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 무시' 막가는 KBO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26 13:39:40
  • 호수 13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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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타석 뒷짐 지고 있다 헛스윙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한국프로야구위원회는 헛스윙만 하고 있다. 야구계에서 사건·사고가 터지는 데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구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이대로 가면 한국프로야구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프로야구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 9일 NC 다이노스 1군 선수단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후 두산 베어스 1군 선수단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3일 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프로야구리그(이하 프로야구) 중단을 선언했다. 

사상 초유
리그 중단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KBO는 코로나19 확산, 선수단 내 확진자 발생, 다수의 밀접 접촉자 지정 등으로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KBO가 ‘호텔 술판’의 전모를 다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구단과 공모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그 중단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KBO는 지난 3월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 KBO 리그 코로나19 매뉴얼’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매뉴얼에 따르면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프로야구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KBO는 지난 12일, 리그 중단 발표를 앞두고 해당 매뉴얼에 ‘코치진을 제외한 1군 엔트리의 50% 이상이 이탈하는 경우 리그를 중단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을 추가했다. 이를 근거로 프로야구를 전격 중단을 발표했다.

KBO가 발표했던 기존 매뉴얼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 전체 리그를 중단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KBO는 2021시즌이 시작하기 전 이미 확정된 입장을 시즌 도중에 변경했다. 너무나 쉽고 빠르게 변경된 매뉴얼에 KBO가 리그 중단을 발표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야구팬이 많은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를 위해 리그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는 의혹이 난무했다. 주력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전력 누수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KBO의 이번 결정은 기존의 규정을 휴짓조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긴 두산 베어스 선수 2명에 엄중경고를 내리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두산 베어스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 2명이 발생해 선수 17명, 코치진 14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리그 중단에 일조한 구단이다. 

정지택 KBO 총재가 두산 출신이어서 KBO가 사실상 두산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 총재는 두산건설 사장,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등 두산 계열사 요직을 거친 경영 전문가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두산 구단주 대행을 지냈다.

NC·두산…선수 확진자 발생해 중단
‘호텔 술판’ 알면서 축소·은폐 의혹

KBO는 한국프로야구를 총괄 관리하는 단체다. 여러 가지 역할을 맡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안정적으로 프로야구리그를 관리하는 것이다. 야구계에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KBO 결정에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 


야구 인기가 식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말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조사 발표때 2021 프로야구 개막 직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 조사한 결과 34.1%만 프로야구에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2014년만 해도 성인 둘 중 1명(48%)은 야구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올해 조사 대상자 78%는 선호하는 팀도 없다고 대답했다. 

청년층이라 불리는 18세부터 29세까지의 답변은 야구 관계자들에게 숙제를 안겼다. 4명 중 1명(26%)만이 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3년 조사에서는 전체 평균(44%)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17~2019년 30% 내외, 작년과 올해는 20% 중반에 머물렀다.

2013년 때 20대였던 그들이 현재 30대가 되었으니 10대 유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대상으로 좋아하는 야구선수에 대해 물어도 68%가 좋아하는 선수가 없거나 선수 이름 자체를 몰랐다. 

올해 초 한 구단 관계자는 “야구장에 팬들이 오지 않는 건 입장 비율 제한과 코로나19 상황을 탓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야구장에 오지 않는 팬들이 야구 경기를 시청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프로야구가 ‘핫이슈’로 작용하지 않는단 건 오랜 기간 쌓았던 프로야구 인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단 경고등”이라며 큰 우려를 내비쳤다.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진 데는 최근에 불거진 사건사고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최근 10년간 선수들의 불법 원정도박, 심판 금전 요구와 구단의 접대, 승부조작, 이면계약, 성추문, 폭행, 구단 직원 횡령과 사설토토 베팅, 금지 약물 복용 등이 매년 반복됐다.

“야구선수? 
몰라요!”

연이은 사건 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데 KBO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BO는 사건이 터지면 원인이 무엇이고, 향후 어떤 대책을 펼지 깊이 고민하기보다 사태를 일단락하는 데 급급했다. 

KBO는 인기 스타 선수에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5월 KBO는 강정호의 음주운전에 대해 1년 유기실격(자격정지)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KBO 규약 151조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적발되면 3년 이상 유기 실격 처분이 내려지게 돼있다.

강정호가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킨 때는 2016년 12월2일이고 개정으로 해당 조항이 생긴 시점은 2018년 9월11일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이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KBO는 음주운전 조항을 적용할 수 없어 품위손상행위 조항을 근거로 징계 수위를 정했다.

KBO가 음주운전으로 ‘삼진아웃’을 당한 선수에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겨가면서 내린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한국 복귀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정호는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을 친 유격수였다. 김재박-이종범-박진만 등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로 주목받았고 최초로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기도 했다. 리그 흥행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그러나 팬들은 차가웠다.

강정호의 거듭된 사과와 “국내 복귀 시 연봉을 사회환원하는 데 쓰겠다”는 의지도 보였지만, 결국 여론의 반대에 막혀 복귀가 무산됐다. 


야구팬들은 아무리 스타라도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그가 뛰는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KBO의 솜방망이 처벌에 질타할 뿐이었다. 팬들은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싫어한다. 선수가 능력을 보여주는 데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금지 약물이다.

