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를 집사처럼' 만연한 배우의 갑질

“때리고 막 부려먹어도 되나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는 보호가 필요한 직업이다. 연기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매니저나 코디네이터의 지원을 받는다. 각종 업무를 도맡으며 뒤에서 배우를 서포팅하는 매니저는 관계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나 대체할 수 없는 업무를 하는 배우와 비교적 대체 가능한 업무를 하는 매니저 간에는 서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까울수록 서로를 존중해야 하나, 때론 위력을 무기 삼아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는 배우도 있다. 

배우는 감정노동을 한다. 작품 내에서 비중이 큰 경우 다양한 감정을 구현해야 한다. 작품에 따라 분노나 광기, 깊은 우울을 직접 체화해야 한다. 단순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좀 더 쉽긴 하겠지만,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 간의 관계성, 현장감, 창작자의 요구 등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그 정도를 정확히 짚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민하고
괴롭히고

드라마의 경우 한 회 내내 슬픈 장면을 찍어야 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선 종일 눈물을 흘려야 하는 날도 있고, 영화에서는 몇 달 내내 깊은 감정에 사로잡힌 연기를 해야 하기도 한다. 쉽게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배우는 비교적 정신적 고통을 덜 느낄 수 있지만, 연기한 인물에 애착이 깊게 형성된 경우에는 후유증이 크기도 하다. 

또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 배우일수록, 깊게 예민해지고 상당한 불안감과 압박감 속에서 연기를 펼쳐 나간다. 혼신을 다해 연기했음에도, 흥행 면에서 결과가 좋지 않거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결과물을 맞닥뜨리게 되면 큰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불안감이 커지고 지속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인데, 늘 대중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직업이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도 제약이 생긴다. 짧게 국내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또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매사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의 제약은 강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배우와 같은 방송인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은 긴장감을 유지하다, 또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 잦다. 그런 경우 신체가 갑자기 상황에 맞지 않게 오작동을 하기도 한다. 곧 죽을 것만 같은 증상까지 느껴 쉽게 벗어나기 힘든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안함과 괴로움이 심할 경우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극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배우에게 이런 심리질환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인다. 

배우가 얻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매니저도 영향을 받는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배우를 챙겨주는 건 매니저 업무 차원에서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윤리적인 대우를 받는 상황에 놓인다. 

일부 배우는 가장 편하고 대하기 쉬운 매니저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심한 경우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술을 마시면 폭력을 빈번하게 행사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위 스태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술 먹으면 손찌검 “돈으로 막는다”
재발 방지 소홀 소속사 대표도 문제

어린 나이에 일찍 인기를 얻은 여배우 A는 여성 매니저에게 잦은 언어폭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서는 물론 드라마 현장의 대기실에서도 나이 많은 매니저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실 문이 열려 있어 어린 여배우의 언어폭력이 다른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현장 스태프들에게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나오는 작품마다 흥행해 ‘천만 배우’로 불리는 B는 업계에서 매니저를 때리는 배우로 거론된다. 평소에는 매우 얌전한 태도를 보이다가 술만 먹으면 돌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매니저를 때렸다고 한다. 

천성이 모질지는 않아 바로 사과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매니저의 집에 찾아가 부모님께 사죄했다고 한다. 그런다 한들 술 먹고 또 매니저를 때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보장은 없다. 이미 워낙 많은 매니저를 때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최정상급 연기력을 가진 배우 C도 술만 마시면 주위에 행패를 부리고, 매니저나 영화 스태프를 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 먹기 전에는 매우 인간적이지만, 술만 마시면 안하무인으로 타인을 대한다. 그는 스태프는 물론 후배 배우들에게도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낙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터라, 여전히 이야기 시장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히지만, 주사 때문에 C와는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우도 적지 않다.

영화 스태프와 돈독히 지내는 배우 D는 최근 영화 현장에서 영화 스태프를 때려 논란이 됐다. 자고 일어난 뒤 자신이 현장 스태프를 때린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는 이미 여러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심한 폭력을 행사에 문제가 된 배우다.

그 역시 매니저들에게 잦은 폭력을 행사했다. 그 장면을 본 매니저가 한둘이 아니다. 

꽃미남 이미지의 배우 E도 음주 후 한 매니저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바른 생활 이미지에 인간적이라는 평가도 나온 배우라 업계에서는 충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역시 매니저를 때리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리 때문에
성격 때문에

그런 가운데 E의 소속사 대표는 구타당한 매니저에게 “심하게 맞은 것도 아니지 않냐. 적당히 넘어가라”라고 했다고 한다. 해당 매니저는 대표의 말에 충격받고,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이 붙어 있는 관계일 경우 알게 모르게 감정이 상하는 일들이 생길 수도 있어, 술 먹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폭력이 정당화되진 않지만, 때린 사람이 더 이해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거론된 배우들이 문제가 되는 건 타인을 때리는 행위가 빈번하다는 데 있다. 

