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 무시' 막가는 KBO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26 13:39:40
  • 호수 1333호
  • 댓글 0개

매 타석 뒷짐 지고 있다 헛스윙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한국프로야구위원회는 헛스윙만 하고 있다. 야구계에서 사건·사고가 터지는 데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구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이대로 가면 한국프로야구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프로야구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 9일 NC 다이노스 1군 선수단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후 두산 베어스 1군 선수단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3일 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프로야구리그(이하 프로야구) 중단을 선언했다. 

사상 초유
리그 중단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KBO는 코로나19 확산, 선수단 내 확진자 발생, 다수의 밀접 접촉자 지정 등으로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KBO가 ‘호텔 술판’의 전모를 다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구단과 공모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그 중단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KBO는 지난 3월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 KBO 리그 코로나19 매뉴얼’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매뉴얼에 따르면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프로야구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KBO는 지난 12일, 리그 중단 발표를 앞두고 해당 매뉴얼에 ‘코치진을 제외한 1군 엔트리의 50% 이상이 이탈하는 경우 리그를 중단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을 추가했다. 이를 근거로 프로야구를 전격 중단을 발표했다.

KBO가 발표했던 기존 매뉴얼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 전체 리그를 중단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KBO는 2021시즌이 시작하기 전 이미 확정된 입장을 시즌 도중에 변경했다. 너무나 쉽고 빠르게 변경된 매뉴얼에 KBO가 리그 중단을 발표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야구팬이 많은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를 위해 리그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는 의혹이 난무했다. 주력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전력 누수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KBO의 이번 결정은 기존의 규정을 휴짓조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긴 두산 베어스 선수 2명에 엄중경고를 내리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두산 베어스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 2명이 발생해 선수 17명, 코치진 14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리그 중단에 일조한 구단이다. 

정지택 KBO 총재가 두산 출신이어서 KBO가 사실상 두산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 총재는 두산건설 사장,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등 두산 계열사 요직을 거친 경영 전문가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두산 구단주 대행을 지냈다.

NC·두산…선수 확진자 발생해 중단
‘호텔 술판’ 알면서 축소·은폐 의혹

KBO는 한국프로야구를 총괄 관리하는 단체다. 여러 가지 역할을 맡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안정적으로 프로야구리그를 관리하는 것이다. 야구계에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KBO 결정에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 


야구 인기가 식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말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조사 발표때 2021 프로야구 개막 직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 조사한 결과 34.1%만 프로야구에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2014년만 해도 성인 둘 중 1명(48%)은 야구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올해 조사 대상자 78%는 선호하는 팀도 없다고 대답했다. 

청년층이라 불리는 18세부터 29세까지의 답변은 야구 관계자들에게 숙제를 안겼다. 4명 중 1명(26%)만이 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3년 조사에서는 전체 평균(44%)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7~2019년 30% 내외, 작년과 올해는 20% 중반에 머물렀다.

2013년 때 20대였던 그들이 현재 30대가 되었으니 10대 유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대상으로 좋아하는 야구선수에 대해 물어도 68%가 좋아하는 선수가 없거나 선수 이름 자체를 몰랐다. 

올해 초 한 구단 관계자는 “야구장에 팬들이 오지 않는 건 입장 비율 제한과 코로나19 상황을 탓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야구장에 오지 않는 팬들이 야구 경기를 시청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프로야구가 ‘핫이슈’로 작용하지 않는단 건 오랜 기간 쌓았던 프로야구 인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단 경고등”이라며 큰 우려를 내비쳤다.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진 데는 최근에 불거진 사건사고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최근 10년간 선수들의 불법 원정도박, 심판 금전 요구와 구단의 접대, 승부조작, 이면계약, 성추문, 폭행, 구단 직원 횡령과 사설토토 베팅, 금지 약물 복용 등이 매년 반복됐다.

“야구선수? 
몰라요!”

연이은 사건 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데 KBO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BO는 사건이 터지면 원인이 무엇이고, 향후 어떤 대책을 펼지 깊이 고민하기보다 사태를 일단락하는 데 급급했다. 

KBO는 인기 스타 선수에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5월 KBO는 강정호의 음주운전에 대해 1년 유기실격(자격정지)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KBO 규약 151조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적발되면 3년 이상 유기 실격 처분이 내려지게 돼있다.

강정호가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킨 때는 2016년 12월2일이고 개정으로 해당 조항이 생긴 시점은 2018년 9월11일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이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KBO는 음주운전 조항을 적용할 수 없어 품위손상행위 조항을 근거로 징계 수위를 정했다.

KBO가 음주운전으로 ‘삼진아웃’을 당한 선수에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겨가면서 내린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한국 복귀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정호는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을 친 유격수였다. 김재박-이종범-박진만 등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로 주목받았고 최초로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기도 했다. 리그 흥행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그러나 팬들은 차가웠다.

강정호의 거듭된 사과와 “국내 복귀 시 연봉을 사회환원하는 데 쓰겠다”는 의지도 보였지만, 결국 여론의 반대에 막혀 복귀가 무산됐다. 


야구팬들은 아무리 스타라도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그가 뛰는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KBO의 솜방망이 처벌에 질타할 뿐이었다. 팬들은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싫어한다. 선수가 능력을 보여주는 데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금지 약물이다.

