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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16일 14시35분

정치


홍준표의 미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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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맏형이 떴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권에 ‘홍준표 돌풍’이 불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가 계속되는 반면 홍 의원의 지지율은 상승을 거듭해 윤 전 총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홍 의원은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를 자신하고 있다.

'독고다이(혼자 하길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야권의 대권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대표적 별명이다. 홍 의원은 ‘대선 재수생’이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보수정당의 얼굴로 나선 바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유승민계로 꼽히는 개혁보수가 당을 나가고 유력주자로 여겨졌던 인물들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했을 당시다. 

지난 총선
‘팽’ 신세

나라가 두 쪽 나는 싸움에서 홍 의원의 패배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그는 득표율 24.03%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무주공산’이 된 자유한국당을 이끌었다. ‘친이(친 이명박)’도 ‘친박(친 박근혜)’도 아닌 독고다이 정치인이 보수정당의 수장직으로 오른 것.

무너져 가는 당을 살리겠다고 나선 이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정치적 부침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당에서 ‘팽’당해 무소속으로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신세가 됐고, 논란 끝에 당선됐다. 이후 많은 설전 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 복귀에 성공하면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두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그런 홍 의원의 상승세가 최근 심상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1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바짝 좁히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조사한 결과,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에 윤 전 총장은 25.9%, 홍 의원은 21.7%를 기록했다. 

홍 의원이 선두권을 형성하던 윤 전 총장을 오차 범위 내로 따라잡은 것이다. 이는 사실상 홍 의원 자신이 일으킨 이변으로 볼 수 있다. 경선 전까지만 해도 홍 의원은 한 자릿수의 미미한 지지율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꼰대 정치인’ ‘강경 보수’ 이미지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야권은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양강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 전 원장은 ‘윤석열의 대항마’로 불리면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인물이다. 8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분을 그대로 흡수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락세 윤석열 바짝 추격
꼰대서 ‘무야홍’으로?

하지만 최 전 원장의 과도한 ‘우클릭’은 패착이 됐다. 최근 최 전 원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가에서는 홍 의원이 ‘윤-홍’ 양강구도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여야를 불문하고 2030세대에서 홍 의원의 선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홍 의원은 위 여론조사에서 20대 23.7%, 30대 24.5%, 40대 2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을 앞서는 지지율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 요인을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윤 전 총장에게 등을 돌린 2030세대가 홍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실책이 계속되면서, 재수생인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의원에게 돌아오고 있는 표심은 애초에 5년 전 홍 의원이 받았던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으로 향할 표가 홍 의원에게 가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에 실망한 2030대 남성은 시원시원하게 말이라도 잘하는 홍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2030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이란 용어가 유행세를 타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파생된 ‘무야호(무지하게 신난다)'라는 인터넷 밈을 패러디한 것이다. 홍 의원 역시 ‘돌돌홍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신조어를 내세워 꼰대 이미지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2030 공략
이미지 변신

아울러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홍유(홍준표·유승민 지지) 연대’를 결성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둘은 정치권 주요 현안에 대해 일심동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역선택 방지’ 룰에 대해 같은 입장을 내거나, 윤 전 총장의 공약에 대해 한 배를 탄 듯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30을 공략한 홍 의원의 상승세는 다소 의외다. 보수색이 짙은 홍 의원은 꼰대 정치인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 전 의원은 줄곧 청년, 중도를 강조하며 개혁보수의 길을 걸어왔다. 

이 배경에는 ‘이준석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당내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 간 벌어진 갈등 국면에서 홍 의원은 “나이는 어려도 당 대표는 당의 최고 어른”이라며 적극적으로 이 대표 편에 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발맞추는 모습이 청년들에게는 인상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홍 의원은 2030세대가 열광하는 이슈를 빠르게 선점했다. 고시제 부활, 흉악범에 한한 사형제도 부활과 같은 공약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은 자신의 이니셜을 딴 ‘JP의 희망편지’라는 이름으로 13차례에 걸쳐 공약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그는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국립외교원을 없애고 사법시험과 외무고시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대입 수시 제도 폐지와 정시 선발 공약도 있다. 이는 모두 2030세대의 역린으로 꼽히는 ‘공정’과 직결되는 이슈들이다. 