술 먹고 사죄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하기는 하나, 어찌됐든 사건이 잘 무마되면 이 문제를 두고 큰 책임을 지게 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술만 먹으면 또 손찌검하는 일이 발생한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를 먹여 살리는 수준의 배우라면, 소속사 대표도 눈치를 본다. 재계약과 연관돼있으면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강하게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인기에 회사의 존폐를 좌우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일수록 직언을 해줄 대상이 없어진다. 오히려 소속사 대표가 나서서 일을 무마하기도 한다. 제작 스태프와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소문이 잘못 나기라도 하면 영화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제작사 임원이 나서서 문제를 막는다.

그렇게 쉬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적당히 돈으로 입막음을 한다. 그렇게 무마가 되면 배우는 자신의 잘못에 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위치의 대표가 오히려 문제를 막아버리는 사례가 있다. 그런 행위는 회사 차원에서도 배우에게도 좋지 않다. 결국 폭력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매니저 폭력 건이 발생하면, 아무리 톱스타라고 하더라도 계약을 포기할 생각으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손찌검하는 사람은 또 누군가를 때릴 것”이라며 “한 회사의 대표라면 재계약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재발방지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술 대기
골프 대기

최근 배우가 소속사를 상대로 하는 갑질 중의 하나는 매니저를 대기시키는 일이다. 술자리가 있거나, 최근 연예인 사이에서 붐이 일어난 골프를 칠 때 매니저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술 대기’ ‘골프 대기’라고 일컫는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증가하면서, 거리두기 단계가 지속해서 상향되는 가운데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아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상황은 줄어들었다. 일반적인 회식도 없어진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니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소속 연예인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길게는 새벽 늦게까지 술자리를 대기하기 때문에 매니저도 지칠 뿐 아니라, 다음날 회사 업무에도 지장을 미친다. 그렇게 늦게까지 일을 한다고 해서, 오버페이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매우 당연하게 매니저를 부리는 행위가 만연화돼있었다.

특정 배우는 회사에 노골적으로 자신의 ‘픽업’과 관련된 모든 제반사항을 요구하는 예도 있었다고 한다. 운동 및 술자리 등 자신이 움직이는 모든 상황에 매니저를 동행시키도록 요구하는 것. 

배우 F는 술자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개인 일정에 매니저를 동행시킨다. F의 매니저는 F가 부르면 업무를 보다가도 달려가야 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평소에 성품이 좋은 배우 중에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때도 있다. 사실 이건 성품이 좋은 게 아니다. 그렇게 운전을 하고 다닐 시간에 회사에 앉아 배우의 미래를 고민하는 게 더 발전적”이라며 “이런 부분을 해당 매니저가 말하긴 곤란하니, 배우 스스로가 경각심을 느끼거나 주위에서 직언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가 거의 없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골프 대기가 만연화되고 있다. 크랭크인을 앞둔 드라마나 영화 스태프들과 친목을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은 배우의 업무일 수 있어 매니저가 동행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사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골프를 치는 자리까지도 매니저를 동행하게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일 아닌 사생활까지…악습 되풀이
“매니저 명확한 업무 지침 필요해”

대부분 골프장이 서울 밖에 있어 최소 한 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하며, 전체 라운딩은 아무리 빨리 끝나야 네 시간이 소요된다. 저녁까지 먹게 되면 하루에 10시간 넘게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작사와 겸임하는 배우 소속사의 경우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많이 고쳐지기도 했고, 의식이 깨인 배우들은 사적 모임에 직접 운전을 하고 나가지만, 여전히 타성에 젖어있는 일부 배우는 여전히 매니저와 동행한다.

한 소속사 매니저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말이 ‘매니저가 집사냐’는 말이었다. 90년대부터 이름을 알린 배우들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꼭 과거의 배우들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니다. 많이 고쳐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우와 매니저 사이의 업무에는 경계가 불분명하다. 소속 배우가 요구하는 일을 대체로 매니저가 들어준다. 각종 심부름은 물론 때로 가족의 일까지 봐주기도 한다. 배우가 촬영장에 있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상황에 매니저가 가족의 일을 도울 수도 있지만, 가족 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가 학부모인 경우에는 자식들의 학교 픽업을 맡게 하며, 부모 해외여행 시 공항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시키기도 한다. 촬영에 집중해야 하는 배우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게 매니저의 업무라고 하지만, 정도를 넘는 업무 요구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대다수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할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더 심한 갑질이 존재했기 때문에, 최근 변화된 시류조차 감지덕지하다며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또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배우마다 성향이 달라 일관된 업무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매니저 업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조건 배우가 원하는 대로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요구에는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상식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배우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급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매니저가 배우의 사적인 일을 대신 처리하는 건 통용될 수 있다”며 “하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는 평일, 아이들 픽업이나 공항 픽업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당한 도움이냐, 위계를 이용한 불합리한 요구냐를 따져보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계 이용
악습 근절

이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과거의 악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시류에 발맞춰 더 발전하려면 악습을 끊어내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