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한층 더 진화한 배우 조인성

“걱정만 하다 내려놓고 들이댔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조인성의 어깨는 늘 무거웠다. 국내의 창작자들은 조인성의 파트너로 두 명 이상을 붙이려 하지 않았다. 멀티 캐스팅보다는 적은 인원이 나오는 작품이 많았다. 조인성을 부각하는 게 흥행 면에서 효과적이라 판단했던 것 아닐까. 이유를 막론하고 조인성은 작품 내외적으로 늘 현장의 주인공이었다. 따라서 외롭게 홀로 책임져야 할 때도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 조인성이 김윤석과 허준호라는 거목에 기대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한다. 신작 <모가디슈>에서다. 

학교 선생님마저 ‘광채’가 나는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거주한 서울 천호동 일대에서 조인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큰 키의 훤칠한 외모, 극강의 매력을 가진 그의 주위에는 늘 그를 흠모하는 여학생들로 붐볐다. 

광채
꽃미남

1998년 의류 브랜드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가 KBS2 <학교3>를 통해 카메라에 얼굴을 비춘 후 조인성 개인의 삶은 턱없이 작아졌다. 이제껏 한국 연예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커다란 몸에 작은 머리를 가진 꽃미남이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디서나 그를 알아봤다.

굵직한 선을 가진 서구적인 인상의 스타들이 사랑받던 시절, 조인성의 등장과 함께 남성미의 기준이 뒤바뀌었다. 

MBC <뉴 논스톱>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고, SBS <피아노> <별을 쏘다> 영화 <클래식> 등을 통해 점차 자신의 연기적인 영역을 넓혀갔다. 2004년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서는 명실상부한 국내 톱스타로 자리매김한다. 


정장 차림에 가방을 처음으로 메고, 구두 대신 스타일리쉬한 단화를 신은 그의 스타일링은 남성 직장인의 로망이 됐다. 당시 조인성의 패션을 맡은 발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많은 직장인이 따라 하려 했지만, 조인성 외에는 소화하기 매우 어려운 패션이라, 낭패를 본 남성들이 적지 않았다는 슬픈 뒷이야기도 있다. 

그해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최우수 남자 연기상을 수상한 조인성은 꾸준히 배우로서 진화해 나간다. 이미 광고계의 블루칩으로서 왕자님 이미지의 캐릭터만 택했다면 더 큰 신드롬을 일으켰을 텐데, 그가 바라보는 다음 목적지는 언제나 도전이었다.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기보다는 특별한 인물에 눈길을 보냈다.

이복 형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해 저항하는 청춘이었던 SBS <봄날>을 비롯해 삭발을 하고 온갖 추잡한 행위를 하면서 두목에게 충성했다가 결국 비수가 꽂히는 영화 <비열한 거리>나, 남자 배우와 농밀한 키스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영화 <쌍화점>까지, 그는 대중이 기대하는 조인성과는 사뭇 다른 인물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군 복무 후, 인간 내면을 그려내는데 가장 섬세한 작가라는 평을 듣는 노희경 작가와 협업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tvN <괜찮아, 사랑이야> 역시 누가 봐도 뻔한 길은 아니었다. 노 작가의 작품이 여타 드라마처럼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력은 점점 더 짙어졌다. 

영화 <모가디슈> 안기부 요원 역
“김윤석·허준호에 기대고 싶었다”

영화 <더 킹>은 그야말로 조인성의 원맨쇼다. 동네 건달에서 정치 검사로 한국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다가, 막다른 길에 몰려 복수를 감행한 박태수(조인성 분)는 영화 내에서 모든 내레이션을 포함해 95%가 넘는 장면에 등장한다. 배우로서는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값진 모험이었다. 


이어 남주혁, 배성우, 엄태구 등과 함께 고구려를 지킨 장만춘의 삶을 묘사한 <안시성>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어딘가 건들건들하고 마음을 다 내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의 영역에 있고 때로는 정의로운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어딘가 모르는 까칠함이 있지만,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매우 진한 마음을 가진 그런 사람이 많았다. 어쩌면 조인성도 그런 사람이기에 그런 인물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조인성은 이번에는 앞장서는 대신 중간에서 서포트하는 포지션을 택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여러 배우와 호흡을 하는 방향이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에서다. 영화 자체가 큰 모험이자 도전이다.

이역만리 타지인 모로코에서 4개월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것에 이어 외국에서 외국인들이 벌이는 전쟁을 그린다. 그 사이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남북한 대사관들의 이야기다. 남한 한신성 대사관은 배우 김윤석이, 북한 림용수 대사관은 허준호가 맡았다. 

조인성이 연기한 강대준은 안기부 정보요원으로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안기부에서 좌천돼 소말리아로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성실하며, 정의롭게 일을 헤쳐가기보다는 늘 뒤에서 수를 부리며 외교전을 하려는 인물이다. 남한 외교에 힘을 떨어뜨리기 위해 공작을 벌이는 북한에 대항해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걸 일삼는다. 

늘 불평불만이 많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에는 어김없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라의 대의보다는 자신의 성과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강자 앞에서는 헤프게 웃고, 약자 앞에서는 싸늘하다. 때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불안한 상황에 놓이면 윽박부터 지르고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화합하는 순간에서는 희생한다. 꼭 매력적이지 않은 강대준에 조인성은 기어코 매력을 붓는다. 결과적으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구현한다.

“책임질 게 
 많아졌다”

“인물을 표현하기에 앞서서 상황에 집중했어요. 영화는 내전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텐데요. 그때부터 상황이 달라지죠. 순간순간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몸으로 느껴지는 날것을 표현해내려고 했어요.”

