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한층 더 진화한 배우 조인성

“걱정만 하다 내려놓고 들이댔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조인성의 어깨는 늘 무거웠다. 국내의 창작자들은 조인성의 파트너로 두 명 이상을 붙이려 하지 않았다. 멀티 캐스팅보다는 적은 인원이 나오는 작품이 많았다. 조인성을 부각하는 게 흥행 면에서 효과적이라 판단했던 것 아닐까. 이유를 막론하고 조인성은 작품 내외적으로 늘 현장의 주인공이었다. 따라서 외롭게 홀로 책임져야 할 때도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 조인성이 김윤석과 허준호라는 거목에 기대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한다. 신작 <모가디슈>에서다. 

학교 선생님마저 ‘광채’가 나는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거주한 서울 천호동 일대에서 조인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큰 키의 훤칠한 외모, 극강의 매력을 가진 그의 주위에는 늘 그를 흠모하는 여학생들로 붐볐다. 

광채
꽃미남

1998년 의류 브랜드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가 KBS2 <학교3>를 통해 카메라에 얼굴을 비춘 후 조인성 개인의 삶은 턱없이 작아졌다. 이제껏 한국 연예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커다란 몸에 작은 머리를 가진 꽃미남이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디서나 그를 알아봤다.

굵직한 선을 가진 서구적인 인상의 스타들이 사랑받던 시절, 조인성의 등장과 함께 남성미의 기준이 뒤바뀌었다. 

MBC <뉴 논스톱>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고, SBS <피아노> <별을 쏘다> 영화 <클래식> 등을 통해 점차 자신의 연기적인 영역을 넓혀갔다. 2004년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서는 명실상부한 국내 톱스타로 자리매김한다. 


정장 차림에 가방을 처음으로 메고, 구두 대신 스타일리쉬한 단화를 신은 그의 스타일링은 남성 직장인의 로망이 됐다. 당시 조인성의 패션을 맡은 발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많은 직장인이 따라 하려 했지만, 조인성 외에는 소화하기 매우 어려운 패션이라, 낭패를 본 남성들이 적지 않았다는 슬픈 뒷이야기도 있다. 

그해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최우수 남자 연기상을 수상한 조인성은 꾸준히 배우로서 진화해 나간다. 이미 광고계의 블루칩으로서 왕자님 이미지의 캐릭터만 택했다면 더 큰 신드롬을 일으켰을 텐데, 그가 바라보는 다음 목적지는 언제나 도전이었다.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기보다는 특별한 인물에 눈길을 보냈다.

이복 형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해 저항하는 청춘이었던 SBS <봄날>을 비롯해 삭발을 하고 온갖 추잡한 행위를 하면서 두목에게 충성했다가 결국 비수가 꽂히는 영화 <비열한 거리>나, 남자 배우와 농밀한 키스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영화 <쌍화점>까지, 그는 대중이 기대하는 조인성과는 사뭇 다른 인물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군 복무 후, 인간 내면을 그려내는데 가장 섬세한 작가라는 평을 듣는 노희경 작가와 협업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tvN <괜찮아, 사랑이야> 역시 누가 봐도 뻔한 길은 아니었다. 노 작가의 작품이 여타 드라마처럼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력은 점점 더 짙어졌다. 

영화 <모가디슈> 안기부 요원 역
“김윤석·허준호에 기대고 싶었다”

영화 <더 킹>은 그야말로 조인성의 원맨쇼다. 동네 건달에서 정치 검사로 한국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다가, 막다른 길에 몰려 복수를 감행한 박태수(조인성 분)는 영화 내에서 모든 내레이션을 포함해 95%가 넘는 장면에 등장한다. 배우로서는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값진 모험이었다. 


이어 남주혁, 배성우, 엄태구 등과 함께 고구려를 지킨 장만춘의 삶을 묘사한 <안시성>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어딘가 건들건들하고 마음을 다 내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의 영역에 있고 때로는 정의로운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어딘가 모르는 까칠함이 있지만,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매우 진한 마음을 가진 그런 사람이 많았다. 어쩌면 조인성도 그런 사람이기에 그런 인물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조인성은 이번에는 앞장서는 대신 중간에서 서포트하는 포지션을 택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여러 배우와 호흡을 하는 방향이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에서다. 영화 자체가 큰 모험이자 도전이다.

이역만리 타지인 모로코에서 4개월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것에 이어 외국에서 외국인들이 벌이는 전쟁을 그린다. 그 사이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남북한 대사관들의 이야기다. 남한 한신성 대사관은 배우 김윤석이, 북한 림용수 대사관은 허준호가 맡았다. 

조인성이 연기한 강대준은 안기부 정보요원으로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안기부에서 좌천돼 소말리아로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성실하며, 정의롭게 일을 헤쳐가기보다는 늘 뒤에서 수를 부리며 외교전을 하려는 인물이다. 남한 외교에 힘을 떨어뜨리기 위해 공작을 벌이는 북한에 대항해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걸 일삼는다. 

늘 불평불만이 많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에는 어김없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라의 대의보다는 자신의 성과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강자 앞에서는 헤프게 웃고, 약자 앞에서는 싸늘하다. 때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불안한 상황에 놓이면 윽박부터 지르고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화합하는 순간에서는 희생한다. 꼭 매력적이지 않은 강대준에 조인성은 기어코 매력을 붓는다. 결과적으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구현한다.

“책임질 게 
 많아졌다”

“인물을 표현하기에 앞서서 상황에 집중했어요. 영화는 내전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텐데요. 그때부터 상황이 달라지죠. 순간순간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몸으로 느껴지는 날것을 표현해내려고 했어요.”

