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열 2위' 차기 서울경찰청장 쟁탈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05 16:30:10
  • 호수 1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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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운의 사나이들…굵직굵직 4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차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가운데 이달 서울경찰청장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을 잇는 새로운 적임자는 누구일까.

경찰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서울경찰청장이 이달 안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이달 들어 재임 기간이 1년에 가까워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경찰청장이 1년 이상 머무른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 수장
후보 보니…

서울경찰청은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음주폭행 사건을 지휘하거나 직접 수사하고 있는 등 주요 사건에 관여하는 일이 많아 관심도가 높다. 현재 치안정감은 모두 7명인데, 이중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가 보장돼있다.

결국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이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최고위직 인사가 늦어도 이달 안에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경찰청장 인사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서열 2위 계급 치안정감의 보직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이달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에 따른 내부 혼선을 최소화하고자 예년보다 고위직 인사를 보름에서 한 달 이상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경찰청장이나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국토해양부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경찰청장 계급인 치안총감 바로 밑에 있는 치안정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총 7명이다. 이중 국수본부장은 임기 2년이 보장돼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장은 1년 안팎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게 최근 추세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장 청장도 재임 기간 이 11개월이 됐다. 장 청장의 뒤를 이을 차기 서울경찰청장으로 송민헌 경찰청 차장,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송정애 대전경찰청장, 최관호 기획조정관 등 4명이 거론된다. 유력후보들의 이력을 살펴봤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 = 경북 칠곡 출신으로 영남고등학교를 졸업한 송 차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학석사, 숭실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1999년 경청 특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재임기간 통상 1년…이달 결정 전망
주요 사건 수사 관여 수장들 하마평 

이후 칠곡경찰서장, 주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주재관, 대구 경찰청 2부장을 지냈다. 2016년 대통령 치안비서관실에 파견근무한 송 차장은 2018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거쳐 2019년 7월부터 대구지방 경찰청으로 근무했다. 

특히 그는 기획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청장으로 일하는 동안 자치단체와 협조해 코로나19 확산 예방 현장 대응을 훌륭하게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또 업무 추진력이 강하고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면서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 경남 창녕 출신인 김 청장은 1986년 경위로 임용된 후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과 프랑스 주재관 파견, 경찰청 외사국장, 제주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해, 당시 비서실장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무특보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8월 제주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지 5개월도 되지 않아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동했다. 올해 경기남부경찰청이 관할 지역 수사 원칙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하면서 김 청장의 리더십 역시 관심을 끌었다.

‘정보·외사통’인 그는 업무 추진력이 좋고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무적 감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김 청장은 일처리도 꼼꼼하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경찰 내부에서 인기가 많다. 평소 책을 읽는 취미가 있는 그는 경찰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해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력?
리더십?

▲송정애 대전경찰청장 = 말단 순경에서 시작해 경찰 서열 3위 계급인 치안감에 오른 송 청장. 지난해 8월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국장급)으로 내정된 송 청장은 당시 경찰청 역대 3번째 여성 국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송 청장은 충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과 충남 당진경찰서장, 대전 대덕경찰서장, 대전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지냈다. 

고향은 전북 정읍이지만, 1981년 순경 공채로 당시 대전에 위치한 충남지방경찰청에서 경찰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지난해 치안감 승진 후 반년가량을 제외하면 모두 대전·충남에서 보냈다. 2011년 말 대전·충남 최초 여성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후 당진경찰서장, 대전 대덕경찰서장, 대전지방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거쳐 2018년 ‘경찰의 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역시 대전·충남 최초 여성 경무관 승진이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선 지역 출신 최초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을 맡았다.

순경으로 시작해 현장 경험부터 다양한 자리를 거친 송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도 섬세하고도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 처리능력이 깔끔하고 탁월해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능력과 리더십을 겸비해 ‘유리 천장을 뚫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고위공직자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문재인정부 들어 경무관에 이어 치안감에 오른 그는 치안정감의 주요 보직인 서울경찰청장 자리에 앉을지 주목된다.

▲최관호 기획조정관 = 최 기획관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동국대 졸업 후 1991년 제39기 경찰간부후보생으로 경위에 임용됐다. 광주청 경비교통과장, 전남 무안서장, 서울서초경찰서장 등을 거쳤으며 2015년에 경무관으로 승진, 광주청 제1부장과 전북청 제2부장,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을 지냈다.

