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

“부럽다, 제2의 유영철이 되어라”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경쟁사회가 가중됨에 따라 흉악 성범죄도 날로 급증하고 있다. 연쇄성폭생살인범 유영철을 시작으로 최근 일어난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까지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성폭행 사건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 이들을 비난하지만 일부는 온라인에서 성폭행범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이상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폭행 사건은 이제 더 이상 놀랄만한 사건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부녀자성폭행 사건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범죄수위는 날로 높아지는 반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경미한 수준이라 악순환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어지고 있다. 전국구로 흉악범죄가 난무하면서 사형제도까지 부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되레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어 전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물리적 거세는
야만적인 처벌

한 온라인카페에서 범죄자의 인권보호에 관련된 글이 게재됐다. 글 밑에는 성범죄자 인권보호에 대해 동의하는 댓글들이 무성했는데 이 중 한 댓글을 발췌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논란이다. 개인적으로도 성범죄자에 대한 현재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방송과 인터넷에서 나도는 처벌을 보면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라도 태어나서 한번쯤(사실 겨우 한번 말해 본 청소년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은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빌어봤을 텐데 지금 사람들은 초범에 대해서도 물리적인 거세를 하자고 하고 있다. 솔직히 이런 이들을 보면 '생각은 하고 사나'라고 묻고 싶다. 화학적 거세도 아니고, 전자발찌도 아니고 물리적 거세는 한 인간의 존엄성을 깨뜨리는 행위이며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을 주는 것이다. 한 번의 성범죄로 평생 결혼도 못하고 인간의 기본 3대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을 못 누리면서 살게 하는 건 극히 야만적이다.”

이는 잇단 성범죄로 물리적 거세 주장이 높아짐에 따른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사례인데, 이 카페의 다른 누리꾼도 이 댓글에 공감하고 있다.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이자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라고 불리는 조두순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그는 당시 57세의 전과경력이 있던 일용직 노동자이자 안산의 한 교회 집사로 고작 9세였던 여아 나영이(가명)를 공중화장실에서 몇 번에 걸쳐 성폭행하고 내장파열까지 시킨 흉악성범죄자였다. 그것도 오전 8시20분쯤인 등교시간에 아이를 데려가 성폭행 한 것이다.

조두순, 전병욱 목사 인권옹호카페 생겨나
포털에 성범죄자 옹호하는 악성댓글 넘쳐

조두순은 성폭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상태였다고 진술해 최종 판결에서 징역 12년형인 솜방망이 처벌로 끝이 났다. 가해자 조두순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여학생이 나중에 커서 남자 성기보고 다 경험할거니까 사전시범을 보여준 것 뿐”이라며 반성의 기미 없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시켰다. 이를 접한 국민은 조두순의 행동에 분노를 터뜨리게 한 사건으로 가해자의 범행에 비해 극히 가벼운 형량에 시위를 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다. 2009에 개설된 카페이름은 ‘조두순님과 성범죄자의 인권을 위한 카페’로 현재는 그 자취를 감췄지만 한 때 조두순의 인권보장을 열렬히 외치던 카페였다. 4000여명에 육박하는 카페회원들 중 대다수는 인권위 회원들과 일부 교인들이었고, 그의 친아들 또한 포함돼 있었다. 실제 조두순의 아들은 12년형에 대한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거센 비난여론에 못 이겨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폐쇄조치 했다.

최근 발생했던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도 다르지 않다. 나주 성폭행이 기사화 되면서 일부 누리꾼들이 가해자 고종석을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주 여학생은 나영이와 같이 성폭행에 의해 신체 장기가 일부 훼손되는 등의 고통을 겪은 후 물 한모금도 못 넘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보도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범죄자 옹호자들은 기사와 심지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서명카페 ‘발자국’에도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피해자를 비아냥대며 악플을 쏟아냈다. 몇 가지 댓글을 살펴보면 “부럽다” “멋있으세요. 무죄판결 꼭 받으시길 바라요” “제2의 유영철이 되길 기대한다. 실망시키지 마라” “옛말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여자는 남자를 위한 존재이니 고종석을 살려주자”는 댓글 등이 카페에 게재됐다.

아동 성범죄자들
인권을 외치다


또 “4살 아이를 성폭행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 취향이니 시도할 수 있다. 취향이 독특하다고 욕먹으면 좀 억울할 것 같다” “아동 성애 성소수자인 나도 4살은 이해가 안 간다. 적어도 7살은 돼야하는 거 아닌가” 등의 악플로 피해자를 농락했다.

