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를 집사처럼' 만연한 배우의 갑질

“때리고 막 부려먹어도 되나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는 보호가 필요한 직업이다. 연기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매니저나 코디네이터의 지원을 받는다. 각종 업무를 도맡으며 뒤에서 배우를 서포팅하는 매니저는 관계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나 대체할 수 없는 업무를 하는 배우와 비교적 대체 가능한 업무를 하는 매니저 간에는 서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까울수록 서로를 존중해야 하나, 때론 위력을 무기 삼아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는 배우도 있다. 

배우는 감정노동을 한다. 작품 내에서 비중이 큰 경우 다양한 감정을 구현해야 한다. 작품에 따라 분노나 광기, 깊은 우울을 직접 체화해야 한다. 단순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좀 더 쉽긴 하겠지만,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 간의 관계성, 현장감, 창작자의 요구 등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그 정도를 정확히 짚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민하고
괴롭히고

드라마의 경우 한 회 내내 슬픈 장면을 찍어야 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선 종일 눈물을 흘려야 하는 날도 있고, 영화에서는 몇 달 내내 깊은 감정에 사로잡힌 연기를 해야 하기도 한다. 쉽게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배우는 비교적 정신적 고통을 덜 느낄 수 있지만, 연기한 인물에 애착이 깊게 형성된 경우에는 후유증이 크기도 하다. 

또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 배우일수록, 깊게 예민해지고 상당한 불안감과 압박감 속에서 연기를 펼쳐 나간다. 혼신을 다해 연기했음에도, 흥행 면에서 결과가 좋지 않거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결과물을 맞닥뜨리게 되면 큰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불안감이 커지고 지속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인데, 늘 대중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직업이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도 제약이 생긴다. 짧게 국내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또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매사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의 제약은 강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배우와 같은 방송인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은 긴장감을 유지하다, 또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 잦다. 그런 경우 신체가 갑자기 상황에 맞지 않게 오작동을 하기도 한다. 곧 죽을 것만 같은 증상까지 느껴 쉽게 벗어나기 힘든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안함과 괴로움이 심할 경우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극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배우에게 이런 심리질환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인다. 

배우가 얻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매니저도 영향을 받는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배우를 챙겨주는 건 매니저 업무 차원에서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윤리적인 대우를 받는 상황에 놓인다. 

일부 배우는 가장 편하고 대하기 쉬운 매니저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심한 경우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술을 마시면 폭력을 빈번하게 행사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위 스태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술 먹으면 손찌검 “돈으로 막는다”
재발 방지 소홀 소속사 대표도 문제

어린 나이에 일찍 인기를 얻은 여배우 A는 여성 매니저에게 잦은 언어폭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서는 물론 드라마 현장의 대기실에서도 나이 많은 매니저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실 문이 열려 있어 어린 여배우의 언어폭력이 다른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현장 스태프들에게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나오는 작품마다 흥행해 ‘천만 배우’로 불리는 B는 업계에서 매니저를 때리는 배우로 거론된다. 평소에는 매우 얌전한 태도를 보이다가 술만 먹으면 돌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매니저를 때렸다고 한다. 

천성이 모질지는 않아 바로 사과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매니저의 집에 찾아가 부모님께 사죄했다고 한다. 그런다 한들 술 먹고 또 매니저를 때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보장은 없다. 이미 워낙 많은 매니저를 때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최정상급 연기력을 가진 배우 C도 술만 마시면 주위에 행패를 부리고, 매니저나 영화 스태프를 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 먹기 전에는 매우 인간적이지만, 술만 마시면 안하무인으로 타인을 대한다. 그는 스태프는 물론 후배 배우들에게도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낙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터라, 여전히 이야기 시장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히지만, 주사 때문에 C와는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우도 적지 않다.

영화 스태프와 돈독히 지내는 배우 D는 최근 영화 현장에서 영화 스태프를 때려 논란이 됐다. 자고 일어난 뒤 자신이 현장 스태프를 때린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는 이미 여러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심한 폭력을 행사에 문제가 된 배우다.

그 역시 매니저들에게 잦은 폭력을 행사했다. 그 장면을 본 매니저가 한둘이 아니다. 

꽃미남 이미지의 배우 E도 음주 후 한 매니저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바른 생활 이미지에 인간적이라는 평가도 나온 배우라 업계에서는 충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역시 매니저를 때리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리 때문에
성격 때문에

그런 가운데 E의 소속사 대표는 구타당한 매니저에게 “심하게 맞은 것도 아니지 않냐. 적당히 넘어가라”라고 했다고 한다. 해당 매니저는 대표의 말에 충격받고,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이 붙어 있는 관계일 경우 알게 모르게 감정이 상하는 일들이 생길 수도 있어, 술 먹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폭력이 정당화되진 않지만, 때린 사람이 더 이해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거론된 배우들이 문제가 되는 건 타인을 때리는 행위가 빈번하다는 데 있다. 

