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떠나는 신인 작가들의 속사정

“힘겨운 영화판, 미련 없이 떠난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의 태초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시나리오의 바탕에서 좋은 영화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공감 가는 캐릭터와 현실성 있는 사건, 가슴에 와닿는 대사,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은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미덕이 분명한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 있는 작가가 많을수록 이야기 업계가 성장하며, 따라서 새로운 스타 발굴이 필수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는 좋은 작가가 유입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화판에 좋은 신인 작가가 없어요.”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이다. 영화 <쉬리> 이후 한국 영화계가 몸집을 불릴 때부터 ‘좋은 작가가 없다’는 말은 늘 있었지만, 최근에는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를 찾는 게 정말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는 대중 예술 콘텐츠 중 가장 명예로운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인들이 시를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로 칭하는 것처럼, 2시간 사이에 이야기를 전달해서다. 또 하나는 관객이 직접 돈을 내고 영화관까지 찾는 수고를 감당하는 콘텐츠라는 것도 가점 요소다.

그 관객의 수가 때로는 1000만명이 넘어갈 때는 매우 큰 수익과 함께 한국 영화사에 남을 명예를 얻는다. 

“열 개 시나리오 중 개봉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시나리오가 아홉 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박성이 짙은 산업이지만, 그만큼 과실이 달고 크기 때문에 영화에 도전한 창작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에 대한 메리트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유튜브와 웹드라마 등 뉴미디어가 활성화될 뿐 아니라 집에서 얼마든지 높은 수준의 작품을 시청할 수 있는 OTT가 대중화되면서 비교적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영화관까지 찾아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영화는 올드미디어로 전락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부터 한국 영화계는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52시간 근로제 적용에 예외 산업이었던 영화 산업이 제외됨에 따라 한국 영화계는 막대한 제작비 상승을 겪으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0년도판 한국영화연감’(이하 연감)에 따르면 2019년 3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는 총 45편으로, 이 영화에 투입된 총제작비는 약 4559억원이다. 이는 2016년 기준 2956억원(33편)보다 무려 1600억원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2017년에는 3618억원, 2018년에는 4101억원으로,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 매출 규모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2016년 총매출은 4530억원, 2017년에는 4947억원, 2018년에는 4584억원이다. 일반적으로 4500억원을 전후한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은 약 5664억원의 총 매출을 기록했다. 이전보다 갑작스럽게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등 1000만을 넘겼거나 육박한 영화가 세 편이나 된 덕분이다. 

2019년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남겼지만, 실제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8편에 해당한다. 이는 27편의 영화는 손실을 봤다는 것을 말한다. 


100억 넣으면 8억 손해 보는 산업
웹소설·드라마로 떠나는 작가들

연감에 따르면 매출액 1위 영화인 <극한직업>을 제외하면, 44편 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8.1%까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100억원을 투입하면 약 8억원의 손해를 보는 산업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영화 자체에서 얻어지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집필료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영화는 정산이 매우 늦는 산업이다. 작가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일반적으로 신인 작가의 경우 한 작품에 약 2000만원가량의 계약금을 받고 2년에서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한다. 온 힘을 다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캐스팅에 실패하거나 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에 돌입하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혹여 시나리오가 영화화돼 흥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수익의 약 1%의 수익만 얻는다. 대부분 개봉 후 정산을 마친 다음에 수익금을 얻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개최한 업계현안인식포럼에서 작가조합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크레딧을 보유하지 못한 작가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시나리오 계약을 체결하고 집필한 7건의 집필료 실수령액 평균은 1143만원이다.

영화 시나리오에만 매진하면 연봉 500만원에 그칠 수 있다.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는 “배우나 감독이 수억원의 출연료와 연출료를 받는 것에 비해 작가의 노력은 너무 터무니없이 책정되고 있다”며 “2년 동안 1000만원가량의 집필료를 받는 현실이다 보니 생활고에 지치는 시나리오 작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제작자가 악의적이어서는 아니다. 영화계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구조를 띠고 있어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영화는 R&D(연구·개발, Reaserch&Develop)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 개봉까지 가기 너무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 

빚을 내서 시나리오를 개발하다 수십억원가량의 빚더미에 오른 제작자들도 수도 없이 많다. 

