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먹는 철밥통' 공공기관 성과급 퍼주기 백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성과급은 특정한 성과를 쌓았을 때 받는 ‘보상’이다. 실적이 낮으면 당연히 받지 못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 성과급의 의미는 다르게 해석된다. 보상보다는 당연히 받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1984년 처음 시행된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잘못에 따른 책임을 성과급과 연계해 경영 효율성과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함에 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주도하에 공공기관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평가 등급은 탁월(S등급)부터 아주 미흡(E등급)까지 6개로 나뉜다.

빚도 성과?

성과급은 보통 공공기관이 평가에서 ‘C 등급’ 이상을 받았을 경우 지급된다. 그러나 부채가 상당하고 경영실적이 낮은 공공기관도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해 논란이 촉발됐다. 실적과 평가점수가 낮은 데 비해 높은 성과급을 받아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성과급 전수조사 자료(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실 제공)에 따르면 산업통산부 산하 공공기기관장 성과급 지급 순위는 ▲한국수력원자력(1억1751만원) ▲한국남동발전주식회사(1억1322억원) ▲한국서부발전(1억72만원) ▲한전KPS(9934만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9600만원) 등의 순이다. 

대부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자회사가 기관장의 순위가 높은 편이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기관장의 성과급은 연봉과 비슷했다. 한전은 올해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한전의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2019년 말 기준 128조7081억원에서 5조원 이상 증가한 132조4753억원이다. 또 한전은 자회사 대부분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수원의 부채는 2019년 34조768억원에서 16억원이 증가해 지난해 36조784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중부발전도 부채비율이 재정 건정성 기준인 200%을 돌파했다. 한전KPS, 한전KDN은 부채비율이 크진 않지만 지난해 부채가 증가했다.

성과급을 과도하게 지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공기업은 비단 한전뿐만이 아니다. 부채가 많고 경영평가 점수가 높은 편이 아님에도 공기업 성과급을 타는 게 정해진 수순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공기업의 ‘성과급 파티’가 올해도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경영평가에서 지난해 C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올해 D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140억원의 자체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올해 이미 직원들에게 42억원을 지급했고, 올해 말까지 나머지를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도 부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과거 MB(이명박)정부 시절,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위기를 맞은 까닭이다.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8조600억원이다.

석유공사는 큰 금액의 이자 부담과 보유 유전의 가치 하락에 따라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에게 “재무상태가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석탄공사(이하 석탄공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석탄공사는 현재 ‘빚 돌려 막기’ 중이다. 부채만 자산의 243%에 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해당 기관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조1058억원이다.

현재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탄공사가 한 해 부담해야하는 이자 비용만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업평가는 2019년 D 등급, 지난해 C 등급을 받았다. 석탄공사 역시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각각 2019년 8억원, 지난해 14억원이 기관장과 임직원에게 지급됐다.

‘눈먼 돈’ 챙기는 게 임자
평가 등급 낮고 부채 많아도 지급
오래된 경영평가제도도 변화 필요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자원공사)는 더욱 심각하다. MB정부 시절에 부실 자원외교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2016년 반기 기준 약 1만453%의 부채비율을 기록한 뒤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이후 이자를 갚기 위해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광물자원공사는 재기를 모색하기에도 어려운 지경이다. 지난해 495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무려 1조30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도 지난해 말 6조7500억원까지 치솟았다. 광물자원공사도 앞선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낮은 실적과 평가에도 성과급의 액수가 큰 까닭이다. 최악의 경영사태를 맞았지만 지난해 지급한 자체 성과급 규모는 76억원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자체 성과급에 대해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상여금”이라며 “통상임금에 속하는 전환상여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수익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과는 차별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들이 낮은 평가를 받아도 성과급을 가져가는 이유는 부채비율의 점수 비중 탓이다. 해당 점수의 배점은 100점 만점 중 5점에 불과하다. 일자리 창출 부분 배점인 7점보다 작은 점수다.

또 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정한 조건에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평균임금이란 3개월간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날짜로 나눈 금액이다. 이는 퇴직 등으로 인해 근로관계가 단절된 뒤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결국, 정부의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 등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성과급 과다 지급 논란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기재부는 전문가, 공공기관, 관계부처 등으로 ‘경영평가제도개선 TF(이하 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평가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검토하고 시행에 나서면 38년 만에 전면 개편이 이뤄진다. TF는 평가지표를 단순화하고 기관 유형별로 각기 다른 평가지표를 적용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평가 방식도 기관별 평가 방식에서 교차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객관성과 전문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사회와 경제 추이 등 변화에 맞춰 평가 지표도 개편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의견을 듣는 단계”라며 “이와 관련해 성과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충분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낭비 그만!

이소영 의원도 공공기관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경영실적도 낮은 공공기관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며 “국민의 삶과 밀접한 공공기관이 바뀌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조치와 패널티를 부과해 성과급 낭비를 줄여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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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