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나뉘는 신 계급사회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9.27 15:15:30
  • 호수 13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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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도 얼굴 못생기면 강등…명문대 나와도 대머리는 감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현대판 신분 계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국민을 갈라놨다. 서열을 나누는 등급표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젊은 세대들은 차별과 혐오를 부르는 등급표 놀이에 왜 빠진 것일까.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국민을 위로하고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88%이며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소득에 따라 지급 기준도 달라졌다. 

현대판
골품제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 등급표’라는 글이 공유됐다. 작성자는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성골(상위 3%), 진골(상위 7%), 6~4두품(상위 12%), 평민(상위 90%), 노비(상위 100%) 등 계급을 총 5개로 분류했다.

재산세 과세표준 기준 초과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성골이다. 금융 소득 기준 초과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진골, 보험료 기준 추가로 미지급 대상인 사람은 6~4두품에 비유됐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은 ‘평민’이나 ‘노비’로 부르고 있다.

재난지원금 유무에 따라 계급을 나눈 것이다.


이 등급표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은 주로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테면 ‘지원금을 받았지만, 평민이어서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노비였구나’ 등이었다. 

또 직장인 커뮤니티나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른바 ‘자부심상’ 게시물도 회자됐다. ‘고소득자’가 수여자인 이 상은 “위 사람은 평소 돈을 많이 벌었기에 재난지원금 대신 자부심상을 드립니다”라고 쓰여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재난기에도 전혀 소득이 줄지 않았던 고소득자들한테는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자부심을 돌려드릴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을 비꼬아 만든 것이다.

해당 등급표를 두고 우스운 장난쯤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계급을 분류하는 이 등급표가 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현대판 골품제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등급표를 만들어 공유하는 놀이는 예전부터 있었다. 외모, 직업, 패딩, 핸드폰 등을 계급별로 분류했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계급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 계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 결혼정보 회사에서 사용한다는 등급표에서다. 

결혼 등급표에는 직업과 학벌, 재산, 외모 등이 구체적이다. 일부 결혼정보 회사는 이 등급표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 뒤 고객을 분류했다. 

예를 들어 키 185㎝, 몸무게 75㎏으로 보기 심한 흉터가 없고 집안 재산이 100억원이 이상인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판사는 A+ 등급으로 최상위 상품에 가입이 가능하다.


반면 키 166㎝, 몸무게 73㎏에 머리가 벗겨졌고 집안도 넉넉하지 않으며 2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중소기업 직원이라면 D 등급이 된다. 이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상대의 폭은 좁아진다.

등급표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법대 출신 판사는 1등급,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와 서울대 행정고시 합격자, 비 서울대 포함해 5대 로펌 변호사는 2등급이다. 같은 판·검사라도 비 서울대라면 3등급으로 매겨진다.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와 같은 등급이다. 해외파 스포츠 스타는 5등급에 위치한다. 

“평민이냐 노비냐” 차별 부르는 등급표 
외모, 세금, 직업, 핸드폰 등으로 분류

서울·연세·고려대 외국계 대기업 재직자나 금융권 공기업 재직자도 5등급이다. 최고경영자(이하 CEO)라도 직원이 몇 명 있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300명 이상 CEO는 4등급, 100명 이상 CEO는 7등급, 10명이상 CEO는 9등급이다.

초·중·고 교사, 단순 대기업 재직자, 공무원 9급 합격자는 하위권에 속했다. 전체 15등급 가운데 2년제 대학 출신의 남성 등급은 가장 아래에 있었다. 

1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로 100점을 주고 그 아래 등급부터 3점씩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되며, 2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 97점, 3등급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94점 등으로 매긴다.  

직업과 출신학교를 같이 묶어 놓고도 학부 졸업 학력은 따로 분류했다.

서울대·카이스트대·포항공대·미국 명문대는 1등급으로 분류하고 연세대·고려대·미국 100위권 대학교는 2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다음부터는 등급이 확 벌어진다. 기타 서울·수도권 4년제는 7등급, 지방 4년제 9등급, 2년제 대학은 10등급이다. 

재산은 부모와 본인 것을 구분하지 않았다. 부동산, 주식, 현금 등을 모두 포함시켜 무조건 많으면 후한 점수를 줬다. 100억원 이상은 1등급, 60억~100억원은 2등급, 10억~20억원은 7등급, 3억~5억원은 9등급에 속한다. 

이 같은 등급을 받으려면 얼굴과 몸매가 ‘무난하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있어야 한다. 만약 선호하는 외모가 아니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머리일 경우 10점 차감, 흉터는 5점 차감한다. 

여성의 경우 부모 직업과 재산, 자신의 미모 등이 등급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몇 해 전 유출된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에 따르면, 전체 점수 100점 만점에 외모가 40점이나 배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집안 배경, 직업, 학벌도 조금 떨어진다 해도 외모에 대한 가중치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등급표를 만들어 공유했다. 가치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다 보니 청소년들은 등급표에 과몰입해 사회적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적나라한
결혼 등급

예를 들면 고가의 롱패딩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패딩 계급표’가 유행했다. 가격과 브랜드에 따라 등급을 나눈 것이다. 50만원 이상 해외 브랜드 제품은 1등급, 아이돌 그룹이 모델이 된 30만~50만원대 국내 브랜드 제품은 2등급으로 매겨졌다.