아울러 제작비 상승으로 리스크가 더욱 커지면서 경제적 책임이 커진 투자사는 이미 능력을 증명한 기성 감독과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려 한다. 이미 티켓 파워를 증명한 배우가 아니면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빚더미에
놓인 현실


영화계는 사실상 배우나 작가, 감독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 영화 배급사의 본부장은 “2016년만 하더라도 30억원 제작비로 작가주의 색채가 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50억원이 넘게 든다. 그럼 200만 관객을 넘겨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작가주의 색감이 강한 영화로 200만 관객을 동원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특별한 열망이 있지 않은 신인 작가들은 영화가 아닌 다른 채널을 찾는 게 요즘 현실이다. 특히 10~20대를 겨냥한 포털사이트 웹소설에 많은 신예 작가가 투입되고 있다. 비록 집필의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이 힘들기는 하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감독보다 더 작가를 대우해준다.

흥행에 따른 수익도 드라마가 훨씬 좋은 편이다. 

김병인 대표는 “요즘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만나서 물어보면, 다 웹소설을 쓴다고 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했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매월 정산이 되기 때문이다. 웹소설도 대박을 터뜨리면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다”며 “대부분 작가들도 영화보다도 드라마를 선호한다. 그만큼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역시 작가들이 드라마에 유입되면서 드라마 시장이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크레딧 여부다.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적폐 중 하나가 감독들이 작가의 크레딧을 뺏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영화 <마이웨이>의 원작을 쓴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도 강제규 감독과 크레딧 문제로 큰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내가 작가조합 대표를 맡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서는 정의를 운운하면서 뒤에서는 부조리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영화감독들이 너무 많다. 이미 부와 명예를 얻은 자들이 가진 것 없는 작가들의 작은 결실마저 뺏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수많은 작가들이 감독으로부터 크레딧을 뺏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감독과 제작자들마저 크레딧을 악용한 사례가 정말 많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데뷔 영화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A 감독은 신인 작가의 원고를 뺏어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를 뺏긴 작가는 비토하는 심정으로 영화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은 5고까지 쓴 작가진의 크레딧을 뺏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요구에 분개한 작가 B는 소송을 준비했으나, 그 과정에서 꼬리를 내린 제작자와 감독으로 인해 별 무리 없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제작자의
흔한 갑질

익명을 요구한 작가 B는 “당시 그 영화의 감독이 제작자에게 크레딧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되면 작가료와 감독료를 동시에 받을 뿐 아니라, 모든 명예와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그 감독과 재계약하고 싶었던 제작자가 내게 악의적인 요구를 했다. 영화계에서는 흔한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명작을 다수 남긴 유명 작가 C는 감독 D와 지겨운 신경전을 벌였다고 토로했다. C에 따르면 D는 영화 개봉까지 원작자인 C와 단 한 번도 회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후 촬영이 끝나고 편집 과정에서 D 감독은 C 작가 몰래 각본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앞에 두려고 했다.

개봉을 앞두고 C 작가가 편집 스태프에 확인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C 작가는 “각본 크레딧에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시나리오에 누가 더 많이 기여했냐는 의미다. D 감독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나온 뒤 대사만 고쳤다. 그럼에도 편집 때 몰래 그의 이름을 앞에 넣으려 한 것”이라며 “내가 그야말로 노발대발을 해서 원래대로 고쳤는데, 개봉 전에 또 바꾸려고 하다가 또 걸렸다. 다시는 그 사람과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작가 조합에서 취합한 사례 87건 중 40%의 작가가 개봉한 영화의 크레딧을 불인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본에 해당하는 원고를 쓰고도 각색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거나, 각본 크레딧에서도 순서가 후 순위로 밀리는 것이 그 예다. 

