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를 집사처럼' 만연한 배우의 갑질

“때리고 막 부려먹어도 되나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는 보호가 필요한 직업이다. 연기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매니저나 코디네이터의 지원을 받는다. 각종 업무를 도맡으며 뒤에서 배우를 서포팅하는 매니저는 관계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나 대체할 수 없는 업무를 하는 배우와 비교적 대체 가능한 업무를 하는 매니저 간에는 서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까울수록 서로를 존중해야 하나, 때론 위력을 무기 삼아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는 배우도 있다. 

배우는 감정노동을 한다. 작품 내에서 비중이 큰 경우 다양한 감정을 구현해야 한다. 작품에 따라 분노나 광기, 깊은 우울을 직접 체화해야 한다. 단순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좀 더 쉽긴 하겠지만, 작품 속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 간의 관계성, 현장감, 창작자의 요구 등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그 정도를 정확히 짚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민하고
괴롭히고

드라마의 경우 한 회 내내 슬픈 장면을 찍어야 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선 종일 눈물을 흘려야 하는 날도 있고, 영화에서는 몇 달 내내 깊은 감정에 사로잡힌 연기를 해야 하기도 한다. 쉽게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배우는 비교적 정신적 고통을 덜 느낄 수 있지만, 연기한 인물에 애착이 깊게 형성된 경우에는 후유증이 크기도 하다. 

또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 배우일수록, 깊게 예민해지고 상당한 불안감과 압박감 속에서 연기를 펼쳐 나간다. 혼신을 다해 연기했음에도, 흥행 면에서 결과가 좋지 않거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결과물을 맞닥뜨리게 되면 큰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불안감이 커지고 지속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인데, 늘 대중의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직업이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도 제약이 생긴다. 짧게 국내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또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매사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의 제약은 강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배우와 같은 방송인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은 긴장감을 유지하다, 또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 잦다. 그런 경우 신체가 갑자기 상황에 맞지 않게 오작동을 하기도 한다. 곧 죽을 것만 같은 증상까지 느껴 쉽게 벗어나기 힘든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안함과 괴로움이 심할 경우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극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배우에게 이런 심리질환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인다. 

배우가 얻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매니저도 영향을 받는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배우를 챙겨주는 건 매니저 업무 차원에서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윤리적인 대우를 받는 상황에 놓인다. 

일부 배우는 가장 편하고 대하기 쉬운 매니저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심한 경우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술을 마시면 폭력을 빈번하게 행사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위 스태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술 먹으면 손찌검 “돈으로 막는다”
재발 방지 소홀 소속사 대표도 문제

어린 나이에 일찍 인기를 얻은 여배우 A는 여성 매니저에게 잦은 언어폭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서는 물론 드라마 현장의 대기실에서도 나이 많은 매니저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실 문이 열려 있어 어린 여배우의 언어폭력이 다른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현장 스태프들에게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나오는 작품마다 흥행해 ‘천만 배우’로 불리는 B는 업계에서 매니저를 때리는 배우로 거론된다. 평소에는 매우 얌전한 태도를 보이다가 술만 먹으면 돌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매니저를 때렸다고 한다. 

천성이 모질지는 않아 바로 사과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매니저의 집에 찾아가 부모님께 사죄했다고 한다. 그런다 한들 술 먹고 또 매니저를 때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보장은 없다. 이미 워낙 많은 매니저를 때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최정상급 연기력을 가진 배우 C도 술만 마시면 주위에 행패를 부리고, 매니저나 영화 스태프를 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 먹기 전에는 매우 인간적이지만, 술만 마시면 안하무인으로 타인을 대한다. 그는 스태프는 물론 후배 배우들에게도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낙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터라, 여전히 이야기 시장에서 캐스팅 1순위로 꼽히지만, 주사 때문에 C와는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우도 적지 않다.

영화 스태프와 돈독히 지내는 배우 D는 최근 영화 현장에서 영화 스태프를 때려 논란이 됐다. 자고 일어난 뒤 자신이 현장 스태프를 때린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는 이미 여러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심한 폭력을 행사에 문제가 된 배우다.

그 역시 매니저들에게 잦은 폭력을 행사했다. 그 장면을 본 매니저가 한둘이 아니다. 

꽃미남 이미지의 배우 E도 음주 후 한 매니저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바른 생활 이미지에 인간적이라는 평가도 나온 배우라 업계에서는 충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역시 매니저를 때리고 금전적인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리 때문에
성격 때문에

그런 가운데 E의 소속사 대표는 구타당한 매니저에게 “심하게 맞은 것도 아니지 않냐. 적당히 넘어가라”라고 했다고 한다. 해당 매니저는 대표의 말에 충격받고,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이 붙어 있는 관계일 경우 알게 모르게 감정이 상하는 일들이 생길 수도 있어, 술 먹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폭력이 정당화되진 않지만, 때린 사람이 더 이해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거론된 배우들이 문제가 되는 건 타인을 때리는 행위가 빈번하다는 데 있다. 

