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쟁' 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잔혹사

원수보다 더한 이웃

[일요시사 취재2팀] 정인균 기자 = 최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한 30대 남성이 40대 부부를 살해하고, 60대 노부모를 다치게 한 사건이다.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피해자 부부는 늦은 시각 일을 끝마치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10대 자매는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었고, 조부모의 생사도 병원에서 밤을 새우며 확인해야 했다.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가해자는 범행 이유로 ‘층간소음’을 들었다. 층간소음이 어떻게 이런 비극을 야기하게 되는지 짚어봤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은 그리 놀라운 뉴스가 아닌 작금이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층간소음 살인사건은 매년 2~3건씩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에선 60대 여성이 윗집 남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고, 2019년에는 세종시에선 윗층에 거주하던 40대 남성이 아래층에 거주하는 남성을 찾아가 흉기로 복부를 22차례 찌르는 살인미수 사건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층간소음이 갈등의 원인이 돼 일어난 사건들이다.

22차례 찔러

이 같은 뉴스가 앞으로 더욱 많이 들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층간소음 피해 신고를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공개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020년 운영결과 현황’(2020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2012년 8795건이었던 피해사례 상담이 2013년부터 1만8524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더니 ▲2014년 2만641건 ▲2015년 1만9278건 ▲2016년 1만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 ▲2019년 2만6230건으로 매해 상승해왔다.


급기야, 코로나 사태가 터진 해인 2020년에는 4만2250건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3만건은 물론, 4만건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층간소음이 일어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높은 아파트 주거 의존도, 현행 건축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부실 공사다. 

층간소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절대 인구수가 많으면 극단적인 사례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그의 책 <아파트 공화국>에서 한국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에 지나치게 의존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급격히 빠른 경제성장을 거치며 짧은 시간에 많은 주거공간이 필요했고, 아파트가 그 해법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조사한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아파트 주거 비율은 51.5%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대한민국 국민 둘 중 하나는 층간소음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층간소음은 본질적으로 건물의 부자재를 통해 전해진다. 즉, 건물을 건설할 때 소음의 정도가 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이 일어나면 소음 노출 위험도는 더욱 올라간다. 감사원이 실시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에 따르면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부실공사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4월, 공공아파트 191세대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층간소음 실태 조사 결과 184세대(96%)가 성능 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14세대(60%)는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감사원은 사전 인증과 현장 시공, 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총평했다. 즉, 상당수의 층간소음 위험이 시공 과정에서 이미 생긴 것임을 뜻한다.

차상곤 주거문화연구소 소장은 본인의 연구 ‘층간소음 민원저감형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피해자 경향 분석’에서 살인사건은 1년 이상 갈등이 소요된 사례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웃 간의 층간소음은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골이 깊어지고, 결국 감정이 들어가 살인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비극…해법은 양보밖에 없나?
6개월 내 해결해야…길어지면 감정 섞여

연구를 위해 그는 116개 단지의 공동주택 내 관리소 직원과 동 대표 및 입주자 대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층간소음 민원 현황과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법을 조사해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갈등의 유형을 기간에 따라 1, 2, 3단계 유형으로 분류했다. 1단계는 6개월 이내로 이 단계에서 피해자들은 침착하게 위층과 관리소에 자신의 피해 상황을 전달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2단계는 6개월~1년이다. 층간 소음이 당사자 간의 감정 문제로 확대되는 단계인데, 지속적으로 피해사실을 알렸음에도 나아지지 않을 때 이 상황까지 오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층간소음이 당사자 간의 감정 문제로 확대되고, 위층과 관리소에 불신이 생겨 소통을 단절하거나, 심한 경우는 세대 간의 갈등이 불거진다.

3단계는 갈등 상황이 1년 이상 지난 경우다. 차 소장은 뉴스에서 보는 대부분의 사건이 이 경우라 설명했다. 1년 이상 갈등이 지속된 피해자들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한다.

주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때, 직접 갈등을 마주한 당사자들이 다툼을 벌이던 중 감정이 격해져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차 소장은 지난달 광주 MBC 라디오 <황동현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살인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은 1단계인 6개월 이내”라고 말했다.


그는 “살인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골든타임을 6개월 이전이라 보고 있다”며 “피해 기간이 6개월 이전이라면 층간소음을 소음으로만 바라보니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하지만, 이게 1년이 넘어가면 소음 20%에 감정이 80% 섞이며 감정문제로 넘어가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소음 피해자가 위층 사람 얼굴만 봐도 살인 충동이 난다고 한다. 이번에 일어난 여수 사건도 이런 경우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차 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6개월 이내의 경우라면, 피해를 준 집에 인터폰으로 먼저 올라간 뒤 올라가 정중히 피해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1년이 넘은 상황이라면 이런 방법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는 게 답?

차 소장은 “1년 이상이 넘어가면 통상적으로 살인사건 등으로 이어지는 폭행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관련 지식이 많은 제 3자, 혹은 기관이 개입해 접근 방법을 조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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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