다운패딩·롱패딩·플리스 등 고가 제품 유행이 모방 심리에서 비롯하면서 또래 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패딩 브랜드가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부모 등골을 빼먹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패딩 계급론’으로 인해 학생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돼 고가 패딩 구입을 희망하기도 했다. 

실제 고가의 패딩 때문에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지난해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의 가해 학생이 구속 당시 피해 학생의 패딩점퍼를 입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한창 유행했던 2012년 부산의 중학교 3학년생 5명이 친구들에게 폭행을 가해 120만원 상당의 패딩 네 벌을 빼앗아 입고 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바람직한 소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것으로 사는 것이지만 패딩 계급론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합리적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계급론에 불을 지핀 건 수저 계급표였다. 자본 상태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심지어 흙수저라는 말로 나뉘며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자산 2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원 이상일 경우 ‘금수저’, 자산 1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1억원 이상일 경우 ‘은수저’, 자산 5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500만원 이상일 경우 ‘동수저’ 등으로 나뉜다. 흙수저는 여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자산 5000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000만원 미만인 가정 출신이다.

수저 계급표가 화제로 떠오르자 같은 시기에 ‘흙수저 빙고 게임’도 유행했다. 가로 다섯 칸, 세로 다섯 칸짜리 표에 흙수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가정환경이 쓰여있다.

차별·배제
의미 내포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 틀거나 에어컨 자체가 없음’ ‘TV가 브라운관이거나 30인치 이하 평면TV’ 등 가전제품 유무나 연식, 크기를 따지는 칸부터 ‘고기를 물에 넣고 끓이는 요리로 해먹음’ ‘부모님이 정기 건강검진 안 받음’ 등 구체적인 생활양식이 기재돼있는 칸까지 해당 사항도 다양했다.

내용에 동그라미를 더 많이 칠수록 흙수저에 가깝다. 

취업준비생 A씨는 “요새 취업하려면 해외 연수·인턴·면접 등 거쳐야 하는 단계가 늘어났고, 자연히 단계마다 탈락하는 청년도 많다”며 “수저 계급표를 보고서 더욱 비관하게 됐다”고 했다.

왜 젊은 세대는 이토록 가혹한 ‘등급 분류’를 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88만원 세대’ ‘3포세대’ 등으로 불리며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2030 청춘들이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자조 끝에 등급 분류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저계급 등 말이 난무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폭력적으로 변화한 결과”라고 현 상태를 진단했다. 신 교수는 “개인들이 생존을 해결해야 하는 위험하고 불안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구성원들이 협력해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날수록 고급 교육과 다양한 어학 능력을 갖춰 취업까지 유리하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우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취직이 어렵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하루하루 빚만 늘어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비교하기·자랑하기 문화가 등급을 나누는 데 있어 한 몫을 차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인해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 분류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출신·재산으로 구분되는 위치
타인과 비교·자랑 문화 기인

이처럼 계급을 나누려는 이유는 의존심리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등급표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소속감에 행복을 느끼고 타인과 비교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취하기도 한다. 외부 환경요인을 찾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 있어 등급으로 나뉘어 계급화시키는 형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계급화는 곧 차별을 의미한다. 어느 사회든 계급화에 따른 차별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배척해야 할 젊은 세대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건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등급표에는 가난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의미가 내재돼있다. 어른들의 빈자 혐오가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시대라며, 아이들이 차별과 배제를 지양하도록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아이들은 사고가 단순해 차별을 자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되는 상대편은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의 심경도 매우 힘들 것”이라며 “일상에서, 가정에서 아이와 부모가 대화하는 자리에서부터 상대방을 계급화해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언사와 행위를 조심해야 하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급에 따른 차별이나 과시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될 수 있다”며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급을 구분 짓는 것은 서열을 나눈다는 의미다. 서열이 생기면 혐오와 차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불평등의 피라미드에서 한 칸이라도 나은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계급에 집착할 수 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쓴 오찬호 작가는 “학교 서열, 직업, 브랜드 등이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승자’의 개념으로 보이는데 이는 차별적 보상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 정당한 보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서열화를 하면 누군가는 결국 멸시받고 조롱받게 되는데 그에 대한 죄책감도 사라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학교는 그런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하는데, 학교조차 서열화에 앞장서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20·30대가 자꾸 계급도를 만드는 현상과 관련해, 젊은 층들이 이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인정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이중성을 지적했다.

불평등
피라미드

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줄을 세워서 쟤는 어디에 있는지 딱딱 이해하는 게 굉장히 익숙하다”며 “자꾸 세분화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 또는 친구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기보다 뒤처진 계급을 보면서 안심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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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