술 먹고 사죄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하기는 하나, 어찌됐든 사건이 잘 무마되면 이 문제를 두고 큰 책임을 지게 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술만 먹으면 또 손찌검하는 일이 발생한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를 먹여 살리는 수준의 배우라면, 소속사 대표도 눈치를 본다. 재계약과 연관돼있으면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강하게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인기에 회사의 존폐를 좌우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일수록 직언을 해줄 대상이 없어진다. 오히려 소속사 대표가 나서서 일을 무마하기도 한다. 제작 스태프와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소문이 잘못 나기라도 하면 영화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제작사 임원이 나서서 문제를 막는다.

그렇게 쉬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적당히 돈으로 입막음을 한다. 그렇게 무마가 되면 배우는 자신의 잘못에 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위치의 대표가 오히려 문제를 막아버리는 사례가 있다. 그런 행위는 회사 차원에서도 배우에게도 좋지 않다. 결국 폭력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매니저 폭력 건이 발생하면, 아무리 톱스타라고 하더라도 계약을 포기할 생각으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손찌검하는 사람은 또 누군가를 때릴 것”이라며 “한 회사의 대표라면 재계약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재발방지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술 대기
골프 대기

최근 배우가 소속사를 상대로 하는 갑질 중의 하나는 매니저를 대기시키는 일이다. 술자리가 있거나, 최근 연예인 사이에서 붐이 일어난 골프를 칠 때 매니저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술 대기’ ‘골프 대기’라고 일컫는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증가하면서, 거리두기 단계가 지속해서 상향되는 가운데 오후 10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아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상황은 줄어들었다. 일반적인 회식도 없어진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매니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소속 연예인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길게는 새벽 늦게까지 술자리를 대기하기 때문에 매니저도 지칠 뿐 아니라, 다음날 회사 업무에도 지장을 미친다. 그렇게 늦게까지 일을 한다고 해서, 오버페이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매우 당연하게 매니저를 부리는 행위가 만연화돼있었다.

특정 배우는 회사에 노골적으로 자신의 ‘픽업’과 관련된 모든 제반사항을 요구하는 예도 있었다고 한다. 운동 및 술자리 등 자신이 움직이는 모든 상황에 매니저를 동행시키도록 요구하는 것. 

배우 F는 술자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개인 일정에 매니저를 동행시킨다. F의 매니저는 F가 부르면 업무를 보다가도 달려가야 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평소에 성품이 좋은 배우 중에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때도 있다. 사실 이건 성품이 좋은 게 아니다. 그렇게 운전을 하고 다닐 시간에 회사에 앉아 배우의 미래를 고민하는 게 더 발전적”이라며 “이런 부분을 해당 매니저가 말하긴 곤란하니, 배우 스스로가 경각심을 느끼거나 주위에서 직언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가 거의 없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골프 대기가 만연화되고 있다. 크랭크인을 앞둔 드라마나 영화 스태프들과 친목을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은 배우의 업무일 수 있어 매니저가 동행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사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골프를 치는 자리까지도 매니저를 동행하게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일 아닌 사생활까지…악습 되풀이
“매니저 명확한 업무 지침 필요해”

대부분 골프장이 서울 밖에 있어 최소 한 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하며, 전체 라운딩은 아무리 빨리 끝나야 네 시간이 소요된다. 저녁까지 먹게 되면 하루에 10시간 넘게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작사와 겸임하는 배우 소속사의 경우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많이 고쳐지기도 했고, 의식이 깨인 배우들은 사적 모임에 직접 운전을 하고 나가지만, 여전히 타성에 젖어있는 일부 배우는 여전히 매니저와 동행한다.

한 소속사 매니저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말이 ‘매니저가 집사냐’는 말이었다. 90년대부터 이름을 알린 배우들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꼭 과거의 배우들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니다. 많이 고쳐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우와 매니저 사이의 업무에는 경계가 불분명하다. 소속 배우가 요구하는 일을 대체로 매니저가 들어준다. 각종 심부름은 물론 때로 가족의 일까지 봐주기도 한다. 배우가 촬영장에 있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상황에 매니저가 가족의 일을 도울 수도 있지만, 가족 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가 학부모인 경우에는 자식들의 학교 픽업을 맡게 하며, 부모 해외여행 시 공항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시키기도 한다. 촬영에 집중해야 하는 배우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게 매니저의 업무라고 하지만, 정도를 넘는 업무 요구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대다수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구분지어야 할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더 심한 갑질이 존재했기 때문에, 최근 변화된 시류조차 감지덕지하다며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또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배우마다 성향이 달라 일관된 업무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매니저 업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조건 배우가 원하는 대로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요구에는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매니저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상식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배우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급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매니저가 배우의 사적인 일을 대신 처리하는 건 통용될 수 있다”며 “하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는 평일, 아이들 픽업이나 공항 픽업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당한 도움이냐, 위계를 이용한 불합리한 요구냐를 따져보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계 이용
악습 근절

