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열 2위' 차기 서울경찰청장 쟁탈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05 16:30:10
  • 호수 1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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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운의 사나이들…굵직굵직 4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차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가운데 이달 서울경찰청장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을 잇는 새로운 적임자는 누구일까.

경찰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서울경찰청장이 이달 안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이달 들어 재임 기간이 1년에 가까워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경찰청장이 1년 이상 머무른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 수장
후보 보니…

서울경찰청은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음주폭행 사건을 지휘하거나 직접 수사하고 있는 등 주요 사건에 관여하는 일이 많아 관심도가 높다. 현재 치안정감은 모두 7명인데, 이중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가 보장돼있다.

결국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이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최고위직 인사가 늦어도 이달 안에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경찰청장 인사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서열 2위 계급 치안정감의 보직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이달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에 따른 내부 혼선을 최소화하고자 예년보다 고위직 인사를 보름에서 한 달 이상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경찰청장이나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국토해양부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경찰청장 계급인 치안총감 바로 밑에 있는 치안정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총 7명이다. 이중 국수본부장은 임기 2년이 보장돼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장은 1년 안팎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게 최근 추세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장 청장도 재임 기간 이 11개월이 됐다. 장 청장의 뒤를 이을 차기 서울경찰청장으로 송민헌 경찰청 차장,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송정애 대전경찰청장, 최관호 기획조정관 등 4명이 거론된다. 유력후보들의 이력을 살펴봤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 = 경북 칠곡 출신으로 영남고등학교를 졸업한 송 차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학석사, 숭실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1999년 경청 특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재임기간 통상 1년…이달 결정 전망
주요 사건 수사 관여 수장들 하마평 

이후 칠곡경찰서장, 주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주재관, 대구 경찰청 2부장을 지냈다. 2016년 대통령 치안비서관실에 파견근무한 송 차장은 2018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거쳐 2019년 7월부터 대구지방 경찰청으로 근무했다. 

특히 그는 기획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청장으로 일하는 동안 자치단체와 협조해 코로나19 확산 예방 현장 대응을 훌륭하게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또 업무 추진력이 강하고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면서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 경남 창녕 출신인 김 청장은 1986년 경위로 임용된 후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과 프랑스 주재관 파견, 경찰청 외사국장, 제주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해, 당시 비서실장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무특보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8월 제주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지 5개월도 되지 않아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동했다. 올해 경기남부경찰청이 관할 지역 수사 원칙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하면서 김 청장의 리더십 역시 관심을 끌었다.

‘정보·외사통’인 그는 업무 추진력이 좋고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무적 감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김 청장은 일처리도 꼼꼼하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경찰 내부에서 인기가 많다. 평소 책을 읽는 취미가 있는 그는 경찰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해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력?
리더십?

▲송정애 대전경찰청장 = 말단 순경에서 시작해 경찰 서열 3위 계급인 치안감에 오른 송 청장. 지난해 8월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국장급)으로 내정된 송 청장은 당시 경찰청 역대 3번째 여성 국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송 청장은 충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과 충남 당진경찰서장, 대전 대덕경찰서장, 대전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지냈다. 

고향은 전북 정읍이지만, 1981년 순경 공채로 당시 대전에 위치한 충남지방경찰청에서 경찰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지난해 치안감 승진 후 반년가량을 제외하면 모두 대전·충남에서 보냈다. 2011년 말 대전·충남 최초 여성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후 당진경찰서장, 대전 대덕경찰서장, 대전지방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거쳐 2018년 ‘경찰의 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역시 대전·충남 최초 여성 경무관 승진이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선 지역 출신 최초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을 맡았다.

순경으로 시작해 현장 경험부터 다양한 자리를 거친 송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도 섬세하고도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 처리능력이 깔끔하고 탁월해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능력과 리더십을 겸비해 ‘유리 천장을 뚫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고위공직자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문재인정부 들어 경무관에 이어 치안감에 오른 그는 치안정감의 주요 보직인 서울경찰청장 자리에 앉을지 주목된다.

▲최관호 기획조정관 = 최 기획관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동국대 졸업 후 1991년 제39기 경찰간부후보생으로 경위에 임용됐다. 광주청 경비교통과장, 전남 무안서장, 서울서초경찰서장 등을 거쳤으며 2015년에 경무관으로 승진, 광주청 제1부장과 전북청 제2부장,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을 지냈다.

