다른 도서관에서 찾기 힘든 식물 관련 고문헌을 볼 수 있어 반갑다. 보존 도서에는 1937년 외국 식물명을 한글 식물명으로 처음 정리한 〈조선식물향명집〉, 1805년 영국에서 출판한 〈프랙티컬 가드너(Practical Gardner)〉, 1955년 출간한 우리말 최초 식물도감인 〈한국식물도감〉 초판본 등 설립자가 애정을 가지고 모은 도서가 포함됐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의 진수를 보려면 기록을 살펴야 한다. 도서관에 설립자가 수목원을 조성할 때부터 기상과 식재 등을 기록한 식물 관리 일지가 있다. 민병갈 설립자는 새로 심은 나무의 생장부터 병든 나무의 병력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나무를 심은 날은 땅의 상태를 그리기도 했다. 1972년부터 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 현황을 꼼꼼히 작성한 노트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해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천리포수목원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식물의 역사·모습 보여주는 도서관
초록을 내뿜는 식물 보면 마음이 편안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은 “1970년대 천리포수목원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랐어요. 학교 도서관에서도 보지 못한 식물 관련 책이 가득했거든요. 제게는 천국이었죠. 많은 이와 귀한 자료를 공유하게 돼서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식물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관련 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시카고식물원과 하버드대학교 식물도서관 등에서 900여권을 기증받았다. 타워힐식물원과 헌팅턴식물원에서 식물 전문 도서와 잡지 3000여권도 받기로 했다.

민병갈식물도서관을 품은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이자, 국내 최다 식물종을 보유한 수목원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식물 1만6939분류군이 숨 쉬며 사계절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봄에는 목련이 향연을 펼치고, 여름에는 연꽃과 창포, 가을에는 은은한 단풍, 겨울에는 호랑가시나무 등이 수목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설립자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척박한 땅을 울창하고 푸른 숲으로 일궈, 금탑산업훈장 대통령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천리포수목원은 2000년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했고, 한국관광공사 선정한 2021년 겨울 시즌 ‘비대면 안심 관광지 25선’에 포함됐다. 도서관에서 민 설립자의 흔적을 더듬고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면, 식물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지고 식물도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자동차로 10㎞쯤 달리면 이국적인 풍광과 마주한다. 국내 최대 해안사구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모래가 해변에서 육지로 옮겨져 형성된 사구로, 육지와 바다 사이 퇴적물의 양을 조절해 해안을 보호한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모래언덕과 함께 해당화, 통보리사초, 개미귀신 등 사구의 식생도 살펴볼 수 있다. 입구에 자리한 신두리사구센터에 먼저 들러 사구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둘러보면 더 유익하다.

신두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담한 파도리해수욕장을 만난다. 서해안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호젓하고 물이 맑다. 파도에 밀려온 돌이 씻겨 옥처럼 변한 ‘해옥’이 특징이다. 해안침식으로 생긴 해식동굴이 있어,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식동굴은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으니,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www.khoa.go.kr). 바위와 돌이 미끄러우니 주의하자.

청산수목원

태안에는 아름다운 수목원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팜파스그래스와 핑크뮬리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청산수목원이 가을에 인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족오미로공원, ‘만종’ ‘이삭줍기’ 등 밀레의 명화를 조형물로 만든 밀레정원, 고갱가든, 홍가시원 등 여러 테마 정원이 조성돼, 여유롭게 산책하며 추억을 남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파도리 해식동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리포수목원(민병갈식물도서관)→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두웅습지
둘째 날: 파도리 해식동굴→청산수목원→드르니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오감관광(태안군 문화관광) www.taean.go.kr/tour.do
- 청산수목원 www.greenpark.co.kr

문의 전화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414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 청산수목원 041)675-0656

문의 전화
[버스]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4회(07:20~20:2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7:50~ 20: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7:20~18:1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태안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10·211번 농어촌버스 이용, 생태교육관 정류장 하차,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태안공영버스터미널 1688-2110 태안대중교통정보 www.taean-pti.kr

자가운전
서울→서해안고속도로→서산 IC→서산·태안 방면→국도32호선→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수목원(에코힐링센터)

숙박 정보
- 피노앤키오리조트(피노키오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만리포2길, 041)672-3824
- 한채당한옥체험관(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원면 송의로, 031)792-8000
-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5
- 송도오션리조트펜션: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000
- 어은돌오토캠핑장: 소원면 파도리, 041)675-9340
-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읍 안면대로, 041) 674-5019

식당 정보
- 천리포횟집(붕장어두루치기):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170
- 호호아줌마(굴김치보쌈정식): 소원면 서해로, 041)674-0862
- 관해회수산(회):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2118
- 청어람(우럭젓국):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882
- 안흥식당(우럭젓국): 태안읍 정주내2길, 041)673-8584

주변 볼거리
만리포해수욕장, 팜카밀레, 안면도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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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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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