실제 홍 의원은 2017년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인 시위자를 찾아가 사법고시 존치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홍 의원은 양화대교를 전격 방문해 “대통령이 되면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4년 유예 없이 존치할 테니까 내려와서 대화하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양강 이변
중도 확장

홍 의원의 이미지 변신 역시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스타일 변화는 그의 노력이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다. 홍 의원은 최근 자신의 상징인 빨간색 넥타이를 벗고 푸른색 넥타이를 즐겨 매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홍 의원은 남색 계열의 정장을 입었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붉은색으로 자꾸 매니까 고집스럽게 보인다는 지적이 하도 많아 우리 당 상징색 중 하나인 파란색을 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중도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사이다 발언’에 2030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그를 특정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말’이다. 실제 그를 대선 무대로 끌어올린 가장 큰 무기는 적재적소에 날리는 언변이었다. 가장 반대 편에 있는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대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의원의 사이다 발언과 발빠른 행보로 인해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홍 의원의 사이다 화법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30세대를 말로 사로잡고 있지만, 말로 망할 수도 있다는 것.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 “좋아할 만하네”
역선택 논란? 추석 전후 ‘골든크로스’ 자신

홍 의원은 지나친 공격성으로 인해 ‘안티’가 많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의원 시절에는 거친 발언으로 ‘홍트럼프’란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였다. 과거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을 당시에는 무죄를 강변하려 “유죄가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해보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사형제도 부활에서도 그의 그런 면모가 드러났다. 홍 의원은 “흉악범에 한해서는 사형 집행을 부활하겠다”며 1997년 이후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20개월 된 아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구속기소 된 가운데, “이런 놈은 사형해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가 기분만 띄워주는 ‘선동정치’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 의원의 과격한 발언이 본질적인 정책과는 멀다는 지적이다. 같은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홍 의원의 발언을 두고 ‘대선주자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홍 의원의 상승세가 ‘역선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다른 정당 선거에 고의적으로 ‘약체’ 후보에 투표해 투표 결과를 왜곡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실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 지지율은 호남, 진보, 여권 지지층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역선택이 여론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역선택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대선처럼 투표율이 높은 선거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여러 연령층으로부터 선택받는 홍 의원을 약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곧 보자”
자신만만

