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무신사 논란의 흑역사

몸집만 컸지 여전히 철부지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이용자 수 84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의 수장 조만호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최근 벌어진 젠더 문제와 쿠폰 차별 지급 논란을 책임지겠다는 이유에서다. 조 대표 사퇴 이후에도 무신사는 과거 논란들이 함께 주목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신사는 과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무신사는 지난 2009년 온라인 샵을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선보이며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의도 없었다?
쏟아진 비난

사업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세다. 2013년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조원을 달성했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업계서 국내 최초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 기업)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여성회원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남녀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을 대처한 방식이었다. 한 고객이 게시판에 댓글로 쿠폰 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리자 무신사 측에서는 해당 회원에게 60일 서비스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해당 문제가 이슈화되자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무신사 측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고 게시판도 불매하겠다는 글들로 도배됐다. 

결국 조만호 대표가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 여성고객들의 구매 확대를 위함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전체 고객에게 동일한 쿠폰을 발행하기로 약속했다. 커뮤니티 이용자 정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조 대표는 배려 없이 무신사가 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업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남녀 차별 논란이 발생한 뒤 현대카드와 협업한 물물교환 프로젝트 포스터도 논란이 됐다. 카드를 잡고 있는 손 모양이 메갈리아(이하 메갈)의 모양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포스터는 여러 개 레퍼런스 중 하나고, 비하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일부 여론에선 무신사가 논란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데다 부주의로 인해 해명보다는 사과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오리온과 진행했던 협업도 함께 문제로 떠올랐다. 기존 초코송이 과자 케이스에 그려진 캐릭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화이트 초코송이 과자에 그려진 캐릭터에는 메갈이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것과 비슷한 손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서 논란이 일었다.

화이트 초코송이 캐릭터가 해당 손 모양을 한 것은 무신사와의 협업 제품이 유일하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잇단 물의로 여론의 뭇매

의도한 바가 없다고 해도 단순 실수로 생각하기엔 무신사의 패션업계 파급력을 따져본다면 절대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조 대표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이메일을 전 사원에게 전송한 뒤 20년간 일군 무신사 대표직을 스스로 내려놨다. 사퇴 당시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는 내려놓고 신생 브랜드 발굴과 해외진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생한 논란들은 모두 무신사 성장의 기반이 된 남성 고객층을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조 대표의 사퇴를 통해 이번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자 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사퇴 전 조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의장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전히 조 대표의 기업 의사 결정에 대한 영향력은 남아 있어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적 시선도 나왔다. 

조 대표가 대표직에 있을 때도 무신사는 표절 의혹으로 한때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지난해 출시한 무신사 한정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인 솔드아웃이 그 대상이다. 

퓨처웍스의 한정판 정보 커뮤니티 앱인 쏠닷과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앱의 활용도 면에서 보면 차이점은 있다. 

쏠닷은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고, 솔드아웃은 마켓까지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앱의 구성 형태다. 

퓨처웍스 측은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비롯해 디자인과 구성면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무신사 측은 표절에 대해 이미 2001년에 도메인 등록이 돼있었고 앱을 기획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표절 의혹
갑질 시비

그러자 퓨처웍스는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출시하기 전 쏠닷 측과 1년간 면담을 진행하며 각종 정보를 제공받았고, 무신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 함께 한정판 재판매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무신사 측은 소송에 대해 퓨처웍스 측에서 서비스 도용 여부, 아이디어 제공 여부 등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현재 퓨처웍스와 무신사는 앱의 표절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최근 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무신사의 영향력이 퓨쳐웍스보다 막강한 만큼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1위’의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는 무신사는 갑질 논란도 겪었다. 일부 브랜드에 특정 경쟁사에 입점할 경우 거래를 끊겠다고 통보한 점이 문제가 됐다.

갑질 논란이 문제되자 무신사 측은 “비브랜드를 주로 유통하는 플랫폼에 동시 입점한 일부 브랜드로 인해 소비자의 의문이 발생한 점과 비브랜드 상품 중심의 입점 여부를 브랜드와 비브랜드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입점 브랜드의 가치 보호를 위한 노력”이라고 부연했다.

