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여행 ①담양 명옥헌 원림

진분홍 배롱나무꽃으로 수놓은 황홀한 여름

‘대나무의 고장’ 담양 하면 초록이 떠오르지만, 여름엔 다르다. 날이 더워지면 배롱나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담양 곳곳이 진분홍빛으로 물든다. 그중에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고서면에 있는 담양 명옥헌 원림(명승 58호)이다.

농염한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이곳에 발을 디디면, 별세계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그림처럼 들어앉은 정자와 독야청청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 붉은 꽃이 만발한 배롱나무가 환상적인 소우주를 보여준다. 정자 앞 연못은 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세상에”와 같은 감탄사가 자동으로 나오고, 여기저기서 “좋다”는 말이 들린다.

조선 시대 정원

배롱나무를 일컫는 이름도 많다.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 줄기를 간지럽히면 가지가 움직인다고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농부들은 배롱나무꽃이 질 때쯤 쌀밥을 먹는다 해서 ‘쌀밥나무’라고 한다. 배롱나무는 서원이나 사찰에서 흔히 보인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처럼 끊임없이 학문과 마음을 갈고닦으라는 뜻으로 심는다.

명옥헌 원림은 담양 소쇄원(명승 40호)과 함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민간 정원이다. 명옥헌의 역사는 조선 시대 선비 오희도에서 출발한다. 벼슬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세속을 잊고 사는 집’이라는 뜻의 망재(忘齋)를 지었다. 오희도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우고 나무를 심었다. 여름이면 뭇사람을 설레게 하는 명옥헌 배롱나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명옥헌 원림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 20여그루가 있다. 길에서 보는 가느다란 배롱나무와 차원이 다르다. 긴 세월을 지나온 만큼 굵고 거칠다. 배롱나무는 정자 주변의 소나무, 느티나무, 동백나무와도 어우러진다. 아담한 명옥헌 마루에 앉아 붉은 축제를 보노라면 가슴속에 뜨거움이 올라온다.


명옥헌 원림은 연못을 품고 있다. 입구에 큰 연못이 있고, 정자 뒤에 작은 연못이 있다. 조선 시대 정원에 나타나는 방지원도(方地圓島)형 연못으로, 연못 가운데 자그마한 섬이 있다. 옆에 계곡이 있어 비가 온 뒤에는 청아한 물소리가 들린다. 옥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해서 ‘명옥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자 뒤쪽에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고 새겨진 바위도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새긴 글씨라고 전해진다.

소박한 명옥헌에 ‘삼고(三顧)’라는 편액이 눈에 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중용하기 위해 세 차례 찾아온 일을 알려준다. 이때 타고 온 말을 묶어둔 은행나무(전남기념물 45호)가 후산마을에 있다.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이라고 불리는 은행나무로, 높이가 30m나 된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
긴 세월 담아낸 그림같은 풍경들 

효심 깊은 오희도는 당시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로 인조반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삼년상을 치른 뒤에야 과거를 치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직에 나간 해에 천연두에 걸려 4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희도의 애틋한 효심 때문인지, 아쉬운 죽음 때문인지 명옥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배롱나무꽃이 더욱 붉게 다가온다. 명옥헌 부근에 오희도의 16대손 오병철 씨가 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어, 옛이야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명옥헌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황지우의 시 ‘물 빠진 연못’, 심상대의 단편 〈명옥헌〉 등 수많은 작가가 명옥헌을 소재로 작품을 남겼다. 여름이면 사진가와 여행객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고즈넉한 명옥헌의 매력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이른 아침에 찾기를 추천한다. 명옥헌은 담양오방길 4-2코스 싸목싸목누정길에 속해, 입구에 스탬프가 있다. 혼잡도 피하고 주민을 배려하기 위해 자동차는 마을 입구 주차장에 두고 올라가자. 입장료는 없다.

명옥헌에서 배롱나무를 본 뒤에는 수국을 만나러 갈 차례다. 봉산면 유산리에 자리한 죽화경은 전라남도 2호 민간 정원으로, 장미와 수국이 볼 만하다. 담양의 특징을 살려 꽃이 대나무 줄기를 타고 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정원 끝자락에 오르면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는 5일부터 9월20일까지 유럽수국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으로, 차 한 잔이 포함된다.

해동문화예술촌은 막걸리 주조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예술로 문화를 빚는다’는 슬로건 아래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건물마다 독특한 벽화가 있어 포토 존으로 인기다. 해동문화예술촌 옆 옛 교회 건물도 놓치지 말자. 현재 공연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내부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담양의 각 행정구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플라타너스길

푸조나무와 팽나무, 벚나무 등이 어우러진 담양 관방제림(천연기념물 366호)은 걷기 좋다. 산림청과 사단법인 생명의숲,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최한 아름다운숲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곳이다. 관방제림은 연인들이 많이 찾으며, 유명한 국수거리도 여기에 있다. 해가 지면 관방제림 건너편 플라타너스길에 가보자. 300m 가로수 길에 조명을 설치해, 별이 쏟아지는 듯한 경관이 연출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담양 명옥헌 원림→죽화경→해동문화예술촌→담양 관방제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담양 명옥헌 원림→삼지내마을→죽화경 
둘째 날: 해동문화예술촌→죽녹원→담양 관방제림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천년담양 문화관광 www.damyang.go.kr/tour/index.damyang
- 죽화경 www.bambooflower.co.kr
- 해동문화예술촌 www.facebook.com/haedongart

문의 전화
- 담양 명옥헌 원림 061)380-3752
- 담양군관광안내소 061)380-3114
- 죽화경 010-8665-7884
- 해동문화예술촌 061)383-8246 

대중교통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수시(05:30~다음 날 02: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11-1번 좌석버스 이용, 서방시장(남) 정류장에서 7-1번 농어촌버스 환승, 연동(담양) 정류장 하차, 명옥헌 원림까지 도보 약 1k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장성 JC에서 고창담양고속도로, 순천·고창 방면→담양 JC에서 광주·고서 JC 방면→창평 IC에서 광주·무등산국립공원·소쇄원 방면→후산길 방면 좌회전→명옥헌 원림 주차장

숙박 정보
- 언노운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담주1길, 061)382-2600 
- 대나무이야기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지침리, 061)382-1335 
- 고택한옥에서(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담양읍 창평면 돌담길, 061)382-3832 
- 담양리조트: 금성면 금성산길, 061)380-5000 
- 부호텔: 담양읍 무정로, 061)381-2200 
- 매화나무집: 창평면 돌담길, 010-7130-3002 
- 소아르호텔: 담양읍 메타프로방스3길, 070-4938-8700 
- 담양금성산성오토캠핑장: 금성면 새덕굴길, 061)383-7272

식당 정보
- 덕인관(떡갈비): 담양읍 죽향대로, 061)381-7881 
- 남도예담(떡갈비정식): 월산면 담장로, 061)381-7766 
- 전통창평국밥(암뽕순대국밥·선지국밥): 창평면 사동길, 061)381-8253
- 미소댓잎국수(죽순비빔국수·물국수): 담양읍 객사3길, 061)381-9789 
- 승일식당(숯불돼지갈비·냉면): 담양읍 중앙로, 061)382-9011 
- 한상근대통밥집(대통밥정식·돼지숯불갈비): 월산면 담장로, 061)382-1999 

주변 볼거리
한국가사문학관, 담양 소쇄원, 담양 식영정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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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