이와 관련해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홍 의원의 부인이 호남 출신이고 지난 대선부터 호남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호남에서 인기가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의원은 역시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로 갈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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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br>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
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제부터 이곳이 나의 집이라 했다. 이제부터 이 사람들이 나의 부모라 했다. 하지만 철들기 전부터 알았다. 집에는 온기가 없었고 부모는 사랑이 없었다. 약하면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 집의 탈을 쓴 정글, 부모의 탈을 쓴 사육사. 사육사의 손가락이 나를 향하는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됐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보육원에 있었다. 엄마는 나를 낳고 사라졌다. 얼굴,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부모 없는 아이, 나는 고아였다. 보육원을 집이라 배웠고, 보육교사와 수녀·수사들은 부모를 자처했다. 18세, 보호 종료가 되자마자 집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부모를 고소했다. 버린 부모 학대한 부모 지훈이(가명)에게 부모란 그저 희박한 개념이다. 낳아준 부모는 지훈이를 버렸다. 박지훈이라는 이름은 그 유래조차 알 수 없다. 땅 지(地), 공 훈(勳). 한글 프로그램에서 지와 훈을 한자로 변환했을 때 첫 번째로 나오는 글자를 조합했다. 박씨라는 성도 어떻게 붙게 됐는지 모른다. 지훈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꿈나무마을(옛 소년의집)로 옮겨졌다. 그리고 18세가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지훈이에게 꿈나무마을에서의 10여년은 ‘진절머리’가 나는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그는 18세 이후 꿈나무마을은커녕 은평구에도 잘 가지 않는다. 당시에 하도 울어서 이제는 눈물도 말라 버렸다. ‘맞고 있다’고 자각한 순간부터 자신에게 가해지는 행위가 ‘학대’라는 것을 알았다. 10여명의 소년이 모여 있는 방은 정글이었다. 누구는 호랑이, 누구는 사자, 누구는 토끼. 보육교사는 사람, 사육사였다. 보육교사가 부여한 역할을 소년들은 충실히 이행했다. 힘이 약하고 몸이 왜소했던 지훈이는 토끼였다. 사육사의 ‘토끼몰이’는 집요하고 잔인했다. 당시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몸에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졌다. 마음도 망가졌다. 무엇보다 괴로운 점은 같이 망가져 가는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지훈이와 같이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했던 윤수(가명)는 밤이면 길거리를 한없이 배회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일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112로 신고 전화를 걸어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장난전화가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답답함이 윤수를 지배했다. 방구석에 처박혀 종일 휴대폰만 보다 견딜 수 없을 때 뛰쳐나갔다. 새벽에 몇 번이나 경찰의 전화를 받은 지훈이는 “10년 뒤에 윤수가 정신병원에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윤수는 누구보다 빠르게 포기와 체념을 배웠다. 보육교사들과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받은 아이들이 휘두르는 대로 휘둘렸다. 꿈나무마을에서 체득한 무기력함은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꼬리표처럼 윤수를 따라붙었다. 지훈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윤수와 친구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나서기로 결심했다. 통제 빙자 고문에 가까운 기합·폭행 밤마다 불러 마사지시키고 보복까지 사실 지훈이는 꿈나무마을에 있을 때부터 내부 상황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꿈나무마을 보육교사들에게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보호 종료 이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도 제소했다. 인권위는 해당 내용이 1년 이상 경과된 사건이라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만 전해왔다. 결국 지훈이는 고아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단체인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자문을 받고 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지훈이는 지난달 2일 꿈나무마을 보육교사 성모씨, 장모씨, 정모씨 등 3명을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지훈이를 만나 들은 피해 사실이 고소장에 빼곡하게 기록돼있었다. 지훈이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해 말했다. 가 단독으로 입수한 고소장에는 3명의 보육교사가 지훈이를 신체·정서적으로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고문에 가까운 기합이 ‘통제’라는 이름으로 서슴없이 행해졌다. 피고소인들은 몇몇 아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다른 아이들을 때리도록 지시했다. 피고소인들의 조종 아래 소년들은 훼손돼갔다. 지훈이는 나무 몽둥이, 대걸레 자루, 플라스틱 빗자루 등으로 엉덩이, 머리, 팔 등을 무차별적으로 맞았다. 피고소인이 휴대폰으로 지훈이의 머리를 찍어 남은 열상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샤워장 구석에 몰아넣고 호스와 샤워기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가며 수십분간 뿌리기도 했다. 지훈이와 소년들은 화장실에서 전과를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500~1만번 반복해야 했다. 지훈이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 좁은 곳에 애들이 모여 기합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더웠겠나. 애들이 쓰러져도 기합은 끝나지 않았다”고 진저리를 쳤다. 엎드려뻗쳐나 기마 자세로 1~2시간씩 있는 일은 예사였다. 망가진 몸과 마음 장궤(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꿇어앉음) 자세로 종일 기도를 하도록 시킨 일도 있었다. 천주교에서 하는 묵주기도를 10시간 가까이 하기도 했다. 한 여성 피고소인은 밤마다 지훈이를 불러 자신의 어깨와 허벅지, 다리 등을 매일 마사지시켰다. 마사지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음날 어김없이 보복이 이어졌다. 피고소인은 다른 아이들에게 지훈이가 ‘지능이 낮은 아이’ ‘장애인’이라고 말하며 모욕했다. ‘투명인간’이라는 벌을 만들기도 했다. 투명인간으로 지목되면 꿈나무마을의 어떤 아이와도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혼자 먹어야 했고, 그마저도 그릇을 엎어버리는 등 눈치를 줬다. 벌은 한 달간 지속됐다. 