자치경찰 시행 
내부혼선 최소


2018년 치안감 승진 뒤에는 전남청장,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광주청장을 거치고 현재 최선임 치안감 중 하나인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역임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모두 경찰대·PK(부산·경남) 출신이라 간부후보·호남 출신인 최 기획조정관이 지역 안배 차원에서 승진 후 서울청장에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8일 경찰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치안정감 승진자는 최 기획관을 비롯해 이규문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이철구 충남경찰청장, 진교훈 전북경찰청장 등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이다.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면 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등 모두 6개 자리가 있다.

통상 치안정감 인사는 승진과 전보 인사가 동시에 단행된다. 이번에는 승진 인사가 먼저 이뤄지고 전보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에 따라 다음 달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시도 경찰청장의 경우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해야 하는데, 현재 경기남부와 경기북부의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이 이달 초 완료될 예정이다.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이들도 차기 서울경찰청장으로 깜짝 발탁될 수 있다. 이규문 차장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경찰대 4기를 졸업하고 경위로 입직했다. 대구청 경비교통과장, 서울청 광역수사대장,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형사과장을 지냈으며 경무관 승진 후 대구성서경찰서장과 경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거쳤다.

수사 뿐 아니라 다재다능 필요
예산 확보·운용 능력 등 필수

2019년 치안감 승진 뒤에는 경찰청 수사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진교훈 청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찰대 5기를 졸업한 뒤 경위로 임용돼 정읍서장,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양천서장,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장을 거쳐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전북청 제1부장,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청 정보관리부장을 지내고 치안감 승진 뒤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거쳤다.

이철구 청장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경찰대 4기를 졸업하고 경위로 임관한 뒤 총경 승진 후 서울청 4기동대장, 경기 광명서장,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 서울청 수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경무관으로 승진하고 나선 전남청 제2부장,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거치고 치안감 승진 뒤에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대구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경비국장 등을 지냈다.

이 청장은 2018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지난해 8월 32대 충남청장에 취임했다. 앞서 충남경찰청 내부에서도 이 청장이 전국 최초로 자치경찰위원회 시범운영을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치안정감 승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나 직원 운용 능력 등 기획·관리력이 서울경찰청장의 주요 조건이라 할 수 있다”며 “수사 전문성 못지 않게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의외의 인물
발탁 가능성도

서울 경찰청장의 인사는 예전부터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존재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고위직 승진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되는 ‘깜짝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 혹은 장 청장이 유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목포 문태고등학교, 경찰대학 법학과(5기)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3월부터 조직생활을 시작해 경찰청 수사과장·정보4과장을 거쳤다.

2011년에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경찰청장 보좌관, 서울 성동경찰서장,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장, 전북경찰청 1부장,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 경찰청 정보국장, 광주경찰청장, 본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장 청장은 정보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온화하며 강단 있는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국정 철학 이해도도 높으며, 수사권 구조 조정과 경찰 개혁 등 추진 과정에서도 역량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보다 2억396만8000원(13.4%) 증가한 16억6166만4000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20년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장 청장은 ▲건물 12억5600만원 ▲예금 6억1945만7000원 ▲자동차 1511만원 ▲증권 143만6000원 ▲채무 2억7033만9000원 ▲채권 4000만원을 신고했다.

재산목록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배우자 명의로 신고된 서울 송파구 문정2동 내 있는 한 아파트다.

현재 가치는 11억4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억3041만원 올랐다.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에 따라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장 청장과 가족 명의로 예치된 예금은 6억1945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1752만6000원 늘었다.

이 중 장 청장의 예금은 3억5259만5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6253만5000원 늘었고, 배우자의 예금은 9554만6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813만9000원 늘었다.

장 청장의 봉급과 배우자의 약국 수입금으로 매월 저축 및 가족 보험금 납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차량은 배우자 명의로 2003년식 SM5와 2016년식 그랜저 두 대를 보유 중이다.

채무는 3834만원 늘었다. 장 청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인 채무가 없었으나 1년새 765만4000원 늘었고, 배우자는 지난해 2억3199만9000원에서 2억6268만5000원으로 3068만6000원 늘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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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