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여행 ④남해 섬이정원

다랑논에서 정원으로 ‘향기로운 변신’

남해군의 가장 큰 섬 남해도는 예전에 ‘화전(花田)’으로 불렸다. 섬 전역에 꽃이 흔하게 피어 붙은 살가운 별칭이다. 조선 중종 때 학자 김구는 남해도로 유배된 뒤, 섬의 수려함과 풍류에 반해 ‘화전별곡(花田別曲)’을 쓰기도 했다. 남해군 남면의 섬이정원은 ‘섬 전역이 꽃밭’이라는 남해도의 옛 이름과 사연을 담아낸 곳이다. 다랑논과 돌담을 꽃밭으로 꾸민 정원이 남쪽 바다를 바라보고 소담스럽게 들어섰다.

남해바래길 다랭이지겟길은 다랭이마을에서 유구마을을 지나 평산항까지 이어진다. 유구마을에서 바다를 등지고 언덕을 20분 걸으면 섬이정원이다. 자동차 한 대가 오가는 비포장 길 끝자락에 외딴 정원이 숨어 있다. 

차명호 대표는 2016년 섬이정원을 일반에 공개했다. 2007년에 제주도 대신 남해의 다랑논을 정원의 터전으로 선택하고, 2009년부터 꽃밭을 꾸미기 시작했다. 시금치와 마늘이 자라던 다랑논이 계절 따라 수선화, 꽃창포, 물망초, 금계국, 목마가렛, 수국, 세이지, 동백꽃 등이 피는 유럽풍 정원으로 차곡차곡 변모했다. 총면적 1만5000㎡ 섬이정원에 피는 꽃은 400여 종에 이른다.

하늘연못정원

섬이정원은 다랑논과 논을 받치는 돌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곳곳에 작은 연못과 분수를 만들고 의자를 놓았으며, 정원 사이에는 나무를 심어 벽과 그늘을 만들었다. 산책로에서 수줍게 드러나는 남해는 멀리 여수 향일암까지 담아낸다. 9개 작은 정원은 높고 낮은 다랑논에 각각의 개성을 지닌 채 들어섰다. 물소리정원과 선큰가든을 잇는 다랑이꽃길은 정원의 특색이 함축된 공간이다. 돌담정원의 돌무더기 사이에 핀 꽃도 차 대표가 하나하나 심고 가꿨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하늘연못정원이다. 섬이정원이 남해의 사진 촬영지로 소문나는 데 하늘연못정원이 큰 몫을 했다. 직사각형 연못은 배경이 된 남해와 시각적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구조를 가졌다. 연못 끝자락에서 정원과 연못,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찍을 수 있다. 연못 주변으로 라벤더, 데이지 등이 운치를 더한다.


모네의뜰, 숨바꼭질정원은 유럽 분위기가 완연하다. 모네의 정원을 본뜬 연못을 만들고 다리를 놓는 것은 차 대표의 숙원이었다. 숨바꼭질정원에는 나무 벽과 꽃, 분수가 늘어섰다. 언뜻 놀이 공간 같은 이곳은 꽃 색깔로 정원의 차가움과 따뜻함을 대비한 공간이다. 푹 파인 땅에 연못과 정원, 고동산 봉우리가 한눈에 담기는 선큰가든은 독일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유롭게 꽃밭을 감상하기 좋은 쉼터와 전망대도 있다. 오두막쉼터 주변에는 탁자를 10개 남짓 놓았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골목을 닮은 하늘호수에서는 정원 위로 남해가 펼쳐진다. 홍가시나무로 단장한 물고기정원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때 비늘 모양 윤곽이 또렷하다. 꽃밭 곳곳에 놓은 의자는 정원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에 신경 썼다.