피고소인들은 교대근무를 했기 때문에 지훈이는 늘상 학대에 노출돼있는 셈이었다. 엉덩이가 찢어지고 곪아 터진 상황에서도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왜 때리느냐’는 반항에,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지훈이는 정신병원에 행정입원(강제입원) 당하기도 했다. 모두 부모를 자처한 이들이 한 행위였다. 지훈이는 “원장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원장님하고 사무국장님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네 발로 곱게 (정신병원에)들어갈래, 강제로 (정신병원에)끌려갈래’라면서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며칠 뒤 진짜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훈이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끌려갈 당시 원장실에는 경찰, 119구급대원, 구청 관계자 등이 있었다. 그는 “스타렉스 봉고차에 타고 30분 정도 가서 고양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다. 너무 무섭고 끔찍한 기억이었다”며 “(정신병원에 있는)간호사 누나들한테도 자초지종을 말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지훈이를 정신병원에서 구한 건 학교 선생님이었다. 지훈이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면서 학교에 나오지 않자 꿈나무마을에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담당 의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당시 선생님은 “(지훈이의)학교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꿈나무마을 안에서만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문제 제기 해도 끝내 묵살 실제 가 확인한 지훈이의 생활기록부에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꺼리는 일을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해주는 아주 듬직하고 든든한 학생’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해 행동하는 유쾌한 학생’ ‘자기 생각과 주장을 적절히 표현할 줄 알고 약속을 중요시 여기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큼’ 등 긍정적인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지훈이의 고소를 대리하고 있는 유정화 한강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아들은 세상천지 그냥 자기 혼자뿐이다. 보육원에는 그렇게 세상천지 자기 밖에 없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약자는 바로 이 아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훈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반복된 학대로 감정 조절 기능이 죽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변호사는 “이 문제가 과연 보육교사 3명만의 문제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 주체인 꿈나무마을 관리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꿈나무마을을 관리하는 수녀와 사무국장 등은 지훈이에 대한 피고소인들의 학대 행위를 알고 있었다. 지훈이가 여러 차례 보육교사들에게 학대 피해 사실을 언급했던 것. 이번 사건에서 더 충격적인 점은 꿈나무마을의 운영 주체가 수녀, 수사 등 천주교 수도자들을 중심으로 창설된 재단이라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꿈나무마을을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2019년), 한국 예수회 산하 재단법인 기쁨나눔(2020년~ ) 등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 지훈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꿈나무마을의 운영 주체는 마리아수녀회였다. 반항하면 시설에 강제입원 피해자 고소…증언도 이어져 꿈나무마을 심모 사무국장은 와의 통화에서 “재단이 바뀌어서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직원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심 국장은 자신도 꿈나무마을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고 털어놨다. 지훈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심 국장도 꿈나무마을에 있었던 셈이다. 마리아수녀회가 꿈나무마을 운영에서 손을 뗀 시점인 2019년 말까지 서울분원장을 맡았던 권모 수녀는 취재 전까지 피소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권 수녀는 당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수녀를 관리하는 수녀’라고만 말했다. 권 수녀는 현재 마리아수녀회 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권 수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은 저희가 알 길이 없지만 저희 집에 머물렀던 아이에 대한 일이라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저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이나 이곳에서 저희와 가족이 돼 생활을 같이했던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곳은 ‘집’입니다. 집에서 일어난 아픈 기억에 대해 저희도 귀와 마음을 기울이겠습니다”라고 전해왔다. 권 수녀를 비롯한 당시 사무국장 등 꿈나무마을 관계자들이 당시 상황에 대해 정말 몰랐다면 직무유기, 알았다면 아동학대 방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지 공교로운 부분은 꿈나무마을 관계자들은 물론 권 수녀까지 지훈이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는 점이다. 심 국장은 로 전화를 걸어와 “(지훈이의)친구가 잠을 깨우는 과정에서 (지훈이가)가구 등 기물을 파손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해서 정신병원 행정입원 절차를 밟았다”며 “절차를 확실하게 지켰다”고 강조했다. 권 수녀 역시 “강제입원에 대해 문제가 됐던 점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훈이는 “당시 가구는 내가 부순 게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원장님과 사무국장님께 명확하게 이야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정신병원에서 나온 이후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엇에 대한 무혐의 처분인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에 대한 조사도 없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수녀·수사들 관리 책임은? 유 변호사는 “피고소인들의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는 1975년 ‘소년의집’으로 설립된 보육시설의 존립 이유를 의심케 한다”며 “확실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훈이는 고소 이후 오히려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꿈나무마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훤칠하게 자란 그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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