이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과거의 악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시류에 발맞춰 더 발전하려면 악습을 끊어내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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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발’ 민주당 권력 재편 막전막후

‘김병기발’ 민주당 권력 재편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이 무너졌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사퇴 후폭풍이 꼬리를 물면서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촘촘하게 예정된 각종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사생활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원내대표로서 거취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당 투톱의 한 축으로서 책임과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못 버티고 불명예 퇴장 지난달 30일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지난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있는 한 제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총 9가지다. 구체적으로는 ▲장남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채용 개입 ▲장남 국정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차남 빗썸 취업 청탁 의혹 ▲국정 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와 식사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공항 의전 요구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해당 제보를 ‘보좌진발’이라고 의심하며 “교묘한 언술로 공익 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오히려 지적했다.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며 제보자로 지목한 전직 보좌진이 포함된 단체 소통방에서 나온 적나라한 대화 내용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양측의 공방은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최근에는 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 간의 공천 관련 녹취가 공개되면서 공천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하 공관위)이었던 강 의원의 보좌관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고, 이를 공관위 간사였던 김 전 원내대표와 상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당시 김 전 원내대표가 “돈 얘기를 들은 이상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된다. 일이 커진다”고 하자 강 의원은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고, 김 전 원내대표의 우려에도 결국 김 시의원이 단수 공천되면서 문제가 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세 사람 모두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내가 걸림돌” 결국 사퇴한 김 최고위·원대 ‘동시 보궐선거’ 사생활 문제와 더불어 공천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저 같은 경우 당에 부담을 안 주는 방법과 방향으로 고민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 박범계 의원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 발표가 있지 않겠느냐. 본인이 과연 해명할 수 있는 사안인지, 거꾸로 용단을 내려야 되는 사안인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사안이 엄중하다”며 압박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가 의혹에 대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사령탑이 흔들릴 경우 당이 어수선해질 수 있어 선거 일정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를 통해 “많은 언론이 다른 해석을 하고 있지만 일단 내일(지난달 30일) 해명과 사과에 더 방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그 후에도 국민께서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날(30일) 아침까지도 그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버티기’에 들어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지만, 배우자와 아들에게도 고발장이 날아들면서 결국 사퇴 입장을 냈다. 이 과정서 정 대표의 지지자들은 김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고, 친명(친 이재명) 및 김 전 원내대표 지지층에서는 정 대표의 ‘자기 정치’를 비판하며 또 다른 잡음을 만들어냈다. 원내대표 궐위 시 1개월 이내에 새 원내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재선출해야 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026년은 선거의 연속”이라며 3명의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새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11일을 주목했다. 이 밖에도 5월에는 국회의장 선거가 예정돼있으면서 곧장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후보를 선발하기 위한 공천 전쟁이 시작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급작스럽게 치러진 선거인 데다가 (신임 원내대표의) 임기가 (김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6개월밖에 되지 않아 후보군도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지방선거라는 큰 선거가 걸려 있는 만큼 부담감은 두 배로 크다. 까딱하다가는 독박을 쓰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줄줄이 나비효과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대표를 재선출할 때까지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 원내대표 당원투표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국회의원 투표는 마지막 날인 11일 실시한 뒤 결과를 발표한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첫 출사표를 던졌다. 이 밖에도 신임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박정·백혜련·한병도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박 의원은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파주을에 출마해 당선된 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초선 시절 당 원내부대표를, 맡았으며 21대 국회서는 환경노동위원장, 22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서 정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박찬대 의원의 선거를 도운 인물이다. 비교적 계파 색이 옅은 것으로 분류되는 백련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20대 총선에서 경기 수원을에 출마해 마찬가지로 3선을 지냈다. 초선 시절 원내부대표와 당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간사와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장 등 이력을 갖췄다. 한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전북 익산갑 당선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 2017~2019년 문재인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으며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돌아왔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지내는 만큼 출사표를 던질 경우 예결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이 외에도 당 수석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과 조승래 사무총장도 자칭타칭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6월 원내대표 선거서 김 전 원내대표와 2파전을 벌인 서영교 의원도 재조명됐다. 