패션 플랫폼 초창기엔 각 패션 플랫폼들이 추구하는 분야가 서로 다른 부분이 존재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종합 패션 서비스의 규모가 겹치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무신사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경쟁 플랫폼에서 상위 매출을 올린 브랜드를 선택해 무신사 플랫폼에 독점 공급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신사의 조치가 규모가 작은 패션 플랫폼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와
다른 행보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의류 플랫폼 특성상 브랜드 독점력이 곧 경쟁력이란 점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무신사의 독점을 위해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점으로 풀이된다. 

무신사가 처음부터 각종 논란에 대해 현재와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다. 과거 무신사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광고한 양말과 관련된 홍보문구가 문제된 적 있다.

문제의 광고는 양말이 빠르게 마른다며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랐다’는 내용의 카드뉴스 형식의 광고였다. 해당 광고는 네티즌 사이에서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며 논란이 일었고 고인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무신사는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무신사는 즉각 광고를 삭제했고 3일 동안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성의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무신사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사무국에 사과했고, 조 대표와 임원진이 기념사업회의 사무국장 등과 만남을 가졌다. 기념사업회 측도 무신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방문 이후 자체적으로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을 상대로 강의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고, 컨텐츠 검수자도 영입했다. 콘텐츠를 담당했던 해당 직원은 정직과 감봉, 직무 변경이라는 조치를 취했다. 

해당 논란이 잠잠해진 뒤에도 무신사 측은 진행 상황을 알린 뒤 한 번 더 사과했다. 여론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기업의 진정성 있는 대처와 사과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를 두고 무신사가 업계에 끼치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알고,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책임지려는 노력을 한 점과 개인의 잘못이 아닌 회사가 책임지려 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표직 사퇴 의장직은 수행
규모 커졌는데 속은 그대로?

칼하트 브랜드 제품의 가품 논란이 있었을 때도 무신사는 정품과 가품을 가리지 않고 환불처리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의심을 불식시킨 바 있다. 현재 대표 사퇴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무신사의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이유는 과거의 대처 방식과는 차이점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무신사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으며 홍대입구역의 오프라인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 9일 시행된 라이브 방송에서도 무신사는 60분 만에 3억원어치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아직까지 무신사가 업계 1위로써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무신사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동종 업계인 스타일쉐어와 29cm를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또 조 대표의 사퇴 발표 하루 만에 강정구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력본부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된 점에서 기업운영의 전문화를 공고히 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상장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고 대표의 사임으로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대표의 사임을 ‘준비된 사임’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업계서 그에 대한 평가는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구조를 온라인 중심으로 바꾼 인물로써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대한 기여가 크다고 인정받고 있다. 동시에 1인 브랜드 성공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다만 추후 논란이 발생했을 때 과거처럼 시원하지 않은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공정’에 민감한 젊은 층들이 결국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돈 벌고
변했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규모가 커진 만큼 논란에서 더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선 무신사가 기업적인 책임을 다하려면 규모에 맞는 규율과 규정을 정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일관성을 가지고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는 지금…‘손가락 모양’ 비상

GS25부터 시작된 손가락 모양 논란은 현재도 큰 이슈다. 조윤성 사장이 직접 사과했지만 불매운동은 멈추지 않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BBQ를 비롯해 무신사, 오비맥주, 다이소 등 손가락 모양의 논란이 연이어 불거졌다. 기업들은 남성 혐오 기업으로 낙인 찍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거 올렸던 사진이나 홍보물들도 조명돼 기업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업들은 문제가 될만한 홍보물과 게시물들을 점검하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손가락 이슈로 논란된 기업들은 공식 사과문을 올리거나 대표가 직접 사과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과문이나 해명 글을 올려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가락 이슈로 비난을 받거나 문제가 되는 기업들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거나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된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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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