2011년 김재환, 2015년 최진행과 최경철 등이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으로 적발됐다. 김재환의 경우 2011 야구월드컵 출전 과정에서 적발됐지만, 이미 KBO도 자체 금지 약물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고작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재환의 사례를 기점으로 퓨처스(2군)에서도 금지 약물 검사가 시작됐다. 4년 뒤 최진행은 30경기 출전 정지를 받은 반면 최경철은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들의 차이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이하 KADA) 개입 여부다. KBO 도핑 검사 및 징계는 2016년 KADA 이전과 이후로 나뉘기 때문이다. 2016년 이전 KBO 규정상 가장 무거운 징계는 30경기 출전 정지였다. 이마저도 김재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하지만 KADA는 KBO와의 협의하에 적발 횟수에 따라 1차(72경기)-2차(144경기)-3차(퇴출)의 징계 수위 및 관련 규정을 확정지었다. 이후 적발과 징계는 KADA의 몫이고, KBO는 관련 정보를 전달받을 뿐 징계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약물 전력
MVP의 과거


2012시즌을 앞두고 김재환은 공식 석상에서 “실력으로 속죄하겠다”고 말해 야구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4년 뒤 김재환은 엄청난 활약을 했다. 2015시즌 0.235였던 타율이 1년 만에 0.325로 급상승했다. 홈런도 37개로 리그 3위, 타점도 124개로 리그 3위를 기록했다. 2018년에도 44개 홈런을 치며 홈런왕까지 등극했다. 

결국 2018시즌 MVP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기자들이 좋아하는 홈런, 타점 1위에 등극했고 다른 타격 지표도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기자단 투표로 뽑게 되는 MVP는 기자 양심에 따라 충분히 주지 않을 여지도 많았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김재환을 선택했다.

야구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미국, 일본야구 리그와 비교하며 약물 전력이 있는 최초 MVP라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예전부터 KBO는 프로야구 간판스타들에 대한 징계가 약했다. 지난 2019년 LG 트윈스 선수 3명(차우찬, 임찬규, 오지환)이 호주 전지훈련 중 카지노에 들렀다. KBO 상벌위워회(이하 상벌위)는 세 선수에게 엄중경고 처분을 내렸다.

심수창은 이들과 함께 카지노에 갔지만, 실제 베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이어 LG 구단엔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야구팬 사이에서 “KBO가 또 ‘갓중 경고’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이때 등장한 접두사 ‘갓(god)’은 ‘최고’라는 뜻이 아닌 ‘불 보듯 뻔한 결론’이라는, 비꼬는 의미로 붙인 것이었다. 야구 팬 사이에서 KBO의 엄중 경고는 이미 놀림감이 된 지 오래다. 

오죽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갓중 경고의 역사’라는 글과 함께 역대 엄중 경고를 받은 사례를 나열한 자료가 공유되기도 했다. 엄중 경고를 받은 사유로 판정항의, 몸싸움, 선수단 관리 책임 등이 있으며 2013년에는 심판위원의 규정 미숙지 등이 있었다.

프로야구리그 규정에 프로야구 구단, 감독, 코치, 심판 위원, 기타 관련 해당자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정 총재가 ‘벌칙 내규’에 따라 징계를 가할 수 있다. 실제 제재를 내릴 때는 정 총재가 혼자 결정하기보다 총재 자문기관인 상벌위를 열어 수위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벌칙 내규 23개 중 엄중 경고라는 수위는 없다. 

매뉴얼 안 지키고 그저 솜방망이 징계?
반복되는 사건사고…급한 불끄기 급급

경우에 따라 제재금과 출장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엄중 경고도 받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엄중 경고를 받은 선수는 따로 제재금을 내거나 출장정지를 당하지 않는다. 엄중 경고는 그냥 경고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KBO가 외부 시선을 의식해 엄중 경고를 내렸다고 시선도 존재한다. 제재를 통해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기보다 ‘우리가 이렇게 신경쓰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목적이라는 의미다. 엄중 경고는 벌칙 내규보다 더 센 표현이다.

이처럼 KBO는 야구팬들은 물론 다른 종목 스포츠팬들에게까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2004년 병역비리 사건, 2012년과 2016년 승부조작 사건 등 팬들의 실망을 저버리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KBO는 미흡한 대처로 질타를 받았다. 

이순철 야구 해설위원은 “(이번 사태 관련해)KBO가 강력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야구선수는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이다.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있고 언론에 노출도 많이 되는데 윤리의식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하면 팬이 야구장을 떠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팬을 다시 모으는 건 정말 어렵다. 한국프로야구에 속해 있는, 야구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대오 각성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거 안 하면 프로야구 망하는 건 순간”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KBO 관계자는 “(리그 중단과 관련해)새로운 규정을 추가한 건 맞지만 프로야구를 중단한 이유는 아니다. 기존 매뉴얼에 따라 중단시킨 것이고 새로운 규정은 향후 비슷한 사례를 대비해 신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과 공모했다는 의혹도 억울하다. 방역당국에서 해당 선수에게 통보했고 경찰서에서 확진자 발표가 난 뒤 대응했다. (KBO가 호텔 술판 의혹과 관련해)축소나 은폐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보여주기식
엄중 경고

아울러 “음주운전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강정호 선수의 세 번째 음주운전은 2016년이었고 삼진아웃 규정이 생긴 시점은 2018년이었다. 2016년 당시(강정호는) KBO리그 소속이 아닌 메이저리그 소속이었기 때문에 삼진아웃 제도를 적용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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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