지방선거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서 의원을 뽑았을 것”이라는 당원의 여론에 힘입어 원내대표직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서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 1기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명계 중진으로 당내 홍보위원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거쳤다. 아니라더니… 셀프 갈라치기 그동안 당 투톱 간의 갈등설이 몇 차례 불거졌지만, 한편으로는 김 전 원내대표가 풀 액셀을 밟는 지도부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만큼 기존과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선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강성 지지층들은 김 전 원내대표의 행동을 ‘조율’이 아닌 ‘뒤통수’ ‘견제’로 해석한 만큼 더 센 원내대표에게 한 표를 던져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잦은 마찰을 보인 만큼 신임 원내대표의 조건으로 정청래 지도부와의 케미가 1순위로 여겨진 셈이다. 현 지도부와 손발을 맞춰 개혁을 완수하고, 2026년 목표인 내란 청산 작업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게 당원들의 설명이다. 같은 날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선이 이미 ‘친명 대 친청(친 정청래)’ 구도로 자리 잡으면서 이번 원내대표 보선 출마 역시 비슷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고위원 후보에 도전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원들이 더 결집할 수는 있겠지만 계파 프레임을 덧씌우진 않을 것이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당원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당 관계자들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둔 최고위원 후보들 간의 설전이 뜨겁다. 지난달 23일 열린 첫 합동연설서 후보들은 입 모아 ‘원팀’을 외쳤지만 서로를 향한 말속에 칼을 숨겨 당내 갈등설의 여파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성윤 후보는 “우리의 총구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저 내란 세력, 개혁 반대 세력으로 향해야 한다”며 정청래 지도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에 재차 힘을 실었다. 문정복 후보 역시 “굳이 친명을 말해야 한다면 맨 앞에 문정복이 있다”며 당정 간의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부결된 1인1표제에 관해 “당 지도부 선출 시 재추진하겠다”며 정 대표와 발을 맞췄다. 반면 정 대표와 각을 세워온 유동철 후보는 “민주당이 이재명이고 이재명이 민주당이다. 겉으로는 이재명을 말하지만 뒤에서는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친명에게 맨 앞자리는 없다”며 문 후보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건태 후보와 강득구 후보는 이 대통령과의 호흡을 강조하며 당정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민주당에 방점을 찍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후보들의 입 5월 의장 선거…판 달구는 명·청 지난달 30일에는 후보들 간에 직접적인 설전도 발생했다. 유동철 후보는 앞서 이성윤 후보가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는 내란 세력과도 같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지도부를 흔들면 내란 세력이냐? 후보에서 사퇴하거나 적어도 상처받은 당원에게 사과해야 한다. 최고위원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문정복 후보는 “이재명 당시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아주 엄혹한 시기에 저는 연판장을 돌리면서 막았다. 그 당시 강득구 후보는 함께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후보는 “당시에 저도 가장 앞장서서 싸웠다. 사실을 근거로 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건태 후보는 “당청 갈등은 없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이 외교 일정을 소화할 때 시차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낸 것은 사실”이라며 ‘명청 갈등’을 수면으로 띄우기도 했다.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도 당내서 묘한 기류가 흐른다. 22대 국회 전반기 선거 당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의심(민주당 의원의 의중)인 우원식 후보가 명심(이재명 당시 대표의 의중)인 추미애 후보를 꺾은 만큼 후반기 역시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20% 반영하지만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는 선거인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당내 권력구도가 바뀌게 된다. 지난달 ‘친명 좌장’이자 6선인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이른 시점이지만 후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두고 있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후반기 국회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제대로 지켜내고, 이정부와 함께 유능한 민생 국회를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5선인 박지원·김태년 의원도 국회의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 의원이 대통령 정무 특별보좌관에 위촉되면서 이미 명심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정 대표가 박 의원을 치켜세우며 ‘명청 대리전’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고, 1인1표제가 부결되자 설득 과정의 부재를 꼬집으면서도 “정 대표의 설득, 노력이 되면 1인1표제가 좋을 것”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잘나가다 생긴 실금 앞으로 치러질 모든 선거가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 친청과 비청(비 정청래) 구도로 흘러가면서 민주당에서는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권력 있는 곳에 갈등은 당연하다”는 한 민주당 관계자의 중론인 만큼 권력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오는 11일 치러질 원내대표·최고위원 보선이 그 시작점이다. 민주당의 세력 분화가 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걸렸다” 김병기 흔드는 국힘 국민의힘이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병기 의원을 향해 “의원직도 사퇴하라”며 비판을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직 사퇴는 결단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 떠밀린 뒤 내놓은 늦은 후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개인 차원의 논란을 넘어섰다”며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 더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법의 판단을 받으시라”고 촉구했다. 현재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사생활 관련 비위 의혹을 여러 방면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관련 고발장이 동작경찰서·영등포경찰서·서초경찰서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제출된 상태인 만큼 이를 한데 모아 상급청인 서울경찰청이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