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탈영병 잡는 정해인

“재입대한 기분, PTSD 느꼈어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말끔한 외모와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 정해인의 무기는 멜로다. 배우 손예진, 한지민 등과 같은 여배우들 사이에서 연하남으로 사랑을 이뤘다. 대중은 그가 만들어낸 멜로를 즐겼다. 그런 정해인이 향한 곳은 여자는커녕 일반인도 찾아보기 힘든 군대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탈영병을 잡는 헌병대 소속 군무 이탈 체포조 안준호를 연기한다. 계급은 인권 최하위라 할만한 이등병이다. 

국내 군대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이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다. 윤 감독이 어머니에게 1000만원을 투자받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들과 만든 졸업작품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100% 공감되는 대사와 분위기, 군 내 부조리는 수백만 예비역 장병의 심금을 울렸다. 극도의 리얼리즘과 높은 완성도로 칸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기도 했다.

리얼리즘

군 소재 관련 영화 중 탑티어인 <용서받지 못한 자>를 넘을 만한 작품이 나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D.P.>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 뒤지지 않는 리얼리즘이 전달된다. 

군 출신이라 하더라도 소수만 경험하는 보직인 헌병대 소속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군대 내 익숙함과 생경함이 고루 배합돼있다. 

<D.P.>는 탈영병을 소재로 군 내 부조리를 고발한다. 고발하려는 의지가 보이지는 않지만, 워낙 사실적으로 그려내 더 강하게 와닿는다. 


바닥에다 머리를 박아도 힘겨운데 방탄 헬멧에 머리를 박게 하고, 별것도 아닌 이유로 생트집을 잡아 얼차려를 주는 것은 물론, 폭력도 일상적이다. 못에 머리를 부딪쳐 피가 나야지만 구타를 멈춘다. 때론 성폭력에 가까운 희롱도 서슴지 않는다. 후임을 잡아먹지 못해 한이 서린 귀신이 들린 것 같은 선임의 모든 대사는 언어폭력이다. 

사회에서는 주위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선한 사람마저도 극도의 분노를 이끌어 광기에 이르게 하는 곳이 군대기도 하다. 이러한 폭력을 막아줄 수 있는 책임자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폭력을 방관한다.

이를 참다 참다 자살을 하거나, 동지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사건도 있었다. <D.P.> 내에서 군대의 부조리를 몸소 겪는 이등병 안준호를 정해인이 연기했다. 

“첫 촬영에서 ‘이병 안준호’를 ‘이병 정해인’이라고 했어요. 완벽하게 구현된 내무실 세트와 리얼한 선임들의 연기에 훅 나오더라고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해야 하나요. 연기하는 내내 군 생활 때의 모습이 많이 생각났어요. 이등병으로 훈련소 촬영을 할 때도 많은 생각이 들었고요.”

넷플릭스 <D.P.> 주연…세계서 뜨거운 반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등병에 집중했어요”

드라마 내내 안준호는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공포가 가득한 내무반에서는 물론 비교적 후임을 편하게 대해주는 한호열(구교환 분) 상병과 체포를 하러 다니는 동안에도 표정 변화가 없다. 자칫 표정 변화로 마음이 읽히면, 각종 가혹행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자라 늘 불편함을 안고 사는 안준호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무표정이 실제 군인처럼 자연스럽다. 

“연기할 때 이등병이라는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하는 대답도 정해져 있고요. 사실 재입대가 가장 끔찍하다고 하는데 <D.P.>를 촬영하면서 실제 다시 군 생활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이등병 때 저는 많이 긴장했었고 모든 촉각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그 기억을 계속 돌아봤어요. 그리고 주변 자극이나 새로운 환경, 선임들의 말과 표정을 기민하게 캐치하고 리액션하는 데 더 집중했어요.”


모든 면에서 절제하는 안준호의 캐릭터가 세팅되면서 <D.P.>는 현실성이 높아진다. 작품의 화자인 그가 현실적인 면에서 중심을 잡아주니 리얼리즘이 살아나고, 비교적 색감이 짙은 한호열, 황장수(신승호 분), 조석봉(조현철 분) 등 다른 배우들의 매력도 더 높아졌다.

정해인의 희생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른 배우들에게는 소위 ‘따 먹는 배역’을 만들어준 셈이다.

“안준호라는 인물이 이 작품에선 돋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한호열의 이야기가 아니라 탈영병들의 이야기잖아요. 어떻게 하면 최대한 표현을 절제하면서 이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D.P.>의 배경은 2014년이지만, 군대 부조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부대 내 폭력 및 가혹행위를 없애고자 하는 노력이 있긴 하나,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다. 지금도 군대를 이탈하는 군인들이 나오고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번은 갔다 올 수 있어도, 두 번은 절대 갈 수 없는 끔찍한 공간이다. 

군 내 현실을 완벽하게 그려낸 덕분에 요즘 커뮤니티에는 <D.P.> 관련 글로 가득하다. 특히 남성 시청자들은 물론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도 훔쳤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 역시 이 드라마를 두고 뜨거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후유증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공개 날짜에 집에서 봤는데 정말 머리가 띵했어요. 목이 메고 답답해서 한숨을 계속 쉬면서 봤어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안타깝고 아프고 여운이 길었고요. 작품을 마치고 후유증이 컸어요. 그래도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감독님은 시즌2 대본 집필에 돌입하셨다고 해요. 기쁜 마음으로 대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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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