자치경찰 시행 
내부혼선 최소


2018년 치안감 승진 뒤에는 전남청장,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광주청장을 거치고 현재 최선임 치안감 중 하나인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역임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모두 경찰대·PK(부산·경남) 출신이라 간부후보·호남 출신인 최 기획조정관이 지역 안배 차원에서 승진 후 서울청장에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8일 경찰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치안정감 승진자는 최 기획관을 비롯해 이규문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이철구 충남경찰청장, 진교훈 전북경찰청장 등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이다.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면 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등 모두 6개 자리가 있다.

통상 치안정감 인사는 승진과 전보 인사가 동시에 단행된다. 이번에는 승진 인사가 먼저 이뤄지고 전보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에 따라 다음 달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시도 경찰청장의 경우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해야 하는데, 현재 경기남부와 경기북부의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이 이달 초 완료될 예정이다.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이들도 차기 서울경찰청장으로 깜짝 발탁될 수 있다. 이규문 차장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경찰대 4기를 졸업하고 경위로 입직했다. 대구청 경비교통과장, 서울청 광역수사대장,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형사과장을 지냈으며 경무관 승진 후 대구성서경찰서장과 경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거쳤다.

수사 뿐 아니라 다재다능 필요
예산 확보·운용 능력 등 필수

2019년 치안감 승진 뒤에는 경찰청 수사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진교훈 청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찰대 5기를 졸업한 뒤 경위로 임용돼 정읍서장,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양천서장,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장을 거쳐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전북청 제1부장,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청 정보관리부장을 지내고 치안감 승진 뒤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거쳤다.

이철구 청장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경찰대 4기를 졸업하고 경위로 임관한 뒤 총경 승진 후 서울청 4기동대장, 경기 광명서장,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 서울청 수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경무관으로 승진하고 나선 전남청 제2부장,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거치고 치안감 승진 뒤에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대구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경비국장 등을 지냈다.

이 청장은 2018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지난해 8월 32대 충남청장에 취임했다. 앞서 충남경찰청 내부에서도 이 청장이 전국 최초로 자치경찰위원회 시범운영을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치안정감 승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나 직원 운용 능력 등 기획·관리력이 서울경찰청장의 주요 조건이라 할 수 있다”며 “수사 전문성 못지 않게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의외의 인물
발탁 가능성도

서울 경찰청장의 인사는 예전부터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존재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고위직 승진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되는 ‘깜짝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 혹은 장 청장이 유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목포 문태고등학교, 경찰대학 법학과(5기)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3월부터 조직생활을 시작해 경찰청 수사과장·정보4과장을 거쳤다.

2011년에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경찰청장 보좌관, 서울 성동경찰서장,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장, 전북경찰청 1부장,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 경찰청 정보국장, 광주경찰청장, 본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장 청장은 정보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온화하며 강단 있는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국정 철학 이해도도 높으며, 수사권 구조 조정과 경찰 개혁 등 추진 과정에서도 역량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보다 2억396만8000원(13.4%) 증가한 16억6166만4000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20년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장 청장은 ▲건물 12억5600만원 ▲예금 6억1945만7000원 ▲자동차 1511만원 ▲증권 143만6000원 ▲채무 2억7033만9000원 ▲채권 4000만원을 신고했다.

재산목록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배우자 명의로 신고된 서울 송파구 문정2동 내 있는 한 아파트다.

현재 가치는 11억4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억3041만원 올랐다.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에 따라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장 청장과 가족 명의로 예치된 예금은 6억1945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1752만6000원 늘었다.

이 중 장 청장의 예금은 3억5259만5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6253만5000원 늘었고, 배우자의 예금은 9554만6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813만9000원 늘었다.

장 청장의 봉급과 배우자의 약국 수입금으로 매월 저축 및 가족 보험금 납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차량은 배우자 명의로 2003년식 SM5와 2016년식 그랜저 두 대를 보유 중이다.

채무는 3834만원 늘었다. 장 청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인 채무가 없었으나 1년새 765만4000원 늘었고, 배우자는 지난해 2억3199만9000원에서 2억6268만5000원으로 3068만6000원 늘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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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