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광기를 입은 배우 이유미

“황정민 선배 믿고 연기했어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한공주>에서 천우희가 보여준 깊은 내면 연기는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앞선 작품 <써니>와 <마더> <곡성>을 거치면서 천우희는 광기의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천우희의 뒤를 이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배우가 이유미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인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색다른 광기를 표현했다. 천우희가 보여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강렬함이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작품이다. 선생님과 사랑을 저지르다 덜컥 아이를 가진 고등학생이 유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야기다. 사회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친구들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유산을 목적으로 살아가다 결국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과정을 그린다. 

제2의 천우희

워낙 감정선이 짙고 어두우며, 우울한 이 작품은 집중해서 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유미는 관객으로서 보기도 힘든 그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이었다. 유산을 위해 사회의 높은 장벽에 온몸으로 부딪혔다. 

새로운 광기의 탄생이라 할 정도로 이유미가 보여준 파격은 대단했다. 실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공교로운 우연을 말이 되게끔 그럴듯하게 연결한 건 배우의 연기력이니까.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수준 높은 파격 연기가 가능했던 건 <인질>에서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미는 극중 배우 황정민이 인신매매 조직에 잡히기 전에, 이미 이 조직에 붙잡혀 감금된 채 살아가고 있는 20대 소연을 연기했다. 


황정민과 조직원들이 대치 중일 때 황정민을 도와 탈출을 도모하는 인물이다. 때리고 부수는 게 일상인 조직원들 사이에서 극한의 두려움을 표현하며, 극의 몰입을 도왔다. 대형 상업영화 첫 출연이라고 하기엔, 매우 훌륭한 연기다. 

특히 감정 과잉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 연속되는 중에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극한의 감정의 미묘한 선을 붙잡는다. 덜하거나 더하는 것 없이 절제된 연기로 현실감을 높인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인물에 대한 전사가 없었어요. 왜 편의점 사장님이랑 붙잡혔는지도 없었고요. 어떻게 중심을 잡고 연기해야 할까 걱정했는데, 상황에 집중하는 게 가장 좋을 거라고 얘기해주셨어요. 현장 자체가 독특하다 보니까, 평소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보이더라고요. 정말 인질이 된 사람으로서 보이고 싶었어요. 감정이 과잉되는 부분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황정민 선배가 옆에서 잘 말해주실 거라 믿고 의지한 채 연기했어요. 정말 섬세하게 잡아주시면서 피드백해 주셔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특별한 성과가 없을 때 <인질>을 만났다. 정형성을 탈피한 여배우를 찾고 있던 필감성 감독을 자극한 배우다. 황정민과 긴 시간 함께 연기한다는 메리트로 인해 무려 1000명의 신예 여배우가 몰린 작품이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소연을 붙잡았다.

1000:1 뚫은 영화 <인질> 20대 인질녀
탁월한 감정 연기…가장 주목받는 신성 

“회사에서는 ‘유미됐다’면서 소리도 지르고 그랬어요. 저 역시 믿어지지도 않았죠. 촬영 전부터 설레고 기대하고 그랬어요. 같이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은 거예요. 선배님 만나기 전부터 질문거리를 찾고 있었어요. 다시 생각해도 재밌네요.”

비록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오진 않지만,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진이 빠진다. 초반부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무서운 분위기가 지속된다. 욕설과 폭력, 살인, 협박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좁은 세트장에서 정신적인 질환이 생겨도 무리가 아닐 것 같은 이미지다. 그럼에도 이유미에게는 큰 걸림돌이 아니었단다.


“저 자체가 촬영 끝내고 뭔가를 떨쳐내야 한다는 게 없는 사람인 거 같아요. 트라우마도 없었고요. 정민 선배님 말고 다른 배우들이 정말 재밌거든요. 말도 엄청 웃기게 하고요. 그런 분들인 걸 아니까 크게 데미지가 없었어요.”

비록 두 작품이지만, 두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유미의 잔상이 깊을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연기를 훌륭히 해내는 여배우라는 점이 그렇다. 단 두 편만으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만든 셈이다. 출중한 감정연기가 무기였다.

“사실 저는 평소에 생각이 많지 않아요. 소탈한 편이고요. 그런데 작품에서 감정을 표출한다는 거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감사함으로 다가와요. 감정을 다 쏟아낼 때는 힘들지만, 촬영을 마치고 나면 매우 시원해요.”

매우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그가 어떻게 감정연기에 접근할지 궁금했다. 역시 그만의 비법이 있었다.

“어떤 작품을 맡든 세세하게 고민하고 많이 분석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요. 그렇게 준비를 많이 하고 촬영장에 가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상황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촬영 전에 했던 수많은 고민이 제 무의식에 있을 거라 믿으면서, 현장에서 오는 생소함에 집중하려고 해요. 사실 <인질>에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활용한 거고요. <인질>의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이미 출중한 연기력으로 업계에 소문이 난 그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최대 기대작인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오징어 게임>은 수백억원이 걸린 살인 게임에 관한 소재로 9월 공개 예정이며, <지금 우리 학교는>은 동명 웹툰이 실사화된 좀비물로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의 딸

“<오정어게임>에서는 정말 멋있는 역할이에요. 제가 연기를 해서가 아니라, 그냥 봐도 멋있어요. 기대가 많이 돼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정말 얄미워요. 성격이 많이 오고 가네요. 두 작품 모두 잘 돼서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의 딸’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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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