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죽는다' 사람 잡는 신상털기의 덫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25 11:28:59
  • 호수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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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검색만 하면 좌르륵∼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낙인을 찍어서는 곤란하다. 범죄자에게 주홍글씨가 새겨지면 평생의 꼬리표가 달린다. 현대판 주홍글씨는 신상 공개다.

이슈가 된 범죄 사건이 일단락되면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게 있다. 피의자 신상 공개다. 잔인한 범죄로 사회불안을 야기시키는 피의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신상 공개가 만사형통은 아니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피의자의 주변인들에게 피해가 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2차 피해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피의자에 대한 신상이 모두 공개되는 건 아니다. 지난달 17일 초등학생 조카를 마구 때린 뒤 욕조 물에 머리를 집어넣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경찰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때 경찰은 피해자인 조카의 오빠 등 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모 부부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부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부부의 친자녀와 숨진 조카의 오빠 등 신원도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심의위원회의 의견이었다. 잔인한 '물고문 사건'에도 불구하고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신상 공개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라면 이상한 정의감에 빠져 '신상털기'를 한다. 

최근 범죄자인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사람이 있다. '한강 실종 사건'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고 알려진 친구 A씨다. 그는 손씨의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정황상 의심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상 정보가 온라인에 공유됐다. 

신상 정보 뿐 아니라 추측성이 난무한 소문도 돌았다. A씨의 아버지가 2년 전 ‘버닝썬 사태’ 때 지휘하다 책임지고 대기발령 조치가 된 전 서울 경찰서장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후에는 아버지가 강남세브란스 병원 소속 교수, 변호사라는 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손씨 친구의 법률대리인 정병원 변호사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A씨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며 "A씨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도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A씨는 만취한 상태라 어느 정도로 술을 마셨는지도 기억 못하며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느낌 등 단편적인 것들 밖에 기억 못한다고 정 변호사는 밝혔다. 

사적제재 인정 안돼…형사처벌
디지털교도소·배드파더스 논란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저는 피해자고 의심스러운 친구는 잘 있지만 제가 특정할 수 없는 관계로 신상 정보를 알려드릴 수가 없다. 그래서 큰 분들이 아들 동기들의 신상 정보를 퍼트리시면서 찾고 계시다"며 "가해자는 숨어있고 애꿎은 아들 동기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착한 친구들은 매일 밤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오고 있다"며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출 자제를 부탁드린다. 한 사람 때문에 너무나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전에도 개인정보 신상을 공개하는 여론은 이어졌다. 신상털이는 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다. 신상을 터는 이들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신상 공개만을 위한 전용 사이트도 나왔다. 지난해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올려 옹호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디지털교도소'와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가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2020년에 등장한 범죄자 신상 공개를 명분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포한 사이트다. 파장이 커지자 경찰은 수사에 나서 1기 운영진을 검거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는 사이트를 차단 조치했다. 

초기에는 불법 개인정보 유포와 사적 단체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사적 제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인터뷰까지 했다. 그러나 후술할 누명 사건 2건이 일어나면서 비난이 거세졌다. 

배드파더스는 지난 2018년 7월 개설됐다. 이혼 이후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얼굴과 직업 등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신상 공개 및 비난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나 사적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복수나 정의감에 의해 한 행동이라 해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상털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적시한 내용이 거짓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웅심리

누리꾼이 나서서 범죄자·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적극 공개하는 것은 사법체계 불신으로 비롯한 잘못된 정의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인륜적 범죄 내용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느껴 일종의 '영웅심리'가 작동한다는 해석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상털기로 코로나 낙인?

여정성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지난달 11일 서울대 학생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학생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여 부총장은 호소문에서 "확진 사실을 바로 학교에 알리고 협조해 준 학생들에 대해 익명의 게시판에서 근거 없는 비방과 부정적인 낙인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확진자에 대한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인신공격성 비난은 정당화할 수 없는 인권침해이자 위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달 6일 재학생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이 학생이 소속된 골프 동아리를 중심으로 16명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대는 즉시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 발생 사실과 함께 시간대별 동선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골프 치다 걸린 사람은 반성하라" "지하 연습장에서 운동했다는 게 드러났는데 할 말이 있느냐" "골프부는 입 다물고 있으라"는 등 비난 게시물과 댓글이 수백건 쏟아졌다. 


해당 동아리 이름까지 공개되면서 "골프부원이 다른 동아리에도 소속돼있다" "여기도 (골프 동아리 확진자인 것으로)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 등의 '추측성 신상털이'도 이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캠퍼스 내 대면수업이 확대되면서 서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코로나 낙인찍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코로나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빨라 심각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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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