지난 2010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두둔한 현직 여경과 남성 아이돌 이준의 성범죄 옹호 발언도 한때 논란이 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고 있는 여경 A씨는 약 8년여 전,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 중 1명이었던 친구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니만… X(성기 지칭)도 못생겼다더니만 그년들ㅋㅋㅋㅋ고생했다, 아무튼!”이라며 가해자인 친구를 걱정하는 반면, 자매인 피해자들에게는 욕설 섞인 어투로 조롱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당사자인 여경은 경찰서 홈페이지에 ‘과거 철없었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당시 일을 거론하며 아직도 그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 이준은 케이블 방송 모 프로그램에서 화학적 거세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아동 성범죄자를 옹호해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는 “만약에 제가 실수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치자. 그런데 결혼을 해야 된다. 범죄자가 자유인이 됐을 때 화학적 거세를 해 행복한 삶을 못 살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교인의 성범죄는
봐줘야 한다?

이에 누리꾼들은 격분했고 “이준을 방송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연이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준은 “성범죄자를 옹호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충실한 것 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성도 성추행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결국 해당 교회 목사직을 내놓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는 지금도 수많은 교인들에게 추앙과 동정을 받고 있다. 피해 성도들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집무실에 여성성도들을 불러 “너랑 자고 싶다” “네 벗은 몸을 보고 싶다” “너 때문에 내 성기가 발기 한다” 등 지속적인 음담패설과 강제로 옷을 벗기고 오럴섹스를 강요하는 등의 성추행을 일삼았다.

성추행 파문이 예상보다 커지자 전 목사는 삼일교회의 목사직을 사임했지만, 현재 홍대 인근에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고 담임목사로 버젓이 임하고 있다. 이러한 전 목사의 도 넘는 성추행 파문에도 교회 측은 피해자를 창녀 또는 꽃뱀이라며 이단으로 비방했고, 교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 목사에게 동정표를 날리며 지지하고 나섰다. 다음은 한 성도가 전 목사를 지지하는 글의 일부다.

악플러, 되레 피해자들에게 책임·원인 돌리기도
선정성·폭력성이 정상인 사고 피폐하게 만들어

“일단 전병욱 목사님이 저질렀다고 거론되는 것은 성폭행이 아니라 성추행이다. 성추행의 범위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극소한데서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다. 솔직히 성추행은 정상적인 남자라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성추행이 맞다고 하면 그게 성추행 아닌가? 전 목사님, 실제로 많이 뵈던 분이셔서 그분의 성격을 대충 알고 있다. 장난기가 많으시지만 장난이 아닌 것처럼 장난하시는 특이한 분이셨다. 물론 경건하고 온화한 그런 통상적인 목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확실한 건 그 분에 대한 불신 혹은 위선자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 자매(피해자)에 대한 불신은 아니지만 예상컨대, 목사님의 장난이 그 자매는 성적인 농담으로 들렸고 목사님이 그 건(성추행)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 일이 일파만파 커질 것을 염려하셔서 여러 건에 대한 회개와 성찰의 시간을 가지셨거나 그 자매가 이미 악의적인 목적으로 그러한 장난을 걸도록 목사님을 유도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성범죄에서 살인 또는 묻지마 범죄 등 흉악성범죄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도 피폐해져 가는 게 사실이다. 현대 사회풍토와 매스컴이 더욱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정상적인 사람들도 올바른 사리판단에 장애를 받기 쉽다.

잔인하고 사실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영화·드라마와 같은 매체들도 대중들로 하여금 모방범죄 심리를 부추기는데 일조하고 있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난무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쩌면 범죄와 같은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성범죄자든 연쇄살인범이든 수위와 범죄 종류를 막론하고 두둔하게 되는 부작용으로 돌변한 것이다.

인간의 파괴본능
정당화 될 수 없어

한 범죄심리 전문가는 “인간은 원래 파괴하는 본능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 잔혹함과 폭력성은 여타 짐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일상생활 속에서 이타적인 마인드와 사회질서를 위해 폭력성을 내면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 사회질서를 어기고 타인에게 잔혹한 행위를 보인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사회경쟁구도가 날로 심화되면서 인간의 파괴본능이 급증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정·폭력성으로 물든 영상과 타 매체 등에 대한 심의 강화와 올바른 사고방식을 키우기 위한 인성교육이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 내에서 적극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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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