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죽는다' 사람 잡는 신상털기의 덫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25 11:28:59
  • 호수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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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검색만 하면 좌르륵∼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낙인을 찍어서는 곤란하다. 범죄자에게 주홍글씨가 새겨지면 평생의 꼬리표가 달린다. 현대판 주홍글씨는 신상 공개다.

이슈가 된 범죄 사건이 일단락되면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게 있다. 피의자 신상 공개다. 잔인한 범죄로 사회불안을 야기시키는 피의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신상 공개가 만사형통은 아니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피의자의 주변인들에게 피해가 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2차 피해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피의자에 대한 신상이 모두 공개되는 건 아니다. 지난달 17일 초등학생 조카를 마구 때린 뒤 욕조 물에 머리를 집어넣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경찰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때 경찰은 피해자인 조카의 오빠 등 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모 부부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부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부부의 친자녀와 숨진 조카의 오빠 등 신원도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심의위원회의 의견이었다. 잔인한 '물고문 사건'에도 불구하고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신상 공개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라면 이상한 정의감에 빠져 '신상털기'를 한다. 

최근 범죄자인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사람이 있다. '한강 실종 사건'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고 알려진 친구 A씨다. 그는 손씨의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정황상 의심스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상 정보가 온라인에 공유됐다. 

신상 정보 뿐 아니라 추측성이 난무한 소문도 돌았다. A씨의 아버지가 2년 전 ‘버닝썬 사태’ 때 지휘하다 책임지고 대기발령 조치가 된 전 서울 경찰서장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후에는 아버지가 강남세브란스 병원 소속 교수, 변호사라는 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손씨 친구의 법률대리인 정병원 변호사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A씨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며 "A씨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도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A씨는 만취한 상태라 어느 정도로 술을 마셨는지도 기억 못하며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느낌 등 단편적인 것들 밖에 기억 못한다고 정 변호사는 밝혔다. 

사적제재 인정 안돼…형사처벌
디지털교도소·배드파더스 논란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저는 피해자고 의심스러운 친구는 잘 있지만 제가 특정할 수 없는 관계로 신상 정보를 알려드릴 수가 없다. 그래서 큰 분들이 아들 동기들의 신상 정보를 퍼트리시면서 찾고 계시다"며 "가해자는 숨어있고 애꿎은 아들 동기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착한 친구들은 매일 밤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오고 있다"며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출 자제를 부탁드린다. 한 사람 때문에 너무나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전에도 개인정보 신상을 공개하는 여론은 이어졌다. 신상털이는 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다. 신상을 터는 이들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신상 공개만을 위한 전용 사이트도 나왔다. 지난해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올려 옹호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던 '디지털교도소'와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가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2020년에 등장한 범죄자 신상 공개를 명분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포한 사이트다. 파장이 커지자 경찰은 수사에 나서 1기 운영진을 검거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는 사이트를 차단 조치했다. 

초기에는 불법 개인정보 유포와 사적 단체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사적 제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인터뷰까지 했다. 그러나 후술할 누명 사건 2건이 일어나면서 비난이 거세졌다. 

배드파더스는 지난 2018년 7월 개설됐다. 이혼 이후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얼굴과 직업 등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신상 공개 및 비난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나 사적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복수나 정의감에 의해 한 행동이라 해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상털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적시한 내용이 거짓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웅심리

누리꾼이 나서서 범죄자·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적극 공개하는 것은 사법체계 불신으로 비롯한 잘못된 정의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인륜적 범죄 내용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느껴 일종의 '영웅심리'가 작동한다는 해석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상털기로 코로나 낙인?

여정성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지난달 11일 서울대 학생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학생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여 부총장은 호소문에서 "확진 사실을 바로 학교에 알리고 협조해 준 학생들에 대해 익명의 게시판에서 근거 없는 비방과 부정적인 낙인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확진자에 대한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인신공격성 비난은 정당화할 수 없는 인권침해이자 위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달 6일 재학생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이 학생이 소속된 골프 동아리를 중심으로 16명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대는 즉시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 발생 사실과 함께 시간대별 동선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골프 치다 걸린 사람은 반성하라" "지하 연습장에서 운동했다는 게 드러났는데 할 말이 있느냐" "골프부는 입 다물고 있으라"는 등 비난 게시물과 댓글이 수백건 쏟아졌다. 


해당 동아리 이름까지 공개되면서 "골프부원이 다른 동아리에도 소속돼있다" "여기도 (골프 동아리 확진자인 것으로)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 등의 '추측성 신상털이'도 이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캠퍼스 내 대면수업이 확대되면서 서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코로나 낙인찍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코로나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빨라 심각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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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