술 먹고 사죄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하기는 하나, 어찌됐든 사건이 잘 무마되면 이 문제를 두고 큰 책임을 지게 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술만 먹으면 또 손찌검하는 일이 발생한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를 먹여 살리는 수준의 배우라면, 소속사 대표도 눈치를 본다. 재계약과 연관돼있으면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강하게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인기에 회사의 존폐를 좌우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일수록 직언을 해줄 대상이 없어진다. 오히려 소속사 대표가 나서서 일을 무마하기도 한다. 제작 스태프와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소문이 잘못 나기라도 하면 영화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제작사 임원이 나서서 문제를 막는다.

그렇게 쉬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적당히 돈으로 입막음을 한다. 그렇게 무마가 되면 배우는 자신의 잘못에 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위치의 대표가 오히려 문제를 막아버리는 사례가 있다. 그런 행위는 회사 차원에서도 배우에게도 좋지 않다. 결국 폭력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매니저 폭력 건이 발생하면, 아무리 톱스타라고 하더라도 계약을 포기할 생각으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손찌검하는 사람은 또 누군가를 때릴 것”이라며 “한 회사의 대표라면 재계약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재발방지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술 대기
골프 대기

최근 배우가 소속사를 상대로 하는 갑질 중의 하나는 매니저를 대기시키는 일이다. 술자리가 있거나, 최근 연예인 사이에서 붐이 일어난 골프를 칠 때 매니저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술 대기’ ‘골프 대기’라고 일컫는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증가하면서, 거리두기 단계가 지속해서 상향되는 가운데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아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상황은 줄어들었다. 일반적인 회식도 없어진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니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소속 연예인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길게는 새벽 늦게까지 술자리를 대기하기 때문에 매니저도 지칠 뿐 아니라, 다음날 회사 업무에도 지장을 미친다. 그렇게 늦게까지 일을 한다고 해서, 오버페이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매우 당연하게 매니저를 부리는 행위가 만연화돼있었다.

특정 배우는 회사에 노골적으로 자신의 ‘픽업’과 관련된 모든 제반사항을 요구하는 예도 있었다고 한다. 운동 및 술자리 등 자신이 움직이는 모든 상황에 매니저를 동행시키도록 요구하는 것. 

배우 F는 술자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개인 일정에 매니저를 동행시킨다. F의 매니저는 F가 부르면 업무를 보다가도 달려가야 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평소에 성품이 좋은 배우 중에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때도 있다. 사실 이건 성품이 좋은 게 아니다. 그렇게 운전을 하고 다닐 시간에 회사에 앉아 배우의 미래를 고민하는 게 더 발전적”이라며 “이런 부분을 해당 매니저가 말하긴 곤란하니, 배우 스스로가 경각심을 느끼거나 주위에서 직언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가 거의 없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골프 대기가 만연화되고 있다. 크랭크인을 앞둔 드라마나 영화 스태프들과 친목을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은 배우의 업무일 수 있어 매니저가 동행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사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골프를 치는 자리까지도 매니저를 동행하게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일 아닌 사생활까지…악습 되풀이
“매니저 명확한 업무 지침 필요해”

대부분 골프장이 서울 밖에 있어 최소 한 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하며, 전체 라운딩은 아무리 빨리 끝나야 네 시간이 소요된다. 저녁까지 먹게 되면 하루에 10시간 넘게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작사와 겸임하는 배우 소속사의 경우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많이 고쳐지기도 했고, 의식이 깨인 배우들은 사적 모임에 직접 운전을 하고 나가지만, 여전히 타성에 젖어있는 일부 배우는 여전히 매니저와 동행한다.

한 소속사 매니저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말이 ‘매니저가 집사냐’는 말이었다. 90년대부터 이름을 알린 배우들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꼭 과거의 배우들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니다. 많이 고쳐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우와 매니저 사이의 업무에는 경계가 불분명하다. 소속 배우가 요구하는 일을 대체로 매니저가 들어준다. 각종 심부름은 물론 때로 가족의 일까지 봐주기도 한다. 배우가 촬영장에 있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상황에 매니저가 가족의 일을 도울 수도 있지만, 가족 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가 학부모인 경우에는 자식들의 학교 픽업을 맡게 하며, 부모 해외여행 시 공항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시키기도 한다. 촬영에 집중해야 하는 배우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게 매니저의 업무라고 하지만, 정도를 넘는 업무 요구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대다수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할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더 심한 갑질이 존재했기 때문에, 최근 변화된 시류조차 감지덕지하다며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또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배우마다 성향이 달라 일관된 업무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매니저 업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조건 배우가 원하는 대로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요구에는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상식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배우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급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매니저가 배우의 사적인 일을 대신 처리하는 건 통용될 수 있다”며 “하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는 평일, 아이들 픽업이나 공항 픽업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당한 도움이냐, 위계를 이용한 불합리한 요구냐를 따져보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계 이용
악습 근절

이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과거의 악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시류에 발맞춰 더 발전하려면 악습을 끊어내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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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