류 감독의 <모가디슈>는 영화계가 주목한 작품이다. 워낙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데다 끼 많고 능력 있는 배우가 대거 출연해서다. 앞선 작품인 <군함도>가 비교적 실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은 후 류 감독이 절치부심하고 만든 작품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정작 시나리오를 본 배우들은 “이걸 어떻게 찍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외국에서 시나리오 상황에 맞는 미술을 구현하는 것부터 수많은 외국인이 필요한데 비중이 작지도 않으며, 언어적인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장소도 매우 변화가 많은데 어떻게 다 섭외할 것인지 등 의문부호가 붙었다.

김윤석, 허준호처럼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모가디슈>는 쉽지 않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조인성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봤을 때 ‘영화를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연하기도 했죠. 익숙한 동네도 아니고요. 영화를 찍는 것도 찍는 거지만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도 관건이었어요. 현지 적응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여러 스태프 덕분에 슬기롭게 헤쳐나갔던 것 같아요. 의문이 많았지만, 류승완과 허준호, 김윤석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가 컸어요. 함께하고 싶었나 봐요. 주저하지 않았어요.”

앞서 <모가디슈>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선배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배들로부터 연기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4개월간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얻은 것이 적지 않다고 했다. 

“영화라는 작업은 모두가 함께해야 해요. 그간 타이틀롤이 많아서 부담감이 컸는데, 두 거목이 자리를 하고 계셔서 저는 연기에만 집중하면 됐어요. 비교적 심플한 마음이었어요. 앙상블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의지할 사람이 있다 보니 여유도 생겼고요.”

어느덧
23년

이미 수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조인성이지만, 선배 배우들의 깊이에 놀라는 시간이었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두 분의 대단함을 많이 느꼈어요. 작품을 바라보는 시점과 해석 면에서 차원이 다른 수준을 느꼈어요. 같이 서 있기만 해도 힘을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시나리오에는 나오지 않는 빈 곳을 채우는 부분에서는 감탄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 저도 계속 영화를 할 건데요. 그런 부분에서 저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또 오랜만에 현장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40세가 넘은 조인성은 어느덧 선배 배우가 됐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모델이 되고 벌써 데뷔 23년이 지났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가 주목하는 배우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조인성도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스스로 좋은 배우의 덕목을 갖추고 있는지 불안했다고 한다.

김윤석을 붙잡아놓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한참 동안 조인성의 불안을 경청한 김윤석의 대답은 “널 믿어. 응원할게”였다고. 조인성은 이 말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응원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활동하다 보니 어느덧 선배급이 돼버린 거죠.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의문점도 있었고, 앞으로 삶의 방향성에 대한 모호성도 있었어요.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만 되뇌기도 했고요. 방향이 헷갈릴 때 물어볼 선배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개인적인 일이라서요. 어찌 됐든 쉽게 꺼내기 힘든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물어봤고, 응원을 받았어요. 앞으로 더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됐던 것 같아요.”

“갈등이 없으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
“경험을 통해 진화해 나가고 있어요”

은근히 적지 않은 어록을 생산해냈다.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사회생활의 영역이나 살아가는 부분에 있어서 귀감이 될만한 말을 적지 않게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버거왕에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모호한 지점을 깔끔하게 정립하기도 했다.

한때 행복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고 밝힌 그는 최근 여러 면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행복이라는 게 관념적인 언어잖아요.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개념이 다를 수 있고요. 저는 행복이란 특별히 갈등이나 힘든 점이 없다면 행복이라 생각해요. 힘든 게 없다는 게 행복이라면, 앞으로 더 행복할 것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 문제가 없다면 모든 것들이 행복일 수 있다는 개념으로요. 오히려 우리가 행복을 좇다 놓치는 보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덧 불혹을 넘긴 조인성도 수많은 인물을 거치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듯하다. 누군가 선망하는 스타이기도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터벅터벅 걸어온 인생의 어려운 포인트를 설명해주는 선생님 같은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책임질 것이 많다는 거기도 하죠. 행동에 대한 책임이요. 그래서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죠. 여러 예상을 하고요. 예상이 적중하려면 통찰력이 있어야 해요. 통찰력이 있다고 늘 맞는 것도 아니죠. 항상 조심하고 용기가 안 나는 것도 있어요. 용기가 안나다보니까 움츠려들기도 하고요. ‘움츠려드는데 이게 맞는 겁니까?’가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럼 공감을 해주시더라고요.”

“오히려 선배님들이 더 많이 알아서 더 많이 두려워하시는 것 같기도 했어요. 경험이 많아서요. 저 역시 이번 경험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확인하는 거죠. 선배님들도 여러 경험을 통해 진화해 온 것처럼요. 앞으로 저도 계속 성장할 계획입니다. 특별히 멋있게 사는 건 없어요. 현실에 충실하는 게 최선이죠. 그러면 나중에 뭐가 되도 되겠죠.”

영화는 매우 매끄럽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엄지를 들 만큼 괜찮은 작품이다. 올로케이션의 가장 좋은 예라는 수식어가 붙을지도 모를 정도다. 수백억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영화계의 지원으로 손익분기점은 300만으로 내려갔다. 평소 같으면 첫 주에 넘겨버릴 수치지만, 코로나19 시국인지라 이마저도 어려운 숙제라는 게 현실이다. 

소박한 꿈
현실에 충실

“<모가디슈>라는 이름으로 모인 영화인들이 용기를 한 번 내봤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분들에게 소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공감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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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