김 대표는 “굉장히 많은 작가가 크레딧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대다수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문제제기조차 안 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한 사람이 각본에 이름을 올리고, 대사를 바꾸거나 몇 가지 상황을 고친 사람은 각색에 이름을 올리는 게 불문율이다. 작가 조합의 주장에 제작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은 시나리오에 대한 기여도의 해석이 각기 다른 상황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나리오가 고쳐지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나 대사에 대한 해석이 작가나 감독, 제작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크레딧을 두고 다툼이 벌어진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과거에는 감독이 작가의 크레딧을 뺏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이를 악용한 제작자도 많았다. 지금도 모두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표준계약서가 나온 이후에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 크레딧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감독이 직접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나홍진, 이준익, 류승완, 한재림, 윤종빈, 이병헌 감독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도맡는다. 직접 각본을 쓰지 않더라도 파트너 작가를 두고 기획단계부터 함께 시나리오를 개발한다. 

“2년에 1100만원 번 경우도 있어”
“신인에 부와 명예, 기회가 없다” 

신인급 감독들 역시 직접 시나리오를 써야만 데뷔할 기회가 생긴다. 작가와 연출의 기능을 구분하지 않는 점이 한국 영화계의 특수성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의 크레딧을 살펴보면 감독이 시나리오 크레딧을 겸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한국은 크레딧상 감독이 시나리오 크레딧을 갖는 경우가 70~80%에 달한다. 연출의 기술과 작법의 기술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두 영역을 모두 섭렵한 감독도 자연스레 있는 것이지만, 과연 한국의 감독들만 유독 80%나 되는 감독이 그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업 영화의 경우 화자가 아닌 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돼야 한다. 그렇다면 기획개발단계에서 제작자, 작가, 감독 간 치열한 논쟁을 통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작가의 포지션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구조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OTT로 대변되는 온라인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똑똑한 전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년에 제작되는 한국 영화가 약 40편이라고 하면 절반 이상의 작품이 유명 작가나, 직접 시나리오를 쓴 기성 감독의 것이다. 한 감독당 약 3년에 한 번씩 작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120편 중 약 40편 이내의 작품만이 신인 작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이마저도 신인 감독과 경쟁을 해야하는 수준이다.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다. 

신인의 이름으로 부와 명예를 얻기에 너무 높은 장벽이 된 영화계는 신인 작가가 메마른 상황에 이르렀다. 신인 작가가 부나 명예를 노력에 비해 얻기 힘든 영화계에 굳이 노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영화계가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작과 유통 등 모든 부분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영화계가 다시 성장을 도모하려면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가 발굴돼야 하는데, 현시점에서는 위기에 대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신인 작가가 많다는 것은 스포츠 선수로 치면 기초체력이 좋다는 얘기다. 체력이 좋아야 기술도 좋아지는 법인데, 한국 영화계는 기초체력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다”며 “OTT의 힘이 세지는 악조건 속에서 한국 영화계의 미래는 너무 어두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허약해진
기초체력