류 감독의 <모가디슈>는 영화계가 주목한 작품이다. 워낙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데다 끼 많고 능력 있는 배우가 대거 출연해서다. 앞선 작품인 <군함도>가 비교적 실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은 후 류 감독이 절치부심하고 만든 작품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정작 시나리오를 본 배우들은 “이걸 어떻게 찍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외국에서 시나리오 상황에 맞는 미술을 구현하는 것부터 수많은 외국인이 필요한데 비중이 작지도 않으며, 언어적인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장소도 매우 변화가 많은데 어떻게 다 섭외할 것인지 등 의문부호가 붙었다.

김윤석, 허준호처럼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모가디슈>는 쉽지 않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조인성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봤을 때 ‘영화를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연하기도 했죠. 익숙한 동네도 아니고요. 영화를 찍는 것도 찍는 거지만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도 관건이었어요. 현지 적응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여러 스태프 덕분에 슬기롭게 헤쳐나갔던 것 같아요. 의문이 많았지만, 류승완과 허준호, 김윤석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가 컸어요. 함께하고 싶었나 봐요. 주저하지 않았어요.”

앞서 <모가디슈>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선배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배들로부터 연기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4개월간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얻은 것이 적지 않다고 했다. 

“영화라는 작업은 모두가 함께해야 해요. 그간 타이틀롤이 많아서 부담감이 컸는데, 두 거목이 자리를 하고 계셔서 저는 연기에만 집중하면 됐어요. 비교적 심플한 마음이었어요. 앙상블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의지할 사람이 있다 보니 여유도 생겼고요.”

어느덧
23년

이미 수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조인성이지만, 선배 배우들의 깊이에 놀라는 시간이었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두 분의 대단함을 많이 느꼈어요. 작품을 바라보는 시점과 해석 면에서 차원이 다른 수준을 느꼈어요. 같이 서 있기만 해도 힘을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시나리오에는 나오지 않는 빈 곳을 채우는 부분에서는 감탄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 저도 계속 영화를 할 건데요. 그런 부분에서 저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또 오랜만에 현장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40세가 넘은 조인성은 어느덧 선배 배우가 됐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모델이 되고 벌써 데뷔 23년이 지났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가 주목하는 배우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조인성도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스스로 좋은 배우의 덕목을 갖추고 있는지 불안했다고 한다.

김윤석을 붙잡아놓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한참 동안 조인성의 불안을 경청한 김윤석의 대답은 “널 믿어. 응원할게”였다고. 조인성은 이 말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응원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활동하다 보니 어느덧 선배급이 돼버린 거죠.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의문점도 있었고, 앞으로 삶의 방향성에 대한 모호성도 있었어요.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만 되뇌기도 했고요. 방향이 헷갈릴 때 물어볼 선배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개인적인 일이라서요. 어찌 됐든 쉽게 꺼내기 힘든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물어봤고, 응원을 받았어요. 앞으로 더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됐던 것 같아요.”

“갈등이 없으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
“경험을 통해 진화해 나가고 있어요”

은근히 적지 않은 어록을 생산해냈다.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사회생활의 영역이나 살아가는 부분에 있어서 귀감이 될만한 말을 적지 않게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버거왕에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모호한 지점을 깔끔하게 정립하기도 했다.

한때 행복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고 밝힌 그는 최근 여러 면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행복이라는 게 관념적인 언어잖아요.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개념이 다를 수 있고요. 저는 행복이란 특별히 갈등이나 힘든 점이 없다면 행복이라 생각해요. 힘든 게 없다는 게 행복이라면, 앞으로 더 행복할 것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 문제가 없다면 모든 것들이 행복일 수 있다는 개념으로요. 오히려 우리가 행복을 좇다 놓치는 보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덧 불혹을 넘긴 조인성도 수많은 인물을 거치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듯하다. 누군가 선망하는 스타이기도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터벅터벅 걸어온 인생의 어려운 포인트를 설명해주는 선생님 같은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책임질 것이 많다는 거기도 하죠. 행동에 대한 책임이요. 그래서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죠. 여러 예상을 하고요. 예상이 적중하려면 통찰력이 있어야 해요. 통찰력이 있다고 늘 맞는 것도 아니죠. 항상 조심하고 용기가 안 나는 것도 있어요. 용기가 안나다보니까 움츠려들기도 하고요. ‘움츠려드는데 이게 맞는 겁니까?’가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럼 공감을 해주시더라고요.”

“오히려 선배님들이 더 많이 알아서 더 많이 두려워하시는 것 같기도 했어요. 경험이 많아서요. 저 역시 이번 경험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확인하는 거죠. 선배님들도 여러 경험을 통해 진화해 온 것처럼요. 앞으로 저도 계속 성장할 계획입니다. 특별히 멋있게 사는 건 없어요. 현실에 충실하는 게 최선이죠. 그러면 나중에 뭐가 되도 되겠죠.”

영화는 매우 매끄럽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엄지를 들 만큼 괜찮은 작품이다. 올로케이션의 가장 좋은 예라는 수식어가 붙을지도 모를 정도다. 수백억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영화계의 지원으로 손익분기점은 300만으로 내려갔다. 평소 같으면 첫 주에 넘겨버릴 수치지만, 코로나19 시국인지라 이마저도 어려운 숙제라는 게 현실이다. 

소박한 꿈
현실에 충실

“<모가디슈>라는 이름으로 모인 영화인들이 용기를 한 번 내봤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분들에게 소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공감하길 기원합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