2011년 김재환, 2015년 최진행과 최경철 등이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으로 적발됐다. 김재환의 경우 2011 야구월드컵 출전 과정에서 적발됐지만, 이미 KBO도 자체 금지 약물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고작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재환의 사례를 기점으로 퓨처스(2군)에서도 금지 약물 검사가 시작됐다. 4년 뒤 최진행은 30경기 출전 정지를 받은 반면 최경철은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들의 차이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이하 KADA) 개입 여부다. KBO 도핑 검사 및 징계는 2016년 KADA 이전과 이후로 나뉘기 때문이다. 2016년 이전 KBO 규정상 가장 무거운 징계는 30경기 출전 정지였다. 이마저도 김재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하지만 KADA는 KBO와의 협의하에 적발 횟수에 따라 1차(72경기)-2차(144경기)-3차(퇴출)의 징계 수위 및 관련 규정을 확정지었다. 이후 적발과 징계는 KADA의 몫이고, KBO는 관련 정보를 전달받을 뿐 징계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약물 전력
MVP의 과거


2012시즌을 앞두고 김재환은 공식 석상에서 “실력으로 속죄하겠다”고 말해 야구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4년 뒤 김재환은 엄청난 활약을 했다. 2015시즌 0.235였던 타율이 1년 만에 0.325로 급상승했다. 홈런도 37개로 리그 3위, 타점도 124개로 리그 3위를 기록했다. 2018년에도 44개 홈런을 치며 홈런왕까지 등극했다. 

결국 2018시즌 MVP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기자들이 좋아하는 홈런, 타점 1위에 등극했고 다른 타격 지표도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기자단 투표로 뽑게 되는 MVP는 기자 양심에 따라 충분히 주지 않을 여지도 많았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김재환을 선택했다.

야구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미국, 일본야구 리그와 비교하며 약물 전력이 있는 최초 MVP라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예전부터 KBO는 프로야구 간판스타들에 대한 징계가 약했다. 지난 2019년 LG 트윈스 선수 3명(차우찬, 임찬규, 오지환)이 호주 전지훈련 중 카지노에 들렀다. KBO 상벌위워회(이하 상벌위)는 세 선수에게 엄중경고 처분을 내렸다.

심수창은 이들과 함께 카지노에 갔지만, 실제 베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이어 LG 구단엔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야구팬 사이에서 “KBO가 또 ‘갓중 경고’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이때 등장한 접두사 ‘갓(god)’은 ‘최고’라는 뜻이 아닌 ‘불 보듯 뻔한 결론’이라는, 비꼬는 의미로 붙인 것이었다. 야구 팬 사이에서 KBO의 엄중 경고는 이미 놀림감이 된 지 오래다. 

오죽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갓중 경고의 역사’라는 글과 함께 역대 엄중 경고를 받은 사례를 나열한 자료가 공유되기도 했다. 엄중 경고를 받은 사유로 판정항의, 몸싸움, 선수단 관리 책임 등이 있으며 2013년에는 심판위원의 규정 미숙지 등이 있었다.

프로야구리그 규정에 프로야구 구단, 감독, 코치, 심판 위원, 기타 관련 해당자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정 총재가 ‘벌칙 내규’에 따라 징계를 가할 수 있다. 실제 제재를 내릴 때는 정 총재가 혼자 결정하기보다 총재 자문기관인 상벌위를 열어 수위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벌칙 내규 23개 중 엄중 경고라는 수위는 없다. 

매뉴얼 안 지키고 그저 솜방망이 징계?
반복되는 사건사고…급한 불끄기 급급

경우에 따라 제재금과 출장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엄중 경고도 받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엄중 경고를 받은 선수는 따로 제재금을 내거나 출장정지를 당하지 않는다. 엄중 경고는 그냥 경고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KBO가 외부 시선을 의식해 엄중 경고를 내렸다고 시선도 존재한다. 제재를 통해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기보다 ‘우리가 이렇게 신경쓰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목적이라는 의미다. 엄중 경고는 벌칙 내규보다 더 센 표현이다.

이처럼 KBO는 야구팬들은 물론 다른 종목 스포츠팬들에게까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2004년 병역비리 사건, 2012년과 2016년 승부조작 사건 등 팬들의 실망을 저버리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KBO는 미흡한 대처로 질타를 받았다. 

이순철 야구 해설위원은 “(이번 사태 관련해)KBO가 강력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야구선수는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이다.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있고 언론에 노출도 많이 되는데 윤리의식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하면 팬이 야구장을 떠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팬을 다시 모으는 건 정말 어렵다. 한국프로야구에 속해 있는, 야구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대오 각성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거 안 하면 프로야구 망하는 건 순간”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KBO 관계자는 “(리그 중단과 관련해)새로운 규정을 추가한 건 맞지만 프로야구를 중단한 이유는 아니다. 기존 매뉴얼에 따라 중단시킨 것이고 새로운 규정은 향후 비슷한 사례를 대비해 신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과 공모했다는 의혹도 억울하다. 방역당국에서 해당 선수에게 통보했고 경찰서에서 확진자 발표가 난 뒤 대응했다. (KBO가 호텔 술판 의혹과 관련해)축소나 은폐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보여주기식
엄중 경고

아울러 “음주운전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강정호 선수의 세 번째 음주운전은 2016년이었고 삼진아웃 규정이 생긴 시점은 2018년이었다. 2016년 당시(강정호는) KBO리그 소속이 아닌 메이저리그 소속이었기 때문에 삼진아웃 제도를 적용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