한 영화 감독 역시 “실제로 영화를 두고 감독의 예술로 칭하다 보니, 작가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이야기를 쓰는 좋은 작가가 적어지면서 한국 영화계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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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 차준영 회장과 다툼 중인 1조원대 공사비 정산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2월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보도에서 소송전의 내막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차 회장은 “허위 보도”라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항소심 재판을 최초로 언급한 <이데일리> 보도와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통일동산 공사비 소송의 규모와 구조 자체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차준영 시티원 회장은 통일동산 사업의 손실 구조를 발생시키고 떠난 뒤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으로 변신했다. 넥스플랜은 한 채에 200억~40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사다. 18년째 흉물 방치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2월5일 선고한 항소심에서 DL이앤씨가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시티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인용액 약 5184억원을 유지하면서 추가 청구액 약 45억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금 기준 약 5229억원 규모의 채권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판결문에는 기성 공사 대금, 연대보증에 대한 구상금, 대여금 채권이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돼있다. 일부 채권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7%의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지연손해금까지 합산할 경우, 시티원과 차 회장의 최종 부담액이 총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채권의 이자 기산일이 2009~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지연손해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지급 총액은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L이앤씨는 시티원과 공사비 4125억원, 공사 기간 28개월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파주 통일동산 관광숙박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관광숙박시설(1265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06년 12월 시티원과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1월 착공에 나섰다.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률이 9%(118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들은 잇따라 해약에 나섰고 시티원은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결국 공정률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 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 등 총 573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와 공사비 소송 패소 최종 부담액 1조500억원 추산 차 회장은 도급계약상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 내 공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가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의 5%)과 미래 분양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 등 총 532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반소했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 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해 공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이에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 회장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DL이앤씨에게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책임 준공 의무가 있다”고 맞선 것이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와 연대보증에 따른 대위 변제금, 대여금 등을 합산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티원 및 차 회장 측은 책임 준공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단해 반소를 기각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차 회장 통장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한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 회장은 통장 등이 압류되자, 친형인 차대영 명의 계좌를 빌려 에테르노 압구정의 분양 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금이 넥스플랜으로 이체된 사실도 거래 내역서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차 회장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드맵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차 회장)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5184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좌 압류나 자금 유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에는 거액의 채권 인용 사실이 명시돼있고, 차 회장이 사건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한 구조가 확인된다. 상상 초월 손배 액수 <일요시사>는 앞선 보도에서 통일동산 사업 1심 판결 규모와 함께, 차 회장의 또 다른 사업지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제기된 자금 흐름의 수상한 점을 다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시티원과 차 회장의 현재 회사인 넥스플랜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티원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6289억원으로 자산(약 1359억원)을 약 4930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4930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무한 채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비용만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업과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L이앤씨 측이 채권 보전을 위해 압류 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어떤 자산이 대상이 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차 회장이 현재 운영 중인 넥스플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넥스플랜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5432억원으로 자산(약 5244억원)을 약 188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188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당기순손실은 약 214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분양·용역 합산 약 669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전년(약 131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약 399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약 261억원에 이르러 영업손실 약 111억원을 포함한 세전 손실 약 214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넥스플랜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이 분양받은 강남 초고가 하이엔드 주거 단지 ‘에테르노 청담’을 완판한 데 이어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9세대 규모의 ‘에테르노 압구정(총분양 예정가액 6860억원)’을 개발 중인 시행사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시티원과 관련 계열사의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테르노 분양 자금이 신탁 구조 안에서 적정하게 관리됐는지도 쟁점이다. 부실한 재무 판관비만 ↑ 통일동산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임진각, 출판단지와 인접한 관광 요지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성된 통일동산 지구의 핵심 숙박시설로 기대를 모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관광특구의 경쟁력 약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 지정,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 추진 등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티원 측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DL이앤씨와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인해 흉물로 남겨졌다. 현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특혜 논란 우려도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한 상태로, 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시티원의 재무 여력이 취약해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흉물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유로를 따라 오두산통일전망대, 임진각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앙상한 공사 현장이 도드라지는 등 통일동산 미관을 해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채무 정리 이후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관광숙박시설 원안 복원, 주거·복합개발 전환, 공공 주도 방식이나 자력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지만 결국 사업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파주시 의원은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후 장기간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치되니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시커멓게 변해 점점 더 흉물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차가원-MC몽 불륜설 제보 배우 데리고 카지노 동행 탄현면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중단된 콘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며 “공사 중단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저해, 덩달은 주변 지역 쇠퇴화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과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지만 시티원 측은 항소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티원(회장 차준영)은 2월24일 DL이앤씨가 낸 파주 통일동산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차 회장은 영화배우 김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 회장이 워커힐 카지노 VVIP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냐는 것이다. 차 회장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 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 회장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또 자신의 친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눠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재차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 회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차 회장이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압구정 모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접대했다”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이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 톡 대화에서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VVIP라 가능? 간 큰 회장님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