섬 전역에 꽃이 흔하게 피어
꽃밭과 남쪽 바다를 한눈에

한때 의류업에 종사한 차 대표는 꽃을 심어 어떤 색으로 조화시킬까 구상하는 게 가장 행복한 고민거리다. 그가 추천하는 섬이정원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기, 꽃 이름에 연연하지 말고 색과 아름다움을 즐기기 등이다.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반대 방향으로 다시 구경하면 보는 위치에 따라 색과 감동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정원을 거닐다가 반려견 쌀이와 밀이가 뛰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섬이정원은 경상남도 1호 민간정원에 이름을 올렸다. 민간정원은 2015년 개정한 수목원·정원법에 따라 개인이 조성해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정원이다. 섬이정원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무인 자율 개표기를 이용한다. 운영 시간은 일출에서 일몰까지(연중무휴). 금~월요일에 문을 여는 정원 입구 찻집은 목련, 백련초 등 수제 꽃차를 낸다.

유구마을을 지나는 남해바래길 다랭이지겟길의 도착점은 평산항이다. 평산항은 남해군을 다리로 오가기 전, 여수로 가는 여객선이 다니던 포구다. 이곳에 보건소에서 미술관으로 변신한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이 있다. 20여 년간 주민을 치료하던 평산보건진료소는 2011년 폐쇄돼 방치되다가, 2015년 문화 예술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미술관은 5개 전시 공간에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없다(월요일 휴관).

남면 사촌리에 백사장 길이 650m로 오붓한 사촌해수욕장이 있다. 섬이정원과 다랭이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위치다. 마을과 솔숲이 어우러진 사촌해수욕장은 ‘차박’ 캠핑 명소다. 최근에는 허가받지 않은 캠핑은 제한된다. 해수욕장은 야트막한 산이 에워싸고, 바다에는 고깃배가 떠 있어 한가로운 풍경이다. 여름에는 카약 체험이 가능하고, 해변 입구에 폐교를 개조한 보물섬캠핑장이 있다.


남면 덕월리의 구미숲은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370여 그루가 포구와 해변 따라 500m 늘어섰다. 구미마을 주민들이 약 500년 전 태풍과 해일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전해진다. 숲 뒤쪽에 마을이 있으며, 숲 초입에 아담한 카페도 문을 열었다. 구미숲 앞바다는 남해에서 일몰이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앞바다에 목도, 마도 등이 있다.

노량대교와 남해대교

남해군 서북쪽으로 되돌아 나올 때는 노량대교와 남해대교를 구경하면 좋다. 1973년 준공해 50년 가까이 된 남해대교 옆으로 2018년 노량대교가 개통했다. 남해군과 하동군을 잇는 노량대교는 세계 최초로 경사 주탑이 적용된 현수교다. 남해대교 아래 유람선 선착장에서 두 다리를 감상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섬이정원→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사촌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섬이정원→사촌해수욕장→구미숲 
둘째 날: 다랭이마을→다랭이지겟길→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노량대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섬이정원 www.seomigarden.com
- 남해군여행 www.namhae.go.kr/tour/main.web

문의 전화
- 섬이정원 010-2255-3577
- 남해관광안내 1588-3415
-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 055)862-5557 

대중교통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07:10~19:30) 운행, 4시간30분~5시간 소요. 남해공용터미널 정류장에서 남해-가천 농어촌버스 이용, 유구마을 정류장 하차, 섬이정원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남해공용터미널 1688-7102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하동 IC→노량대교→남해읍 방면→남서대로→평산항 입구→유구마을→섬이정원 

숙박 정보
- 남해스포츠파크호텔: 서면 스포츠파크길, 055)862-7900
- 남해편백자연휴양림: 삼동면 금암로, 055)867-7881 
- 아난티 남해: 남면 남서대로1179번길, 055)860-0100

식당 정보
- 해살이(전복물회): 남면 남서대로, 055)863-1555
- 미조식당(멸치쌈밥): 미조면 미조로, 055)867-7837 
- 공주식당(갈치구이·갈치회): 미조면 미조로, 055)867-6728 
- 축항횟집(물회): 서면 남서대로, 055)862-1718 

주변 볼거리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독일마을, 설리해수욕장, 미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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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